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 마드리드 1] 차 안에서 대마 냄새가 났다

마드리드 여행기 · 1편
여섯 시간 동안
창문을 열고 왔다.
"유럽 가면 마약 조심해라"라는 말을
그날 처음 실감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까지 카풀로 왔다. 차에는 넷이 탔다.

바르셀로나
🚗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블라블라카 카풀)
소요시간여섯 시간 안팎 · 밤 열한 시가 다 돼 내렸다
노선BlaBlaCar
당시가격넷이 나눠 낸 기름값·톨비
다른수단고속철 AVE는 두 시간 반 · 값은 여러 배
메모밤에 내려도 마드리드 도심은 그때부터 사람이 늘어난다
해질 무렵의 고속도로
언덕 위에 검은 황소 간판이 서 있다. 스페인 도로에서 계속 마주친다

운전자 말고 뒷자리에 남녀 한 쌍이 있었다. 커플로 보였고 국적은 확실하지 않다. 프랑스 쪽이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기억이 흐리다.

냄새로 먼저 알았다

한참을 달리는데 차 안에 냄새가 찼다.

담배와 다른 냄새였다. 풀 태우는 것 같기도 하고 약재 같기도 한, 한 번 맡으면 헷갈릴 수 없는 냄새다. 뒷자리 둘이 번갈아 피우고 있었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운전자도 신경 쓰지 않았고, 두 사람도 숨기지 않았다.

어두워지는 하늘
마드리드가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남색으로 바뀌었다.

나는 창문 쪽에 앉아 있었고, 창을 열고 바깥쪽으로 얼굴을 두고 왔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달리는 차에서 내릴 수도 없고, 스페인어도 못 하고, 무엇보다 그때는 이게 여기서 어느 정도 흔한 일인지 몰랐다.

스페인에서 대마는 합법이 아니고 비범죄화 상태다. 사적인 공간에서 개인이 쓰는 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공공장소에서 피우면 행정 벌금이 나온다. 달리는 차 안은 공공장소로 본다.

그리고 나에게는 조항이 하나 더 붙는다. 한국은 속인주의를 쓴다. 한국 국적자는 대마가 합법인 나라에서 피워도 한국법으로 처벌된다. 귀국해서 몸에서 성분이 나오면 그걸로 걸린다.

그러니 저 차 안에서 옳은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창문 열기.

밤의 도로
도시 초입에 들어서자 광고탑이 줄줄이 켜져 있었다.

밤 열 시에 도착했다

마드리드에 내린 건 열 시가 넘어서였다.

밤에 찍은 사진 1
차에서 내리자마자 찍은 사진이다.
밤에 찍은 사진 2
몇 분 뒤에 찍은 다른 사진.

이 두 사람이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사진에 차가 같이 나와 있으니 태워준 쪽 사람일 수도 있고, 내려서 길을 묻다 만난 사람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둘 다 웃고 있고 나도 웃고 있다는 것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게 남는다. 얼굴은 사진에 있는데 이름도 관계도 사라져 있다.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숙소는 시내 한복판에 잡아뒀다.

지하철 표
자판기에서 표를 뽑았다.
환승 안내
노란 벽에 노선 번호와 종점 이름이 붙어 있다.

마드리드 지하철은 노선 번호와 종점 이름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 방식은 유럽 어디나 비슷한데, 익숙해지기 전에는 매번 지도를 다시 본다.

승강장
밤이라 승강장이 비어 있었다.
객차 안
배낭을 세워두고 끝까지 갔다.

내려서 처음 든 생각은 덥다는 것이었다. 습해서 더 그랬다.

로마에서 낮에 걷다 지쳐버린 기억이 그대로 올라왔다. 스페인은 그 악몽을 다시 꺼내는 날씨였다.

광장에 사람이 가득했다

숙소에 짐을 던져놓고 바로 나왔다. 솔 광장까지 걸어서 5분이었다.

솔 광장
건물 옥상에 오래된 셰리주 광고가 붙어 있다. 이 광장의 표식처럼 쓰인다

밤 열한 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서울이었으면 사람이 빠질 시간인데 여기는 반대였다.

