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 뮌헨 1] 밤 10시에 도착한 도시에서, 노선도부터 봤다
노선도를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정류장과 지하도와 강가였다.
프라하에서 버스를 탔다. 밤에 도착하는 표였다.
버스가 나를 내려놓은 곳

버스터미널에 내렸을 때가 밤 10시였다.
승강장이 넓은데 사람이 거의 없었다.
기둥마다 등이 켜져 있고 바닥이 물기 없이 말라 있어서, 넓은 실내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여기서 숙소까지 가야 했다.
그런데 내 숙소는 중앙역 근처가 아니었다.
싼 데를 골랐으니 당연한 결과였고, 그 대가는 밤에 치르게 되어 있었다.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역으로 들어가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전동차가 서 있고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내렸다.
이 시간에도 열차가 다닌다는 게 확인되니 일단 마음이 놓였다.
노선도 앞에 섰다

그리고 노선도 앞에 섰다.
낯선 도시에서 밤에 도착하면 순서가 정해져 있다.
노선도를 찾고, 내 위치를 찾고, 숙소 쪽 역을 찾고, 갈아타는 지점을 찾는다.
이걸 다 하기 전에는 발을 못 뗀다.
뮌헨 노선도는 색이 많았다.
S반과 U반이 겹쳐서 그려져 있고 환승역마다 표시가 붙어 있었다. 한참을 봤다.
이 도시가 얼마나 촘촘하게 짜여 있는지를 그때 처음 느꼈는데, 그게 감탄이었는지 막막함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지하도로 들어갔다

역에서 나오는 길에 지하 통로를 지났다. 그리고 그 통로에서 처음으로 "여기 독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양쪽 벽면이 통째로 자전거였다.
바닥부터 벽까지, 통로 끝이 안 보일 만큼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한 대 한 대 자물쇠가 걸려 있고, 그 사이로 사람이 지나갈 폭만 남아 있었다.
밤이라 타는 사람은 없고 세워둔 것만 남아 있었는데,
그 양이 오히려 낮에 이 도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말해줬다.
이 도시는 자전거로 다니는 도시다. 노선도를 30분 본 것보다 이 통로 하나가 더 많은 걸 알려줬다.
강가로 나왔다

통로를 나오니 강가였다. 물가에 보트가 줄지어 매어 있고 그 위로 가로등 빛이 번졌다. 22시 반이었다.
이날 뮌헨에서 내가 본 건 이게 전부다.
정류장, 플랫폼, 노선도, 지하도, 강가. 숙소에 들어가서는 바로 잤다.
도시 구경은 다음 날로 넘겼다.
프라하에서 뮌헨, 밤 도착 실전 정보
버스가 가장 싸다. 프라하와 뮌헨은 버스로 이어져 있고, 저가 버스가 기차보다 훨씬 저렴하다.
예약은 온라인으로 하고 표는 QR코드로 받는다.
소요 시간은 대략 5시간 안팎이라 오후에 출발하면 밤에 도착한다.
도착지가 중앙역이 아니다. 뮌헨의 장거리 버스는 서쪽의 별도 버스터미널(ZOB, Hackerbrücke)에 선다.
바로 옆에 S반 하커브뤼케역이 있어서 중앙역까지는 한 정거장이다.
이 구조를 모르고 "중앙역 도착"으로 계획을 짜면 밤에 당황한다.
밤 티켓은 미리 계산해두는 게 좋다. 뮌헨 대중교통은 구역제라 목적지가 몇 구역인지에 따라 표가 갈린다.
도착 후 노선도 앞에서 계산하려면 시간이 걸리니, 숙소 주소의 구역을 미리 확인해두면 그 30분을 아낄 수 있다.
숙소를 중앙역에서 멀리 잡으면 교통비로 돌아온다. 숙박비를 아끼려고 외곽을 잡으면 매일 왕복 교통비가 붙고, 교통비를 아끼려고 걷기 시작하면 하루 동선이 줄어든다.
나는 후자를 택했고, 그 대가를 뮌헨에서 두 번 치렀다. 뒤에 나온다.
지하도 벽이 자전거로 가득했다
뮌헨에서 처음 본 건 지하도 벽을 가득 채운 자전거였다. 마리엔플라츠는 그다음이었다.
밤 10시에 도착한 사람에게 도시가 보여줄 수 있는 건 그런 것뿐이고, 그게 오히려 덜 꾸며진 정보다.
다음 편에서는 무슨 건물인지도 모르고 들어갔다가, 안에서 회의를 구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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