[에필로그] 23개국 36개 도시, 715만 원 — 세계일주 정산서를 그대로 공개한다
정리하고 회고한다.
그대로 옮긴다.
돌아오고 일주일쯤 지나서 정리한 목록이다. 지금 달라진 건 뒤에 따로 적었다.
1년을 계획했지만 90일이 한계였다

그 90일이 이렇게 쓰였다.
- 여행 일수 — 89박 90일
- 방문 국가 — 23개국
- 방문 도시 — 36개 도시
23개국 36개 도시

홍콩 | 말레이시아 | 스리랑카 | 두바이 |
불가리아 | 이탈리아 | 헝가리 | 오스트리아 |
체코 | 독일 | 스위스 | 프랑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영국 | 핀란드 |
스웨덴 | 터키 | 그리스 | 러시아 |
사진이나 도시 이름을 누르면 그 이야기로 넘어간다.
- 홍콩 — 홍콩
- 마카오 — 마카오
- 중국 — 베이징
- 말레이시아 — 쿠알라룸푸르, 페낭
- 스리랑카 — 콜롬보, 미리사
- 아랍에미리트 — 두바이
- 불가리아 — 소피아
- 이탈리아 — 로마
- 헝가리 — 부다페스트, 에스테르곰
- 오스트리아 — 비엔나
- 체코 — 프라하
- 독일 — 뮌헨
- 스위스 — 취리히
- 프랑스 — 리옹
- 스페인 —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 포르투갈 — 포르투, 리스본, 파로
- 웨일스 — 스완지
- 잉글랜드 — 런던
- 핀란드 — 헬싱키, 포리, 에스포, 투르쿠
- 스웨덴 — 스톡홀름
- 터키 — 이스탄불, 에디르네
- 그리스 — 아테네, 알렉산드로폴리스, 이드라
- 러시아 — 모스크바, 노보시비르스크
세는 기준에 따라 21개국이 되기도 한다.
마카오를 중국에 묶고 웨일스를 잉글랜드에 묶으면 그렇다.
비용 없이 22박을 알뜰하게 잤다
90일 중 22박은 숙박비가 0원이었다. 절반 가까이가 친구들 덕분이었다.
공항 노숙 14박 | 핀란드 집 2박 | 웨일즈 집 3박 | 발트해 밤배 1박 |
- 공항·기차역 노숙 — 14박 (쿠알라룸푸르 공항 노숙기)
- 친구 집 — 2박
- 핀란드 현지인의 집 — 2박 (사우나까지 딸린 집)
- 웨일즈 현지인의 집 — 3박 (잘 데 없다니까 자기 집으로)
- 핀란드-스웨덴 배 — 1박 (20유로에 이동과 숙박을 한 번에)
노숙 14박이 제일 크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은 아예 노숙하기 좋기로 순위권에 오른다.
야간 기차를 숙소 삼은 구간도 있었다.
나머지 7박은 사람이다.
남의 집 거실과 남는 방에서 잤다.
이 줄을 쓸 때마다 그 집들의 현관 냄새가 따로따로 기억난다.
교통비도 얻어 탔다
현지인 차 | 카풀로 국경 | 야간열차 14시간 |
- 히치하이킹 3회 — 이스탄불에서 에디르네 구간 (엄지를 들었더니 트럭이)
- 현지인 차 — 말레이시아, 웨일즈, 리옹, 핀란드에서 관광까지 같이
- 카풀 — 블라블라카로 국경을 넘었다 (새벽 네 시에 출발해 정오에 캄프 노우)
- 느린 기차 — 알렉산드루폴리에서 아테네까지 14시간 (야간열차 14시간)
22끼 이상을 얻어먹었다
세어보니 22끼가 넘었다.
말레이시아 | 웨일즈 | 스톡홀름 | 로마 한인민박 |
- 말레이시아 현지인 — 저녁·점심·아침 (팬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갈래?)
- 부다페스트에서 한국 친구가 준 고추장
- 핀란드 현지인 — 저녁·아침·점심을 두 번씩
- 핀란드 친구 — 마찬가지로 여섯 끼
- 웨일즈 친구 — 점심·저녁·아침을 두 번씩 (그 집 주방에서 양파를 썰었다)
- 이스탄불에서 한국 친구가 준 컵라면
- 그 외 — 현지인들이 싸준 도시락·초콜릿·과일, 호스텔이 예고 없이 주는 저녁, 여행자들끼리의 푸드셰어, 로마와 프라하 한인민박 밥
뼈아픈 실수, 약 100만 원
돌아보면 이 돈은 안 써도 됐다.
놓친 두바이행 16만 | 놓친 한국행 40만 | 죽은 폰 14만 | 트윈타워 전망대 |
1. 놓친 두바이행 비행기 — 16만 원 (날짜를 착각한 날)
2. 놓쳤다고 항공사에 전화하다 깨진 국제전화비 — 13만 원
3. 놓친 한국행 비행기 — 40만 원 (시계가 네 시간 빨랐다)
4. 휴대폰이 죽어서 새로 산 갤럭시 J1 — 99유로(약 14만 원) (폰이 죽은 날)
5. 홍콩달러 20만 원어치 환전 — 2박 3일에 다 써버림
6. 쿠알라룸푸르 트윈타워 전망대 — 올라간 것 자체가 후회 (86층까지 올라가 보고)
7. 싸다고 산 미니 스케이트보드 — 결국 기부
8. 왕좌의 게임 영문판 책 — 무거워서 기부
비행기를 세 번 놓쳤고 그중 두 번이 목록에 있다.
제일 크게 샌 돈은 전부 실수에서 나왔다.
반대로, 가장 잘 쓴 돈
1. 출발 전 미리 끊은 비행기 — 75만 원
2. 핀란드(투르쿠)-스웨덴 배 — 20유로, 숙박 포함 (발트해를 건넌 밤배)
3. 빈의 박물관과 미술관 —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4. 그리스 아고라 입장료 — 그날 딱 4유로만 썼다 (돌덩이 사이 신전 하나)
5. 리옹 일주일 — 20만 원 (론강뷰 여드레), 자전거 대여가 6,600원 (빌리니 도시가 좁아졌다)
6. 프라하·로마 한인민박 — 30유로짜리 하루였지만 밥을 엄청 먹었다
관광하기 좋았던 도시 TOP 3