분수
가운데 분수와 화단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앉아 있다.
광장의 사람들
광장 전체가 사람으로 차 있었다.

여름 스페인의 밤은 이렇게 돌아간다. 낮에는 너무 더워서 아무도 안 나오고,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도시가 켜진다. 저녁을 아홉 시, 열 시에 먹는 것도 그래서다.

*광장 한쪽에서 벌어지던 거리 공연.*

광장에서
도착 첫날 밤이었다.
한 장 더
뒤가 밝아서 얼굴이 잘 나왔다.

문 닫기 직전의 가게들

광장에서 골목으로 들어갔다.

하몽 가게
진공포장한 하몽과 소시지가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관광지 한복판의 하몽 가게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통다리를 걸어놓고, 잘라서 진공포장한 걸 선물용으로 판다. 값은 시장보다 확실히 비싸다.

밤 골목
가게들이 하나씩 불을 끄기 시작했다.
타파스 가게
안쪽에 하몽 다리가 걸려 있고 테이블에 냅킨이 접혀 있다.
타베르나 볼라피에
Taberna Volapié
지금도 영업 중이고 마드리드에만 여러 지점이 있다
영업
매일 12:00 무렵부터 밤까지
가격
타파스 1접시 4~9유로 선
주소
Calle de la Bolsa 5, 28012 Madrid — 솔 광장 근처 지점이다
스페인 전역에 지점을 둔 안달루시아식 타파스 체인. 튀긴 생선과 하몽이 중심이다

이 집에서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사진만 남아 있다.

숙소로 돌아왔다

호스텔 입구
나무문 안쪽 벽이 노랗고 초록이다.
라 포사다 데 우에르타스
International Youth Hostel La Posada de Huertas
지금도 같은 이름으로 영업 중이다
영업
24시간 리셉션
가격
도미토리 1박 20유로대부터 (성수기에 오른다)
주소
Calle Huertas, 21, 28014 Madrid
솔 광장·마요르 광장·프라도 미술관이 전부 도보 거리다. 짐 보관과 세탁을 해준다

방에 들어가기 전에 창밖을 봤다.

창밖
좁은 골목 양쪽으로 가게 불빛이 깔려 있다.
조금 더 늦은 시간
자정이 다 됐는데 아직 사람이 걸어 다닌다.

우에르타스 거리는 마드리드에서 밤에 사람이 제일 늦게까지 남는 축이다. 시끄러운 대신 어디든 걸어갈 수 있다. 배낭 하나로 다니는 사람에게는 그게 값을 한다.

스페인에서 대마를 마주쳤을 때

여행 중에 실제로 겪을 수 있는 상황이라 정리해둔다.

스페인의 법 — 대마는 비범죄화 상태다. 사적 공간의 개인 소비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공공장소는 과태료가 붙는다. 사적 공간에서의 개인 소비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공공장소에서 소지하거나 피우면 행정 벌금이 부과된다. 액수는 사안에 따라 601유로부터 시작한다. 이른바 대마 소셜클럽은 회원제 사적 결사라는 해석 위에서 묵인되는 회색지대다.

한국인에게 적용되는 것 — 한국은 속인주의를 병용한다. 대마가 합법인 나라에서 현지법상 문제없이 피웠어도, 한국 국적자는 마약류관리법으로 처벌 대상이다. 흡연·섭취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귀국 후 검사에서 성분이 나오면 그것이 증거가 된다.

같은 공간에 있게 되면 —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성분이 검출될 정도는 아니지만, 밀폐된 차 안에서 장시간 노출되는 건 다른 문제다. 창문을 열고, 가능하면 자리를 옮기고, 목적지까지 참을 수 없으면 다음 휴게소에서 내리는 게 맞다. 카풀은 중간에 내려도 대개 문제 삼지 않는다.

신고 여부 — 현지에서 개인 소비를 신고해서 얻을 것은 없다. 위해가 오는 상황만 아니면 거리를 두는 선에서 끝내는 게 낫다.

이튿날 낮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작해 시벨레스 광장까지 걸었다.

마드리드 · 4편 중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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