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여행 첫날 밤, 다뉴브강 야경에 반한 순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야경은 나폴리, 홍콩과 함께 세계 3대 야경으로 꼽히곤 한다. 국회의사당과 부다 왕궁에 금빛 조명이 들어오면 그 빛이 강물 위로 그대로 번지고, 세체니 다리와 자유의 다리가 강 양쪽을 이어준다. 나는 이 야경을 보러 온 게 아니었다. 온천에서 나와 걷다가 그냥 마주쳤을 뿐이다.
실전 정보만 급하면 여기서 바로 — 부다페스트 야경 명소 → · 세체니 온천 요금 →. 우선은 그날 하루부터.
로마 대신 부다페스트를 골랐다
부다페스트를 고른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로마 물가가 너무 높아서 며칠 만에 짐을 쌌고, 같은 호스텔 방을 쓰던 친구들이 부다페스트를 추천했다. 퇴실 당일 아침에 항공권과 숙소를 두 시간 만에 예약했다. 계획이랄 것도 없이 몸만 옮긴 셈이다.
온천에서 저녁까지 몸을 녹였다

부다페스트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둘을 따라 세체니 온천으로 향했다. 노란 궁전 같은 건물 앞에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자 로마에서 쌓인 피로가 스르르 풀렸다. 짐 풀자마자 따라나섰으니 수영복이 있을 리가 없어서 입구에서 급하게 샀다.
이 온천 이야기는 따로 한 편을 썼다. 도착 당일에 도시 반대편까지 간 게 내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 물이 생각보다 뜨겁지 않았다는 것, 한국 목욕탕과 무엇이 다른지까지 거기서 다뤘다. 이 편은 그날 밤의 이야기다.
강으로 걸어가다 그 야경과 마주쳤다

온천에서 나와 저녁을 먹으러 걷다가 다뉴브강 앞에 섰다. 자유의 다리가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강 건너 겔레르트 언덕 위로 자유의 여신상 실루엣이 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다리를 멈추고 한참을 서 있었다.
일정표에도 없던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생각만은 지금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다리 위에는 노을이 남은 하늘 아래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나는 그 사이를 조용히 걸었다. 서울에서는 한강을 걸을 때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낯선 다리 위에서는 자꾸만 여기 눌러앉는 삶을 상상하게 됐다.
그날 밤 아홉 시 넘어 다리 위에서 찍은 영상이 남아 있다. 화질도 흔들림도 그때 그대로다.
*자유의 다리 위 — 그날 밤 아홉 시 이십 분쯤*
한 다리로 끝나지 않았다. 자유의 다리를 건넌 뒤 강을 따라 걸어 엘리자베트 다리까지 갔다. 자유의 다리가 초록 철골에 조명을 얹은 모양이라면, 엘리자베트 다리는 흰 케이블이 밤하늘에 선으로 걸린 형태다. 같은 강 위에서 성격이 다른 두 다리가 이어진다.

이 산책이 밤 열한 시 반까지 이어졌다. 야경을 보러 나온 게 아니라 저녁을 먹으러 나왔던 사람의 동선이 이렇게 됐다.

저녁으로 피자 한 조각을 샀다

다리를 다 건넌 뒤 배가 고파져 골목에 있던 케밥 노점에서 피자 한 조각을 샀다. 간판을 확대해 읽어보니 가게 이름은 `KING GYROS BÜFÉ`였고, 입간판에 `Pizzaszelet 199 Ft`가 붙어 있었다. 당시 환율로 약 800원이다.

