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 리옹 5] 2천 년 된 로마 극장에 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리옹 여행기 · 5편
2천 년 된 극장에
무대가 서 있었다.
유적이 아니라
아직 공연장이었다.

구시가 골목을 돌 때부터 언덕이 계속 보였다.

좁은 골목 사이로 하늘이 열릴 때마다 위쪽에 흰 성당이 걸려 있었다.

리옹은 두 강 사이 평지에 도시가 있고, 서쪽 언덕 하나에 2천 년이 통째로 쌓여 있다.

오후에는 그 언덕을 올라갔다.

골목 끝에 성당이 있었다

구시가 골목은 어디로 가든 결국 한 광장으로 흘러나온다.

구시가의 자갈 골목
이 골목들이 전부 한 광장으로 모인다.

광장 한가운데 분수가 있고, 물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더운 날이라 사람들이 손을 담갔다 갔다.

광장 한가운데 선 분수
물이 하루 종일 흐르고 있다.

그 뒤에 생장 대성당이 있다.

12세기에 짓기 시작해서 15세기에 끝났다. 그러니까 완성되는 데 삼백 년이 걸린 건물이다.

아래쪽은 로마네스크식이고 위로 갈수록 고딕이 된다. 짓는 동안 유행이 바뀐 것이다.

생장 대성당 정면
장미창 왼쪽 위에 시계가 붙어 있다.

정면 아래쪽 조각들은 얼굴이 없다. 종교전쟁 때 깎여나간 것이라고 한다.

안에 들어가니 밖의 열기가 뚝 끊겼다.

성당 안으로 들어온 빛
서쪽 창으로 들어온 빛이 촛대에 걸렸다.

오후 햇빛이 서쪽 창을 통과하면서 통로 전체가 주황색이 됐다.

장미창 아래 걸린 그림
장미창 아래 그림 한 점이 걸려 있다.

성당을 나와 골목을 다시 걸었다. 이쪽 골목은 하루 종일 그늘이다가 정오 무렵에만 잠깐 햇빛이 들어온다.

햇빛이 들어온 구시가 골목
정오 근처에만 이렇게 된다.

언덕은 자전거로 올라갔다

푸르비에르 언덕에는 푸니쿨라가 있다. 생장역에서 타면 2분이면 꼭대기다.

그런데 그날은 자전거를 하루 종일 굴리고 있던 참이라, 그냥 페달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

담쟁이가 덮인 언덕 옹벽
옹벽에 담쟁이를 심어 계단처럼 만들어 놨다.

길 왼쪽에 옛 성벽이 그대로 남아 있고, 오른쪽은 계속 오르막이다.

성벽을 끼고 올라가는 오르막길
이 각도가 꼭대기까지 계속된다.

도로에 자전거 표시가 그려져 있긴 하다. 이 경사에서는 그게 격려로 읽힌다.

중간에 한 번 멈춰서 뒤를 돌아봤다.

조금 전까지 안에 있던 생장 대성당 첨탑이 벌써 발밑에 있었다.

중턱에서 내려다본 구시가
여기서 이미 절반 넘게 올라온 상태였다.

꼭대기 근처에 벨로브 대여소가 있어서 자전거를 반납했다.

언덕 위 벨로브 대여소
여기까지 페달로 올라온 사람은 나뿐이었던 것 같다.

언덕 위에도 대여소가 있다는 건 여기서 알았다. 올라올 때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멀리 연필처럼 뾰족한 건물이 보인다. 파르디외의 크레용 타워다.

언덕에서 본 리옹 전경
평지 쪽은 완전히 다른 시대의 도시다.

로마 극장에 무대가 서 있었다

언덕 위에 로마 유적이 있다는 건 알고 갔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예상과 달랐다.

돌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이 돌길 자체가 로마 시대 도로다.

로마 시대 포석이 남은 길
돌 하나하나가 그때 깔린 것이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자 극장이 나왔다.

무대가 설치된 로마 원형극장
처음엔 공사 중인 줄 알았다.

객석 한가운데에 검은 무대가 서 있었다. 조명 트러스가 걸려 있고 옆으로 흰 천막이 여러 개 쳐져 있었다.

유적을 보러 왔는데 공사장 같은 게 서 있으면 보통은 실망한다. 그런데 이건 공사가 아니었다.

이 극장은 지금도 공연장이다.

기원전 15년쯤 지어졌고, 지름이 108미터에 만 명이 들어간다. 매년 여름 여기서 음악 축제가 열린다.

내가 간 게 8월 초였으니 축제가 막 끝나고 무대를 걷어내는 중이었던 것이다.

로마 유적 앞 물안개
표지판에 물 마시는 곳이라고 적혀 있었다.

폭염이라 유적 입구에 물안개를 뿌리고 있었다. 2천 년 된 돌벽 위로 스프레이가 날렸다.

잔디밭 너머 회랑
오데옹 쪽은 사람이 거의 없다.

