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 리스본 1] 도착 첫날 밤 사진에 건물보다 사람이 많았다

리스본 여행기 · 1편
그날 밤 사진에 남은 건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는
한국어로 된 화면을 보고 있었다.

포르투에서 탄 차가 남쪽으로 세 시간 넘게 달렸다. 내렸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

포르투는 아무것도 모르고 갔다. 이름도 여행을 정하고 나서 찾아봤다. 걸으면서 배웠으니 보이는 게 전부 새것이었다.

리스본은 반대였다. 여기는 어릴 때부터 이름을 알고 있었다. 게임에서 봤고 교과서에서 색칠했다. 가보고 싶은 데 목록에 오래 올라가 있던 도시고, 그래서 차에서 내릴 때 마음이 좀 벅찼다.

대신 사람이 많았다. 포르투도 유럽 관광객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리스본은 그 두 배였다. 이 나라의 유일한 단점을 꼽으라면 그거였다. 관광객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

포르투에서는 동양인이 거의 안 보였다. 그것도 신기한 것 중 하나였는데 리스본은 그렇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날 밤 사진에 남은 건 도시가 아니었다.

도착하자마자 본 건 기둥 하나였다

밤 광장 한가운데 높은 기둥 위에 조각상이 서 있고 뒤로 건물 불빛이 이어진다
광장 전체가 어두운데 기둥에만 조명이 올라와 있었다.

차에서 내리니 로터리 한가운데에 높은 기둥이 서 있었다. 꼭대기에 사람 형상이 하나 있고 그 옆에 사자가 있었다. 마르케스 드 폼발 광장이다.

밤이라 광장 전체가 어둡고 기둥에만 조명이 올라와 있었다. 차가 그 둘레를 계속 돌았다. 포르투에서는 강과 다리가 첫 장면이었는데, 여기서는 차들이 도는 로터리가 첫 장면이었다.

조금 더 내려가니 또 다른 기둥이 있었다. 이쪽은 가늘고 긴 오벨리스크였고, 광장 이름이 레스타우라도르스였다. 두 광장이 한 대로의 양쪽 끝에 있다.

밤 광장에 가늘고 높은 오벨리스크가 서 있고 주변 건물에 불이 켜져 있다
이쪽은 가늘고 긴 오벨리스크다. 두 광장이 한 대로의 양쪽 끝에 있다.

트렁크를 열고 배낭을 꺼냈다

밤에 차 트렁크가 열려 있고 그 옆에 사람이 서 있다
트렁크를 열고 배낭을 꺼냈다. 9유로짜리 이동이 그렇게 끝났다.

운전자가 숙소 근처까지 데려다줬다. 원래 내려주기로 한 자리가 아니었는데 그냥 그렇게 해줬다. 트렁크를 열고 배낭을 꺼내는 동안 뒤에서 차가 지나갔다.

9유로짜리 이동이 그렇게 끝났다.

같이 온 사람들과 거기서 헤어졌다

밤거리에서 후드티를 입은 사람이 엄지를 세우고 같이 찍은 셀카
차 안에서는 말이 없었는데 내려서는 다들 웃고 있다.

차에서 내리고 나서야 사진을 찍었다. 세 시간 넘게 같은 차에 앉아 있었는데 그동안은 한 장도 안 찍었다.

한 사람은 후드티를 입고 있었고 엄지를 세웠다. 뒤로 대로와 차들이 흐르게 나왔다. 차 안에서는 서로 말이 많지 않았는데 내려서는 다들 웃고 있다.

대로에는 가로수가 줄지어 있고 위로 전차선이 지나갔다. 그 아래로 사람들이 걸어 다녔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는데 문 연 가게가 있었고 광장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밤 대로, 가로수와 전차선이 지나고 멀리 광장 불빛이 보인다
자정에 가까운데 문 연 가게가 있었고 광장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안경을 쓴 쪽이 운전자였다. 포르투에서 여기까지 데려다준 사람이다. 어깨를 두르고 찍었고 둘 다 크게 웃고 있다.

밤 공원 앞에서 안경 쓴 사람과 둘이 웃으며 찍은 셀카
안경 쓴 쪽이 운전자였다. 포르투에서 여기까지 데려다준 사람이다.

카풀은 이상한 관계다. 값을 치르고 타지만 택시는 아니고, 몇 시간을 같이 있지만 서로 이름도 잘 모른다. 도착하면 그걸로 끝이다. 그런데 내리고 나면 사진을 한 장 찍게 된다.

그 밤에 찍힌 사람 사진 중 절반이 그 차에 같이 있던 사람들이다.

