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 뮌헨 11] 딱 한 번 먹은 학센, 그때는 망했다고 적었다
사진을 열두 장 찍었다.
"망했다"고 적었다.
이 도시에서 이틀째, 그리고 마지막 날이었다. 저녁에 다른 나라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이날은 전철을 탔다

전날은 하루 종일 걸었는데 이날은 전철을 탔다. 떠나는 날이라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중앙역을 지났다

중앙역 안을 지났다. 통로 양쪽으로 상점이 늘어서 있고 사람이 많았다.
전날 밤에 도착했을 때 이 역에서 노선도를 봤다. 이틀 만에 다시 왔는데 이번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진열장을 지나쳤다

역 안 가게 진열장에 조각 피자가 놓여 있었다. 값이 싸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이날은 이런 걸 사 먹지 않기로 했다. 이유가 있었다.
이 도시에서 밥을 제대로 못 먹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나는 이 도시에서 식당에 거의 못 갔다.
그날 밤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뮌헨에서는 거의 식당을 못 찾아서 고생했다.
숙소가 중앙역이 아닌데다가 교통비 투자를 적게 하다보니…"
숙소가 외곽이라 밤에 뭘 먹으려면 걸어야 했고, 낮에는 계속 이동 중이라 앉아서 먹을 시간을 안 뺐다.
그래서 이 도시에서 먹은 건 대학가 한식당, 슈퍼 과자, 맥도날드였다.
떠나기 전에 한 번은 이 지역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이날 계획이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받았다

구시가지 쪽 거리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야외 테이블이 있어서 밖에 앉았다.
시간이 오후 2시 반쯤이었다. 점심 시간이 지난 애매한 시간이라 자리가 여유로웠다.
메뉴판을 펼쳤다

메뉴판에 이 지역 요리가 번호와 함께 쭉 적혀 있었다.
내가 시킨 건 `1/2 Schweinshaxe` 였다.
돼지 정강이 구이 반쪽에 감자 반죽 덩어리(크뇌델)와 베이컨 양배추 샐러드가
같이 나오는 구성이고 14.90유로였다.
지금 이 사진을 다시 보니 같은 페이지에 이런 게 적혀 있다. 평일 오후 4시까지 점심 특선 6.90유로.
목요일 오후 2시 반이었으니 시간 안에 들어와 있었다. 절반도 안 되는 값에 밥을 먹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때 나는 그걸 못 봤다. 그리고 봤어도 안 시켰겠다. 나는 학센을 먹으러 여기 왔으니까.
하루 예산을 몇 만 원으로 잡고 다니던 사람이 한 끼에 이 값을 쓰는 건 그날치 예산을 거의 다 쓰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도시에서 마지막 끼니였다.
맥주가 먼저 나왔다

맥주를 같이 시켰다. 로고가 새겨진 유리잔에 담겨 나왔다.
작은 잔이었다. 영수증을 보면 0.2리터로 되어 있다. 이 도시 기준으로는 가장 작은 사이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술을 잘 못 마신다. 원래 맥주를 안 먹는 사람인데 여기가 맥주로 유명한 도시라서 한 잔은 마셔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제일 작은 걸 시켰다.
그리고 대낮이었다.
양배추 절임이 같이 나왔다

먼저 잘게 썬 양배추 절임이 나왔다. 새콤하고 기름진 맛이 났다.
이게 따로 시킨 게 아니라 학센에 딸려 나오는 구성이라는 걸 나중에 메뉴판을 다시 보고 알았다.
그때는 이게 뭔지도 몰랐고 이름도 몰랐다.
그리고 이게 나왔다

주문한 게 나왔다.
껍질이 갈색으로 단단하게 구워진 돼지 정강이 하나와 그 옆에 주먹만 한 감자 반죽 덩어리가 갈색 소스에 잠겨 있었다.
1분 동안 열두 장을 찍었다

사진 기록을 보면 이때 시각이 오후 2시 33분이다.
그 1분 안에 사진이 열두 장 있다.
각도를 바꿔서, 거리를 바꿔서, 접시 전체를 넣고, 학센만 크게, 옆에서, 위에서 계속 찍었다.
그중 한 장은 파일 형식이 달라서 다른 기기로 찍었다.
이게 이날 내 상태를 제일 정확하게 말해준다.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앉아서 먹은 이 지역 음식이 나왔고, 나는 먹기 전에 1분을 사진에 썼다.
먹어봤다

포크를 넣으니 껍질 아래 살이 뜯겨 나왔다. 결이 굵고 촉촉했다.
맛은 족발이었다. 그날 밤 일기에 정확히 그렇게 적었다.
껍질이 단단하고 안쪽 살이 부드럽고 짠맛이 강하고 소스가 진하다.
우리나라 족발과 조리법이 다른데 입에 들어오는 감각은 비슷했다.
다 먹었다