옆에는 오데옹이라는 작은 극장이 하나 더 붙어 있다. 이쪽은 삼천 명 규모다.

객석 돌벽 앞에서
돌이 뜨거워서 오래 앉아 있진 못했다.

돌계단에 앉아 한참 있었다. 입장료가 없어서 눈치 볼 일도 없었다.

*돌벽을 따라 걸으면서 찍었다.*

극장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자리
계단이 생각보다 가파르다.

위쪽 객석에서 보면 무대 너머로 도시가 그대로 보인다. 로마 사람들이 이 자리를 고른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았다.

꼭대기의 흰 성당

극장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푸르비에르 대성당이 있다.

푸르비에르 대성당 정면
탑이 네 개다.
푸르비에르 로마 극장
Théâtre antique de Fourvière
2026년 기준 개방 중
영업
5~9월 07:00 - 21:00 · 10~4월 07:00 - 19:00
가격
무료
주소
17 Rue Cléberg, 69005 Lyon
여름에는 축제 무대가 설치돼 객석 일부가 막힌다

아래 골목에서 계속 올려다보던 그 흰 건물이다.

1870년대에 짓기 시작했으니 로마 극장보다 1900년쯤 어리다. 같은 언덕에 이 둘이 나란히 있다.

입구 사자상 아래
옆문 위에 사자가 앉아 있다.

안에 들어가면 밖의 흰색과 완전히 다른 세계가 나온다.

성당 내부
밖은 흰색인데 안은 이렇다.

벽이 전부 모자이크다. 붓으로 그린 게 아니라 작은 돌조각을 하나하나 박아 만들었다.

벽면을 채운 모자이크
이게 전부 돌조각이다.
배를 탄 인물이 그려진 모자이크
배 한 척이 벽 하나를 차지한다.

가까이서 보면 색이 조금씩 다른 조각들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이걸 벽 전체에 했다고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지하로 내려가면 크립트가 있다.

지하 크립트 제단
위층보다 훨씬 조용하다.

여기 벽에 액자가 죽 걸려 있었다. 같은 기도문을 여러 나라 말로 적어 놓은 것이다.

그중에 한글이 있었다.

한국어로 적힌 성모송
액자가 전부 같은 빨간색이다.

빨간 액자 안에 태극기가 붙어 있고 그 아래 성모송이 세로로 적혀 있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로 시작하는 그 기도다.

바로 옆 액자는 히브리어였다.

프랑스 언덕 위 성당 지하에서 한글을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촛대와 조각상
촛대가 계속 채워지고 있었다.

성당 옆 종탑 꼭대기에 금색 마리아상이 서 있다. 도시 어디서나 보이는 게 이거다.

황금 마리아상이 올려진 종탑
해가 걸리면 멀리서도 반짝인다.

내려다본 도시

성당 옆 테라스가 리옹에서 가장 좋은 전망대다.

테라스에서 본 도시
이 각도가 리옹 엽서에 제일 많이 쓰인다.

주황색 지붕이 끝까지 이어지고, 그 사이로 강 두 줄기가 지난다.

언덕에서 본 리옹 지붕들
가운데 초록 언덕이 방금 올라온 그 길이다.

며칠 동안 자전거로 지나다닌 길들이 어디쯤인지 여기서야 정리가 됐다.

지도를 아무리 봐도 안 잡히던 길이 높은 데 한 번 올라가면 십 초 만에 잡힌다.

푸르비에르 언덕 가는 법

푸니쿨라 — 구시가의 비외리옹역에서 F2를 타면 푸르비에르까지 2분이다. 지하철·트램과 같은 TCL 티켓으로 탄다. 별도 요금이 아니다.

F1은 생쥐스트 방면이라 대성당으로 가려면 F2를 타야 한다.

걸어서 — 성당 아래로 정원 계단길이 나 있다. 오르막이 꽤 되지만 중간중간 전망이 좋다. 여름 한낮은 피하는 게 낫다.

자전거는 권하지 않는다 — 벨로브로 올라갈 수는 있다. 다만 경사가 상당하고, 어차피 꼭대기 대여소에 반납하게 된다. 올라갈 때 푸니쿨라, 내려올 때 자전거나 도보가 편하다.

로마 극장 — 입장료가 없다. 5월부터 9월까지는 오전 7시부터 밤 9시까지, 나머지 기간은 저녁 7시까지 열려 있다.

여름에 가면 무대가 설치돼 있을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객석 일부가 막힌다.

대성당 — 입장 무료다. 지하 크립트도 같이 볼 수 있다.

박물관 — 극장 바로 옆에 로마 유물 박물관이 따로 있다. 이쪽은 유료이고 시간이 없으면 건너뛰어도 된다. 극장 자체가 야외라 그냥 봐도 충분하다.

언덕에 2천 년이 쌓인 도시

극장을 보고 나서 같은 언덕을 더 올라갔다. 꼭대기에 흰 성당이 있었고, 그 안에서 두 달 만에 한글을 봤다. 다음 편에 적는다.

리옹 · 13편 중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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