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 비엔나 2] 쇤브룬 궁전, 오래 붙잡힌 건 궁전 안이 아니었다
정원에서 두 시간을 썼다.
공짜로 걸은 쪽에 훨씬 오래 있었다.
비엔나에서 맞은 첫 아침이었다. 6시 조금 넘어 눈이 떠졌고, 씻고 나와 지하철을 탔다.
전날 새벽까지 벼락치기로 짠 일정의 첫 칸이 쇤브룬 궁전이었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여름 궁전이고 방이 천 개가 넘는다는 곳. 당연히 건물을 보러 간 거였다.
그런데 그날 사진을 세어 보면 궁전 안에서 찍은 게 몇 장 안 된다. 대부분이 밖이다.
정문 앞에서


쇤브룬은 시내에서 지하철로 금방이다.
역에서 나오면 노란 담장이 길게 이어지고, 그 끝에 흰 기둥 두 개가 서 있다.
꼭대기에 금색 독수리가 얹힌 오벨리스크 모양이다.
그 앞에서 사진을 두 장 찍었는데, 둘 다 손에 지도를 들고 있다.
전날 받은 시내 지도였다.
이 여행 내내 나는 종이 지도를 들고 다녔다.
이게 그때의 기본 장비였다.
궁전 정면 광장은 넓고 텅 비어 있었다.
아침이라 사람이 적었다.
관광지를 아침에 가는 습관은 이 여행에서 생겼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줄이 짧다.

정문 안쪽으로 들어가면 노란 벽이 좌우로 길게 뻗는다. 사진 한 장에 다 안 들어간다.

표를 사려고 줄을 섰다
매표소 앞 안내판을 사진으로 찍어뒀다.
21유로, 17유로, 41유로 세 가지가 적혀 있었다.
궁전은 방을 몇 개까지 보느냐로 표가 갈린다.
짧게 도는 것과 길게 도는 것, 그리고 정원의 유료 구역까지 묶은 것. 나는 그중 하나를 골랐고,
어느 걸 골랐는지는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날 남은 사진을 보면 궁전 안과 정원의 유료 구역을 둘 다 봤다.
안에도 들어갔다

궁전 내부는 사진이 몇 장 없다. 붉은 벽지의 방, 금박 거울, 식탁이 차려진 방 정도다.
들어가면 오디오가이드를 준다.
흰 막대기처럼 생긴 기기였고, 그걸 들고 찍은 셀카가 두 장 남아 있다.
방마다 번호가 붙어 있고 그 번호를 누르면 설명이 나오는 방식이었다. 한국어가 있었다.
그게 표를 사면서 제일 반가웠던 부분이다.
한 달 넘게 영어 설명을 반쯤 알아듣고 넘어가는 데 익숙해져 있었는데,

여기서는 방마다 누가 살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모국어로 들어왔다.
남의 나라 궁전을 우리말로 도는 감각은 생각보다 몰입도가 다르다. 방 개수가 많았다.
긴 쪽 코스를 골랐던 것 같다. 마흔 개 남짓을 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봤다.
사진이 몇 장 없는 건 촬영이 제한된 구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촬영이 안 되니 방 안의 기억은 전부 귀로 남았다.
솔직히 그마저도 흐릿하다.
화려했다는 것, 사람이 줄을 서서 한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것 정도다.
궁전 내부는 대개 그렇다.
멈춰 설 수가 없어서 눈에 담기 전에 다음 방으로 밀려난다.
창밖으로 정원이 내려다보였다. 위에서 보니 나무와 화단이 자로 그은 것처럼 나뉘어 있었다.

그런데 정원이 문제였다

건물을 나와 뒤편으로 돌아가자 정원이 펼쳐졌다. 그리고 거기서 예정보다 훨씬 오래 있었다.
정원에 있는 것들이 하나같이 이상했다.
가로수가 양쪽에서 굽어 터널이 된 길이 있었고, 그 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사람 키의 몇 배가 되는 생울타리가 벽처럼 서 있었다.
그 사이를 걸으면 하늘만 보였다.
가로수 길 사진을 여러 장 찍었는데, 대부분 셀카다.
길이 워낙 곧고 길어서 사람 하나 세워두지 않으면 크기가 안 나왔다.
나무를 벽처럼 다듬어 놓은 길이 있었다. 양쪽 잎이 위에서 붙어서 터널이 된다.

원뿔로 깎은 나무만 줄지어 심은 길도 있었다. 끝이 안 보였다.

생울타리 사이에 흰 대리석 조각이 하나씩 서 있었다. 초록 벽에 흰 것만 도드라진다.

폐허를 일부러 지었다

정문 광장을 지나 뒤편으로 넘어가면 조각이 계속 나온다.
화단 사이에도, 길 끝에도, 분수 옆에도 사람 크기의 흰 조각이 서 있다.
하나하나가 신화의 어떤 장면이라는데 나는 그걸 알아볼 수 없었다.
그냥 정원 하나에 이만큼을 놓을 수 있는 시절이 있었구나 싶었다.

정원 안쪽에서 무너진 로마 유적 같은 걸 만났다. 기둥이 부러져 있고 아치가 반쯤 남아 있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일부러 그렇게 지은 것이었다.
18세기에 폐허처럼 보이라고 새로 지었다.
유적처럼 보이라고 일부러 지은 조형물이다. 그 앞에서 한참 서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날 궁전에서 가장 오래 본 게 이거였다.
왕실이 자기 정원에 가짜 폐허를 세워둔 이유가 뭘까 싶어서였다.
조금 더 걸으니 오벨리스크가 서 있는 분수가 나왔고,
검은 철제로 짠 정자가 있었고, 언덕 위에는 글로리에테가 걸려 있었다.
정원 하나에 이렇게 많은 걸 넣어둘 일인가 싶었다.