1. 부다페스트 — 물가가 저렴하고 야경이 최고
2. 빈 — 예술과 문화의 도시
3. 모스크바 — 유럽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
살고 싶었던 도시 TOP 3
1. 핀란드 포리 — 시민 의식, 복지, 자연환경, 조용함
2. 독일 뮌헨 — 시민 의식과 아름다운 동네
3. 오스트리아 빈 — 예술과 문화
여행하기 좋은 도시와 살고 싶은 도시가 완전히 다르게 나온 게 스스로도 재미있었다.
남에게 추천하고 싶은 도시 TOP 4

1. 포르투 — 동양인이 거의 없는 유럽의 휴양지
2. 모스크바 — 저렴하고 예쁘다. 사람들 표정만 불친절
3. 스리랑카 — 저렴하고 자연이 아름답다
4. 부다페스트 — 야경이 정말 예쁘다
제일 좋은 기념품은 공짜였다


돈 주고 산 기념품은 약 22만 원어치였다.
- 불가리아 — 로즈불가리아 립밤, 핸드크림
- 터키 — 팝콘 캔디 20봉지, 핸드크림 여러 개, 초코바
- 러시아 — 열쇠고리, 리넨 제품(14만 원), 과자 (이즈마일로보 시장)
- 핀란드 — 이딸라 잔(2만 원), 컵 받침(1만 3천 원)
그런데 제대로 남은 건 따로 있었다.
대회 기념 메달, 스웨덴 친구가 준 예쁜 돌멩이, 중국 친구가 준 코코넛 껍질 코끼리.
그리스에서 주운 열쇠고리, 여권 도장, 놓친 비행기 표, 나라별로 쓰고 남은 동전들.
은근히 다 공짜다.
잃어버리거나 망가진 것
- USB 커넥터, 헤드셋 블루투스 모듈
- 수건, 티셔츠 3종, 양말 5종 — 하도 걸어 다녀서 전부 구멍
- 휴대폰 — 사망
- 여행 가방 — 조금 찢어짐
- 카메라 — 가끔 켜면 에러
양말 다섯 켤레에 전부 구멍이 났다는 게 이 여행의 성격을 제일 잘 보여주는 줄인 것 같다.
그래서 얼마가 들었나

