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 이스탄불 1] 세상에서 제일 짧은 지하철을 타러 갔다가, 엉뚱한 노선을 탔다
탔다고 믿었다.
다른 노선이었다.
스웨덴에서 자정을 넘겨 뜬 비행기였다.
전날 밤 공항에서 노트북을 꺼내 밀린 여행기를 정리하다가 그대로 탑승했다.
새벽 다섯 시 사십구 분, 사비하

이스탄불에는 공항이 두 개 있다. 내가 내린 곳은 아시아 쪽에 있는 사비하 괵첸이었다.
십만 원대 항공권을 잡느라 고른 공항이라 시내에서 멀었다.
통로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새벽에 도착하는 저가 항공편이라 그런지 짐 찾는 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내까지는 버스로 한참이었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아직 어두웠다. 버스 승강장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탔다. 이 공항은 도심 반대편이라 다리를 건너야 한다.
한 시간 반쯤 걸렸다. 창밖이 밝아지는 동안 도시가 조금씩 커졌다.
물을 건너면서 본 풍경이 처음으로 이 도시의 크기를 알려줬다. 언덕마다 건물이 빼곡했다.

언덕에 집이 도배돼 있었다

버스가 선 곳은 언덕 위였다. 큰 광장과 넓은 거리가 있었다.
경사진 골목마다 집이 붙어 있었다. 평평한 땅을 찾기 어려운 지형인데 그 위에 도시를 그대로 얹어놨다.
이스탄불은 유럽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도시로 꼽힌다. 언덕에 집이 도배된 이유가 그 숫자에 있었다.
그때 적어둔 메모에는 이 동네를 안양 시내에 비유해 놨다.
사람이 많고 상가가 붙어 있고 언덕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보였던 모양이다.
세상에서 제일 짧은 지하철이 있다고 했다

이 도시에 세계에서 가장 짧은 지하철이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 탔다.
역으로 내려가니 벽이 타일 모자이크로 덮여 있었다. 통로는 붉은 벽에 조명이 낮게 깔려 있었다.

승강장에 열차가 들어왔다. 두 량짜리였고 안에 사람이 몇 없었다.

한 정거장 만에 내렸다. 짧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내가 탄 건 다른 노선이었다
한참 뒤에 사진을 정리하다가 알았다.
그날 카메라에 담은 것은 탁심과 카바타쉬를 잇는 푸니쿨라였다.
노선 기호로 F1이다.
세계 최단 지하철이라는 이름이 붙은 쪽은 따로 있었다.
카라쾨이와 베이올루를 잇는 옛 노선이고 이름이 튀넬(Tünel)이다.
튀넬은 1875년 1월에 문을 열었다.
런던 지하철 다음으로 오래된 지하 도시철도이고, 길이가 573미터다. 역은 두 개뿐이다.
내가 탄 F1은 그로부터 백삼십 년쯤 뒤에 놓인 노선이다. 길이는 594미터로 비슷하다.
헷갈린 이유는 둘이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두 노선 다 언덕 아래와 언덕 위를 잇는다. 둘 다 역이 두 개고 몇 백 미터를 지하로 오르내린다.
경사가 심해서 걸어 올라가면 숨이 찬다. 홍콩에서 탔던 피크트램을 떠올리면 비슷한 각도다.
그때 메모에는 걸어 올라가는 걸 두고 프로도가 산을 오르는 것 같다고 적어놨다.
처음 온 사람이 둘을 구분할 방법은 사실 없다.
승강장에 서면 똑같이 짧은 경사 구간이고, 표지판에도 세계 기록 같은 건 안 적혀 있다.
한참 지나 사진을 하나씩 맞춰보고 나서야 갈렸다.
빵집에 줄이 서 있길래 따라 섰다

지하철에서 나와 걷다 보니 아침 여덟 시가 넘어 있었다.
간판에 파스타네(pastanesi)라고 적힌 가게 앞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터키어로 빵집을 그렇게 부른다.
무슨 빵인지 몰랐지만 줄이 있으니 따라 섰다. 종이봉투에 담아준 것은 갓 나온 빵이었다.

반죽을 겹쳐 구운 모양이었고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이 도시에서 먹은 첫 끼였다.
두 노선을 구분하려면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지만 위치가 아주 다르다.
- 튀넬(T2) — 세계 최단 지하철. 아래쪽 역은 갈라타 다리 건너 카라쾨이, 위쪽 역은 이스티클랄 거리가 시작되는 튀넬 광장이다. 573미터, 개통 1875년
- F1 — 내가 탄 노선. 탁심 광장과 바닷가 카바타쉬를 잇는다. 594미터로 길이는 비슷하고 훨씬 최근에 놓였다
- 공통 — 둘 다 역이 두 개고 편도 이 분이 안 걸린다. 이스탄불카드 하나로 다 탄다
이스티클랄 거리를 걸을 생각이면 튀넬 광장 쪽이 기점이 된다. 반대로 바닷가에서 탁심으로 올라가려면 F1이다.
이스탄불카드는 노란 발매기에서 사고 충전한다.
발급비가 따로 있고 1회 요금은 메트로·트램·버스·페리·푸니쿨라가 같은데, 금액은 자주 바뀌니 메트로 이스탄불 공식 요금 안내에 그날 값이 올라온다.
사비하 괵첸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올 때는 공항버스를 쓴다.
다리를 건너야 해서 새벽에도 한 시간 반 정도 잡아두는 편이 계산이 맞는다.
십만 원대 항공권을 보고 결제했다
이 도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상태로 왔다. 십만 원대 항공권을 보고 그 자리에서 결제한 결과였다.
그래서 첫 반나절이 이렇게 흘러갔다.
공항버스를 타고 언덕에서 내렸다.
573미터짜리 지하철을 타고 나와서는 줄이 있길래 빵집에 섰다.
계획이 없으니 남이 하는 걸 따라 하게 된다. 그날은 그게 나쁘지 않았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건물이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