폐허 앞은 연못이고 갈대가 자라 있었다. 진짜 유적처럼 보이라고 물까지 끌어다 놨다.

조금 더 가니 오벨리스크가 서 있었다. 받침은 분수인데 그 위로 이집트식 기둥이 솟아 있다.

나무 격자로 짠 파빌리온도 있었다. 그늘을 만들려고 세운 것인데 아치가 예뻐서 사람들이 여기서 사진을 찍는다.

궁전은 정원이 본체였다

내려오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이 집은 정원이 중심이구나.
건물 안은 한 방향으로 흘러가느라 30분 남짓이었는데, 정원에서는 두 시간 가까이 있었다.
그런데도 뒤쪽 언덕까지는 올라가지 못했다. 다 못 봤다.
나중에 여러 궁전을 다니면서 이 감각이 다시 왔다.
크게 지은 집일수록 밖이 더 오래 걸린다.
안은 결국 방이고, 방은 아무리 화려해도 방이다.
화단은 색으로 무늬를 그려 놨다. 붉은 꽃과 노란 꽃을 구역으로 나눠 심는다.

쇤브룬 입장권 고르는 법
그때 매표소 안내판에는 21·17·41유로가 적혀 있었다. 지금은 많이 올랐다. 최신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 표 | 값 | 내용 |
|---|---|---|
| State Apartments | 30유로 | 주요 방만, 약 40분 |
| Palace Ticket (Grand Tour) | 42유로 | 2층 전체, 오디오가이드 포함, 약 75분 |
| Guided Tour Maria Theresia | 44유로 | 가이드 동행, 베르글 방 포함 |
| Classic Pass | 49유로 | 궁전 + 미로 + 프리비가든 + 오랑주리 + 글로리에테 |
| Exclusive Gardens | 16유로 | 위 정원 4곳만(궁전 제외) |
정원만 봐도 되느냐 — 된다. 다만 조건이 있다.
대정원과 가로수길, 로마 유적과 오벨리스크 분수는 무료다.
그냥 걸어 들어가면 된다.
내가 그날 두 시간을 보낸 곳이 전부 이 무료 구역이었다.
돈을 내야 하는 건 미로·프리비가든·오랑주리 정원·글로리에테 전망 테라스 네 곳이고,
이걸 묶은 게 16유로짜리 Exclusive Gardens다.
언덕 위 글로리에테는 건물 앞까지는 무료로 올라갈 수 있고, 지붕 위 전망 테라스에 오를 때만 표가 필요하다.
사진에 나오는 그 유명한 각도는 무료 구역에서 다 나온다.
입장은 시간 지정제다. 표에 찍힌 시각에 들어가야 해서, 성수기 현장 구매는 두세 시간 뒤 표를 받는 일이 흔하다.
표는 공식 사이트에서 미리 끊는다.
궁전과 정원은 여는 시간이 다르다. 궁전은 8시 30분부터 18시까지, 정원은 6시 30분부터 20시까지다.
그러니까 궁전 문 열기 두 시간 전부터 정원은 이미 열려 있다.
여름에 사람 없는 정원을 보고 싶으면 이 시간대가 답이다.
그래서 어떻게 도는 게 나은가
시간과 예산에 따라 셋 중 하나다.
반나절(무료) — 정원만. 대정원 → 가로수길 → 로마 유적 → 오벨리스크 분수 → 글로리에테 앞. 두 시간이면 넉넉하고 돈이 안 든다.
반나절(30유로) — State Apartments + 무료 정원. 궁전 내부를 40분에 훑고 나머지를 정원에 쓴다.
내가 다시 간다면 이걸 고르겠다.
하루(49유로) — Classic Pass. 궁전 전체 + 유료 정원 4곳. 미로와 글로리에테 전망까지 보려면 이게 맞는데, 최소 네 시간은 잡아야 한다.
동물원은 별개다. 쇤브룬 안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1752년)이 있는데 표가 따로다.
이것까지 묶은 게 81유로짜리 Classic Pass Plus다.
아이 동반이 아니면 굳이 필요 없다.
정원 도는 순서
궁전 뒤편으로 나와 정면 대정원을 한 번 보고,
오른쪽 가로수길로 들어갔다가 로마 유적과 오벨리스크 분수를 지나 언덕으로 올라가는 흐름이 무리가 없다.
언덕 위 글로리에테에서 궁전과 비엔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름에는 그늘이 중요하다. 대정원은 완전히 트여 있어 한낮에 걸으면 힘들고, 가로수길과 생울타리 구간은 반대로 계속 그늘이다.
아침이나 해 질 무렵이 편하다.
물은 미리 챙기는 게 낫다.
정원 안쪽에는 파는 데가 드물다.
궁전보다 정원이 좋았다
쇤브룬에서 나온 게 오전 10시 반쯤이었다. 아직 하루의 반도 지나지 않았다.
그날 나는 이 뒤로도 계속 걸었다. 그게 무리였다는 건 몇 시간 뒤에 알게 된다.
쇤브룬은 표를 끊고 들어간 쪽보다 정원이 더 좋았다.
다시 간다면 궁전은 짧은 코스로 끊고 정원에 시간을 몰아주겠다.
쇤브룬에서 나와 걷다가 금색 돔이 얹힌 건물에 들어갔다. 예정에 없던 시간을 거기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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