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간의 세계여행 - 배낭 메고 23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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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하나로 돌았던 세계여행 기록을 이 블로그에 순서대로 풀고 있다. 6월 28일 홍콩에서 시작해 인천으로 돌아오기까지 90일 동안 23개국 을 지났다. 관광 도장 찍기보다 현지인 집에 얹혀 살고, 카풀·저가버스·페리·히치하이킹·공항 노숙으로 건너다닌 여행이라 ‘다녀왔다’보다 ‘살아봤다’ 에 가깝다. 이 글은 그 전체 목차다. 아래 나라별 목록에서 파란 링크가 걸린 제목은 이미 올라온 글 이고, 나머지는 곧 채워진다. 한 편씩 발행될 때마다 여기 링크가 늘어난다. 유럽 소피아에서 스톡홀름까지, 그리고 모스크바 그 밖 유럽에 가기 전, 그리고 귀국길 나라를 누르면 그 나라 목차로 내려간다. 선에 손을 대면 언제 무엇을 타고 건넜는지 나온다. 90일 동안 23개국 41개 도시 | 사진 18,209장 | 80편 으로 나눠 싣는 중 🇭...

부다페스트 물가 총정리 — 랑고스·온천·교통비를 영수증으로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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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에서 나흘 밤을 묵으며 쓴 돈을 당시 페이스북에 그대로 적어뒀다. 랑고스 한 조각 값, 베이컨 한 봉지 값까지 숫자로 남아 있었다. 약 10년이 지나 같은 항목을 지금 다시 확인해보니 품목마다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었다. 지금 물가부터 궁금하면 아래에서 바로 골라 보면 된다 — 랑고스 물가 → · 교통·온천 요금 → · 4박 예산 잡기 → . 당시 기록부터 먼저 짚어본다. 랑고스가 제일 많이 올랐다 오이·토마토·페타·살라미까지 다 얹은 랑고스 — 진열대엔 갓 튀긴 반죽이 대기 중이다 부다페스트에서 제일 많이 먹은 건 랑고스(Lángos)다. 반죽을 튀긴 빵에 사워크림과 치즈를 올리는 헝가리 길거리 음식이다. 이틀 연속 먹었고 이틀 다 흘렸다. 라고하자 마지못해 내어주시며 라고 점원이 알려줬다. 테이블 쉐어를 해준 헝가리 아저씨 두 분도 랑고스를 드셨는데 나보고 유럽음식 처음먹냐면서 꺌꺌 비웃더니, 안흘리고 엄청 잘드셨다. 오기가 생겨 나도 손으로 반 접어서 입으로 와자작 뜯는데 테이블 위로 누텔라가 첨벙첨벙 홍수가 일어났다. 당시엔 토핑 얹은 랑고스가 약 5,200원 이었다. 센트럴 마켓 랑고스 매대 — 누텔라 통 뒤로 피치·크랜베리·월넛 토핑이 줄지어 있다 지금 센트럴 마켓 홀 2층 정가는 1,500~2,500 HUF, 원화로 약 7,400~12,400원이다. 그런데 위 사진처럼 채소와 치즈, 살라미까지 다 얹으면 4,200 HUF, 약 20,800원 까지 뛴다. 메뉴판에 적힌 토핑을 하나씩 짚어 주문하는 편이 값을 지키는 방법이다. 당시보다 최소 1.5배, 다 얹으면 4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 글에서 격차가 가장 큰 항목이다. 참고로 센트럴 마켓 2층은 지금도 관광 가격대라, 랑고스 자체가 목적이면 시내 로컬 노점이 눈에 띄게 싸다. 반대로 거의 안 오른 것도 있다 마트에서 사 온 베이컨과 빵 — 이걸 냄비에 볶아 저녁을 해결했다 마지막 날 아침에 삼겹살을 구워보려다 실패하고 베이컨을 샀다. Tesco 가격표 ...

