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 뮌헨 12] 학센보다 프레첼이 나았다고 적은 이유
프레첼이 나았다고 적었다.
둘 다 맛있었다.
식당을 나온 게 오후 3시였다. 저녁에 국경을 넘을 예정이라 시간이 남았다.
빵집 진열대를 봤다

역 쪽으로 걸어가면서 빵집에 들어갔다. 진열대에 바게트가 줄지어 놓여 있고 그 위에 채소가 얹힌 것도 있었다.
이 여행 내내 빵집 진열대를 구경했다.
그 나라 사람들이 매일 뭘 먹는지가 여기 있다.
관광지 식당 메뉴판보다 빵집 진열대가 정보가 많다.
샌드위치도 있었다

재료를 층층이 올린 샌드위치가 종류별로 놓여 있었다. 값이 붙어 있는데 한 끼 값으로 부담이 없었다.
한 시간 전에 18유로를 쓴 사람이 3유로짜리 샌드위치 진열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이게 그때 내 여행 방식이었다.
한 번 크게 쓰면 그다음 며칠을 줄인다.
감자튀김만 파는 가게

역 근처에 감자튀김만 파는 가게가 있었다. 소스를 골라서 얹어주는 방식이었다.
프레첼을 하나 샀다

그리고 프레첼을 하나 샀다.
큰 매듭 모양에 겉이 진한 갈색이고 굵은 소금이 붙어 있었다. 종이에 싸서 손에 들고 나왔다.
유럽에 왔으면 이건 한 번 먹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빵이고, 어디서나 팔고, 값이 싸다.
한 입 먹었을 때 겉이 살짝 질기고 안쪽이 촉촉했다.
소금이 씹히면서 짠맛이 먼저 오고 그다음에 밀가루 단맛이 왔다.
아무것도 안 넣고 그냥 반죽을 구운 건데 이 정도 맛이 난다는 게 놀라웠다.
그리고 이렇게 적었다
이날 기록을 정리하면서 나는 학센보다 프레첼 쪽이 만족스러웠다고 적었다.
한 접시에 15유로 가까이 쓴 요리보다 몇 유로짜리 빵이 낫다고 썼다.
지금 그 이유를 짚어보면 이렇다.
학센은 내 입에 완전히 익숙한 맛이 아니었다. 짜고 기름지고 결이 굵은 고기인데, 족발과 비슷하면서도 뭔가 달랐다.
그 다름을 즐기려면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날 나는 예산을 쓴 직후여서 그 여유가 없었다.
프레첼은 실패할 게 없었다. 값이 싸고 손에 들고 걸으면서 먹을 수 있고 맛이 단순했다.
기대가 낮으니 만족도가 높다.
그 비교는 음식의 등급이라기보다 그때 내 상태를 적어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둘 다 맛있었다.
걸어서 역으로 갔다

프레첼을 먹으면서 걸었다. 장식이 많은 건물 파사드에 국기가 걸려 있는 걸 지나쳤다.
열차를 기다렸다

역에서 열차를 기다렸다. 붉은 도시철도 차량이 들어와 섰다.
이 도시에서 마지막으로 타는 열차였다.
요구르트를 하나 더 샀다

역 매점에서 마시는 요구르트를 하나 샀다. 사과 맛이었다.
물은 큰 걸로 샀다

그리고 큰 생수 하나를 샀다.
이건 계산이 있었다. 다음 목적지가 스위스였고, 스위스 물가가 비싸다는 걸 알고 있었다.
국경을 넘기 전에 싼 나라에서 필요한 걸 사두는 게 이 여행의 기본 전략이었다.
이때 내 배낭에는 이미 동유럽에서 산 초콜릿 바가 여러 개 들어 있었다.
값이 싼 나라에서 칼로리를 미리 사서 비싼 나라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이동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서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구름 사이로 해가 내려가고 있었다.
이 다음에 예상 못 한 일이 하나 생긴다. 마지막 편이다.
독일 빵과 이동 준비 실전 정보
프레첼은 갓 구운 걸 사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겉이 딱딱해지고 짠맛만 남는다.
빵집에서 오븐 근처에 있는 것, 표면이 광이 나는 것을 고른다.
역 매점보다 동네 빵집이 낫다.
종류가 여러 가지다. 소금만 뿌린 기본형 외에 버터를 넣어 가른 것, 치즈를 얹은 것, 씨앗을 뿌린 것이 있다.
값 차이가 크지 않으니 처음이면 기본형과 버터형을 같이 사서 비교해보면 된다.
빵집이 가장 싸게 먹는 길이다. 독일 도시의 빵집은 아침 일찍 열고 샌드위치·프레첼·페이스트리를 한 끼 값 이하로 판다.
관광지 식당의 3분의 1 값으로 배를 채울 수 있다.
물가 낮은 나라에서 미리 산다. 국경을 넘기 전에 생수·간식·초콜릿을 사두면 다음 나라 첫날 지출이 줄어든다.
특히 물가 차이가 큰 구간(독일→스위스, 동유럽→서유럽)에서 효과가 크다.
칼로리 기준으로 고른다. 하루 몇 시간을 걷는 일정이면 부피 대비 칼로리가 높은 것이 유리하다.
초콜릿 바·견과류·감자칩이 그렇다.
나는 그때 성분표는 안 보고 칼로리와 값만 봤다.
프레첼이 학센보다 나았다
이날 나는 프레첼이 학센보다 낫다고 적었다.
프레첼이 더 훌륭한 음식이어서가 아니다.
예산을 크게 쓴 직후에 값싼 빵을 손에 들고 걷는 게 그 순간 나에게 편했다.
11년 지나서 보면 그 기록도 그대로 남겨둘 가치가 있다. 그때 그 사람이 어떤 상태였는지가 거기 적혀 있으니까.
이 구간의 마지막 날, 타고 있던 버스가 배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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