모르는 사람이 다가왔다

밤거리에서 중절모를 쓴 사람이 비닐봉지와 컵을 들고 카메라를 보고 있다
먼저 다가온 쪽은 그 사람이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머지 절반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중절모를 쓰고 있었다. 한 손에 노란 비닐봉지를 들었는데 안에 병이 비쳤고, 다른 손에는 플라스틱 컵과 담배가 있었다. 가로등 아래 서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고 있다. 옆에 오토바이가 여러 대 세워져 있었고 그 뒤로 주차된 차들이 이어졌다.

먼저 다가온 쪽은 그 사람이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사진이 남아 있는 걸 보면 나쁜 상황은 아니었던 모양인데, 좋은 상황이었다고 할 수도 없다.

한 장은 초점이 나갔다. 손을 렌즈 쪽으로 뻗은 채로 찍혀서 얼굴이 반쯤 가려졌다. 흔들렸는데도 지우지 않고 남아 있다.

모자를 쓴 사람이 렌즈 쪽으로 손을 뻗은 채로 같이 찍은 셀카
손을 렌즈 쪽으로 뻗은 채로 찍혀서 얼굴이 반쯤 가렸다. 그래도 안 지웠다.

배낭을 멘 채 밤거리에 서 있으면 사람이 다가온다. 밤에 도착한다는 건 그런 뜻이기도 하다.

그날 밤 사진을 순서대로 넘겨보면 광장 넉 장에 사람 다섯 장이다. 이 도시의 첫 장면이 무엇이었는지가 그 비율에 그대로 있다.

간판이 네온이었다

밤 골목 건물에 흰 네온 간판이 달려 있고 호스텔 이름이 적혀 있다
옆 벽에는 종이 한 장이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인쇄해서 붙인 것이다.

숙소는 오래된 건물 이층이었다. 골목 벽에 흰 네온 간판이 튀어나와 있었다. 동그라미 두 개가 겹친 모양이었고 `Lookout! Lisbon!`이라고 쓰여 있었다.

옆 벽에는 종이 한 장이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LISBON BEST HOSTEL`. 인쇄해서 붙인 것이었다.

안에 들어가니 벽이 게시판이었다. 무료 워킹투어 전단, 손으로 그린 지도, 액자에 넣은 와이파이 비밀번호, 그리고 호스텔 로고가 박힌 티셔츠 한 장이 걸려 있었다.

호스텔 벽 게시판에 전단과 티셔츠와 액자가 붙어 있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액자에 넣어뒀다.

침대가 있는 밤

도미토리 이층침대, 뒤 벽이 삼각형 무늬 벽지다
포르투에서는 침대가 없었다. 여기서는 도착한 밤에 있었다.

도미토리는 나무로 짠 이층침대였다. 뒤 벽이 삼각형 무늬 벽지였고 색이 여러 가지였다. 침대에 수건이 개어져 있고 이불이 씌워져 있었다.

포르투에서는 첫날 밤에 침대가 없어서 밤새 걸었다. 여기서는 도착한 밤에 침대가 있었다. 그것만으로 도시의 인상이 달라진다.

계단은 오래된 건물 그대로였다. 철제 난간에 넝쿨 무늬가 들어가 있고 층마다 같은 무늬가 반복됐다. 호스텔로 쓰기 전에는 사람이 살던 집이었을 것이다.

오래된 건물 계단의 철제 장식 난간
호스텔로 쓰기 전에는 사람이 살던 집이었을 것이다.
룩아웃 리스본 호스텔
Lookout! Lisbon Hostel
리스본 구시가의 호스텔은 이름과 운영이 자주 바뀐다. 예약 전에 현재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게 낫다
가격
도미토리 (성수기에는 오른다)
주소
리스본 바이샤 · 레스타우라도르스 광장 인근
오래된 건물 위층을 쓰는 호스텔. 아침에 주방을 열어주고 차와 커피를 무료로 둔다. 벽 게시판에 무료 워킹투어 전단이 붙어 있다

레스타우라도르스 광장 근처는 밤에도 사람이 있고, 공항버스와 지하철이 다 닿는다. 밤 도착이 예상되면 이 근처를 잡는 게 편하다. 대신 오래된 건물이 많아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흔하다. 배낭이 무거우면 층수를 확인해야 한다.

리스본에서는 결국 숙소를 두 곳 썼다. 며칠 뒤에 조건이 더 나은 데 자리가 나서 짐을 싸서 옮겼다. 성수기에 하루 이틀 단위로 다시 검색해보면 취소분이 나오는 일이 흔하니, 첫 숙소를 길게 잡아두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그 이야기는 [리스본 8]에 있다.

아침에는 주방이 열려 있었다

호스텔 주방 선반에 유리병들이 놓여 있고 벽에 칠판이 걸려 있다
칠판에 FREE라고 크게 적혀 있고 옆에 커피잔이 그려져 있었다.

