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베이징 2] 비자도 마스터도 안 받는다, 실크 스트리트 흥정과 유니온페이
만두 두 개뿐이었다.
값이 못 미더워서 한 번.
자금성을 보고 나와 쇼핑을 하러 갔다. 여행에서 뭔가를 살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실크 스트리트, 백화점처럼 생긴 상가
추천받은 곳이 실크 스트리트였다. 큰 건물 두 채 사이에 낀 상가인데, 겉모습은 백화점에 가까웠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설레임이 진열대에 그대로 있었다.

멀리 스타벅스가 보여서 길을 건너기로 했다. 큰길 하나 건너는 데 한참이 걸렸다.

건너가 보니 China라고 적힌 앞치마를 두른 곰인형을 팔고 있었다.

귀여워서 하나 집었다가 라벨을 보고 내려놨다. made in china.
상가에 들어가서 물건을 골랐다. 계산하려고 카드를 냈는데 안 된다고 했다.
비자도 마스터도 안 받았다. 유니온페이만 됐다.
중국에서 외국 카드가 이렇게 안 통할 줄 몰랐다. 결국 아무것도 못 사고 나왔다.
180에서 30까지 내려갔다
다른 층에서 꽤 괜찮은 기념품을 봤다. 이번에는 현금으로 사려고 값을 물었다.
그때 한 사람이 다가와 물었다.
한국말이었다. 구경하는 중이라고 했더니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180. 그다음 90. 그다음 50. 그리고 30.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값이 6분의 1이 됐다.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했다.
흥정은 저쪽이 나보다 훨씬 잘했다. 30이면 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손이 안 나갔다.
값이 그렇게 내려가는 걸 보고 나니 이게 얼마짜리 물건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겪은 일들이 겹쳐 떠올랐다.
결국 안 샀다.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닌 상태로 나오는 길에 벽에 붙은 문구를 봤다.
백화점처럼 생긴 건물 안에서 파는 사람은 작은 상인이었고, 벽에는 정가제 표어가 붙어 있었다.
그 조합이 그날 본 중국의 인상이었다.
앞사람을 가리키며 같은 음식 주문하기
다음 날 아침 공항으로 가기 전에 길거리 가게에 들렀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뭔가를 사 갔다. 음료수 병 하나와 만두 두 개였다.

영어가 안 통해서 앞사람을 손으로 가리켰다. 같은 걸 달라는 뜻이었다.
받아 보니 만두 두 개와 병에 담긴 옥수수 스프였다. 스프는 연한 맛이었고 만두와 잘 어울렸다.

값이 아주 쌌다. 여행 마지막 아침을 이걸로 먹었다.
서우두공항에서 만난 한국인 가족
돌아가는 비행기는 서우두공항 3터미널에서 떴다. 이틀 전 새벽에 내렸던 그 터미널이다.
탑승을 기다리다 같은 비행기를 타는 한국인 가족을 만났다.
베이징에 사는 분들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한국인이 중국에 살고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한 구역에 모여 살고 한식당도 많다고 했다. 맛도 값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 동네 이름이 왕징이었다. 베이징 한국인의 절반쯤인 7만 명이 여기 산다.
지금은 그 수가 줄고 있다고 한다. 그날 들은 이야기가 이미 한 시절의 이야기가 된 셈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먹을 것을 사 주셨다. 중국 환타와 샌드위치였다.

출국 검사에서 하나 배웠다. 보조배터리를 1인당 두 개까지만 들고 탈 수 있었다.
전에 기내에서 보조배터리가 터진 일이 있어서 그렇다는 설명을 들었다.
옆에 있던 아저씨는 샤오미 것은 그냥 통과시켜 준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옆자리가 십 분 뒤 친구가 됐다
비행기에 올랐다. 이제 정말 집이었다.

옆자리에 누가 자고 있었다. 십 분쯤 뒤에 깨서 말을 걸었고 그대로 친구가 됐다.
한국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서울까지 오는 내내 이야기가 끊기지 않았다.

기내식이 나왔다. 아시아나 기내식에 고추장 튜브가 딸려 있었다.

여행 내내 고추장이 그리웠다. 마지막 비행기에서 그게 나왔다.
석 달 만에 먹는 한국 맛이었다. 그것도 하늘 위에서.
중국에서 카드가 안 될 때
유니온페이가 기본이다. 비자·마스터카드를 안 받는 가게가 여전히 있다.
관광지 대형 매장은 되지만 상가나 노점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모바일 결제가 표준이다. 위챗페이와 알리페이가 현금보다 널리 쓰인다.
외국 카드를 등록할 수 있게 바뀌었지만 미리 설정하고 가야 한다.
현금을 조금은 챙긴다. 길거리 음식이나 작은 가게는 현금이 확실하다.
공항 환전은 비싸다. 시내 은행이나 출발 전 환전이 낫다.
실크 스트리트 흥정
부르는 값은 기준이 아니다. 내가 겪은 것만 봐도 180에서 30까지 내려갔다.
처음 값을 기준으로 깎은 폭을 계산하면 안 된다.
한국말로 말을 걸어온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상인들이 한국어를 한다.
익숙한 말이 나온다고 신뢰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살 마음이 없으면 값을 묻지 않는다. 물어보는 순간 흥정이 시작되고, 빠져나오기가 번거로워진다.
정가 매장과 비교해 본다. 같은 물건을 파는 정가 매장을 먼저 보고 가면 기준이 생긴다.
다녀와서
여행 마지막 날에 아무것도 못 샀다.
카드가 안 돼서 한 번, 값이 못 미더워서 한 번. 그날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계산기 화면이었다.
180에서 30까지 숫자가 바뀌는 걸 보는 동안, 값이라는 게 뭔지를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손가락으로 앞사람을 가리켜 만두를 샀다.
값을 묻지도 깎지도 않았고 그게 그날 제일 만족스러운 소비였다.
집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90일 동안 쓴 돈을 세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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