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 리옹 11] 파스타를 여섯 번 해먹었다
거의 다 해먹었다.
그 접시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앞 편에서 장 보는 얘기를 했다. 그럼 그걸로 뭘 해먹었는가.

숙소에 부엌이 있었다. 정확히는 조리대와 가스레인지, 냄비 하나, 프라이팬 하나, 접시 몇 장. 유럽 아파트형 숙소의 표준 구성이다.

냉장고를 채우는 게 먼저였다

여드레를 머물기로 하고 처음 한 일이 마트에 가서 냉장고를 채우는 것이었다. 하루 이틀이면 사 먹는 게 낫지만, 사흘이 넘어가면 계산이 뒤집힌다.
이유는 초기 비용에 있다. 소금·후추·기름·양념은 한 번 사면 머무는 내내 쓴다. 이틀만 있으면 그게 통째로 손해고, 일주일이면 첫날에 다 뽑는다.
프랑스 마트에는 자체 브랜드 상품이 매대의 절반쯤 된다. 포장이 단순하고 이름이 마트 이름과 같은 것들이다. 같은 물건인데 값이 반이라 장기 여행자에게는 이쪽이 기본값이 된다.


브루스케타

제일 자주 만든 게 이거였다. 바게트는 어디서나 싸고, 토마토와 올리브도 싸다. 자르고 얹기만 하면 되니 불도 거의 안 쓴다.


파스타, 그리고 또 파스타

여드레 중 여섯 번은 파스타였다.
이유는 단순하다. 면 한 봉지가 1유로가 안 되고, 한 봉지로 네 끼가 나온다. 소스만 바꾸면 매번 다른 음식처럼 보인다.

같은 파스타인데 뭘 하나 더 넣느냐로 매일 다른 저녁이 됐다.


한 번에 삶는 양이 늘 애매했다.


한 봉지를 사면 사흘은 갔다.

토마토를 넣으면 국물이 생겨서 또 다른 맛이 났다.


그 외의 것들

프랑스 마트에서 파는 냉동 패티는 값이 싸고 굽기만 하면 된다. 여기에 계란 하나를 얹으면 한 끼가 된다.

이 한 그릇이 여드레 중 제일 반가웠던 끼니였다. 두 달 만이었다.
장기 여행에서 라면이 하는 일은 영양이 아니다. 국물이 뜨겁고 짜다는 것, 그리고 젓가락으로 먹는다는 것. 그 두 가지가 몸을 원래 상태로 잠깐 돌려놓는다.
유럽 도시에는 대개 아시아 식료품점이 하나쯤 있다. 값은 한국의 서너 배지만, 두 달째 빵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는 계산이 다르게 선다.

슈퍼 냉동칸 앞에서 제일 오래 서 있었다.

한 통을 사도 며칠은 갔다.

나가서 먹은 날도 있었다

계속 해먹기만 한 건 아니다. 며칠에 한 번은 카페에 앉았다.
이건 돈보다 리듬 문제다. 여드레 내내 부엌에서만 먹으면 여행이 아니라 이사다. 사흘에 한 번쯤 밖에 앉아 남이 만든 걸 먹어야 도시에 있다는 감각이 유지된다.
프랑스 카페의 점심 구성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키슈나 샌드위치 하나에 음료, 그리고 후식. 값은 10유로 안팎이고 자리값이 포함돼 있다.

겉은 바삭한데 안은 흐물흐물했다.


샌드위치를 시키면 음료와 곁들이가 세트로 따라왔다.

말이 안 통해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됐다.

여럿이 쓰는 부엌이라 미뤄둘 자리가 없었다.

숙소에서 해먹는 게 얼마나 이득인가
숫자로 보면 — 프랑스 카페에서 점심을 사 먹으면 10~15유로다. 마트에서 파스타 면(1유로 미만), 소스(1유로대), 햄 한 팩(2유로)을 사면 네 끼가 5유로 안쪽으로 해결된다. 하루 두 끼를 해먹으면 하루에 20유로가 남는다.
여드레면 160유로다. 그게 다음 도시의 숙박비이자 다음 나라로 가는 교통비였다.
언제부터 이득인가 — 하루 이틀 머무는 도시에서는 굳이 하지 않는 게 낫다. 양념과 기름을 새로 사야 하고, 남은 재료를 버리게 된다. 사흘 이상 머무는 도시부터 부엌 있는 숙소를 찾는 게 맞다.
뭘 사면 되나 — 파스타 면, 토마토 소스, 슬라이스 햄이나 소시지, 바게트, 토마토, 올리브, 계란. 이 일곱 가지로 일주일이 돌아간다. 양념은 소금·후추·올리브유·머스터드면 충분하다.
주의 — 매일 파스타를 먹으면 나흘째부터 물린다. 사이사이 카페에 한 번씩 앉는 값은 아깝지 않다. 그리고 아시아 식료품점을 찾아보는 게 좋다. 라면 한 봉지가 며칠치 기운을 만든다.
다음 편에서는 관광지가 아닌 리옹을 걷는다. 쇼핑몰과 신도시, 그러니까 사람들이 실제로 사는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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