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 리옹 7] 버스가 끊겼는데 처음 본 사람이 차를 태워줬다

리옹 여행기 · 7편
버스가 이미
끊겨 있었다.
몇 시간 전 처음 본 사람이
차 문을 열어줬다.

언덕에서 내려오는 건 올라갈 때의 절반도 안 걸렸다.

푸르비에르 언덕에서 내려오는 길
올라갈 때 밀고 온 길을 그냥 굴러 내려왔다.

이날 밤에 버스가 끊겼고, 그때 처음 본 사람이 우리를 차에 태워 숙소까지 데려다줬다.

그 전까지는 아주 평범한 오후였다.

빵집은 네 시면 닫는다

프랑스에 와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여기가 디저트 천국이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가게들이 일찍 닫는다는 점이다. 오후 네 시쯤이면 문을 닫는 집이 많아서, 사려면 그 전에 움직여야 한다.

빵집 진열장
유리 안쪽이 전부 타르트다.
빵집 안
안쪽에 앉아 먹을 자리도 있다.

이 근처 빵집은 신문 가판을 겸하고 있었다. 지역 신문이 문 앞에 걸려 있었는데, 며칠 뒤 이 신문 때문에 한 번 놀라게 된다.

신문 가판을 겸한 빵집 외관
간판에 신문 이름이 같이 붙어 있다.

숙소에서 한숨 돌렸다

빵 몇 개와 마트에서 산 것들을 들고 숙소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장바구니
엘리베이터 거울이 커서 매번 이렇게 찍혔다.

이날 산 것 중에 제일 잘 산 건 라즈베리 셔벗이었다. 통째로 사서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컵에 담은 라즈베리 셔벗
통으로 사면 이렇게 며칠을 먹는다.

그리고 식탁에 지도를 펴놓고 다음 날 동선을 짰다.

식탁에 펼친 리옹 교통 노선도
종이 노선도를 이때까지도 들고 다녔다.

경기장에 놀러 갔다

같은 집을 쓰던 미국인 이름은 켄이었다. 텍사스에서 온 쉰 넘은 육상 선수고, 이 도시에서 열리는 시니어 대회에 나가려고 와 있었다.

대회는 다음 날 개막이었다. 그날 저녁에 켄이 경기장에 간다길래 따라나섰다.

저녁의 지하철역
리옹 지하철은 차량이 짧고 자주 온다.

역마다 바닥과 벽 색이 달라서, 몇 번 타다 보면 색만 보고도 어디인지 알게 된다.

트램 바닥의 파란 조명
환승 통로 바닥이 통째로 이런 색이었다.

지하철에서 트램으로 갈아타는 데 표 한 장이면 됐다.

지나가는 오렌지색 트램
트램은 이 색으로 통일돼 있다.

숙소에서 그렇게 멀지 않았다. 갈아타긴 했지만 한 시간이 안 걸렸다.

대회 안내판이 선 공터
경기장 입구까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내리니 이미 대회 안내판이 곳곳에 서 있었다. 유럽 여름은 밤 아홉 시까지 밝아서, 시계를 안 보면 지금이 몇 시인지 감이 안 온다.

붉은 트랙과 초록 그라운드
개막 전날이라 트랙이 비어 있었다.

그해 리옹 대회에는 98개 나라에서 팔천 명이 넘게 왔다. 서른다섯 살부터 나이대별로 나눠서 뛰는 대회고, 참가자 대부분이 자기 돈을 내고 온 사람들이다.

경기장 앞에서 켄이 아는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옆에서 얻어 앉아 같이 먹고 얘기했다.

경기장 앞에서 만난 사람들과
리옹 유니폼을 입은 아이가 계속 말을 걸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대가족이 탔다. 아이가 넷인가 다섯이었고, 자리를 옮겨가며 서로 사진을 찍었다. 이름도 안 물어봤고 사진만 여러 장 남았다.

로비에 앉아 있다가 버스를 놓쳤다

그날 밤 켄은 대회에서 매번 만난다는 친구를 만나러 갔고, 나도 따라갔다.

밤에 걷는 길
가로등 간격이 넓어서 중간중간 캄캄했다.

밤 늦은 시간인데 로비에 운동복 차림이 계속 드나들었다.

호텔 주차장
체인 호텔이라 선수들이 여기 많이 묵고 있었다.

약속한 친구는 아직 안 왔고, 우리는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호텔 로비
로비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로비에 컴퓨터가 한 대 놓여 있었다. 셋이 그 앞에 붙어서 그 친구분 예약을 확인했다. 다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 화면을 같이 들여다보며 한참 걸렸다.

로비 컴퓨터 앞
프린터까지 있어서 필요한 건 뽑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교통 사이트를 열었다. 돌아갈 버스를 확인하려던 것이었다.

교통 사이트를 띄운 화면
이 화면을 보고 나서 표정이 바뀌었다.

버스가 이미 끊겨 있었다.

