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 런던 1] 오이스터 카드를 안 사기로 했다

런던 여행기 · 1편
런던에 아홉 시간 있었다.
그 아홉 시간을
전부 걸었다.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 정면 간판과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
VICTORIA COACH STATION. 입구에 Tickets, Oyster cards, Departures.

웨일즈에서 며칠을 지내고 런던으로 넘어갔다. 다음 날 새벽 비행기로 핀란드에 가야 해서 런던에는 하루도 못 있었다.

정확히는 아홉 시간이었다.

새벽 다섯 시 버스였다

버스를 예약하면서 시간을 잘못 눌렀다. 저녁으로 잡은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새벽 다섯 시였다.

전날 밤에야 그걸 알았다. 그 시간에 정류장까지 갈 방법이 마땅치 않았는데, 그 집 사람들이 그냥 다들 새벽에 일어났다.

차로 정류장까지 데려다줬고, 먹을 걸 싸줬다. 그 이야기는 앞 편에 있다.

투명 용기에 담긴 청포도를 손에 들고 있다
받아 온 청포도. 기차에서 먹으라고 놓아둔 것이다.

버스에 앉아서 봉지를 열어봤다. 빵 사이에 햄을 넣은 것과 사탕 한 봉지, 그리고 청포도가 들어 있었다.

포도를 하나씩 떼어 먹으면서 창밖을 봤다. 아직 어두웠다.

카디프를 다시 지났다

이른 아침 빛을 받은 성벽과 시계탑
아침 햇빛이 성벽에 걸려 있었다.

스완지에서 런던으로 가는 버스는 카디프를 지난다.

이틀 전에 이 성 앞까지 걸어갔다가 입장료를 보고 돌아섰다. 그전에는 버스 창밖으로 스쳐 갔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 또 창밖이었다.

곡선 지붕을 얹은 낮은 버스터미널 건물
카디프 코치 스테이션. 지붕이 통째로 곡선이다.

버스터미널에서 갈아탔다. 지붕이 곡선으로 휜 낮은 건물이었다.

버스 창밖으로 흙빛 강과 초록 언덕이 보인다
창밖 강물이 흙빛이었다.

창밖으로 흙빛 강이 흘렀다. 웨일즈 남쪽은 강물이 이 색이다. 진흙이 많이 섞여서 초록 들판 사이로 갈색 띠가 지나간다.

다리를 건너면 잉글랜드다

긴 다리 난간 너머로 넓은 강어귀가 펼쳐져 있다
세번강을 건넌다. 난간 너머가 통째로 강어귀다.

한참 가다가 긴 다리를 건넜다. 세번강 하구를 가로지르는 다리다.

이 다리가 웨일즈와 잉글랜드의 경계다. 건너편에 닿는 순간 나라 안의 나라가 바뀐다.

며칠 동안 표지판이 전부 두 줄이었다. 위가 영어고 아래가 웨일즈어. 다리를 건너고 나서는 그게 없어졌다.

국경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고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한 선이다. 여권을 안 보고 검문도 없는데, 넘어가면 글자가 달라진다.

붉은 벽돌 건물이 늘어선 런던 거리
붉은 벽돌이 줄지어 선 거리. 런던에 들어왔다.

창밖 건물이 바뀌었다. 벽돌집이 빽빽해지고 층이 높아졌다.

열한 시에 런던에 내렸다

버스터미널 앞 도로와 자전거 거치대와 사람들
터미널 앞. 여기서부터 짐을 어디 둘지가 문제였다.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
Victoria Coach Station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운영한다. 짐 보관소도 있다
가격
짐 보관 방문 당시 4파운드 · 지금은 더 오른다
주소
164 Buckingham Palace Rd, London SW1W 9TP
런던의 장거리 버스 종점. 영국 전역과 유럽 대륙 노선이 들어온다. 기차역인 빅토리아역은 도보 5분 거리의 별개 건물이다

버스가 멈춘 곳이 종점이었다.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

새벽 다섯 시에 타서 오전 열한 시에 내렸다. 여섯 시간이 걸렸다.

여기가 런던의 장거리 버스 종점이다. 영국 전역과 유럽 대륙에서 오는 버스가 다 여기로 들어온다. 기차역인 빅토리아역은 바로 옆에 따로 있다.

스완지
🚌
런던
스완지
런던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
소요시간여섯 시간 · 새벽 다섯 시에 타서 오전 열한 시에 내렸다
노선장거리 코치
당시가격예약할 때 시간을 잘못 눌러 새벽 차가 됐다
현재운항내셔널 익스프레스가 하루 여러 편
메모코치 스테이션과 빅토리아역은 이름만 같고 건물이 다르다 — 표에 적힌 게 코치인지 트레인인지 먼저 본다

짐을 맡겼다

역 안 통로를 따라 짐을 든 사람들이 지나간다
짐 맡기는 곳 표지를 따라갔다.

배낭을 메고 종일 걸을 수는 없었다. 짐 보관소에 맡겼다.

4파운드였다. 그때 환율로 칠천 원쯤 된다.

가방 하나 몇 시간 맡기는 데 그 값이었다. 포르투갈에서는 그 돈이면 한 끼였다. 여기서부터 물가가 달라진다는 걸 첫 지출에서 알았다.

역 안내판에 운행 정보가 적혀 있다
손글씨로 GATWICK GATES 8/9, 루턴과 스탠스테드는 GATE 10.

안내판을 한참 봤다. 저녁에 이 자리로 다시 와야 하고, 보관소가 몇 시에 닫는지가 그날 일정의 마감 시각이 된다.

열 시에 닫는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 시각까지 돌아오면 된다.