삼겹살을 못 찾아 베이컨을 구웠다, 부다페스트 호스텔 주방의 마지막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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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호스텔 주방 — 마트에서 사 온 덩어리를 썰었다 부다페스트를 떠나는 날 아침에 고기를 구웠다. 원래 목표는 삼겹살이었다. 그런데 삼겹살을 사는 데는 실패했고, 대신 베이컨을 샀다. 그리고 이날 상에 올라간 것 중 절반은 내가 사 온 게 아니었다. 삼겹살을 못 찾았다 현지 마트 진공포장 — 라벨이 전부 헝가리어다 떠나는 날 아침에 근처 마트로 갔다. 삼겹살을 구워 먹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진열대 앞에서 막혔다. 당시 기록에 이렇게 적혀 있다. 부위 명칭은 Pork belly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곳에 영어 팻말은 없어서 구입엔 실패. 대신에 삼겹살과 같은 부위라는 베이컨이 엄청 싸길래 기분좋게 구입했다. 400g구입했는데 가격이 1200원이다. 삼시 세끼 베이컨이 가능한 나라! 정육 코너에서 부위를 고르는 건 언어가 막히는 대표적인 지점이다. 채소나 과일은 보면 알고, 가공식품은 그림이 있다. 그런데 고기는 덩어리만 보고 부위를 판정해야 하고, 헝가리어 팻말은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포장에 부위가 적힌 베이컨 으로 갔다. 394g에 374 Ft, 당시 환율로 약 1,200원 이었다. 삼겹살과 같은 부위를 염지한 것이니 결과적으로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다. 이날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유럽 마트에서 이 부위는 싸다. 한국에서 삼겹살은 부위 프리미엄이 붙는데 여기서는 그냥 지방 많은 돼지고기다. 밖에서 한 끼 사 먹는 값으로 고기를 사면 여러 명이 먹는다. 호스텔을 고를 때 주방이 있는지 보는 이유가 이거다. 고추장은 내 것이 아니었다 쇠고기 볶음고추장 튜브 — 다른 한국인이 남기고 간 것이다 여기가 이 편의 핵심이다. 사진에 한국 제품인 쇠고기 볶음고추장 튜브 가 찍혀 있다. 이건 내가 한국에서 챙겨 온 게 아니다. 먼저 이 호스텔에 있던 다른 한국인이 남기고 간 것 이다. 햇반도 같이 남아 있었다. 배낭여행자들의 주방에는 이런 물림이 있다. 짐을 줄여야 하는 사람이 다음 사람을 위해 남기고, 그걸 다음 사람이...

부다페스트 겔레르트 언덕에서 사진만 찍고 내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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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레르트 언덕에서 본 자유의 다리 — 이 도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사람들이 하는 일은 대개 같다.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몇 분 서 있다가 내려온다. 이날 나는 좀 다르게 썼다. 가방에 원서 한 권을 넣어 올라가서, 앉아서 읽었다. 걸어서 4분이면 올라간다 언덕 아래 겔레르트 호텔 — 여기가 출발점이다 겔레르트 언덕(Gellért-hegy) 은 부다 쪽 강변에 솟은 낮은 언덕이다. 자유의 다리 건너편, 겔레르트 호텔이 있는 자리에서 시작한다. 내 사진의 촬영 시각이 동선을 그대로 알려준다. 호텔 앞이 19시 21분, 오르는 길이 19시 25분, 정상 전경이 19시 26분이다. 호텔에서 정상까지 5분이 안 걸렸다. 이름에 '언덕'이 붙은 게 정확하다. 이름에 '언덕'이 붙은 이유가 있다. 부다페스트 전경을 보는 곳으로 어부의 요새와 이 언덕이 늘 같이 꼽히는데, 접근성으로 보면 여기가 훨씬 가볍다. 오르는 길 — 나무 사이로 난 흙길에 난간만 붙어 있다 올라가는 길은 정비된 관광 계단이 아니었다. 나무 사이로 난 흙길에 난간만 붙어 있는 형태다. 그래서 오르는 동안 도시가 안 보인다. 나무에 가려 있다가 정상에서 한꺼번에 열린다. 나는 이 순서가 마음에 들었다. 케이블카로 올라가면 도시가 서서히 넓어지는데, 걸어 올라가면 마지막 몇 걸음에서 통째로 나타난다. 여신상을 역광으로만 찍었다 자유의 여신상 — 역광으로 실루엣만 남았다 정상에는 자유의 여신상(Szabadság-szobor) 이 서 있다. 종려나무 잎을 두 손으로 높이 든 여성상이고, 강 건너 페스트 쪽에서 올려다보면 이 언덕의 표식처럼 보인다. 사진을 세어보니 이 여신상을 여러 장 찍었는데 대부분이 역광 실루엣 이다. 저녁 일곱 시 반, 해가 여신상 뒤로 넘어가는 시각이었다. 정면으로 제대로 찍은 건 한 장뿐이다. 그날 뭘 해보려던 건지는 지금 정확히 모른다. 다만 실루엣만 여러 번 찍었다는 건 한 장으로 안 됐고 계속 시도했다는 뜻 ...

