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 로마 1] 로마 여행 첫날, 새벽 6시 대성당으로 시작하다
이탈리아 여행 첫날은 새벽 6시에 시작했다.
그냥 걷기로 했다.
소피아에서 로마행 표가 싸게 나와서 그길로 끊었다.
역사에 밝은 편은 아니라 첫날은 욕심을 안 부리기로 했다. 그냥 걷기로 했다.
두 시간 만에 도착한 로마

소피아 공항 창밖으로 기체가 보였다. 열두 시간 버스 대신 고른 두 시간짜리 비행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승무원이 트레이를 내려놓았다.
짭짤한 과자 봉지 하나와 종이컵에 담긴 차.
저가항공인 줄 알고 예약해놓고 이걸 받으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좌석 간격도 넉넉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탈리아 국적기였는데, 그 항공사는 몇 해 뒤 운항을 접었다.

공항을 나온 게 밤 아홉 시 가까이였다.
짐 찾는 곳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안에 아시아인들이 유난히 많았다.
불가리아에서는 한국말이 들리면 반가워서 고개를 돌렸는데, 여기는 한국인이 많아서 좀 애매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이 많은 도시에 왔다는 게 그 순간 체감됐다.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표를 끊고 영수증을 받아 들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니 자정이 가까웠다. 그대로 자러 갔다.
아침 여섯 시 오십 분에 문을 나섰다

7월의 로마는 낮이 정말 뜨거웠다. 그래서 일찍 나가기로 했다.
숙소는 오래된 아파트를 개조한 곳이라 계단이 좁고 어두웠다.
현관 통로를 지나 문을 여니 거리가 통째로 비어 있었다.
상점은 다 닫혀 있고 차도 드물었다.
지도를 안 보고 그냥 큰길 방향으로 걸었다.

아우렐리아누스 성벽이 도시를 가르고 있었다
골목을 두 번 꺾자 갑자기 벽돌 성벽이 나타났다.
높이가 십 미터는 돼 보였고, 도로 저쪽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아우렐리아누스 성벽이었다.
3세기에 로마를 둘러싸려고 쌓은 것인데, 지금도 도심 곳곳에 남아 있다.
아치 아래로 차가 그냥 지나다녔다.
유적 옆에 신호등이 서 있고 그 아래로 스쿠터가 빠져나갔다.
이 도시가 유물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 동네는 낮에 고양이가 정말 많았다.
성벽 밑 그늘을 따라 한 마리가 유유히 걸어갔고, 공사장 컨테이너 사이에도 몇 마리가 앉아 있었다.
가까이 가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당

한 시간쯤 걸었을 때 커다란 성당이 나왔다.
흰 대리석 파사드 위에 사람 크기의 조각상들이 하늘을 향해 서 있었다.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였다.
이때는 몰랐다. 로마 교구의 주교좌 성당이 여기다. 바티칸이 아니고.
그러니까 교황이 로마 주교로서 앉는 자리는 이쪽이다.
파사드에는 "온 도시와 온 세계 모든 교회의 어머니이자 머리"라는 라틴어 문장이 새겨져 있다.

바닥이 통째로 대리석 모자이크였다.
색이 다른 돌을 잘라 기하 무늬를 맞춘 건데, 걷다 보면 자꾸 발밑을 보게 된다.
양옆 기둥에는 열두 사도 조각이 거대하게 서 있어서, 걸어 들어가는 내내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기분이었다.
천장은 금박을 입힌 나무 격자였다. 고개를 완전히 젖혀야 전체가 보였다.

정면 청동문은 원래 다른 건물에 달려 있던 것이라고 했다.
포로 로마노의 원로원 건물에서 떼어 와 붙였다는 얘기인데,
문 하나가 천 년 넘게 자리를 옮겨가며 쓰이고 있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났다.

아침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공간이 텅 비어 있으니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로마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오벨리스크

성당 밖 광장에는 오벨리스크가 하나 서 있었다. 로마 시내에서 본 것 중에 제일 컸다.
이집트에서 배로 실어 왔다는 설명을 읽고 한참 올려다봤다.
카르나크 신전에 서 있던 것을 로마 황제가 가져왔고, 높이는 삼십 미터를 넘는다.
로마에 남아 있는 이집트 오벨리스크 중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됐다.

