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베이징 2] 비자도 마스터도 안 받는다, 실크 스트리트 흥정과 유니온페이

베이징 여행기 · 2편
마지막 날에 산 건
만두 두 개뿐이었다.
카드가 안 돼서 한 번,
값이 못 미더워서 한 번.

자금성을 보고 나와 쇼핑을 하러 갔다. 여행에서 뭔가를 살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실크 스트리트, 백화점처럼 생긴 상가

추천받은 곳이 실크 스트리트였다. 큰 건물 두 채 사이에 낀 상가인데, 겉모습은 백화점에 가까웠다.

큰 건물 두 채 사이에 낀 실크 스트리트 상가
겉모습은 백화점에 가까웠다
실크 스트리트
秀水街 · Silk Street
2026년 기준 영업 중 · 점포 약 1,500개
영업
매일 09:30 - 21:00
가격
정찰가 없음 · 부르는 값이 5분의 1까지 내려가기도
주소
베이징시 차오양구 슈수이둥제 8호 (北京市朝阳区秀水东街8号)
지하철 1호선 융안리(永安里)역 바로 앞 · 카드는 유니온페이, 지금은 모바일 결제 위주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설레임이 진열대에 그대로 있었다.

편의점 진열대에 놓인 한국 아이스크림
편의점에 한국 아이스크림이 그대로 있었다

멀리 스타벅스가 보여서 길을 건너기로 했다. 큰길 하나 건너는 데 한참이 걸렸다.

큰길 건너편에 보이는 스타벅스 간판
큰길 하나 건너는 데 한참 걸렸다

건너가 보니 China라고 적힌 앞치마를 두른 곰인형을 팔고 있었다.

스타벅스 앞치마를 두르고 바구니에 담긴 China 곰인형
스타벅스가 여기까지 있다는 게 더 신기했다

귀여워서 하나 집었다가 라벨을 보고 내려놨다. made in china.

상가에 들어가서 물건을 골랐다. 계산하려고 카드를 냈는데 안 된다고 했다.

비자도 마스터도 안 받았다. 유니온페이만 됐다.

중국에서 외국 카드가 이렇게 안 통할 줄 몰랐다. 결국 아무것도 못 사고 나왔다.

180에서 30까지 내려갔다

다른 층에서 꽤 괜찮은 기념품을 봤다. 이번에는 현금으로 사려고 값을 물었다.

그때 한 사람이 다가와 물었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한국말이었다. 구경하는 중이라고 했더니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180. 그다음 90. 그다음 50. 그리고 30.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값이 6분의 1이 됐다.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했다.

사든 안사든 네 맘이겟지만 30까지 해줄께

흥정은 저쪽이 나보다 훨씬 잘했다. 30이면 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손이 안 나갔다.

값이 그렇게 내려가는 걸 보고 나니 이게 얼마짜리 물건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겪은 일들이 겹쳐 떠올랐다.

결국 안 샀다.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닌 상태로 나오는 길에 벽에 붙은 문구를 봤다.

할인 해주지 말고 정가제로 가격표시를 실천합시다

백화점처럼 생긴 건물 안에서 파는 사람은 작은 상인이었고, 벽에는 정가제 표어가 붙어 있었다.

그 조합이 그날 본 중국의 인상이었다.

앞사람을 가리키며 같은 음식 주문하기

다음 날 아침 공항으로 가기 전에 길거리 가게에 들렀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뭔가를 사 갔다. 음료수 병 하나와 만두 두 개였다.

아침에 문을 연 길거리 만두 가게
출근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영어가 안 통해서 앞사람을 손으로 가리켰다. 같은 걸 달라는 뜻이었다.

받아 보니 만두 두 개와 병에 담긴 옥수수 스프였다. 스프는 연한 맛이었고 만두와 잘 어울렸다.

옥수수 스프와 만두, 맥모닝이 함께 놓인 아침 식사
왼쪽이 옥수수 스프, 가운데가 만두. 옆은 맥모닝이다

값이 아주 쌌다. 여행 마지막 아침을 이걸로 먹었다.

서우두공항에서 만난 한국인 가족

돌아가는 비행기는 서우두공항 3터미널에서 떴다. 이틀 전 새벽에 내렸던 그 터미널이다.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北京首都国际机场 · Beijing Capital International Airport
2026년 기준 운영 중 · 국제선은 다싱공항과 나눠 쓴다
가격
공항 익스프레스 25위안 · 시내까지 약 1시간
주소
베이징시 차오양구 서우두지창루 (北京市朝阳区首都机场路)
3터미널이 국제선 주력 · 터미널 안에서 셔틀을 타고 이동한다

탑승을 기다리다 같은 비행기를 타는 한국인 가족을 만났다.

