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 뮌헨 9] 궁전 정원을 걷는데 클래식 음악이 들렸다

뮌헨 여행기 · 9편
하늘은 계속 회색인데
음악이 들렸다.
궁전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정원만 걸었다.

텃밭 단지를 나와 남쪽으로 걸었다. 다음이 이날 마지막 목적지였다.

담벼락에 부엉이가 그려져 있었다

담벼락에 그려진 부엉이 그림 앞에서 찍은 사진
담벼락 부엉이 앞에서

주택가를 지나는데 담벼락에 큰 부엉이가 그려져 있었다.

주황색으로 칠하고 눈을 크게 그려놨다.

낙서라기보다 누가 공들여 그린 그림이었다.

이 동네를 걷는 동안 이런 식으로 벽에 그린 것들이 몇 번 나왔다.

표지판에 여러 나라 말이 적혀 있었다

여러 나라 말로 정원이라고 적힌 안내 표지판
여러 나라 말로 정원이라 적혀 있다

목적지 근처에서 표지판을 봤다.

"정원"이라는 단어가 여러 나라 말로 나란히 적혀 있었다.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한자와 한글까지.

한글이 있는 게 좀 뜻밖이었다.

여기까지 한국 관광객이 온다는 뜻이다.

그날 나는 이 도시에서 한국인을 한 명도 못 봤는데.

연못 건너에 궁전이 있었다

넓은 연못 건너로 길게 뻗은 궁전 건물
연못 건너로 길게 뻗어 있다

표지판을 지나 몇 걸음 가니 시야가 갑자기 열렸다.

아주 넓은 연못이 있고 그 건너로 궁전이 길게 뻗어 있었다.

건물이 위로 높은 게 아니라 옆으로 길다.

가운데 본관이 있고 좌우로 날개처럼 건물이 계속 이어져서 시야를 다 채웠다.

운하가 직선으로 뻗어 있었다

궁전 앞으로 직선으로 뻗은 운하
운하가 직선으로 나 있다

궁전 앞으로 운하가 직선으로 뻗어 있었다. 사람이 판 물길이고,

양쪽 석축이 자로 잰 것처럼 반듯했다.

물길이 궁전 정면 정중앙을 향해 뻗어 있어서, 이 물길 위에 서면 궁전이 정확히 가운데에 온다.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놨다.

백조가 줄지어 지나갔다

운하에 백조가 있었다.

*님펜부르크 궁전 운하의 백조*

*줄지어 지나가는 걸 한참 봤다*

여러 마리가 줄을 지어 같은 방향으로 헤엄쳤다. 물이 잔잔해서 지나간 자리에 선이 남았다.

궁전 정원의 백조는 사람이 관리해서 둔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그런 배경 지식보다 그냥 물 위를 미끄러지는 속도가 눈에 남는다.

꽃밭이 먼저 나왔다

색색의 꽃밭과 그 뒤로 펼쳐진 넓은 잔디밭
꽃밭 뒤가 전부 잔디밭이다

궁전을 돌아 정원 쪽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색색의 꽃을 심은 화단이 있고 그 뒤로 잔디밭이 아주 넓게 펼쳐졌다.

정원이 완벽하게 대칭이었다

좌우 대칭으로 뻗은 정원 대로와 조각상들
좌우가 똑같이 뻗어 있다

정원 안으로 들어가면 구조가 바로 보인다.

가운데 넓은 통로가 직선으로 뻗고 좌우가 완벽하게 대칭이다. 통로 양옆에 조각상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고, 그 뒤로 잔디, 그 뒤로 숲이 배치돼 있다.

어느 쪽을 봐도 반대쪽과 짝이 맞는다.

이런 정원을 며칠 전 다른 도시에서도 봤다.

그때는 안에 들어가서 궁전 내부를 봤고 한국어 안내도 들었다.

그런데 여기는 정원만 걸었다.

별관 건물 앞

노란 벽의 궁전 별관 정면
별관도 노란 벽이다

정원 옆에 노란 벽의 별관 건물이 있었다. 본관과 떨어져 있고 크기가 작았다.

하늘이 계속 회색이었다

흐린 하늘 아래 대칭 정원의 중앙 통로
가운데 통로가 끝까지 보인다

이날 오후부터 계속 흐렸고 저녁이 되니 더 어두워졌다. 정원 사진이 전부 회색 하늘이다.

솔직히 아쉬웠다. 이런 정원은 하늘이 파랄 때 봐야 대칭이 살아난다.

회색 하늘 아래에서는 잔디만 초록이고 나머지가 다 가라앉는다.

그런데 이날 정원에서 좋았던 게 하나 있었다.

음악이 들렸다

정원을 걷는데 클래식 음악이 들렸다.

어디서 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궁전 쪽에서 공연이 있었는지, 스피커에서 나온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넓은 정원을 걷는 동안 계속 들렸다.

