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 투르쿠 3] 항구 대합실이 통째로 무민 놀이터였다, 스웨덴행 야간 배

투르쿠 여행기 · 3편
배를 기다리는 몇 시간을
이 나라는 계산해 뒀다.
대합실 안에
놀이터가 통째로 들어와 있었다.

성 앞에서 항구까지는 걸어서 십 분이 안 됐다.

출항은 여덟 시 십오 분인데 도착하니 여섯 시 사십오 분이었다. 한 시간 반이 남았다.

대합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좀 놀랐다.

승선권부터 받았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종이 한 장을 받았다.

배 이름과 항로, 선실 번호가 인쇄돼 있었다. 투르쿠에서 스톡홀름, 저녁 출항.

손에 든 페리 승선권, 배 이름과 항로가 인쇄돼 있다
투르쿠에서 스톡홀름, 도미토리 포함 20유로

배 안에서 먹을 걸 미리 샀다. 항구 오는 길에 들른 마트에서 2유로 남짓 나왔다.

선내에서 사면 값이 몇 배가 된다. 야간 배를 여러 번 타면서 배운 것 중 하나다.

LIDL 영수증, 합계 2.28유로
합계 2.28유로. 배 안에서 사면 이 값이 아니다

대합실에 놀이터가 들어와 있었다

짐을 내려놓고 둘러보는데 대합실 한쪽이 통째로 놀이터였다.

투르쿠 항 여객터미널
Turun satama · Port of Turku
실야 라인·바이킹 라인이 지금도 스웨덴행을 운항한다
주소
투르쿠 항구 · 시내에서 아우라 강을 따라 내려간다
대합실 한가운데가 무민 놀이터다. 배를 기다리는 몇 시간을 계산해 만든 공간. 스톡홀름행 야간 배가 여기서 뜨고, 헬싱키 출발편보다 싸다

미끄럼틀이 하나 서 있고 그 옆에 나무로 짠 배가 놓여 있었다. 둘 다 옆면에 흰 캐릭터를 그려 붙였다.

대합실 안에 놓인 미끄럼틀, 옆면에 무민이 그려져 있다
대합실 안에 미끄럼틀이 서 있다

구석에 밀어 놓은 게 아니라 대합실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배를 기다리는 몇 시간 동안 아이들이 어디서 뭘 할지 계산해서 만든 공간이었다.

대합실 안에 무민 그림이 그려진 나무 놀이기구가 놓여 있다
나무로 짠 배에도 같은 얼굴이 붙어 있다

벽에도 같은 캐릭터가 크게 그려져 있었다. 한 장은 앉아 있고 한 장은 낚싯대를 들고 있었다.

벽에 그려진 무민 그림 옆에서 찍은 사진
벽에도 같은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이 흰 것의 정체를 여기서 알았다

핀란드에 온 뒤로 이 흰 것을 몇 번이나 봤다.

마트 과자 봉지에서 봤고 기념품 가게 진열대에서도 봤다.

남의 집 부엌 컵에도 그려져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하마인 줄 알았다.

낚싯대를 든 무민파파 그림 옆에서 찍은 사진
모자를 쓴 쪽은 아버지라고 했다

대합실에 인형이 하나 놓여 있어서 옆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배에서 만난 일본 여행객에게 나중에 물어봤다.

일본 사람들이 핀란드에 오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캐릭터라고 했다.

트롤이라는 종족이라는 것도 그때 들었다.

흰 무민 인형 옆에서 웃고 있는 사진
하마처럼 생겼는데 하마가 아니다

스웨덴행 배를 이 도시에서 탄 이유

투르쿠에서 배를 탄 이유는 값이었다.

헬싱키에서 출발하는 편보다 저렴했고, 덤으로 옛 수도를 하루 구경했다.

야간 배라 침대가 딸려 있어서 이동과 숙박이 한 번에 해결됐다. 잠을 자는 동안 나라가 바뀐다.