접시가 이렇게 됐다. 뼈와 소스만 남았다.
반쪽인데도 혼자 먹기에는 많은 양이었다. 다 먹는 데 20분 넘게 걸렸다.
감자 크뇌델은 밀도가 높아서 반쯤 먹었을 때 이미 배가 찼다.
영수증을 찍었다

계산하고 영수증을 찍었다.
1 · 0,2l 맥주 3.10 1 · 슈바인스학세 14.90 합계 18.00 현금
18유로. 이날 예산의 대부분이 이 한 접시에 들어갔다.
먹고 나와서
먹고 나와서 짧게 영상을 찍었다.
*젠들링거 거리, 학센 먹고 나와서*
*빈 접시에서 시작해서 거리까지 훑는다. 자전거가 또 잔뜩 세워져 있다*
그날 밤 나는 이렇게 적었다
며칠 뒤 다른 도시에서 밀린 일기를 정리하면서 이 끼니에 대해 이렇게 썼다.
"망했다" 고 적었다.
이유를 지금 짚어보면 이렇다.
나는 이 도시를 맥주의 도시로 알고 왔고, 유명한 맥주홀은 값 때문에 안 들어갔고,
결국 일반 식당에서 가장 작은 잔으로 한 잔 마셨다.
원래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이렇게 마셨으니 "이 도시의 맥주"라는 걸 경험했다고 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몇 주만 있으면 이 도시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 축제가 열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즉 그때 아쉬웠던 건 맛보다 타이밍과 예산 쪽이었다.
다시 보니 평가가 바뀌었다
이 사진들을 다시 보면서 그때를 떠올려보니 남는 감각은 이렇다.
대낮부터 너무 맛있게 먹었다. 잘 만들어진 학센이었다.
그리고 이 요리는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잘 맞는다.
짜고 기름지고 껍질이 바삭하고 살이 결대로 뜯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음식이다.
당시에 "망했다"고 쓴 건 이 접시에 대한 평가가 아니었다.
이 도시에서 하고 싶었던 것 중 못 한 것들에 대한 평가였고, 그걸 마지막 끼니에 몰아서 적었다.
그리고 다음 편에서 이 얘기가 한 번 더 뒤집힌다. 이날 학센보다 만족한 게 하나 더 있었다.
뮌헨 학센 실전 정보
반쪽으로 시켜도 양이 많다. 메뉴에 통(ganze)과 반쪽(halbe) 구분이 있는 곳이 많다.
반쪽도 성인 한 명이 다 먹기 부담스러운 양이고, 감자 크뇌델까지 붙어 나온다.
혼자면 반쪽, 둘이면 통 하나에 사이드를 추가하는 식이 낫다.
점심 특선을 먼저 확인한다. 평일 오후 시간대에 점심 특선을 6~9유로대로 내놓는 식당이 많다.
같은 식당에서 정식 메뉴의 절반 값이다.
메뉴판 첫 장이나 입구 칠판에 붙어 있으니 앉기 전에 확인하면 하루 예산이 달라진다.
맥주는 사이즈를 고를 수 있다. 0.2리터부터 1리터(마스)까지 있다.
술을 못 마셔도 가장 작은 걸로 한 잔은 시도해볼 수 있다.
맥주홀에 가면 기본이 0.5리터 이상이라 작은 잔은 일반 식당이 편하다.
현금을 준비한다. 전통 식당은 카드를 안 받거나 최소 금액이 있는 곳이 있다. 나는 현금으로 냈다.
야외 좌석은 시간대를 노린다. 점심 피크가 지난 오후 2~4시가 가장 한가하다.
이 시간에 가면 야외 좌석을 골라 앉을 수 있고 음식도 빨리 나온다.
곁들임의 이름. 학센에 딸려 나오는 것 중 감자 반죽 덩어리는 크뇌델, 새콤한 양배추 절임은 크라우트잘라트다.
이 둘이 기름진 고기와 짝이 맞게 설계된 구성이라 남기지 말고 같이 먹는 게 낫다.
망했다고 적어놓고 열두 장을 찍었다
그때 쓴 평가와 지금 기억이 어긋나는 접시가 하나 있다.
당시 일기에는 "망했다"고 적혀 있는데, 사진에는 접시가 나오고 1분 동안 열두 장을 찍은 사람이 있다.
둘 중 하나가 틀린 게 아니다.
그때 내가 못 한 것들이 있었고, 그것과 별개로 이 접시는 맛있었다.
일기는 앞쪽을 적었고 사진은 뒤쪽을 남겼다.
다음 편에서는 프레첼을 먹는다. 학센보다 만족했던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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