흐린 하늘, 대칭으로 정리된 정원, 그리고 어디선가 들리는 클래식. 이 조합이 이날의 마지막 인상이었다.

사진에는 안 찍힌다.

궁전 본관이 아주 길었다

잔디 건너로 길게 늘어선 궁전 본관 전경
본관은 이렇게 길다

정원 안쪽에서 궁전 쪽을 돌아보면 건물 전체가 보인다.

잔디 건너로 흰 벽과 붉은 지붕이 좌우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돈 때문이었다. 이날 나는 교통비를 한 번밖에 쓰지 않았고, 유료 입장은 박물관 하나로 끝냈다.

궁전 내부는 다음 순위였고 그 순위까지 예산이 안 갔다.

정원 안쪽에도 연못이 있었다

정원 안쪽 연못과 가운데의 작은 섬
안쪽 연못에 작은 섬이 있다
님펜부르크 궁전
Schloss Nymphenburg
개방 중
가격
정원·운하 산책 무료 · 본관 내부, 정원 별관(파빌리온), 마차 박물관은 유료(통합권 별도)
주소
Schloß Nymphenburg 1, 80638 München, Germany
정원만 돌아도 한두 시간. 궁전 정면은 운하 중앙축에서 찍는 게 정석이고 물이 잔잔한 오전이 유리하다

정원 깊은 곳에 또 다른 연못이 있었다. 가운데 작은 섬처럼 돌과 나무가 놓여 있었다.

*저녁이 되면서 물이 더 어두워졌다*

물새가 떠 있었다

궁전 앞 운하 수면에 물새들이 떠 있다
물새가 떠 있었다

운하 쪽으로 돌아 나오니 수면에 물새가 여러 마리 떠 있었다. 백조도 있고 오리도 있었다.

여기까지가 이날 낮 일정의 끝이다. 7시 반쯤 정원을 나왔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나

이 궁전은 도심에서 서쪽으로 꽤 떨어져 있다. 트램으로 갈 수 있다.

나는 걸어왔다. 정확히는 BMW 시설에서 올림픽공원을 지나 텃밭 단지를 거쳐 여기까지,

오후 내내 걸어서 이어졌다.

이게 이 여행에서 내 기본 이동 방식이었다.

교통비를 아껴서 그 돈으로 다른 걸 하는 식인데, 나는 그 다른 걸 주로 아이스크림에 썼다.

며칠 전 다른 도시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정말 많이 먹었다.

버스비 대신 아이스크림을 먹고 몇 시간을 걷는 게 그때 내 방식이었다.

정원은 무료, 건물은 유료다. 궁전 정원과 운하 산책은 입장료가 없다.

유료인 건 궁전 본관 내부와 정원 안 별관들(파빌리온), 마차 박물관이다. 통합권이 따로 있다.

정원만 봐도 반나절이 간다. 정원 규모가 상당히 커서 끝까지 갔다 오면 한두 시간이 걸린다.

안쪽에 연못과 별관이 흩어져 있어서 지도를 보고 목표를 정하는 게 낫다.

운하 정면이 대표 구도다. 궁전 정면 사진은 운하 중앙축에서 찍는 게 정석이다.

물에 건물이 반사되고 좌우 대칭이 맞는다.

물이 잔잔한 오전이 유리하다.

날씨가 결정적이다. 대칭 정원과 흰 건물은 맑은 날에 훨씬 살아난다.

흐린 날에 갔다면 정원 대신 운하의 백조나 안쪽 연못처럼 하늘이 덜 들어가는 대상을 노리는 게 낫다.

나는 흐린 날에 갔고 그렇게 했다.

트램으로 간다. 도심에서 트램 한 번으로 궁전 앞까지 온다.

걸어올 수도 있지만 도심에서 5킬로미터 이상이라 다른 일정을 붙이지 않으면 비효율적이다.

여름 저녁에는 음악이 있을 수 있다. 궁전과 정원에서 야외 콘서트가 열리는 시기가 있다.

나는 그날 정원에서 클래식이 들렸는데 어디서 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일정 공지를 미리 보면 맞춰 갈 수 있다.

*궁전 옆으로 난 좁은 길*

*궁전 앞은 온통 자갈이다*

님펜부르크 궁전 실전 정보

사진으로 남은 건 백조뿐이다

이날 궁전에서 기억나는 건 회색 하늘과 줄지어 헤엄치는 백조, 그리고 어디서 나는지 모를 클래식 음악이다.

그리고 그 셋 중에 사진으로 남은 건 백조뿐이다.

궁전 내부에 못 들어간 게 아쉬웠냐고 하면, 별로 아쉽지 않았다.

안에 들어갔으면 밖에서 세 시간을 못 걸었고, 그러면 이 세 가지 중 하나도 없었다.

백조가 있던 궁전 정원

다음 편에서는 숙소로 돌아간다. 저녁은 결국 맥도날드였다.

뮌헨 · 13편 중 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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