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 뮌헨 3] 호프브로이하우스를 지나쳐, 대학가에서 제육볶음을 먹었다
제육볶음을 먹었다.
한국인이 아니었다.
광장을 나와 계속 걸었다.
나무 아래 테이블이 줄지어 있었다

큰 나무 아래에 긴 벤치 테이블이 줄지어 놓여 있고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었다.
파라솔은 몇 개뿐이고 대부분 나무 그늘로 해를 가렸다.
이런 자리가 도시 한가운데 있다는 게 신기했다. 공원에 테이블만 놓고 사람들이 앉아 마신다.
팬샵 앞에서 멈췄다

걷다 보니 축구팀 공식 상품 가게가 나왔다. 유리창 안쪽으로 유니폼과 목도리, 컵과 인형이 층층이 진열돼 있었다.
이 도시가 축구 도시라는 걸 여기서 실감했다.
원래 나는 이 팀 홈구장에 가보려고 했다.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런데 알아보니 비시즌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경기도 없고 투어도 안 된다는 얘기를 듣고 접었다.
여행 일정이 7월 말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시기였다.
이때 나는 다음 기회를 계산하고 있었다.
프랑스에 가면 리옹 경기가 있는데 날짜가 안 맞고, 영국까지 가면 프리미어리그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하면서 팬샵 창만 보고 지나갔다.
그 유명한 맥주홀

조금 더 가니 그 유명한 맥주홀 정문이 나왔다. 아치 위에 문양이 붙어 있고 안쪽으로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들어가지 않았다.
정문 사진만 찍고 지나갔다. 이유는 단순하다.
혼자였고, 돈을 아끼고 있었다.
이 여행에서 나는 하루 식비 상한을 정해놓고 다녔는데 그 상한으로는 여기서 뭘 시킬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맥주 한 잔은 마셔볼 만했다. 그런데 그때는 그 한 잔이 다음 도시의 하루 식비였다.
극장이 있는 광장

기둥이 늘어선 큰 극장이 있는 광장을 지났다.
광장 가운데 기마상이 하나 있고 그 뒤로 극장 파사드가 정면으로 서 있었다.
아치 앞에 자전거가

그다음 건물은 아치가 세 개 뚫린 석조 건물이었다.
그 앞 광장에 대여 자전거가 한 줄로 쭉 세워져 있었다.
전날 밤 지하도에서 본 것과 같은 광경이 낮에도 반복됐다. 이 도시는 어디를 가도 자전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낮에는 타는 사람이 보인다.
이 부분이 밤과 달랐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옷을 아주 잘 입고 있었다.
체크무늬 재킷에 헬멧을 살짝 얹고 지나가는데, 그게 그냥 출근 복장이었다.
그때 수첩에 이렇게 적었다.
자전거 전용도로와 신호등이 잘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뒤에 한 줄 더 적었다.
이거 보고 따라하느라 한국이 힘든 것 같다.
미술관 지구로 들어갔다

계속 북쪽으로 걸으니 미술관이 모여 있는 구역이 나왔다.
유리와 흰 벽으로 된 현대적인 건물이 하나 있고, 잔디밭을 건너면 붉은 벽돌 건물이 또 있었다.
옛 미술관 쪽

둘 다 안 들어갔다.
솔직한 이유를 쓰면, 박물관 가는 게 귀찮았다. 이날 아침부터 계속 걸었고 오후에도 걸을 예정이었다.
여기서 두어 시간을 실내에서 쓰면 그날 동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입장료가 있었다.
나는 이 여행에서 미술관보다 거리를 골랐다.
그게 옳았다고는 말 못 하겠는데, 적어도 후회는 안 한다.
미술관은 도록으로도 볼 수 있고 거리는 그 자리에 있어야만 볼 수 있다.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미술관 지구를 지나면 분위기가 바뀐다. 건물이 낮아지고 가게가 촘촘해지고 사람 나이가 어려진다. 대학가였다.
이 골목에서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한자와 독일어가 같이 적힌 국수집이었고, 창에 붙은 사진 중에 아시아 음식이 여러 개 있었다.
이 골목에는 한식을 파는 데가 한 곳이 아니었다.
조금 더 가면 아예 한국 이름이 붙은 가게가 또 있었다.
대학가라서 이런 가게가 몰려 있는 모양이었다.
접시가 나왔다