같은 음식을 두 번 먹었다, 부다페스트 랑고스의 짠맛과 단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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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랑고스 — 누텔라에 딸기와 바나나 부다페스트에서 랑고스를 두 번 먹었다. 이틀 간격으로 같은 시장, 같은 음식이었다. 첫 번째는 사워크림에 올리브와 오이를 얹은 짠 것이었고, 두 번째는 이 사진처럼 누텔라에 딸기와 바나나 를 얹은 단 것이었다. 같은 튀긴 빵이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됐다. 강 건너 부다 쪽으로 갔다 부다 쪽 성당 — 쌍둥이 첨탑이 올라간 고딕 건물이다 부다페스트는 강을 기준으로 이름이 갈린다. 평지에 도시가 깔린 페스트 , 언덕에 성이 앉은 부다 . 첫 이틀은 페스트에서 보냈고 이날은 부다 쪽으로 넘어갔다. 부다 성 지구는 언덕 위에 성과 성당과 광장이 모여 있는 구역이다. 걸어 올라가도 되고 케이블카를 타도 된다. 다만 이날 내 기록에서 이 구역은 오래 머문 자리가 아니다. 사진이 몇 장뿐이다. 이틀 만에 같은 시장으로 돌아왔다 시장 상점 — 파프리카와 절임 병이 천장까지 쌓여 있다 그리고 시장으로 갔다. 이틀 전에 갔던 그 중앙시장이다. 여행 일정을 짤 때 같은 곳을 두 번 넣는 사람은 잘 없다.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날 시장에 다시 갔고, 지금 그 선택이 이 구간에서 제일 맘에 든다. 두 번째로 가면 보이는 게 다르다. 첫 방문에서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파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두 번째에는 그게 이미 끝나 있으니 물건을 본다. 파프리카가 종류별로 몇 줄씩 걸려 있고, 절임 병이 천장까지 쌓여 있고, 살라미가 굵기별로 놓여 있다는 걸 두 번째에 알았다. 기억에 없는 전시 하나 토카이 와인병 전시 — 사진에는 있는데 기억에는 없다 이 사진의 장소가 기억나지 않는다. 유리 진열장에 오래된 와인병이 번호를 달고 놓여 있고, 영어 설명판이 붙어 있다. 사진을 확대해서 읽으니 이렇게 적혀 있다. `TOKAJI BOTTLE` — 와인 병입은 19세기 중반부터 퍼졌다. 그전까지 병에는 젬플렌이나 뷔크 산지의 유리공방 도장이 찍혔고, 종이 라벨 대신 도장·문양이 산지를 보증했다...

부다페스트 마가렛섬 음악분수, 같은 분수를 네 번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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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섬 음악분수 — 그날 계획에 없던 곳이다 그날 오후 계획은 중앙시장이었다. 시장에서 랑고스를 먹고 나온 게 계획의 끝이었고, 그 뒤는 정해둔 게 없었다. 그런데 11년 뒤에 사진 아카이브를 열어보니, 그날 내가 남긴 영상이 한 장소에서만 네 개 였다. 시장도 아니고 동상도 아니었다. 강 사이에 있는 섬의 분수 였다. 다리를 건너면서 시작된 오후 자유의 다리 위 — 제주도에서 온 친구와 시장에서 나와 자유의 다리를 걸어서 건넜다. 전날 밤에 야경을 보러 건넌 그 다리다. 옆에 있는 건 전날 밤 숙소에서 알게 된 제주도에서 온 친구 다. 호스텔 라운지에서 사람들이 다 같이 사진을 찍다가 친해졌고, 다음 날 낮에는 이렇게 같이 다니고 있었다. 배낭여행의 관계는 이렇게 하루 단위로 만들어진다. 이 친구와 다닌 하루를 지금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때의 자유를 실컷 썼다는 것이다. 어디를 가야 한다는 것도 없고 몇 시에 뭘 해야 한다는 것도 없었다. 그냥 다리에 앉아서 강을 보고, 걷다가 뭐가 나오면 들어갔다. 누군지 모르는 동상 앞에서 공을 찼다 푸스카시 동상 앞 — 알고 간 게 아니라 재밌어 보여서 찍었다 걷다가 동상 앞에 멈췄다. 어른 하나와 아이들이 공을 차는 모양의 동상이었는데, 자세가 재밌어서 나도 똑같이 공 차는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그때 나는 이게 누구 동상인지 몰랐다. 알고 찾아간 게 아니고, 지나가다 재밌어 보여서 찍은 것뿐이다. 나중에 알았는데 페렌츠 푸스카시(Ferenc Puskás) 였다. 1950년대 헝가리 국가대표의 상징이자 레알 마드리드에서 뛴 축구 역사상 손꼽히는 공격수다. 헝가리 대표팀이 "매직 마자르"로 불리며 잉글랜드를 6대 3으로 이겼던 그 팀의 중심이 이 사람이다. FIFA가 매년 주는 최고의 골 상 이름이 푸스카시 상인 것도 여기서 나왔다. 이런 걸 몰랐던 게 아쉽지는 않다. 오히려 이 순서가 맞았던 것 같다. 알고 갔으면 경건하게 사진 한 장 찍고 지나갔을 텐데, 모르고 갔으...

