쇤브룬 궁전에 아침 일찍 갔는데 오래 붙잡힌 건 정원이었다
빈에서 맞은 첫 아침이었다. 6시 조금 넘어 눈이 떠졌고, 씻고 나와 지하철을 탔다.
실용 정보만 급하면 여기서 바로 — 쇤브룬 입장권 고르는 법 → · 정원 도는 순서 →. 아니라면 그날 아침부터.
정문 앞에서

쇤브룬은 시내에서 지하철로 금방이다. 역에서 나오면 노란 담장이 길게 이어지고, 그 끝에 흰 기둥 두 개가 서 있다. 꼭대기에 금색 독수리가 얹힌 오벨리스크 모양이다.
그 앞에서 사진을 두 장 찍었는데, 둘 다 손에 지도를 들고 있다. 전날 받은 시내 지도였다. 이 여행 내내 나는 종이 지도를 들고 다녔다. 이게 그때의 기본 장비였다.
궁전 정면 광장은 넓고 텅 비어 있었다. 아침이라 사람이 적었다. 관광지를 아침에 가는 습관은 이 여행에서 생겼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줄이 짧다.

표를 사려고 줄을 섰다
매표소 앞 안내판을 사진으로 찍어뒀다. 21유로, 17유로, 41유로 세 가지가 적혀 있었다.
궁전은 방을 몇 개까지 보느냐로 표가 갈린다. 짧게 도는 것과 길게 도는 것, 그리고 정원의 유료 구역까지 묶은 것. 나는 그중 하나를 골랐고, 어느 걸 골랐는지는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날 남은 사진을 보면 궁전 안과 정원의 유료 구역을 둘 다 봤다.
안에도 들어갔다

궁전 내부는 사진이 몇 장 없다. 붉은 벽지의 방, 금박 거울, 식탁이 차려진 방 정도다.
들어가면 오디오가이드를 준다. 흰 막대기처럼 생긴 기기였고, 그걸 들고 찍은 셀카가 두 장 남아 있다. 방마다 번호가 붙어 있고 그 번호를 누르면 설명이 나오는 방식이었다.
한국어가 있었다. 그게 표를 사면서 제일 반가웠던 부분이다. 한 달 넘게 영어 설명을 반쯤 알아듣고 넘어가는 데 익숙해져 있었는데, 여기서는 방마다 누가 살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모국어로 들어왔다. 남의 나라 궁전을 우리말로 도는 감각은 생각보다 몰입도가 다르다.
방 개수가 많았다. 짧은 코스가 아니라 긴 쪽을 골랐던 것 같은데, 마흔 개 남짓을 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봤다.
사진이 몇 장 없는 건 촬영이 제한된 구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 안의 기억은 사진이 아니라 귀로 남았다.
솔직히 그마저도 흐릿하다. 화려했다는 것, 사람이 줄을 서서 한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것 정도다. 궁전 내부는 대개 그렇다. 멈춰 설 수가 없어서 눈에 담기 전에 다음 방으로 밀려난다.
그런데 정원이 문제였다

건물을 나와 뒤편으로 돌아가자 정원이 펼쳐졌다. 그리고 거기서 예정보다 훨씬 오래 있었다.
정원에 있는 것들이 하나같이 이상했다. 가로수가 양쪽에서 굽어 터널이 된 길이 있었고, 그 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사람 키의 몇 배가 되는 생울타리가 벽처럼 서 있었다. 그 사이를 걸으면 하늘만 보였다.
가로수 길 사진을 여러 장 찍었는데, 대부분 셀카다. 길이 워낙 곧고 길어서 사람 하나 세워두지 않으면 크기가 안 나왔다.
폐허를 일부러 지었다


정원 안쪽에서 무너진 로마 유적 같은 걸 만났다. 기둥이 부러져 있고 아치가 반쯤 남아 있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일부러 그렇게 지은 것이었다. 18세기에 폐허를 흉내 내서 새로 만든 구조물이다. 진짜 유적이 아니라 유적처럼 보이라고 지은 조형물.
그 앞에서 한참 서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날 궁전에서 가장 오래 본 게 이거였다. 왕실이 자기 정원에 가짜 폐허를 세워둔 이유가 뭘까 싶어서였다.
조금 더 걸으니 오벨리스크가 서 있는 분수가 나왔고, 검은 철제로 짠 정자가 있었고, 언덕 위에는 글로리에테가 걸려 있었다. 정원 하나에 이렇게 많은 걸 넣어둘 일인가 싶었다.
궁전은 정원이 본체였다
내려오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이 집은 건물이 아니라 정원이 중심이구나.
건물 안은 한 방향으로 흘러가느라 30분 남짓이었는데, 정원에서는 두 시간 가까이 있었다. 그런데도 뒤쪽 언덕까지는 올라가지 못했다. 다 못 봤다.
나중에 여러 궁전을 다니면서 이 감각이 다시 왔다. 크게 지은 집일수록 밖이 더 오래 걸린다. 안은 결국 방이고, 방은 아무리 화려해도 방이다.
쇤브룬 입장권 고르는 법
궁전은 관람 범위에 따라 표가 나뉜다. 짧은 코스는 방 20개 남짓, 긴 코스는 40개 남짓을 돈다. 여기에 정원의 유료 구역(글로리에테 전망대·미로·오랑주리 등)을 묶은 통합권이 따로 있다. 최근 기준으로 궁전 단독은 30유로대, 통합권은 40~50유로대에서 형성돼 있고, 정확한 구성과 금액은 쇤브룬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입장은 시간 지정제다. 표에 찍힌 시각에 들어가야 하므로, 성수기에는 현장에서 두세 시간 뒤 표를 받는 일이 생긴다. 온라인 예매를 권한다.
정원 자체는 무료다. 대정원·가로수길·로마 유적·오벨리스크 분수는 표 없이 걸을 수 있다. 돈을 내야 하는 건 언덕 위 글로리에테 전망대와 미로 정도다. 시간이나 예산이 빠듯하면 궁전을 빼고 정원만 걸어도 충분히 값을 한다.
정원 도는 순서
궁전 뒤편으로 나와 정면 대정원을 한 번 보고, 오른쪽 가로수길로 들어갔다가 로마 유적과 오벨리스크 분수를 지나 언덕으로 올라가는 흐름이 무리가 없다. 언덕 위 글로리에테에서 궁전과 빈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름에는 그늘이 중요하다. 대정원은 완전히 트여 있어 한낮에 걸으면 힘들고, 가로수길과 생울타리 구간은 반대로 계속 그늘이다. 아침이나 해 질 무렵이 편하다. 물은 미리 챙기는 게 낫다. 정원 안쪽에는 파는 데가 드물다.
다녀와서
쇤브룬에서 나온 게 오전 10시 반쯤이었다. 아직 하루의 반도 지나지 않았다.
그날 나는 이 뒤로도 계속 걸었다. 그게 무리였다는 건 몇 시간 뒤에 알게 된다.
다음 편은 금색 돔이 얹힌 건물 이야기다. 지나가다 들어갔는데 예정에 없던 시간을 거기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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