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 에스포 1] 헬싱키 옆 습지에 조류 관찰 전망대가 서 있다

에스포 여행기 · 1편
헬싱키에서 삼십 분 거리에
보호구역 습지가 그대로 있다.
유모차를 밀고
거기까지 걸어갔다.

핀란드 수도권 안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조류 서식지가 있다.

전날 저녁에 도착한 집이 그 습지에서 걸어갈 거리에 있었다.

아침에 젓가락이 나왔다

접시에 담긴 짜장밥 위에 계란프라이가 얹혀 있고 젓가락이 놓여 있다
계란프라이 얹은 짜장밥과 젓가락

아침 여덟 시가 좀 넘어 식탁에 앉았다. 짜장이 나왔다.

핀란드에서 짜장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백종원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위에 계란프라이를 얹어 주고 옆에 젓가락을 놓아 줬다.

여행 두 달 동안 포크와 나이프, 손, 숟가락으로 밥을 먹었다.

그 사이에 젓가락을 쥔 기억이 거의 없다.

밥보다 젓가락을 집어 든 순간이 더 낯설었다.

계란프라이까지 올라간 걸 보고 오늘도 생일상이라고 생각했다.

집에서 걸어서 숲길 입구까지

숲길 입구에 세워진 붉은 나무 안내판과 방향 표지판
숲길 입구 안내판

아침을 먹고 친구가 보여줄 게 있다며 나가자고 했다. 아홉 시 반쯤 집을 나서서 걸었더니 숲길 입구가 나왔다.

입구에 붉은 나무 프레임 안내판이 서 있고 그 옆에 방향 표지판이 붙어 있다.

안내판에는 지도와 이 구역에서 볼 수 있는 새 그림이 들어 있었다.

동네 산책로 입구에 이만큼을 세워둔다.

안내판 앞에 서서 손을 들어 보이는 사진
안내판 앞에서 사진을 한 장 남겼다

안내판 앞에서 사진을 한 장 남겼다. 이때는 여기가 어떤 곳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유모차를 밀고 자작나무 사이를 걸었다

자작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선 흙길을 걸어 들어가는 뒷모습
양쪽이 다 자작나무였다

길에 들어서니 양쪽이 다 자작나무였다. 흰 줄기가 줄줄이 서 있고 그 사이로 흙길이 이어진다.

유모차를 밀며 자작나무 터널 같은 길을 걸어가는 뒷모습
유모차가 걸릴 데가 없는 길이었다

유모차를 내가 밀고 걸었다.

유모차가 걸릴 데가 없는 길이었다.

흙과 잔자갈이 다져져 있어서 바퀴가 튀지 않고, 폭은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갈 만하다.

자연 그대로 두면서 유모차가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게 이 나라 산책로의 특징이었다.

자작나무 그림자가 길 위에 계단처럼 무늬를 그리고 있다
나무 그림자가 길을 계단처럼 나눠놓았다

친구가 이 구간이 유독 예쁘다고 했다.

나무 그림자가 길을 계단처럼 나눠놓은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그렇게 보였다.

도시 옆에 습지가 그대로 남아 있다

아침 햇살 아래 갈대가 넓게 펼쳐진 습지와 그 뒤로 보이는 만
숲을 나오면 갈대밭이 펼쳐진다

숲을 나오니 갈대밭이 펼쳐졌다. 여기가 라야라흐티(Laajalahti)다.

에스포에 속한 얕은 만인데, 그냥 풍경 좋은 물가가 아니다.

192헥타르에 걸친 얕고 풀이 무성한 만과 그 주변의 범람림·초지·관목림이 나투라 2000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국제적으로 중요한 조류 서식지로 분류된 곳이다.

기록된 새 이름을 보면 왜 그런지 짐작이 간다.

알락해오라기(Eurasian bittern), 알락뜸부기(spotted crake), 흰눈썹뜸부기(corn crake)처럼 갈대 속에 숨어 사는 새가 올라 있다.

큰고니(whooper swan)와 고니(tundra swan), 흰비오리(smew)처럼 지나가며 쉬어 가는 새는 따로 올라 있다.

얕은 물과 키 큰 갈대가 그 두 부류를 동시에 받아주는 조건이다.

