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 아테네 1] 여행 첫날, 수블라키 한 끼와 아크로폴리스 야경 산책
하나도 모른 채 도착했다.
꼬치에 꿴 돼지고기 두 접시였다.
아크로폴리스는 이제 시간대를 지정해 예약한다.
표를 안 끊고 갔다간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발길을 돌리기 십상이다.
예전엔 여러 유적지를 한 번에 묶은 통합권이 있었다.
지금은 아크로폴리스 표와 다른 유적지 묶음 상품을 따로 산다.
14시간 밤기차를 타고 새벽에 아테네에 도착했다.
역을 나서자마자 곳곳이 유적지였다.
호스텔로 가는 길마저 발굴 현장에 막혀 몇 번을 돌아가야 했다.
그렇게 겨우 도착한 호스텔은 아침 아홉 시부터 체크인을 받아줬다.
배낭을 내려놓자마자 주인에게 근처 맛집을 하나 추천받았다.
호스텔 가는 길을 유적지가 막았다
역을 나서니 도시가 아직 자고 있었다. 문 연 가게가 하나도 없고 노란 택시만 몇 대 지나다녔다.

지도를 보며 걷다가 금세 막혔다. 초록 철망이 길을 끊어 놓았고, 그 너머는 파헤쳐진 땅이었다.

돌아서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면 거기도 발굴 현장이었다. 사방이 파여 있거나 복원 중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배낭을 메고 몇 번을 돌아 나오면서 웃음이 났다.
유적을 구경거리로 만나기 전에 장애물로 먼저 만난 도시는 처음이었다.
셔터를 내린 상가 골목은 벽이 온통 낙서였다. 그리스에서 낙서 없는 벽을 찾는 게 더 어려웠다.

그러다 철책 하나를 끼고 돌자 남은 기둥 사이로 아침 해가 들어왔다.
아직 문 여는 시각이 안 돼서 안으로는 못 들어갔다.


고개를 드니 언덕 위에 아크로폴리스가 있었다. 저기는 이틀 뒤에 올라가기로 하고 그날은 눈으로만 봤다.
걷다 보니 자꾸 경주가 떠올랐다. 도시 한복판에 유적이 그냥 박혀 있고, 사람들이 그 옆으로 지나다닌다.

수블라키 두 접시, 한 끼 뚝딱
짐을 풀고 나와 향한 곳은 호스텔에서 추천받은 식당이었다.
꼬치에 꿴 돼지고기 수블라키를 피타빵과 레몬 조각을 곁들여 한 접시 시켰다.
토마토와 튀김감자와 차지키 소스를 가득 채운 기로스도 한 접시 더 시켰다.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보니 양이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도 아테네에 머무는 며칠 동안 이 조합을 몇 번이나 다시 찾았다.
고기는 치킨, 돼지, 소 중에 고를 수 있는데 돼지고기 쪽이 확실히 더 맛있었다.
값은 꼬치에 빵 두 개를 얹어 1.3유로, 기로스가 2유로였다. 우리 돈 2천~2천6백 원이다.
오른쪽 하나면 한 끼가 해결됐다. 아테네에 있는 동안 네 번을 먹었다.

아크로폴리스 아래, 노을 지는 저녁 산책
거리로 나서니 아테네는 어디를 가도 낙서투성이였다.
저녁이 되자 발길은 자연스레 아크로폴리스 방향으로 향했다.
길을 따라 기념품 좌판이 줄줄이 늘어섰고, 야경 속을 오가는 꼬마 관광열차도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걷다 나무 사이로 고개를 드니 멀리 파르테논 신전에 조명이 들어와 있었다.

언덕 아래를 끼고 도니 아치가 층층이 남은 음악당이 나왔다.

조명이 들어와 있어서 낮보다 오히려 윤곽이 또렷했다.
입구까지 걸어가 히드리아누스의 문도 봤다.

안으로 들어가는 건 이틀 뒤로 미뤄뒀다.
그냥 올라갈 수 있던 시절 이야기였고, 지금이라면 이 앞에서 예약 화면부터 연다.
거기서 더 걸어 신타그마 광장까지 갔다. 유적지 쪽은 조용했는데 광장은 밤인데도 사람이 가득했다.

같은 도시 안에 이천 년 된 문과 밤늦은 인파가 몇 정거장 거리로 붙어 있었다.
아크로폴리스 예약과 요금
아크로폴리스는 이제 연중 시간대 지정 예약이 필수다.
표는 공식 사이트 hhticket.gr에서만 정가로 산다.
예약한 시간의 15분 전부터 종료 15분 후까지가 입장 시간이다.
2026년 단일 입장권은 성인 30유로로 겨울 할인 없이 연중 동일하다.
예전엔 아크로폴리스와 고대 아고라, 제우스 신전을 한데 묶은 공식 통합권이 있었다.
그 판매가 중단돼서 지금은 유적지별로 따로 사거나 60~70유로대 민간 콤보 패스를 쓴다.
인기 시간대는 성수기에 며칠 전 매진되기도 한다.
요금과 예약 조건은 계속 바뀌니 출발 전 공식 사이트에서 다시 확인하자.
아테네 수블라키
아테네에서 수블라키나 기로스 한 개는 대체로 3~5유로 선이다.
관광지에서 벗어난 골목이면 2유로대까지 내려간다.
플라카나 모나스티라키처럼 사람이 몰리는 자리에선 7유로까지도 받는다.
육류와 채소, 포장재 값이 올라 예전보다 값이 뛴 편이다.
그래도 아테네에서 한 끼를 가장 싸게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여전히 첫손이다.
플라카와 모나스티라키는 걸어서 이어진다.
아크로폴리스를 보고 내려와 한 끼 해결하기에 딱 좋은 동네다.
그리스 기본 정보
한국 여권이면 셍겐 지역 규정에 따라 180일 중 90일까지 무비자다.
화폐는 유로이고, 소규모 식당이나 매표소는 지금도 현금만 받는 곳이 종종 있어 소액권을 챙겨두면 편하다.
플라카와 모나스티라키는 아크로폴리스에서 걸어서 닿는 구시가지라 첫날 동선에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한 끼에 이천 원이 안 되는 도시
한 끼에 이천 원이 안 되는 도시에서 첫날을 보냈다.
노을 속 파르테논과 그릭샐러드를 나눈 저녁까지, 계획 없이도 하루가 꽉 찼다.
다음 날엔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다니지 않는 이드라섬으로 넘어갈 참이었다.
다음 날은 국립고고학박물관에 갔다.
입장료를 냈는데 표에는 0.00이 찍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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