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 마드리드 1] 차 안에서 대마 냄새가 났다
창문을 열고 왔다.
그날 처음 실감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까지 카풀로 왔다. 차에는 넷이 탔다.

운전자 말고 뒷자리에 남녀 한 쌍이 있었다. 커플로 보였고 국적은 확실하지 않다. 프랑스 쪽이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기억이 흐리다.
냄새로 먼저 알았다
한참을 달리는데 차 안에 냄새가 찼다.
담배와 다른 냄새였다. 풀 태우는 것 같기도 하고 약재 같기도 한, 한 번 맡으면 헷갈릴 수 없는 냄새다. 뒷자리 둘이 번갈아 피우고 있었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운전자도 신경 쓰지 않았고, 두 사람도 숨기지 않았다.

나는 창문 쪽에 앉아 있었고, 창을 열고 바깥쪽으로 얼굴을 두고 왔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달리는 차에서 내릴 수도 없고, 스페인어도 못 하고, 무엇보다 그때는 이게 여기서 어느 정도 흔한 일인지 몰랐다.
스페인에서 대마는 합법이 아니고 비범죄화 상태다. 사적인 공간에서 개인이 쓰는 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공공장소에서 피우면 행정 벌금이 나온다. 달리는 차 안은 공공장소로 본다.
그리고 나에게는 조항이 하나 더 붙는다. 한국은 속인주의를 쓴다. 한국 국적자는 대마가 합법인 나라에서 피워도 한국법으로 처벌된다. 귀국해서 몸에서 성분이 나오면 그걸로 걸린다.
그러니 저 차 안에서 옳은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창문 열기.

밤 열 시에 도착했다
마드리드에 내린 건 열 시가 넘어서였다.


이 두 사람이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사진에 차가 같이 나와 있으니 태워준 쪽 사람일 수도 있고, 내려서 길을 묻다 만난 사람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둘 다 웃고 있고 나도 웃고 있다는 것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게 남는다. 얼굴은 사진에 있는데 이름도 관계도 사라져 있다.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숙소는 시내 한복판에 잡아뒀다.


마드리드 지하철은 노선 번호와 종점 이름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 방식은 유럽 어디나 비슷한데, 익숙해지기 전에는 매번 지도를 다시 본다.


내려서 처음 든 생각은 덥다는 것이었다. 습해서 더 그랬다.
로마에서 낮에 걷다 지쳐버린 기억이 그대로 올라왔다. 스페인은 그 악몽을 다시 꺼내는 날씨였다.
광장에 사람이 가득했다
숙소에 짐을 던져놓고 바로 나왔다. 솔 광장까지 걸어서 5분이었다.

밤 열한 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서울이었으면 사람이 빠질 시간인데 여기는 반대였다.


여름 스페인의 밤은 이렇게 돌아간다. 낮에는 너무 더워서 아무도 안 나오고,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도시가 켜진다. 저녁을 아홉 시, 열 시에 먹는 것도 그래서다.
*광장 한쪽에서 벌어지던 거리 공연.*


문 닫기 직전의 가게들
광장에서 골목으로 들어갔다.

관광지 한복판의 하몽 가게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통다리를 걸어놓고, 잘라서 진공포장한 걸 선물용으로 판다. 값은 시장보다 확실히 비싸다.


이 집에서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사진만 남아 있다.
숙소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가기 전에 창밖을 봤다.


우에르타스 거리는 마드리드에서 밤에 사람이 제일 늦게까지 남는 축이다. 시끄러운 대신 어디든 걸어갈 수 있다. 배낭 하나로 다니는 사람에게는 그게 값을 한다.
스페인에서 대마를 마주쳤을 때
여행 중에 실제로 겪을 수 있는 상황이라 정리해둔다.
스페인의 법 — 대마는 비범죄화 상태다. 사적 공간의 개인 소비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공공장소는 과태료가 붙는다. 사적 공간에서의 개인 소비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공공장소에서 소지하거나 피우면 행정 벌금이 부과된다. 액수는 사안에 따라 601유로부터 시작한다. 이른바 대마 소셜클럽은 회원제 사적 결사라는 해석 위에서 묵인되는 회색지대다.
한국인에게 적용되는 것 — 한국은 속인주의를 병용한다. 대마가 합법인 나라에서 현지법상 문제없이 피웠어도, 한국 국적자는 마약류관리법으로 처벌 대상이다. 흡연·섭취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귀국 후 검사에서 성분이 나오면 그것이 증거가 된다.
같은 공간에 있게 되면 —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성분이 검출될 정도는 아니지만, 밀폐된 차 안에서 장시간 노출되는 건 다른 문제다. 창문을 열고, 가능하면 자리를 옮기고, 목적지까지 참을 수 없으면 다음 휴게소에서 내리는 게 맞다. 카풀은 중간에 내려도 대개 문제 삼지 않는다.
신고 여부 — 현지에서 개인 소비를 신고해서 얻을 것은 없다. 위해가 오는 상황만 아니면 거리를 두는 선에서 끝내는 게 낫다.
이튿날 낮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작해 시벨레스 광장까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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