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 뮌헨 13] 타고 있던 버스가 배 안으로 들어갔다
배 안으로 들어갔다.
탈 수 있으면 타는 게 좋다.
저녁에 버스를 탔다. 다음 나라로 넘어가는 버스였다.
버스가 멈추지 않고 들어갔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어느 지점에서 속도를 줄였다. 창밖에 물이 보이고 배가 보였다.
그리고 버스가 그대로 배 안으로 들어갔다.
승객을 내려주고 배로 갈아타는 게 아니었다.
버스가 차량 출입구를 통해 선체 안으로 진입했고 우리는 앉은 채로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
차량 갑판이었다

버스가 멈춘 곳은 배 안 차량 갑판이었다. 옆에 승용차들이 나란히 서 있고 그 사이에 자전거도 세워져 있었다.
*차량 갑판에 버스와 승용차가 나란히 실렸다*
내가 놀란 건 이 구조 자체였다.
제주도 갈 때 차를 배에 싣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탄 채로 버스가 배에 실린 건 처음이었다.
육상 교통이 그대로 수상 교통에 얹히는 걸 안에서 겪는 감각이 낯설었다.
갑판으로 내려갔다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갑판으로 올라갔다. 나도 따라 나갔다.
밖으로 나온 순간 일몰이 정면에 있었다.
호수가 아주 넓어서 반대편 육지가 낮은 띠처럼 보였고, 그 위로 해가 내려가면서 수면에 길게 빛줄기가 났다.
이 배가 어떻게 생겼나

갑판에서 배 앞쪽을 봤다. 흰 선체에 차량 출입구가 크게 열려 있는 구조였다. 차를 싣는 배다.
건너편에 포도밭이 있었다

배가 지나가는 쪽 언덕에 포도밭이 계단식으로 깔려 있었다. 그 아래로 마을이 있었다.
이 호수는 여러 나라가 맞닿아 있는 곳이다. 배로 건너는 동안 어느 쪽이 어느 나라인지 구분이 안 됐다.
다들 같은 쪽을 보고 있었다

갑판에 사람이 꽤 나와 있었다. 그리고 다들 같은 쪽을 보고 있었다. 해가 지는 쪽이다.
*보덴호 카페리에서 본 일몰*
*배가 물살을 가르는 소리와 일몰. 이 구간이 이날의 절정이었다*
자전거를 실은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자전거로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코스가 있어서 그 사람들이 배로 구간을 건너는 것 같았다.
해가 물에 닿았다

해가 수면에 닿을 때쯤 사진을 계속 찍었다. 이날 저녁에 찍은 사진이 서른 장이 넘는다.
기분이 아주 좋았다.
하루 종일 예산을 계산하면서 다니던 사람이 아무 계산 없이 좋았던 순간이 이때다.
배를 타는 데 추가 요금이 든 것도 아니고, 이 일몰을 보려고 뭘 예약한 것도 아니다.
버스표에 포함된 구간이었을 뿐이다.
반대편에 닿았다

배가 반대편에 닿았다. 호수 건너 마을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다시 버스를 탔다

차량 갑판으로 내려가 버스에 다시 탔다. 버스는 배에서 나와 다시 도로를 달렸다.
강 위로 노을이 아직 남아 있었다.
밤에 다른 나라에 도착했다

밤 10시쯤 다음 나라의 도시에 도착했다.
이틀 전 밤 10시에 이 나라에 도착했으니, 밤에 들어와서 밤에 나갔다.
전차 정류장에 사람들이 서 있고 거리에 조명이 켜져 있었다. 여기가 이 여행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나라였다.
강을 따라 걸었다

이 도시에서 나는 걸었다. 물가가 비싼 걸 알고 있었으니 교통비부터 줄였다.
밤에 강을 따라 걸었다. 물에 조명이 비쳐서 밤인데도 강이 밝았다.
걷다가 로고를 봤다

