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 비엔나 10] 도나우타워 18유로, 결국 안 올라갔다

비엔나 여행기 · 10편
252미터짜리 전망대 앞까지 갔다.
입장료는 18유로였다.
표를 끊지 않고 지나쳤고,
그 오후가 사흘 중 제일 좋았다.

한인문화회관에서 나온 게 오후 2시 반쯤이었다. 그날 계획은 거기까지였다.

비엔나에서의 남은 시간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관광지 목록은 이미 다 지웠고, 다음 날은 떠나는 날이었다.

그래서 그냥 강 쪽으로 걸었다.

탑이 하나 서 있었다

도나우타워. 올라가지는 않았다
회색 콘크리트 기둥에 원반이 얹힌 모양. 표를 끊지 않고 앞에서 한 장만 찍었다

공원을 나오는 길에 탑이 보였다. 도나우타워였다.

이틀 전 밤에 숙소에서 나와 걷다가 멀리 불빛으로 봤던 그 탑이다.

그때는 저게 뭔지 몰랐는데, 낮에 가까이서 보니 회색 콘크리트 기둥에 원반이 얹힌 모양이었다.

전망대가 있고 올라가려면 표를 끊어야 했다.

올라가지 않았다. 이건 이 여행에서 반복된 선택이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전망대에 한 번 올라가 본 뒤로 나는 돈 내고 올라가는 걸 그만뒀다.

위에서 보면 도시가 지도처럼 보이는데, 지도는 손에 들고 있었다.

탑 앞에서 사진만 한 장 찍고 지나갔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도나우투름
목을 꺾어야 끝이 보인다

유리 건물들이 모여 있었다

유엔 사무소가 있는 구역
유엔 본부가 뉴욕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여기서 알았다

공원 옆에 유리로 된 고층 건물들이 모여 있었다.

유엔 비엔나 사무소가 있는 구역이다.

유엔 본부가 뉴욕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여기서 알았다.

주말이 아니었는데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건물은 크고 거리는 비어 있었다.

여기는 사람들이 출퇴근하는 구역이라 그런 것 같았다.

그 뒤로 검은 고층 건물 하나가 비스듬히 서 있었다. 꼭대기가 잘린 것처럼 생겼다.

도나우시티의 유리 고층 건물들
강 건너편은 통째로 새 동네다

강가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강가에 앉아 있던 사람
긴 나뭇가지 하나를 물에 대고 있었다. 낚싯대는 아니었다

강 쪽으로 더 걸었다.

도나우강은 시내를 지나면서 여러 갈래로 나뉘고, 그 사이에 길고 좁은 섬이 있다.

강가에는 콘크리트 계단이 물까지 내려간다. 사람들이 거기 걸터앉아 있었다.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계단에 앉아 맨발을 물 가까이 내리고, 긴 나뭇가지 하나를 물에 대고 있었다.

뒤에는 아이가 앉아 있었다. 손에 막대기를 하나 들고 물에 담그고 있었다.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쳐서 인사를 했다.

이 여행에서 이런 게 자주 있었다. 사진을 찍다가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하게 된다. 말이 안 통해도 그건 된다.

도나우파크의 화단
가는 길이 전부 공원이다
공원에 놓인 조형물 앞에서
공원 곳곳에 이런 게 서 있다
강가에서
여기 앉아서 한참 있었다
도나우파크의 넓은 잔디밭
앉을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

사람들이 강에서 놀고 있었다

조금 더 가니 부교가 놓여 있었다.

도나우인젤의 부교
도심에서 지하철 몇 정거장 거리인데 사람들이 강에서 수영을 한다

사람들이 물에 들어가 있었다.

수영복을 입고 누워 있는 사람도 있고 헤엄치는 사람도 있었다.

부교 끝에서 그냥 뛰어드는 사람도 있었다.

도심에서 지하철로 몇 정거장 거리다.

별도의 시설도 아니고 매표소도 없고 그냥 강이었다.

서울로 치면 한강에서 사람들이 수영복 입고 헤엄치고 있는 셈인데, 여기서는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다.

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갈아입을 것도 없었고 수건도 없었다. 이날 후회한 게 그거 하나다.

물가에 앉아서 한참 있었다. 그날 처음으로 아무것도 안 한 시간이었다.

계단 아래로 백조가 지나갔다
사람이 물에 들어가 있는 바로 옆으로 백조가 줄지어 지나갔다

앉아 있으니 백조가 지나갔다. 예닐곱 마리가 줄지어 계단 아래를 훑고 갔다.

사람이 물에 들어가 있는 바로 옆이었는데 서로 신경을 안 썼다.

백조가 사람을 피해 돌아가지도 않았고 사람이 백조를 보고 물러나지도 않았다.

둘 다 원래 여기 있던 것처럼 굴었다.

동물원에서 본 새와 여기 있는 새는 다른 종류의 존재 같다.

이쪽 사람들에게 백조는 그냥 이웃이다.

강변에 늘어선 식당과 파라솔
강 건너로 파라솔을 친 식당이 늘어서 있다. 손님이 전부 동네 사람처럼 보였다

강 건너로는 파라솔을 친 식당들이 늘어서 있었다.

강가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보였다.

메뉴판이 밖에 세워져 있고 종업원이 왔다 갔다 했다.

관광지 식당과 다른 점은 손님들이 사진을 안 찍는다는 것이었다.

다들 그냥 앉아서 먹고 이야기했다.