부다페스트 중앙시장 랑고스, 유명한 건 알고 갔는데 유명한 방식으로 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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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랑고스 — 사워크림에 올리브, 오이, 양파, 토마토까지 다 올렸다 부다페스트에 가기 전부터 랑고스(lángos)는 알고 있었다. 숙소 근처 음식이라고 블로그에 많이 올라와 있었고, 그중 가장 유명한 건 누텔라를 바른 랑고스 였다. 그런데 정작 내가 처음 먹은 랑고스에는 누텔라가 없었다. 사워크림에 올리브와 오이와 양파를 얹은, 완전히 짠 음식이었다. 관광이 아니라 생활로 시작한 하루 아침의 아레나 플라자 — 관광객이 굳이 올 이유는 없는 큰 몰이다 부다페스트 이틀째는 관광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숙소가 켈레티역 근처였고, 아침에 나가서 간 곳이 아레나 플라자 라는 쇼핑몰이었다. 관광객이 굳이 갈 이유가 없는 곳이다. 그런데 배낭여행 중반이 되면 이런 데가 필요해진다. 세일하는 물건 값을 보면서 이 도시 물가가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고, 필요한 걸 사고, 에어컨 아래에서 좀 쉰다. 대성당 열 곳을 보는 것보다 이 한 시간이 남는 날도 있다. 몰에서 간단히 먹고 나왔다. 그리고 오후에 중앙시장으로 갔다. 중앙시장은 관광지이면서 시장이다 중앙시장 2층에서 내려다본 통로 — 아래는 식료품, 위는 먹거리와 기념품이다 중앙시장(Nagy Vásárcsarnok) 은 1897년에 지어진 벽돌 건물이다. 안에 들어가면 층이 갈린다. 1층은 파프리카와 살라미와 절임 병이 쌓인 식료품 시장이고, 2층은 먹거리 노점과 기념품 가게다. 랑고스는 2층에 있다. 내가 여기 온 건 대단한 조사의 결과가 아니다. 블로그에 많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 이다. 2015년의 정보 조달은 대체로 그랬다.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열어 별점을 정렬하는 게 아니라, 떠나기 전에 읽은 남의 후기 몇 개가 그 도시의 목록이 됐다. 그래서 목록이 짧고, 대신 목록에 있는 건 확실히 갔다. 유명한 걸 알고 갔는데 다르게 먹었다 랑고스가 뭔지 먼저 말하면 이렇다. 반죽을 납작하게 펴서 기름에 튀긴 빵이다. 피자 도우를 튀겼다고 생각하면 가깝고, 그 위에 뭘 올리느냐로 완전히 다른 음식...

부다페스트 여행 첫날 밤, 다뉴브강 야경에 반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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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야경은 나폴리, 홍콩과 함께 세계 3대 야경으로 꼽히곤 한다. 국회의사당과 부다 왕궁에 금빛 조명이 들어오면 그 빛이 강물 위로 그대로 번지고, 세체니 다리와 자유의 다리가 강 양쪽을 이어준다. 나는 이 야경을 보러 온 게 아니었다. 온천에서 나와 걷다가 그냥 마주쳤을 뿐이다. 실전 정보만 급하면 여기서 바로 — 부다페스트 야경 명소 → · 세체니 온천 요금 → . 우선은 그날 하루부터. 로마 대신 부다페스트를 골랐다 부다페스트를 고른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로마 물가가 너무 높아서 며칠 만에 짐을 쌌고, 같은 호스텔 방을 쓰던 친구들이 부다페스트를 추천했다. 퇴실 당일 아침에 항공권과 숙소를 두 시간 만에 예약했다. 계획이랄 것도 없이 몸만 옮긴 셈이다. 온천에서 저녁까지 몸을 녹였다 세체니 온천 야외 풀 — 노란 궁전 건물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긴다. 부다페스트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둘을 따라 세체니 온천으로 향했다. 노란 궁전 같은 건물 앞에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자 로마에서 쌓인 피로가 스르르 풀렸다. 짐 풀자마자 따라나섰으니 수영복이 있을 리가 없어서 입구에서 급하게 샀다. 이 온천 이야기는 따로 한 편을 썼다. 도착 당일에 도시 반대편까지 간 게 내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 물이 생각보다 뜨겁지 않았다는 것, 한국 목욕탕과 무엇이 다른지까지 거기서 다뤘다. 이 편은 그날 밤 의 이야기다. 강으로 걸어가다 그 야경과 마주쳤다 자유의 다리 야경 — 초록빛 조명이 들어온 다리와 강 건너 겔레르트 언덕. 온천에서 나와 저녁을 먹으러 걷다가 다뉴브강 앞에 섰다. 자유의 다리가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강 건너 겔레르트 언덕 위로 자유의 여신상 실루엣이 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다리를 멈추고 한참을 서 있었다. 홍콩 야경을 압도하는 이 아름다움 앞에서, 처음으로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표에도 없던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