이 199포린트가 부다페스트 나흘의 기준선이 됐다. 배낭여행자에게 가장 싼 끼니가 이거였고, 그래서 이 도시에서 조각피자를 정말 많이 먹었다. 더 다양한 걸 먹어보고 싶어서 찾아다니기도 했는데 가성비로는 결국 여기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노점에서 대만에서 온 앤디를 만났다. 이 여행에서 여러 번 다시 등장하는 친구고, 지금도 연락한다. 국경 마을 에스테르곰에 같이 간 것도 이 친구다.
지금 같은 조각을 사려면 1,000~1,500 HUF, 약 4,700~7,000원쯤 든다. 그날은 그 한 조각을 손에 들고 다시 강변을 걸었다.
마지막 날은 겔레르트 언덕에서 흘려보냈다

부다페스트에서 나흘을 묵었는데, 그중 한 저녁은 일부러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숙소에서 영어 원서 한 권을 챙겨 겔레르트 언덕을 올랐고, 자리를 잡고 앉아 강과 도시를 내려다보며 책장을 넘겼다. 관광지를 하나 더 도는 대신 이 언덕에서 뭉그적거린 시간이, 지금 돌이켜보면 이 도시에서 제일 여유로웠다. 그 언덕 이야기도 따로 한 편으로 적었다 — 사진만 찍고 내려오는 5분짜리 장소를 한 시간짜리로 쓰는 법에 대해서다.
언덕 위 시타델라는 그동안의 보수공사를 끝내고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입구가 세 방향으로 늘었고, 요새 내부 공원과 전망 테라스는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다시 오른다면 그때 본 언덕과는 또 다른 곳을 보게 될 것 같다.
부다페스트 야경 명소
다뉴브강 야경을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어부의 요새는 부다 지구 언덕 위 흰 성벽 사이로 국회의사당과 페스트 지구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로, 전망 테라스는 24시간 열려 있고 21시 이후에는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그 전 시간대는 성인 1,200 Ft). 자유의 다리, 세체니 다리(체인다리) 위나 강변 산책로에서도 국회의사당과 부다 왕궁의 조명을 충분히 볼 수 있다.
여유가 있다면 다뉴브강 유람선도 좋은 선택이다. 저녁 크루즈는 대개 해 질 무렵 출발하고, 해가 지고 15~20분 뒤 도시 조명이 하나씩 켜지는 그 구간이 가장 드라마틱하다. 크루즈에서는 국회의사당, 세체니 다리, 부다 왕궁, 어부의 요새까지 한 번에 훑어볼 수 있다.
세체니 온천 요금
최근 확인 기준 세체니 온천 요금은 이렇다.
| 항목 | 요금 |
|---|---|
| 로커 포함 1일권 (월~목) | 13,200 HUF (약 62,000원) |
| 로커 포함 1일권 (금~일) | 14,800 HUF (약 70,000원) |
| 성수기·공휴일 | 15,800 HUF (약 74,000원) |
| 운영시간 | 평일 07:00~20:00 / 주말 08:00~20:00 |
현장 매표는 카드만 받고, 줄을 건너뛰는 패스트트랙은 온라인 전용이다. 요금이 자주 바뀌니 공식 요금 페이지에서 출발 전에 한 번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부다페스트 기본 정보
지금은 예전처럼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인천-부다페스트 직항은 대한항공(주 7회, 약 12시간 30분)과 아시아나항공(신규 취항, 주 2회) 두 곳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당일에도 표를 구할 수 있다. 화폐는 헝가리 포린트(HUF)를 쓰고, 카드 결제가 대부분 잘 되는 편이다.
다녀와서
일정에 없던 하루가 여행에서 제일 오래 남았다. 온천에서 나와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야경, 이유 없이 편했던 그 다리 위, 언덕에서 책이나 넘기며 흘려보낸 마지막 날. 부다페스트는 계획을 세우지 않아서 오히려 더 기억에 남은 도시였다. 언젠가 다시 그 다리 위에 서서, 이번엔 계획도 없이 한 번 더 걷고 싶다.
다음 편은 이 여행에서 제일 크게 망친 하루 이야기다. 부다페스트 근교로 당일치기를 갔다가 하루를 통째로 날렸다.
시리즈 이어 읽기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