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 리옹 2] 론강뷰 에어비앤비에서 여드레, 숙박비는 20만원이었다
여드레를 살았다.
하루 2만 5천원이었다.
론강이 보이는 리옹 에어비앤비에서 8일을 살아본 적이 있다.
숙박비는 8일치를 합쳐 20만원, 하루로 나누면 2만 5천원 남짓이었다.
다른 도시는 대부분 2박이면 충분했다. 리옹에서만 일주일 넘게 눌러앉은 이유다.
우선은 그 8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부터 적어본다.
숙소에 들어가기까지가 만만치 않았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오는 데만 반나절이 갔고, 호스트와 연락이 닿지 않아 집 앞에서 세 시간 반을 더 기다렸다.
그 하루는 앞 편에 따로 적었다.

벤치 하나, 강바람 하나
호스트가 도착해 문을 열어준 뒤, 짐을 내려놓기도 전에 발코니부터 나갔다.
하얀 벤치 하나가 놓여 있었고, 그 너머로 가로수길이 이어지다 나무 사이로 강물이 비쳤다.

나무가 강을 반쯤 가려서 확 트인 전망은 아니었다. 그래도
벤치에 앉아 강바람을 맞고 있으면 다섯 시간 기다린 것쯤은 금세 잊혔다.
8일 내내 아침저녁으로 이 벤치에 나와 앉는 게 일과가 됐다.

방은 발코니만큼 화려하지 않았다. 창가에 책장 두 개와 책상이 있고, 그 옆에 싱글 침대 하나가 전부였다.


주방은 좁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가스레인지 네 구에 오븐, 전자레인지, 냄비와 프라이팬까지 갖춰져 있어서 여드레 내내 여기서 끼니를 해결했다.

샤워기는 물 온도가 바로 잡혔고,
와이파이 속도만 종종 답답했는데 8일을 지내다 보니 그마저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게 됐다.
창밖 풍경은 강 쪽과 반대편이 완전히 달랐다.
거실 쪽은 가로수와 강이었고, 다른 창으로는 회색 아파트 단지가 늘어서 있었다.

사람 사는 동네에 들어와 있다는 게 그 창으로 실감났다.

같은 집에 미국인 한 명이 있었다
이 집을 쓰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었다. 방 하나를 미국인 남자가 쓰고 있었다.

텍사스에서 왔고, 쉰이 넘은 나이였다.
그런데 운동선수라고 했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그 주에 리옹에서 시니어 육상 대회가 열리는데 거기 출전하러 왔다는 것이었다.
나이대별로 그룹을 나눠 경쟁하는 대회라 칠십 대, 팔십 대 선수도 나온다고 했다.
그가 리옹에 온 이유가 그 대회였고, 나는 숙박비가 싸서 왔다.
접점이라고는 이 집 하나뿐인데도 며칠 지나니 자연스럽게 같이 밥을 먹고 있었다.
아침에 각자 나가서 저녁에 주방에서 마주치면 그날 뭘 봤는지 얘기했다.


나이보다 훨씬 젊게 사는 사람이었다. 결국 나는 그를 따라 대회장에 가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뒤에 따로 적는다.
자전거로 도시를 돌았다
리옹은 도시 전체에 무인 자전거 대여소가 촘촘히 깔려 있어서,
어디서든 자전거를 집어 타고 어디서든 반납할 수 있었다.

30분 무료 시간 안에 반납하고 새로 빌리는 식으로 타면 왠만한 거리는 다 커버됐다.
론강변을 따라 페달을 밟으며 도는 게 8일 내내 반복한 루틴이었다.
대중교통을 탈 때는 티켓 검사가 유독 잦았다.
그때까지 거쳐온 도시들 중 부다페스트에서 딱 한 번 검사를 받았는데,
리옹에서는 같은 표 한 장으로 세 번이나 검사관을 마주쳤다.
주방이 있으니 요리를 했다
숙소에 주방이 있으니 자연히 식사가 요리 쪽으로 기울었다.
바게트를 잘게 썰어 커리가루에 볶고 계란프라이를 얹은 다음, 옆에는 라면도 한 그릇 끓였다.