걷다가 어떤 건물 벽에 켜진 로고를 봤다. 검색 회사 로고였다.
이 도시에 그 회사의 큰 사무실이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밤에 지나가면서 사진만 찍었다.
이날 밤 나는 공항에서 잤다. 숙소를 잡지 않고 공항에서 밤을 보내는 게 이 여행에서 여러 번 있었다.
*부두 건너편에 마을이 보인다*
*버스째로 배에 실려 건넜다*
보덴호 카페리 실전 정보
버스 노선에 포함되는 구간이 있다. 독일 남부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일부 장거리 버스는 호수 남북을 잇는 카페리를 이용한다.
이 경우 페리 요금이 버스표에 포함되고, 승객은 내리지 않고 차량째 배에 실린다.
예약할 때 노선이 페리를 경유하는지 확인하면 이 구간을 노릴 수 있다.
차에서 내려 갑판에 올라갈 수 있다. 배가 출발하면 차량 갑판에서 위층 갑판으로 올라갈 수 있다.
건너는 데 40분 안팎이 걸리므로 그 시간 동안 밖에 나가 있는 게 낫다.
안에 앉아 있으면 이 구간을 통째로 놓친다.
해 지는 시간에 걸리면 최고다. 호수가 넓고 시야를 막는 게 없어서 일몰이 정면으로 보인다.
여름이면 저녁 8~9시대 배가 그 시간에 걸린다.
일부러 그 시간대 버스를 고를 만하다.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 이 호수는 한 바퀴 도는 자전거 코스가 유명하고, 페리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어서 구간을 건너뛸 수 있다.
갑판에 자전거 여행자가 항상 있다.
여객 전용 배도 따로 있다. 차 없이 사람만 건너는 배도 운항한다.
차량 페리와 항로·요금이 다르니 목적에 따라 고른다.
그리고 이 도시에 대해
이 구간을 끝내면서 뮌헨에 대해 한 가지 적어둘 게 있다.
여행이 다 끝난 뒤 나는 "살고 싶은 도시"를 순위로 정리했는데, 이 도시가 2위였다. 1위는 북유럽의 작은 도시였고 3위가 며칠 전 있었던 예술의 도시였다.
이유는 이 열세 편에 다 나온다.
자전거로 움직이는 도시, 열려 있는 시청, 대기 몇 년을 기다려 받는 시민 텃밭,
반듯한 옷차림, 눈이 마주치면 먼저 웃는 사람들. 그날 수첩에 이렇게 적었다.
"정말 멋있구나." 그리고 "눈이 높아지는 기분, 이런 게 바로 선진국이겠지 싶었다."

그런데 같은 노트에 나는 이 도시를 "독일의 시골도시" 라고 적어놨다.
인구 백만이 넘는 대도시인데 그렇게 느꼈다.
정원이 많고 사람이 여유롭고 도시 안에 숲과 텃밭이 있어서였다.
그때 나는 그걸 이렇게 정리했다.
"뮌헨은 도시와 시골에 장점만 가져간 기분이 든다."

그런데 남에게 강하게 추천하는 도시라고는 말하기 어려웠다.
살기 좋아 보이는 것과 여행지로 추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도시에서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나는 그냥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 이틀을 재미있게 보냈지만, "여기 꼭 가라"고 말할 근거는 약했다.
지금 내 순위는 달라졌다. 1위는 서울이다.
한국인에게 한국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이유가 크다.
2위는 도쿄인데, 서울과 비슷한 면이 많고 사람들이 친절하고 지금은 그 나라 말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순위가 바뀐 게 그 도시가 변했기 때문인지 내가 변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둘 다겠다.
버스가 배 안으로 들어갔다
이 구간에서 제일 좋았던 건 마리엔플라츠도 BMW 박물관도 궁전 정원도 아니었다.
버스가 배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내가 고른 것도 아니고 돈을 더 낸 것도 아니다.
버스 노선이 그렇게 되어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갑판에 올라가서 본 일몰이 이 나라에서 본 것 중 제일 좋았다.
그래서 이 구간은 이렇게 남긴다. 탈 수 있으면 타는 걸 추천한다.
다음 편부터는 스위스다. 물가가 가장 비싼 나라에서 2박 3일을 7만 원으로 버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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