정작 그때는 이런 정보를 하나도 모른 채 그냥 크다고만 생각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맞는데, 모르고 봐도 큰 건 크다.
텅 빈 대성당을 혼자 걸었다

거기서 다시 걸어 산타 마리아 마조레까지 갔다. 지도상으로는 이십 분 거리인데 골목이 예뻐서 더 오래 걸렸다.
광장에는 사람이 적었다.
정면 계단에 앉아 잠깐 숨을 돌리는데, 분수 소리 말고 들리는 게 없었다.
열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기둥이 양옆으로 쭉 늘어선 게 다른 성당과 달랐다.
5세기에 지어진 뒤로 기본 골격이 크게 바뀌지 않아서, 초기 기독교 성당의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벽 윗부분의 모자이크도 그때 것이라고 했다.

천장의 금이 신대륙에서 처음 건너온 금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그 얘기를 듣고 천장을 다시 보면 색이 달라 보인다.

중앙 제단 위에는 네 개의 기둥이 받치는 덮개가 얹혀 있었다.
성당 안에서 가장 밝은 자리라, 창에서 들어온 빛이 여기 모여 있었다.

지금 가면 그때와 분위기가 많이 다를 듯하다.
2025년 봄에 교황 프란치스코가 이곳에 안장됐고, 그 뒤로 순례객이 크게 늘었다.
내가 혼자 걸었던 그 옆 통로가 지금은 줄이 서는 자리다.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관람
대성당 본당은 입장료가 없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열려 있다.
부속 시설은 따로 표를 판다.
| 구역 | 요금 | 운영 |
|---|---|---|
| 대성당 본당 | 무료 | 07:00~18:30 |
| 회랑(키오스트로) | 5유로 | 09:00~18:00 · 마지막 입장 16:30 · 일요일·축일 휴무 |
| 성스러운 계단·세례당·보물관 | 통합권에 포함 | 09:00~13:00, 15:00~18:30 |
회랑은 13세기 코스마티 양식 기둥이 사방을 두르고 있어서 5유로가 아깝지 않다.
본당만 보고 나오면 이걸 통째로 놓친다.
지하철 A선 산 조반니(San Giovanni)역에서 내리면 바로 앞이다. 콜로세움에서 걸어서 20분쯤 걸린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관람
본당은 무료이고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45분까지다. 마지막 입장은 6시 30분.
교황 프란치스코의 무덤이 이 성당 안에 있다.
파올리나 예배당과 스포르차 예배당 사이 측면 통로에 자리하고, 입장료 없이 볼 수 있다.
다만 순례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줄이 길다.
평일 오전 8시에서 10시 사이가 확실히 한산하다. 늦은 오전부터 단체 순례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유료 가이드 투어를 사도 보안 검색 줄은 똑같이 서야 하니, 시간대를 고르는 게 표를 사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테르미니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라, 기차로 로마에 도착한 날 첫 코스로 넣기 좋다.
두 곳 모두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복장이 기본이다.
여름에는 얇은 겉옷이나 스카프를 가방에 넣고 다니면 마음이 편하다.
로마 공항에서 시내 들어가는 법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테르미니역까지는 선택지가 셋이다.
-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 — 논스톱 열차. 32분에 14유로. 짐이 많고 늦은 시각이면 이게 제일 편하다.
- 공항버스 — 6~8유로 선에 55분 안팎. 밤 시간대에도 운행하는 편수가 있다.
- 일반 열차(FL1) — 트라스테베레·오스티엔세 방면. 저렴하지만 테르미니로는 안 간다.
숙소가 테르미니에서 떨어져 있다면 버스로 들어와 지하철로 갈아타는 편이 싸게 먹힌다.
밤늦게 도착하는 항공편이라면 지하철 막차 시간을 미리 확인해두자. 평일 23시 30분 전후이고 금·토는 연장된다.
하나 더. 로마 구시가는 바닥이 우둘투둘한 돌바닥이다.
캐리어를 끌면 고생하니 짐이 크면 역에서 숙소까지 거리를 미리 재보자.
텅 빈 성당이 좋았다
별 기대 없이 시작한 첫날인데 여섯 시부터 세 시간이 제일 좋았다.
뜨거워지기 전의 로마는 조용하고, 유명한 성당들이 텅 비어 있다.
유명한 곳부터 찍고 다녔으면 이 시간대를 통째로 놓쳤다.
다시 간다면 첫날은 또 이렇게 쓰겠다.
지도 없이 큰길을 따라 걷다가 나오는 대로 들어가 보는 식으로.
같은 날 낮에는 걷다 보니 콜로세움이 나왔고, 그 뒤로 고대 로마의 한복판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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