리옹의 야간버스는 학기 중에만 다닌다. 9월부터 6월까지다. 8월에는 아예 운행을 안 한다.

처음 본 사람이 차 문을 열어줬다

로비에서 이 얘기를 하고 있으니 옆에 있던 사람이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경기장 앞에서 같이 앉아 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파란 옷을 입은 남자였는데, 몇 시간 전에 처음 본 사이였다.

*뒷좌석에서 찍었다.*

차 안에서
뒷좌석에 켄과 나란히 앉아서.
밤 운전석 너머의 도로
차 안에서 본 리옹 밤 도로.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그런데 매번 놀란다.

그날 기록에 나는 그 사람을 '고마우신 리옹 주민님'이라고 적어뒀다. 이름은 못 물어봤다. 숙소 앞에서 내리면서 고맙다는 말만 몇 번 했다.

같은 주에 방을 같이 쓴 형에게도 인사를 남겼다. 지내는 내내 감사했다고 적고, 그 아래 이렇게 붙였다.

Thank you everything :)

`for`가 빠진 문장이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 봐도 고칠 마음이 없다. 이 여행에서 이 말을 쓴 게 스무 번을 넘는데, 매번 영어가 이 정도였다.

밤의 손강

숙소로 곧장 가지 않고 강가에 잠깐 세웠다.

밤의 손강 강변
낮에 올라갔던 언덕이 이 위쪽이다.
물에 비친 강변 건물들
조명이 물에 그대로 늘어난다.

낮에 올라갔던 그 언덕 아래였다.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본 게 몇 시간 전인데 이제는 아래에서 언덕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강 앞에서
이 시간에도 반팔로 충분했다.

마지막은 피자였다

그리고 밤늦게 피자집에 들렀다.

밤에 불이 켜진 패스트푸드 가게
이 시간에 열려 있는 집이 여기밖에 없었다.

메뉴판이 두 종류로 나뉘어 있었다. 이 시간엔 고를 처지가 아니었다.

가게 메뉴판
피자와 버거를 같이 파는 집이다.

탄산에 민트 향만 넣은 맛이었는데 그게 시원했다.

모히토 맛 사이다 캔
모히토 맛이라고 적혀 있어서 집었다.

프랑스의 늦은 밤 식당은 대체로 이런 곳이다. 피자와 버거와 케밥을 같이 파는 가게가 동네마다 하나씩 열려 있다.

가게 앞 거리
차를 세워두고 들어갔다.
프티 카스
Le P'tit Cass
같은 자리에 같은 이름으로 남아 있다. 다만 2021년에 주인이 바뀌어서 그때 그 가게와 같은 곳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영업
심야 영업(목·금·토 22:00 - 06:00 기준)
가격
피자·버거·타코 위주
주소
22 Quai Pierre Scize, 69009 Lyon
전화
09 51 65 22 19
포장·배달 가능

리옹에서 밤에 움직일 때

지하철 — 자정 무렵까지 다닌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새벽 2시까지 연장된다. 밤에 이동할 계획이면 지하철이 닿는 곳으로 동선을 짜는 게 안전하다.

버스 — 노선마다 다르지만 상당수가 밤 아홉 시에서 열 시 사이에 끊긴다. 지하철보다 훨씬 이르다.

야간버스 — 플렌 륀이라는 야간 노선이 있다. 다만 9월부터 6월까지 학기 중에만 운행하고, 목·금·토 밤에만 다닌다. 여름 휴가철에 리옹에 있다면 이 노선은 없다고 보면 된다.

내가 버스를 놓친 게 8월이었던 게 그래서다.

야간 요금 — 야간버스도 일반 TCL 승차권으로 탄다. 별도 요금이 아니다.

대안 — 심야에는 택시나 호출 서비스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다. 시내에서 외곽 숙소로 돌아가는 거라면 미리 앱을 깔아두는 게 낫다.

밤에 얻어 탄 길

다음 날 대회가 개막했다. 서른다섯부터 아흔까지 나이대별로 나뉘어 뛰는 대회를 그날 처음 봤다. 다음 편에 적는다.

리옹 · 13편 중 7편
#리옹 #리옹여행 #리옹자유여행 #마스터즈육상 #여행에서만난사람 #리옹야경 #히치하이킹 #리옹밤 #리옹숙소 #프랑스 #프랑스여행 #프랑스자유여행 #프랑스배낭여행 #유럽여행 #리옹여행코스 #리옹가볼만한곳 #리옹여행후기 #리옹여행기 #리옹혼자여행 #리옹배낭여행 #리옹산책 #리옹풍경 #리옹교통 #리옹대중교통 #배낭여행 #세계일주 #90일세계일주 #퇴사여행 #혼자여행 #세계일주루트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90일간의 세계여행 - 배낭 메고 23개국

[중국 · 홍콩 3] 피크트램 줄 얼마나 길까, 한 시간 서보고 내린 결론

[말레이시아 · 쿠알라룸푸르 3] "팬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갈래?" 말레이시아에서 낯선 사람 차 타고 따라간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