얕은 만과 갈대밭이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라야라흐티 습지
물이 얕고 풀이 무성한 만이다

헬싱키 중심에서 지하철과 버스로 삼십 분 안쪽 거리다.

그 거리에 이만한 습지를 개발하지 않고 남겨둔 것이 이 나라의 방식이다.

습지 안쪽에는 빌라 엘프비크라는 자연 안내소도 들어와 있어서, 여기서 뭘 볼 수 있는지 배우고 나갈 수 있게 해 놓았다.

습지 앞에 나무 전망대가 서 있다

나무로 지은 조류 관찰 전망대, 계단이 위로 이어진다
나무로 지은 조류 관찰 전망대

친구가 보여준다고 한 게 이거였다.

습지 앞에 나무로 지은 전망대가 서 있다.

계단으로 두 층 정도 올라가면 갈대 위로 시야가 트인다.

전망대 위에는 삼각대와 망원 장비를 세워둔 사람들이 있었다.

여기는 새를 보러 오는 사람이 오는 자리다.

그냥 산책하다 올라온 우리 쪽이 낀 손님이었다.

전망대 난간 앞에 서서 웃고 있는 사진, 뒤로 습지가 펼쳐진다
전망대에 오르니 습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전망대에 오르니 습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갈대밭 사이로 물길이 지나가고 그 너머로 숲이 낮게 이어진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습지 전경, 물길이 갈대 사이를 지난다
새는 카메라 안에서 점 하나로 남았다

새는 카메라 안에서 점 하나로 남았다.

망원 없이 찍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눈으로 본 것과 사진에 남은 것 사이의 거리가 이만큼 큰 장소도 드물다.

사람 키보다 높이 자란 갈대가 빽빽하게 서 있다
갈대가 사람 키보다 높았다

내려와서 가까이 가 보니 갈대가 사람 키보다 높았다.

이 안에 새가 숨어 있으니 전망대를 세워 위에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제야 이해됐다.

점심은 라면이었다

식탁에 놓인 냄비와 그릇에 담긴 라면
냄비째 올려놓고 덜어 먹었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라면을 끓였다.

냄비째 식탁에 올려놓고 덜어 먹었는데, 국물이 유독 달았다.

어른 팔뚝만 한 대파가 통째로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핀란드 마트에서 파는 대파는 우리 것보다 굵고 길다.

그걸 넉넉히 넣고 끓이니 라면 국물이 달라졌다.

두 달 만에 먹는 라면이라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라야라흐티 실전 정보

헬싱키 중심에서 에스포 방향으로 삼십 분 안쪽이다.

지하철로 오타니에미 방향까지 와서 걸어 들어가는 게 가장 단순하다.

입구에 붉은 안내판이 서 있고, 거기서부터 흙길이 갈대밭 쪽으로 이어진다.

길은 유모차와 자전거가 들어갈 수 있게 다져져 있다. 전망대는 계단이라 위층까지는 유모차를 들고 올라가야 한다.

새를 제대로 볼 생각이면 망원경이나 망원 렌즈가 필요하다.

맨눈으로도 물가에 앉은 새 무리는 보이지만 종을 구별하기는 어렵다.

봄과 가을 이동 시기가 가장 많이 보이는 때다.

여름 아침은 새보다 풍경이 좋다.

보호구역이니 갈대밭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길과 전망대에서만 본다.

습지 안쪽 빌라 엘프비크 자연 안내소에 들르면 이 구역에서 볼 수 있는 종을 정리해 놓은 자료가 있다.

수도에서 삼십 분 거리의 습지

수도에서 삼십 분 거리에 나투라 2000 습지가 있고, 그 앞에 동네 사람이 유모차를 밀고 올라가는 나무 전망대가 서 있다.

관광지로 만들지 않고 산책로로 두었다는 게 이 장소의 성격을 다 설명한다.

친구가 "예쁜 길이 있다"며 데려간 곳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조류 서식지였다.

그날 나는 그걸 모르고 걸었고, 나중에 찾아보고서야 알았다.

현지에 사는 사람과 걸으면 이런 일이 생긴다.

그다음은 쇼핑몰 안에 통째로 들어앉은 도서관과 마당에서 피운 숯불 이야기였다.

에스포 · 2편 중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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