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서 보던 비너스를 실물로 봤는데 손바닥만 했다
제체시온에서 나와 링 안쪽으로 걸었다.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에 닿았을 때가 정오 무렵이었다.
광장에 쌍둥이 건물이 마주 서 있다

광장 한가운데에 큰 동상이 앉아 있고, 그 좌우에 똑같이 생긴 건물이 마주 보고 서 있다. 하나는 자연사박물관이고 하나는 미술사박물관이다. 겉으로는 어느 쪽이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닮았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나는 자연사 쪽으로 들어갔다.
미술사박물관은 정면 사진만 몇 장 남아 있다. 기둥에 큰 배너가 걸려 있었고 그 앞에서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 그게 전부다. 들어가지 않았다.
왜 안 들어갔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냥 하나를 보고 나니 다른 하나에 들어갈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유리장 앞에 사람이 몰려 있었다

자연사박물관은 광물부터 시작된다. 목재 진열장이 끝없이 늘어선 홀에 돌이 가득 들어 있다. 금덩어리가 있고, 보라색 결정이 동굴처럼 벌어진 것도 있고, 표면이 하늘색인 산호 같은 것도 있다.
그 구역을 지나 위층으로 올라가니 어두운 방이 나왔다. 방 한가운데 유리 기둥이 서 있고 그 안에 조각 하나가 놓여 있었다. 사람들이 그 주위에 둥글게 모여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고 나는 좀 놀랐다.
너무 작았다.
그래서 이렇게 찍었다

이 조각은 교과서에서 봤던 것이다. 미술이었는지 세계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책의 첫 장 근처에 실려 있었다.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조각 가운데 하나라고 배웠다.
그런데 책에서는 크기를 알 수 없다. 사진은 종이 한 면을 다 채우고 있으니 나는 그게 어느 정도 되는 물건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실물은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는 크기였다. 열 손가락으로 감쌀 수 있을 만한.
그래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여섯 장인가 일곱 장을 찍었고, 그중 두 장은 유리 너머의 조각이 내 손바닥 위에 올라간 것처럼 각도를 맞춰 찍은 것이다. 크기를 남겨두고 싶었다. 그렇게 찍지 않으면 나중에 이 사진을 봐도 또 크게 느껴질 테니까.
작다는 게 이 조각의 내용이었다
한참 지나서 생각해보니 작다는 게 우연이 아니었다.
이건 어디 놓고 보는 물건이 아니었다. 들고 다니라고 만든 것이다. 만든 사람들은 한곳에 머물지 않았고, 그러니 물건도 손에 쥐어지는 크기여야 했다.
교과서는 그 조각을 확대해서 실었고, 나는 그 확대된 이미지를 실제 크기로 기억하고 있었다. 실물을 보러 간다는 건 결국 이런 걸 바로잡는 일인 것 같다. 무엇을 새로 아는 게 아니라, 잘못 알고 있던 크기를 고치는 것.
운석이 접시에 담겨 있었다

같은 층에 운석을 모아둔 방이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돌들이 붉은 천을 깐 받침 위에 놓여 있었다. 큰 것은 사람 상체만 했고 작은 것은 자갈 같았다.
화성에서 온 것이라는 설명이 붙은 조각도 있었다. 유리 너머의 그 작은 돌이 화성에서 여기까지 왔다는 게 잘 실감 나지 않았다.
이 박물관은 계속 이런 식이다. 설명을 읽어야 뭐가 대단한지 알 수 있는 것들이 늘어서 있다.
마지막은 공룡이었다

위층 끝에 공룡 골격이 늘어선 홀이 있었다. 목이 긴 공룡이 천장까지 닿아 있었고, 육식공룡 두개골은 사람 머리가 들어갈 만큼 벌어져 있었다. 뿔 달린 초식공룡 두개골도 있었다.
여기서 찍은 사진에는 유독 장난스러운 게 많다. 두개골 안에 손을 넣는 시늉을 하거나 입을 벌리고 놀란 표정을 짓거나. 아침부터 궁전과 미술관을 돌고 온 사람이 마지막에 이러고 있다.
이날 이 박물관에서만 사진을 백 장 넘게 찍었다.
*목이 천장까지 닿던 그 방*
표값은 10유로였다. 나올 때 그 생각을 했다. 10유로가 하나도 안 아까웠다. 이 여행에서 표를 끊고 나서 이런 문장이 나온 곳은 많지 않다.
자연사박물관 실전 정보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에 마주 선 두 건물 중 동상을 등지고 오른쪽이 자연사박물관이다. 지하철 역에서 바로 이어지고, 광장 자체가 눈에 띄어 헤맬 일은 없다.
반나절은 잡아야 한다. 광물·운석·선사·동물박제·공룡으로 구역이 나뉘고 층을 오가야 해서, 급히 돌면 한 시간 반, 제대로 보면 세 시간이 넘는다. 관람 요금과 휴관일은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두 박물관을 하루에 다 넣지 않는 편이 낫다. 나는 그날 오전에 궁전 하나와 미술관 하나를 이미 보고 왔고, 결국 길 건너 미술사박물관은 정면만 보고 지나갔다. 둘 다 볼 생각이면 하루씩 나누는 게 맞다.
빈 카드나 통합권을 쓰면 여러 곳을 묶어 아낄 수 있지만, 실제로 그만큼 돌 수 있는지를 먼저 계산해야 한다. 표를 아껴도 체력이 안 따라오면 소용이 없다.
다녀와서
이 편에 붙은 사진 중 내가 제일 아끼는 건 손바닥 위에 조각을 올려놓은 것처럼 찍은 두 장이다. 잘 찍은 사진은 아니다. 유리에 반사가 들어가 있고 초점도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그 사진에는 내가 놀랐다는 사실이 남아 있다. 그날 그 방에서 내가 느낀 건 감동이 아니라 놀람이었고, 놀람은 잘 기록되지 않는 감정이다.
다음 편은 그 뒤의 오후다. 아침부터 계속 걷다가 결국 무리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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