베이징에 사는 분들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한국인이 중국에 살고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한 구역에 모여 살고 한식당도 많다고 했다. 맛도 값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 동네 이름이 왕징이었다. 베이징 한국인의 절반쯤인 7만 명이 여기 산다.

지금은 그 수가 줄고 있다고 한다. 그날 들은 이야기가 이미 한 시절의 이야기가 된 셈이다.

한글 간판을 단 베이징의 한식당
한 구역에 모여 산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먹을 것을 사 주셨다. 중국 환타와 샌드위치였다.

중국 환타와 샌드위치가 놓인 공항 테이블
같은 비행기 타는 가족이 사 주셨다

출국 검사에서 하나 배웠다. 보조배터리를 1인당 두 개까지만 들고 탈 수 있었다.

전에 기내에서 보조배터리가 터진 일이 있어서 그렇다는 설명을 들었다.

옆에 있던 아저씨는 샤오미 것은 그냥 통과시켜 준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옆자리가 십 분 뒤 친구가 됐다

비행기에 올랐다. 이제 정말 집이었다.

베이징
서울
베이징 서우두공항(PEK) T3
인천공항(ICN)
소요시간약 2시간
항공편아시아나항공
당시가격노보시비르스크 → 베이징 → 서울 통합권 23,156루블 · 약 40만원
현재운항아시아나·대한항공·중국국제항공이 매일 여러 편
현재가격편도 20만원대부터
기내식고추장 튜브가 딸려 나온다
집으로 가는 비행기 좌석에서 찍은 사진
이제 정말 집이었다

옆자리에 누가 자고 있었다. 십 분쯤 뒤에 깨서 말을 걸었고 그대로 친구가 됐다.

한국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서울까지 오는 내내 이야기가 끊기지 않았다.

옆자리 승객과 함께 찍은 사진
십 분 뒤 친구가 됐다

기내식이 나왔다. 아시아나 기내식에 고추장 튜브가 딸려 있었다.

고추장 튜브가 함께 놓인 기내식
가운데 고추장 튜브가 숨어 있다

여행 내내 고추장이 그리웠다. 마지막 비행기에서 그게 나왔다.

석 달 만에 먹는 한국 맛이었다. 그것도 하늘 위에서.

중국에서 카드가 안 될 때

유니온페이가 기본이다. 비자·마스터카드를 안 받는 가게가 여전히 있다.

관광지 대형 매장은 되지만 상가나 노점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모바일 결제가 표준이다. 위챗페이와 알리페이가 현금보다 널리 쓰인다.

외국 카드를 등록할 수 있게 바뀌었지만 미리 설정하고 가야 한다.

현금을 조금은 챙긴다. 길거리 음식이나 작은 가게는 현금이 확실하다.

공항 환전은 비싸다. 시내 은행이나 출발 전 환전이 낫다.

실크 스트리트 흥정

부르는 값은 기준이 아니다. 내가 겪은 것만 봐도 180에서 30까지 내려갔다.

처음 값을 기준으로 깎은 폭을 계산하면 안 된다.

한국말로 말을 걸어온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상인들이 한국어를 한다.

익숙한 말이 나온다고 신뢰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살 마음이 없으면 값을 묻지 않는다. 물어보는 순간 흥정이 시작되고, 빠져나오기가 번거로워진다.

정가 매장과 비교해 본다. 같은 물건을 파는 정가 매장을 먼저 보고 가면 기준이 생긴다.

다녀와서

여행 마지막 날에 아무것도 못 샀다.

카드가 안 돼서 한 번, 값이 못 미더워서 한 번. 그날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계산기 화면이었다.

180에서 30까지 숫자가 바뀌는 걸 보는 동안, 값이라는 게 뭔지를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손가락으로 앞사람을 가리켜 만두를 샀다.

값을 묻지도 깎지도 않았고 그게 그날 제일 만족스러운 소비였다.

지하철 1호선 융안리역 바로 앞. 자금성에서 지하철로 20분 거리다.

집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90일 동안 쓴 돈을 세는 것이었다.

베이징 · 2편 중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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