항구 부두의 철골 탑승 구조물
탑승 통로가 부두 위로 올라가 있다

탑승 시간이 되자 유리 통로를 따라 줄이 움직였다. 천장에 스웨덴어로 즐거운 항해라고 적혀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스웨덴어가 먼저 나온다. 배가 국경이었다.

탑승 통로 천장에 스웨덴어로 적힌 안내 문구
Trevlig sjöresa — 즐거운 항해

부두에 접안한 배는 생각보다 컸다. 선체에 흰 글씨로 회사 이름이 박혀 있었다.

부두에 접안한 큰 페리의 선체에 실자라인이라고 적혀 있다
선체에 실자라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갑판에 나가니 섬이 계속 지나갔다

배가 부두를 떠나자마자 갑판으로 올라갔다.

항구가 뒤로 물러나면서 크레인과 창고가 저녁빛에 잠겼다.

저녁빛에 잠긴 투르쿠 항구
항구가 뒤로 물러난다

바다로 나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양쪽으로 섬이 계속 붙어 있었다.

투르쿠 앞바다는 섬이 수천 개다. 배는 그 사이 좁은 물길을 한참 지나간다.

섬 사이로 해가 내려앉는 투르쿠 군도
바다로 나가는 줄 알았는데 섬이 계속 붙어 있었다

난간에 기대 있으니 배 뒤로 하얀 물길이 길게 남았다.

갑판 난간에서 배 뒤로 남는 항적을 보며 찍은 사진
난간에 기대 있으면 시간이 잘 간다

물길 양쪽으로 숲이 지나갔다. 사람이 사는 집도 가끔 섞여 있었다.

이런 데 사는 사람은 배로 장을 보러 나온다.

좁은 물길 양쪽으로 숲과 집이 지나간다
이런 데 사는 사람은 배로 장을 보러 나올 것이다
배 뒤로 남는 항적과 멀어지는 섬들
섬이 하나씩 멀어진다

바람이 차가워져서 안으로 들어갔다.

선내는 붉은 조명이 깔린 바였다. 갑판의 조용함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붉은 조명이 깔린 선내 바
문 하나 사이로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투르쿠–스톡홀름 야간 페리

탈링크 실자라인이 투르쿠와 스톡홀름 사이를 하루 두 편 운항한다.

아침 배와 저녁 배가 있다.

소요 시간은 열한 시간 안팎이다. 저녁에 타면 아침에 스톡홀름에 닿는다.

야간 편은 선실이 요금에 포함된다. 여러 명이 쓰는 저가 선실을 고르면 숙박비를 한 번 아낀다.

헬싱키에서 출발하는 편보다 대체로 싸다. 투르쿠까지 오는 값을 더해도 그렇다.

배 안에서 파는 음식은 비싸다. 항구 오는 길에 마트에서 사 두면 몇 유로로 끝난다.

갑판은 출항 직후 한 시간이 제일 볼 만하다. 군도를 그때 지난다.

엿새를 남의 집에서 지내고 나왔다

핀란드에서 엿새를 남의 집에서 지내고 나왔다.

앞의 집에서는 말이 절반만 통해서 손짓을 썼고, 뒤의 집에서는 한국말로 떠들었다.

소꿉친구를 만난 게 특별했던 이유를 나중에 정리해 보니, 오래된 사이라서 시간을 거꾸로 밟아 보게 되기 때문이었다.

지금 뭐 하고 사는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때 그 동네에서 뭘 하고 놀았는지로 계속 돌아갔다.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늘지 않는다.

배에 오르니 다시 혼자였다. 휴대폰도 새것이고 나라도 바뀌는 참이었다.

갑판에서 여기까지 온 경로를 되짚었다. 계획이 데려온 자리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하나씩 문을 열어준 결과였다.

그다음은 스웨덴 스톡홀름 이야기였다.

투르쿠 · 3편 중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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