| 항목 | 금액 |
|---|---|
| 준비해 간 환전 | 120만 원 |
| 신용카드 A | 555만 원 |
| 신용카드 B | 40만 원 |
| 여행 경비 합계 | 715만 원 |
기념품 값은 포함이고, 카메라 구입비 50만 원은 뺀 금액이다.
90일로 나누면 하루 8만 원 정도다.
여기에 통신비가 따로 붙는다.
전화 로밍 약 17만 원, 통화료 13만 원으로 30만 원이다.
지금이라면 유심이나 이심으로 거의 사라질 항목이라 경비 표에서는 뺐다.
유용했던 아이템 5가지
1. 손톱깎이 — 제일 많이 빌려준 물건
2. 멀티플러그 + 멀티콘센트 — 공항이나 카페마다 칭찬받았다
3. 셀카용 카메라 — 사람과 친해지는 데 유용
4. 바람막이 — 저녁 기온 방어
5. 슬리퍼 — 신발보다 자주 신었다
멀티콘센트는 특히 그렇다. 공항 콘센트 하나에 여럿이 몰릴 때 이걸 꺼내면 그 자리에서 대화가 시작된다.
다음엔 꼭 챙기겠다고 적어둔 것
1. 글로벌 명함 — 연락처를 주고받을 일이 생각보다 많다
2. 젓가락 — 구하기 어렵다
3. 지퍼백 — 남은 음식 보관
4. 고추장, 라면 스프
5. 한국을 알릴 무언가 — 종이접기 한복이나 책갈피 같은 것
지금 기준으로 달라진 것
시간이 꽤 지났으니 숫자는 당연히 달라졌다.
지금도 그대로인 것만 남기면 이렇다.
- 환율 — 여행 당시 유로가 계속 오르는 중이었다. 노르웨이를 포기한 사람들도 그 이유였다.
- 카풀 — 블라블라카는 지금도 유럽 장거리 이동의 대안이다. 다만 예약과 결제가 앱으로 정리됐다.
- 공항 노숙 — 지금은 심야 폐쇄를 하거나 탑승권 확인을 하는 공항이 늘었다. 미리 확인하고 가는 편이 안전하다.
- 현지인 집 — 당시엔 여행지에서 만나 초대받는 식이었다. 지금도 그 구조는 같지만, 안전 문제를 고려해 아는 사이를 거치는 편이 좋다.
- 로밍 — 이 여행에서 로밍과 통화료로만 30만 원이 나갔다. 지금은 유심이나 이심으로 이 항목이 거의 사라진다. 제일 크게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여기다.
다녀와서
목록을 다 옮기고 나니 제일 눈에 걸리는 게 실수 항목이다.
100만 원.
비행기를 세 번 놓치고, 안 써도 될 돈을 쓰고, 무거운 걸 사서 결국 기부했다.
그런데 다시 가라고 해도 그 실수는 아마 또 할 것 같다.
놓친 비행기 덕분에 공항에서 하룻밤을 더 보냈고, 그 밤에 만난 사람이 다음 도시를 정해줬다.
정산서에 손실로만 찍히는 항목이 실제로는 여행의 절반이었다.
반대로 아예 찍히지 않는 항목도 있다.
공짜로 잔 7박과 스물두 끼 넘는 밥, 여러 번 얻어 탄 차.
정산서에는 0원으로 잡혀 있지만 실제로는 누군가가 대신 낸 몫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나를 데리고 다닌 친구들, 웨일스에서 버스 노선을 물어봤다가 자기 집으로 데려간 사람들.
리옹에서 길 잃은 밤에 태워다 준 가족, 핀란드에서 사흘 동안 거실을 비워준 두 사람.
말레이시아 | 웨일즈 | 리옹 트랙 | 핀란드 |
이 줄은 지출 항목이 아니라 사람 목록이다.
715만 원으로 90일을 돌 수 있었던 이유의 절반이 거기 있다.
아낀 것보다 받은 게 컸다.
떠나기 전에 제일 많이 들은 말은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90일 동안 겪은 건 그 반대였다.
갚을 방법이 없는 여행자에게 이유 없이 내주는 사람이 나라마다 있었다.
그게 이 정산서에서 제일 큰 숫자다.
갚을 게 없을 때마다 같은 문장을 적었다.

90일 동안 스무 번 넘게 썼다.

90일 동안 23개국을 돌았고, 715만 원을 썼고, 양말 다섯 켤레에 구멍이 났다.
그게 전부다.
이 목록을 쓰고 한참 지나서야 그 여행을 한 편씩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정산서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들 모두 지금도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다.
모두모두 행복하길. 그리고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다음에 어디로 갈지는 아직 안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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