들어가서 시켰다.
나온 건 제육볶음이었다. 흰밥 위에 매콤하게 볶은 돼지고기가 얹혀 나오고 옆에 김치가 따로 놓였다.
유럽에 온 지 3주가 다 돼가던 시점이었다.
그동안 빵과 과자와 슈퍼 음식으로 버텼다.
매운 걸 먹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났다.
값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그때 기준으로 비싼 편은 아니었다. 물론 한국에서 같은 걸 먹는 것보다는 비쌌다.
그런데 내가 놀란 건 다른 것이었다
가게 안에 사람이 많았는데 한국인이 거의 없었다.
독일 사람들, 다른 유럽 사람들이 앉아서 한식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어색하지 않았다.
젓가락을 쓰는 게 능숙했고, 김치를 따로 덜어서 밥에 올리는 방식도 자연스러웠다.
처음 먹어보는 사람의 동작이 아니었다.
이게 그날 제육볶음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나한테 이 음식은 고향 음식인데, 여기 사람들한테는 그냥 자기 동네 대학가에 있는 밥집 메뉴였다.
개선문까지 걸었다

먹고 나와서 계속 북쪽으로 걸었다. 큰 개선문이 하나 서 있었다. 하늘이 이미 흐려지기 시작했다.
흰 거인이 서 있었다

개선문을 지나 가로수길로 들어가니 건물 앞에 거대한 흰색 사람 조각이 서 있었다.
한 발을 앞으로 내밀고 팔을 벌린 자세인데 크기가 건물 4층 높이쯤 됐다.
이게 뭔지 모르고 찍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미국 작가가 만든 「걷는 사람」이라는 작품이었다.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의 자세를 그대로 키워놓은 것인데, 이날 하루 종일 걷고 있던 나에게는 좀 웃긴 우연이었다.
카드 가게에 들어갔다

대학가 골목에는 가게 종류가 특이했다. 그중 하나에 들어갔다. 카드 게임 가게였다.
나는 그때 이 카드 게임에 관심이 좀 있었다.
그래서 진열된 카드를 구경하고, 안쪽 테이블에서 실제로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슬쩍 봤다.
같은 골목에서 미니어처 피규어를 파는 가게도 구경했다.
한국에서는 이런 걸 온라인으로만 봤는데 여기는 가게가 있고 사람이 모여 있었다.
(지금은 한국에도 이런 가게가 들어와 있다.)
옷가게도 들어가 봤다

청바지 브랜드 매장도 들어가 봤다. 살 생각은 아니었고 어떻게 진열하는지 구경했다.
이날 계속 옷을 보고 있었다.
그날 수첩에 적은 걸 지금 보면 이렇다.
팔꿈치에 검은색을 덧댄 회색 재킷, 블루셔츠, 갈색 벨트, 붉은 색이 비치는 까만 숄더백, 까만 청바지, 캐주얼 구두. 지나가는 사람 차림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적어둔 게 좀 웃긴데, 그만큼 눈에 들어왔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 이렇게 적었다.
그저 내가 잘 입고자 했던 것들, 그거 다 서양 애들 몸에 맞춘 거여서 힘들었나 보다.
*자전거로 가득 찬 지하 터널*
뮌헨 대학가와 한식당 실전 정보
대학가는 아말리엔슈트라세와 셸링슈트라세다. 뮌헨대(LMU) 주변 구역으로, 미술관 지구 바로 북쪽이다.
학생 상권이라 아시아 음식점·저렴한 밥집·서점·취미 가게가 몰려 있다.
관광지 물가와 확실히 차이가 난다.
한식당이 여럿 있다. 아말리엔슈트라세에 한국 음식을 파는 가게가 여러 곳 있고, 학생 손님이 많아 가격대가 낮게 유지된다.
대표 메뉴는 불고기·비빔밥·매콤한 돼지고기 볶음 계열이다.
현금만 받는 곳이 있으니 현금을 조금 챙겨가는 게 안전하다.
미술관 지구는 요일을 보고 가면 싸다. 이 구역의 주요 미술관은 특정 요일에 입장료가 크게 내려간다.
일정에 여유가 있으면 그 요일에 맞춰 간다. 나는 그냥 지나쳤다.
맥주홀은 혼자 가도 된다. 나는 예산 때문에 안 들어갔지만, 이 도시의 큰 맥주홀들은 긴 공용 테이블 구조라 혼자 앉아도 이상하지 않다.
맥주 한 잔만 시켜도 되고, 자리는 합석이 기본이다.
다시 간다면 한 잔은 마시고 오겠다.
축구장은 시즌을 확인해야 한다. 7~8월 초는 비시즌이라 경기도 없고 스타디움 투어도 제한된다.
경기장을 보려면 시즌 중에 가거나, 최소한 투어 운영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독일 사람들이 한식을 능숙하게 먹고 있었다
그 가게에서 제일 눈에 들어온 건 한식을 능숙하게 먹고 있던 독일 사람들이었다.
내 음식이 남의 일상이 되어 있는 걸 보는 경험은 현지 식당에서는 못 한다. 그건 한식당에 들어가야 볼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비가 온다. 우산 없이 몇 시간을 더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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