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베이징 1] 잠깐 나갔다 온다니까 도장을 찍어 줬다, 무비자 경유로 간 자금성
도장을 찍어 줬다.
계획에 없던 하루가 생겼다.
비행기를 놓친 값으로 얻은 경유지였다. 베이징에서 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잠깐 나갔다 올게요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내렸다. 예정에 없던 나라였다.
공항이 엄청나게 컸다. 안에 이동 수단이 따로 다닐 정도였고, 나중에 찾아보니 이용객 수가 세계 2위였다.


열 시간을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경유객은 비자 없이 잠깐 나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입국 창구에서 한국인이고 잠깐 나갔다 들어올 거라고 말했다. 도장을 그냥 찍어 줬다.

생각보다 친절했다. 짐을 맡기려고 갔더니 아홉 시에 연다고 했는데, 반대편 창구에 가니 그냥 받아 줬다.
나가기 전에 편의점에 들렀다. 라면 진열대가 한 벽을 통째로 쓰고 있었다.

러시아 공항에서 배워 온 것
노보시비르스크 공항에서 열두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옆자리 아저씨가 베이징에 사는 분이었다.
그분이 자금성 위치를 알려 줬다. 나는 그 설명을 공항 안내도에 그대로 옮겨 적어 뒀다.

지금 있는 곳이 삼 터미널이고, 환승을 두 번 해서 표시된 자리까지 가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 메모 한 장으로 하루가 굴러갔다.
공항 익스프레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창밖은 논밭이었고 에어컨은 덜 시원했다.

둥즈먼에서 지하철로 갈아탔다. 어느 역이든 사람이 가득했고, 역마다 검문을 하고 있었다.
검문대마다 사람이 서 있었다. 저 자리가 다 일자리로 잡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다.
기내에서 본 책자에는 알리바바 창업자와 삼성 광고가 실려 있었다. 글자는 못 읽었다.
멀리 있는 것이 뿌옇게 보였다
자금성이 있는 역에서 내렸다. 사람은 바글바글했고 공기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멀리 있는 건물이 뿌옇게 보였다. 하루짜리 황사 체험을 한 셈이다.

천안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여러 번 부탁했는데 대부분 그냥 지나갔다.
겨우 한 번 성공했다. 그런데 그 사진마저 초상화를 가리고 찍혀 있었다.

말이 안 통해서인지 분위기가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여행 마지막 날에 겪은 각박함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나가고 싶어졌다
성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나가고 싶어졌다. 넓은데 사람이 너무 많았고, 무엇보다 내가 지쳐 있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별도 표가 필요했다. 표를 살까 하다가 말았다.

이때는 그냥 집 생각만 났다. 석 달 가까이 돌아다닌 뒤였고, 여행이 이미 사흘 연장된 상태였다.
들어온 길로 못 나가서 한참을 돌았다. 중국은 확실히 넓었다.
수많은 개발자가 이 나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날은 어서 나가자는 생각뿐이었다.
이 나라에서 쓴 말은 세 개였다. 니하오, 쎼쎼, 짜이찌엔.
중국 무비자 경유
경유객은 비자 없이 며칠 머무를 수 있다. 조건과 허용 시간이 자주 바뀐다. 출발 전에 최신 규정을 한 번 연다.
지금은 여러 도시에서 며칠 단위 무비자 경유가 가능하다.
제3국으로 나가는 항공권을 제시한다. 출발지와 다른 나라로 가는 표가 조건이다.
입국 심사대에서 목적을 분명히 말한다. 경유이고 언제 나간다는 걸 알리면 절차가 빠르다.
짐은 공항에 맡긴다. 보관소 운영 시간을 미리 확인한다. 창구마다 안내가 다를 수 있다.
공항에서 자금성 가는 법
공항 익스프레스로 시내에 들어간다. 서우두 공항과 시내를 잇는 전용 노선이 있고, 여기서 지하철로 갈아탄다.
환승이 두 번쯤 필요하다. 노선도를 미리 확인하고 역 이름을 적어 두면 편하다.
영어 안내가 부족한 구간이 있다.
역마다 보안 검색이 있다. 지하철 입구에서 짐을 검색하므로 시간을 조금 더 잡는다.
공기 상태를 확인하고 간다. 시야가 나쁜 날에는 멀리 있는 건물이 안 보인다.
사진을 남길 계획이면 이걸 먼저 본다.
다녀와서
계획에 없던 나라에서 계획에 없던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이날은 앞선 도시들과 달랐다. 감탄보다 피로가 앞섰다.
자금성에 들어가서 한 생각이 집에 가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여행이 끝날 때가 됐다는 신호였다.
그래도 나가길 잘했다. 공항 의자에서 열 시간을 앉아 있었으면 이 나라를 통과만 하고 끝냈다.
그날 오후에는 쇼핑을 하러 갔다. 카드가 안 됐고, 흥정으로 값이 6분의 1까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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