아침에 주방으로 내려갔다. 선반에 유리병이 여러 개 놓여 있었고 안에 차와 향신료가 들어 있었다. 벽 칠판에 `FREE`라고 크게 적혀 있고 그 옆에 커피잔이 그려져 있었다.

접시에 나온 건 에그타르트 하나와 페이스트리였다. 타르트 위에 계피가 뿌려져 있었다. 이 나라에 온 지 나흘째였는데 아침으로 에그타르트가 나온 건 처음이었다.

빨간 접시에 에그타르트와 페이스트리가 놓여 있고 옆에 노란 머그컵이 있다
이 나라에 온 지 나흘째인데 아침으로 타르트가 나온 건 처음이었다.

주방에 스텝이 하나 있었다. 이탈리아 사람인데 손님이 아니라 여기서 일하는 쪽이었다. 급여 대신 잠자리와 밥을 받는 조건이라고 했다.

이야기가 길어져서 세 시간을 앉아 있었다. 그가 접시를 가리키면서 이건 가짜라고 했다. 진짜는 벨렝이라는 동네까지 가야 나온다. 거기에 원조집이 따로 있다고 했다. 나타라는 이름도 그때 처음 들었다.

한국어로 된 화면을 보고 있었다

노트북 화면에 한국어 기사가 떠 있고 리스본 트램 사진이 보인다
벨렝 원조집 주소와 영업시간. 나타가 1.05유로라고 적혀 있다.

밥을 먹고 노트북을 열었다. 그때 찍은 화면 사진이 몇 장 남아 있는데, 전부 한국어다.

한 장에는 한국 포털의 기사가 떠 있다. 벨렝에 있는 에그타르트집 이야기였고 주소와 전화번호와 영업시간이 적혀 있었다. 그 아래 줄에 이렇게 있다. 나타 1.05유로, 아메리카노 0.75유로.

기사에 실린 사진은 트램 28번이었다. 앞에 `M. MONIZ 28`이라고 붙어 있는 그 트램.

다른 한 장에는 알파마의 식당 소개가 떠 있었다. 접시에 생선구이가 통째로 올라간 사진이었다.

지도도 한국어로 봤다. 화면에 리스본이 한글로 적혀 있고,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숙소 동네까지 지하철 22분, 버스 25분이라고 떠 있었다.

세 화면을 붙여 보면 그날 아침에 뭘 하고 있었는지가 대충 보인다. 벨렝의 에그타르트집, 알파마의 식당, 그리고 터미널까지 걸리는 시간. 그날 갈 데와 다음에 나갈 방법을 한꺼번에 찾고 있었다.

노트북 화면의 한국어 지도에 리스본 시내와 두 지점을 잇는 경로가 떠 있다
터미널까지 지하철 22분, 버스 25분. 지도도 한국어로 봤다.

전날 밤에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었고, 다음 날 아침에는 한국어로 된 화면을 보면서 이 도시를 알아보고 있었다. 여행이라는 게 대체로 그 두 가지 사이에 있다.

밤에 도착했을 때

리스본은 밤에 도착해도 크게 곤란하지 않은 편이다. 아베니다 다 리베르다드를 따라 마르케스 드 폼발에서 레스타우라도르스까지 내려오는 구간에 가로등과 사람이 있다.

다만 언덕과 돌바닥이 문제다. 리스본의 돌바닥은 표면이 반들반들해서 밤에는 특히 미끄럽다. 배낭을 메고 언덕을 오를 일이 있으면 숙소 위치를 지도에서 고도까지 보고 정하는 게 낫다.

포르투
🚗
리스본
포르투
리스본 (블라블라카 카풀)
소요시간세 시간 안팎
노선BlaBlaCar
당시가격기름값·톨비를 나눈 값
다른수단기차(알파 펜둘라르)는 세 시간 · 시외버스도 다닌다
메모카풀이나 버스로 오면 도심에서 떨어진 데 내린다. 시외버스는 세트 리오스에 서고 거기서 도심까지 지하철로 이십 분 남짓이다

밤에 도착한 도시의 첫인상

도착 시간이 그 도시의 첫인상을 정한다.

포르투는 새벽에 도착해서 강과 다리가 첫 장면이었고, 아무도 없었다. 리스본은 밤에 도착해서 사람이 첫 장면이었다. 광장은 어두웠고 기둥에만 불이 들어와 있었으니 볼 것도 별로 없었다.

그날 찍은 사진을 보면 그게 그대로 남아 있다. 광장 사진은 넉 장이고 대부분 흔들렸다. 사람 사진은 다섯 장이고 전부 웃고 있다.

그다음은 공짜였던 전망대와 유료였던 성 이야기였다.

리스본 · 8편 중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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