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 에디르네 1] 자정 터미널에 에디르네행이 없었다, 직원들이 지나가는 봉고차를 세워줬다
지나가는 봉고차를 세워줬다.
가방을 메고 뛰었다.
밤 열한 시, 도착한 터미널에는 에디르네로 가는 차편이 없었다.
거기서 잘 뻔했는데 결국 새벽에 에디르네에 도착했다. 그 사이에 낯선 사람 여럿이 붙었다.
이 작은 터미널에서 잘 뻔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터미널이 생각보다 작았다.
매표 창구를 돌았는데 에디르네행이 없었다. 밤이 늦어 그날 차는 다 끊겼다.
직원이 여럿 나와 있었다. 그중 한 명이 기도실에서 자고 가도 좋다고 했다.
터미널에 딸린 작은 방이었다. 나는 그러기로 하고 배낭을 내려놨다.
그런데 잠시 후 그가 다시 왔다. 안전 문제로 안 되겠다고 했다.
대신 무료로 호텔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그 호의가 부담스러워서 걸어가겠다고 했다
여기서부터가 이상한 대목이다.
호텔까지 태워준다는데 나는 그게 부담스러웠다. 그날 하루 종일 남의 호의만 받고 있었다.
트럭도 얻어 탔고 택시도 공짜였고 저녁까지 얻어먹었다.
그냥 걸어가겠다고 했다. 어디로 걸어갈지도 모르면서.
직원은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했다.
몇 분 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가방을 메고 부리나케 뛰어갔다.

봉고차 한 대가 다른 손님들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들이 지나가던 차를 세워 나를 태워 보낸 것이었다. 요금은 받지 않았다.
시각은 밤 11시 30분이었다.
다른 정류장에서 셋을 만났다
봉고차가 나를 내려준 곳은 큰 버스 회사 사무실 앞이었다.

여기서 터키 친구 둘과 티켓 팔던 아저씨를 만났다.

셋 다 진짜 친절했다. 그때 기록에 딱 그렇게 적어놨다.
자정에 불가리아행과 에디르네행 버스가 있었다.
나는 유럽 쪽으로 더 가고 싶어 불가리아행을 먼저 물었다. 자리가 하나 남아 있었다.
그런데 탈 수 없었다.
옆자리가 여성이라 못 탔다
남은 한 자리의 옆자리가 여성이었다.
터키 시외버스에는 남녀가 나란히 앉지 않는 관습이 있다. 매표 단계에서 아예 배정을 막는다.
한 자리가 비어 있는데 그 자리에 앉을 수 없다는 게 그날은 낯설었다.
지금 생각하면 규칙이 명확한 편이 서로 편하다. 다만 그때는 유럽이 한 자리 앞에서 멀어진 기분이었다.
그래서 에디르네행을 끊었다. 터키 친구 둘도 같은 버스였다.
터키 버스는 명성이 자자하다

터키 시외버스는 좋기로 소문이 나 있고 실제로 그랬다.
좌석마다 모니터가 붙어 있어 영화도 틀고 음악도 튼다.
중간에 승무원이 차를 한 잔씩 돌렸다. 종이컵에 따라주는데 이게 야간 버스에서 꽤 반가웠다.
간식도 준다고 들었는데 야간이라 그런지 그건 없었다.
버스 안에서 불가리아 청년 하나와 할머니 한 분을 더 만났다. 둘 다 재미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사진을 안 찍었다.
새벽 세 시의 에디르네
에디르네에는 새벽과 함께 도착했다.
내린 곳에서 아까 그 청년 둘과 택시를 같이 탔다.
목적지에 내린 뒤에 먹을 게 필요하다고 하니 기사가 슈퍼마켓까지 다시 갔다가 돌아와줬다. 추가 요금은 없었다.

셋이 헤어지고 나는 걸어 다니며 호스텔을 알아봤다.
새벽 세 시였는데 도시가 조용하고 조명이 예뻤다.

광장에 동상이 하나 서 있고 화단에 조명이 들어와 있었다.
지나가다 모스크를 하나 봤다. 조명을 받은 벽이 주황색으로 떴다.
그 안이 이 여행에서 본 것 중 제일 아름다웠는데, 그건 낮에 다시 가서 본 이야기라 다음 편에 적는다.

호스텔은 좁은 골목 안에 있었다. 돌바닥에 가로등만 켜져 있었다.
새벽 여행은 언제나 좋다. 그때 기록에도 그렇게 적어놨다.
문틀에 파란 눈이 붙어 있었다

호스텔에 들어가다가 문틀에서 이걸 봤다.
파란 눈동자 모양 부적이다. 터키에서는 나자르 본주(nazar boncuğu)라고 부른다.
악귀를 물리쳐준다고 해서 가게마다 집마다 붙여둔다. 여행 내내 어디서든 보게 된다.
이날 하루를 되짚어보면 이게 붙어 있을 만했다. 아침에 이스탄불에서 엄지를 들었고 새벽에 국경 도시에 누웠다.
이스탄불에서 에디르네 가는 법
정석은 오토가르에서 시외버스다. 이스탄불 대형 터미널에서 에디르네행이 자주 다니고 세 시간 안팎 걸린다. 대형 버스 회사는 밤에도 창구를 연다.
밤에는 배차가 끊긴다. 나처럼 열한 시 넘어 도착하면 그날 차가 없다. 자정 출발 편이 남아 있는지 창구에서 직접 묻는 편이 빠르다.
남녀 옆자리 배정이 막힌다. 좌석이 하나 남아 있어도 옆자리 성별 때문에 못 탄다. 일행 없이 혼자 급하게 표를 구할 때는 이걸 미리 알아두면 당황할 일이 줄어든다.
에디르네는 국경 도시다. 여기서 그리스 국경과 불가리아 국경 양쪽으로 다 넘어간다. 유럽 쪽으로 계속 갈 계획이면 하루쯤 묵어가기 좋은 자리다.
그날 나를 도운 사람 수
그날 나를 도운 사람 수를 세보면 좀 우습다.
트럭 기사, 공짜로 태워준 택시 기사, 저녁을 차려준 가족, 정류장까지 데려다준 아들.
자리를 양보한 승객, 기도실을 내주려던 직원, 봉고차를 세워준 직원들.
티켓 팔던 아저씨, 터키 친구 둘, 슈퍼마켓까지 돌아가준 택시 기사.
하루에 열 명이 넘는다. 계획한 건 하나도 없었다.
호의를 부담스러워서 거절했던 그 순간이 지금도 좀 우습다. 거절하고 나서 더 큰 호의를 받았다.
새벽에 지나친 그 모스크에 다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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