치즈는 처음 고른 게 하필 블루치즈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홍어를 처음 맛보는 느낌이랄까,
극소량만 올렸는데도 향이 진했고 먹고 난 뒤에는 하루 종일 은은하게 치즈 냄새가 따라다녔다.
다음번엔 염소치즈로 바꿔봤는데, 향은 훨씬 부드러우면서 그냥 집어 먹어도 맛있었다.

바게트 샌드위치는 백화점에서 사면 8유로, 동네 빵집에서 사면 5유로 정도였다.
숙소에서 직접 만들어 먹은 뒤로는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다.
비 오는 날 장을 보러 나갔다
숙소 근처 슈퍼마켓은 걸어가기엔 조금 멀었다. 한국 편의점 거리에 익숙한 몸으로는 꽤 먼 거리였다.

들어가서 파란 장바구니를 하나 집어 들고 통로를 돌았다. 뭘 사야 할지 감이 안 와서 한참을 서성였다.
마트 안에도 파티스리 코너가 따로 있었다.
딸기 타르트와 밀푀유 같은 것들이 유리 진열대에 줄지어 있는데 하나에 3.95유로였다.
빵집에서 사면 더 싸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음료 코너는 탄산수가 절반이었다. 프랑스는 생수보다 탄산수 종류가 많다.

프랑스에서 먹은 첫 끼니는 라면이었다.
한국에서 들고 다니던 걸 끓이고, 굳은 바게트를 잘라 볶아서 곁들였다.
창가 자리에 앉아 강 쪽을 보면서 먹었다.


하필 첫 장을 보고 나오는 길에 비가 쏟아졌다.
우산도 없이 봉지를 든 채 서 있는데,
지나가던 리옹 시민 한 명이 차를 세우고 몇 마디 인사를 건네더니 숙소 앞까지 태워다줬다.
"리옹 좋쿠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8일 동안 쓴 불어는 딱 세 마디였다.
봉쥬르(안녕하세요), 메르시(감사합니다),
오부아(안녕히 계세요). 그 세 마디로도 장보기와 인사는 충분히 굴러갔고,
나머지는 낯선 사람에게 차 문을 열어주는 이 도시 사람들 몫이었다.
벨로브 자전거 요금
벨로브(Vélo'v)는 2005년 리옹이 세계 최초로 도입한 공유 자전거 시스템이다.
지금 확인 기준 벨로브 공식 페이지에서 1일권·1주일권 요금과 정류소 지도를 볼 수 있고, 30분 무료 규칙은 지금도 그대로다.
현지 매체 르봉봉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월 요금이 올라 1회권 1.80유로, 1일권 4유로, 전기자전거 연간권은 99유로다.
공식 페이지 요금표는 스크립트로 렌더링돼 이 숫자까지 직접 대조하지는 못했으니,
출발 전 벨로브 앱에서 최종 확인을 권한다.
프랑스 단기임대 등록 규정
프랑스는 2024년 11월 단기임대 규제법("르뫼르법")을 새로 만들었고,
2026년 3월부터는 에어비앤비 같은 예약 플랫폼과 지자체 등록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전국 시스템(API Meublés)이 시행됐다.
생태전환부 공식 안내서에 절차가 정리돼 있고, 2026년 5월 20일부터는 등록번호가 없는 숙소가 벌금 대상이다.
파리만큼 리옹의 단속이 세지는 않다. 다만 지금 예약한다면 호스트에게 등록번호를 미리 물어보는 게 낫다.
리옹 기본 정보
리옹은 론강과 손강, 두 줄기 강이 도시를 가르며 흐른다.
손강 쪽 구시가 비유 리옹에는 트라불(traboule)이라 불리는 골목형 통로가 500개 가까이 남아 있고,
그중 40~80개가 일반에 열려 있다.
언덕 위 푸르비에르(Fourvière)에 올라가면 두 강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미식으로도 유명한 도시라 부숑(bouchon)이라는 전통 식당이 곳곳에 있는데,
나는 그 반대로 8일 중 대부분의 끼니를 숙소 주방에서 직접 해결했다.
8일을 붙어 지낸 도시
리옹에서 8일을 머문 이유는 숙박비였다. 그러다 이 여행에서 제일 오래 지낸 도시가 됐다.
발코니 벤치, 자전거 대여소, 직접 해 먹은 끼니. 그 8일은 그런 걸로 채워졌다.
이튿날에는 지도를 접고 광장만 이어 걸었다. 어린왕자 동상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