나갈 버스 시간부터 확인했다

손에 든 인쇄물에 런던에서 개트윅 공항으로 가는 버스 시각표가 줄줄이 찍혀 있다
8월 19일 수요일자. 소요 80분, 새벽에도 30분마다 한 대.

짐을 맡기고 나서 한 일이 시간표를 뽑는 것이었다.

다음 날 새벽에 개트윅 공항에서 비행기를 탄다. 거기까지 가는 버스가 이 터미널에서 밤새 나간다. 표에 출발 시각이 줄줄이 찍혀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나갈 시간을 확인한 셈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야 그 사이 시간을 마음 놓고 쓸 수 있다. 몇 시 차를 탈지 정해두면 그때까지가 내 시간이 된다.

오이스터 카드를 안 사기로 했다

런던에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려면 교통카드가 필요하다. 오이스터라고 부르는 그 카드다. 카드값을 내고 충전해서 쓴다.

계산을 해봤다. 카드 보증금에 하루 충전액을 더하면 만 원이 넘는다.

그리고 아홉 시간뿐이었다. 그 안에 보고 싶은 데를 다 보려면 지하철을 여러 번 타야 하는데, 그러면 지상으로 다니는 시간이 없어진다.

그래서 안 샀다. 걷기로 했다.

미리 받아둔 코스 지도가 있었다. 무료 도보투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것인데, 원래 사흘에 나눠 도는 코스다. 그걸 인쇄해서 들고 왔다.

사흘 코스를 하루에 걷겠다는 계획이었다. 지금 보면 무모한데 그때는 계산이 섰다. 런던 중심부는 생각보다 좁고, 주요 지점이 템스강 양쪽에 몰려 있다.

이층버스가 계속 지나갔다

붉은 이층버스가 거리 모퉁이를 돌고 있다
38번 이층버스.

역에서 나오자마자 붉은 이층버스가 지나갔다.

번화가에 이층버스 여러 대가 줄지어 서 있고 사람들이 걸어간다
이층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버스가 한 번에 여러 대씩 지나갔다. 노선이 촘촘해서 같은 정류장에 다른 번호가 계속 선다.

안 타기로 해놓고 버스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타지 않을 것의 사진을 찍는 게 좀 우스웠다.

가로수와 신호등이 늘어선 런던 거리
가로수와 신호등. 자전거가 줄줄이 묶여 있다.

걷기 시작했다.

첫 목적지는 버킹엄 궁전이었다. 역에서 걸어서 십오 분 거리다.

담을 따라 걸었다

높은 돌담을 따라 인도가 길게 이어진다
높은 담을 따라 계속 걸었다.

가다 보니 한쪽에 높은 담이 나왔다. 그 담이 한참 이어졌다.

궁전 부지를 두른 담이었다. 안이 안 보이는 높이인데 그 길이가 상당하다. 담 하나를 따라 걷는 동안 이 안에 뭐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짐작이 갔다.

시계가 달린 아치문이 담장 가운데 나 있다
담 가운데 시계 달린 아치문.

담 중간에 아치문이 하나 있었다. 위에 시계가 달려 있고 문 안쪽으로 마당이 보였다.

왕실 마구간으로 쓰는 구역이다. 지금도 마차와 말을 두고 있고 일부를 공개한다.

석조 건물 입구로 여행객이 캐리어를 끌고 들어간다
캐리어를 끌고 들어가는 사람들.

그 옆에 입구가 하나 더 있었다. 캐리어를 끄는 사람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날 하루가 여기서 시작됐다. 시계를 보니 정오가 안 됐고, 짐은 없고, 지도는 손에 있었다.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

버스와 기차 역이 이름은 같고 건물은 다르다. 처음 오면 헷갈리니 표에 적힌 게 코치인지 트레인인지 확인하는 게 좋다.

짐 보관은 시간제가 아니라 건당이다. 마감 시각이 있으니 맡길 때 반드시 확인한다. 늦으면 다음 날까지 못 찾는다.

버킹엄 궁전까지 걸어서 십오 분이라 짐만 맡기면 바로 도보 관광을 시작할 수 있다.

런던에서 처음 쓴 돈은 짐 보관비

런던에서 처음 쓴 돈이 짐 보관비 4파운드였고, 두 번째로 쓸 뻔한 게 교통카드였다.

두 번째는 안 썼다. 그 결정이 그날 하루의 성격을 정했다.

교통비를 아끼려고 걸은 건 아니다. 아홉 시간밖에 없는데 지하로 들어가면 그 시간에 아무것도 못 본다고 생각했다. 지하철은 빠른 대신 도시를 안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그날 다리가 남아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건 다음 편들 이야기다.

담을 따라 걸어서 정문 앞에 도착했다.

런던 · 7편 중 1편
#런던 #런던여행 #런던자유여행 #영국여행 #영국자유여행 #빅토리아코치스테이션 #런던짐보관 #오이스터카드 #런던교통 #런던도보 #런던당일치기 #웨일즈 #스완지 #카디프 #세번브리지 #내셔널익스프레스 #런던물가 #이층버스 #런던지하철 #로열뮤즈 #배낭여행 #유럽여행 #영국배낭여행 #런던코스 #런던가볼만한곳 #런던여행후기 #런던여행기 #혼자여행 #세계일주 #90일세계일주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90일간의 세계여행 - 배낭 메고 23개국

[중국 · 홍콩 3] 피크트램 줄 얼마나 길까, 한 시간 서보고 내린 결론

[말레이시아 · 쿠알라룸푸르 3] "팬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갈래?" 말레이시아에서 낯선 사람 차 타고 따라간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