관광객을 노린 자리였다면 저렇게 앉아 있지 않는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이 퇴근하고 오는 자리에 내가 우연히 앉아 있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샀다

돌아오는 길에 사 먹은 아이스크림
줄이 서 있길래 섰다. 비엔나에서 오래된 아이스크림집이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도나우타워
Donauturm
운영 중. 요금·운영시간은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가격
성인 18유로
주소
Donauturmstraße 4, 1220 Wien, Austria
지하철 U1 카이저뮐렌-VIC역에서 도보. 높이 252m로 오스트리아에서 제일 높다. 승강기가 35초 만에 올린다. 위층에 회전 레스토랑

지하철역으로 걸어 나오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줄이 서 있는 걸 봤다.

붉은 줄무늬 차양에 가게 이름이 붙어 있었다.

종이컵에 두 스쿱을 받았다. 분홍색이었고 뭐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걸으면서 먹었다.

이 가게는 비엔나에서 오래된 아이스크림집 중 하나다.

그때는 그런 걸 모르고 그냥 줄이 있길래 섰다.

여행에서 줄은 꽤 믿을 만한 신호다.

특히 관광지에서 떨어진 동네에서는 더 그렇다.

여행에는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이날 오전에 나는 구시가를 반나절 걸었고 뭘 봤는지 헷갈린다고 썼다.

오후에는 한 군데를 갔고 그건 전부 기억난다.

그리고 이 시간, 그러니까 계획이 끝나고 남은 오후는 또 다르게 기억된다.

무엇을 봤는지보다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로 남는다.

배낭여행을 하면 하루를 꽉 채우려는 압박이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올 일이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계속 움직인다.

그런데 지금 이 여행을 돌아보면 제일 좋았던 시간에는 대개 목적지가 없다.

강가에 앉아 있었거나, 공원을 걸었거나, 숙소 로비에서 이야기를 했거나.

*잔디밭 너머로 보이는 타워*

*앉을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

도나우타워·도나우인젤 실전 정보

도나우타워는 지하철 U1 카이저뮐렌-VIC 역에서 걸어간다.

높이 252미터로 오스트리아에서 제일 높은 건축물이고, 승강기가 35초 만에 전망대까지 올린다.

성인 입장 18유로. 전망대는 실내 층과 야외 테라스가 따로 있고, 위층에 회전 레스토랑이 있다.

요금과 운영 시간은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라갈지 말지는 갈라진다. 비엔나는 구시가 자체가 낮게 깔려 있고 이 탑은 강 건너 신도시 쪽에 서 있다.

그래서 여기 올라오면 구시가는 잘 안 보인다. 강과 공원과 업무지구가 화면을 채운다.

성당 첨탑이 늘어선 그 풍경을 기대하고 올라가면 실망한다.

시내 전경을 보고 싶으면 슈테판 대성당 북탑(7유로)이 훨씬 가깝고 싸다.

돈을 안 쓰겠다면 벨베데레 상궁 앞 정원에서 무료로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도나우타워는 "높은 데 올라가는 것" 자체가 목적일 때 값을 한다.

도나우타워에서 뛰어내린다

이 탑 꼭대기에서 뛰어내린다. 매년 여름 며칠씩만 열린다.

날짜가 정해져 있고 그때만 뛴다.

값은 150유로 안팎.

높이는 152미터다. 전망대 아래쪽 발판에서 뛴다.

나는 이걸 그날 알았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건 나는 전망대 표조차 안 끊었다는 것이고, 그 시점의 예산으로 150유로는 며칠치 숙박비였다.

도나우인젤에서 수영해도 되나

된다. 그리고 무료다.

도나우인젤은 강 가운데 길게 뻗은 인공 섬이다.

21킬로미터가 넘고 자전거길·산책로·수영 구역이 이어진다.

원래는 홍수를 막으려고 만든 것인데 지금은 비엔나 사람들의 여름 놀이터가 됐다.

  • 입장료가 없다. 표도 문도 없다.

지하철로 가서 그냥 걸어 들어가면 된다.

  • Copa Beach에는 모래 해변 두 곳과 샤워 시설,

식당이 있다. 여기가 가장 붐비는 구간이다.

  • 물에 들어가는 곳은 부교와 계단이다.

강가 콘크리트 계단이 물까지 내려가 있어서 앉아 있다가 그대로 들어간다.

  • 탈의 시설이 있는 구간과 없는 구간이 섞여 있다. 사람이 적은 구간에는 아무것도 없다.

수건 하나는 챙기는 걸 권한다. 나는 안 챙겨서 물에 못 들어갔다.

여름 오후에 지하철 몇 정거장 거리에서 강수영을 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장점인데,

준비물이 수건 하나뿐이라 더 아깝다.

신 도나우(Neue Donau)와 본류는 다르다. 수영하는 곳은 유속이 느린 신 도나우 쪽이다.

본류는 배가 다니고 물살이 세서 들어가지 않는다.

18유로를 안 쓴 오후

비엔나에서 보낸 사흘 중 이 오후가 제일 조용했다.

관광지를 하나도 안 갔다.

탑에는 올라가지 않았고 유엔 건물은 밖에서만 봤고 강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한 것이라고는 걷고 앉아 있었던 것뿐이다.

그런데 이날 오후에 찍은 것들이 이 도시에서 제일 잘 나왔다.

급하게 찍은 게 하나도 없었다.

18유로를 안 쓴 덕에 오후가 통째로 남았다.

그날 밤에는 저녁을 사서 어제 갔던 광장으로 다시 갔다. 스크린에 걸린 게 어제와 달랐다.

SERIES
비엔나 여행기 · 전 1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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