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 리옹 10] 리옹에서 제일 많이 한 건 관광이 아니라 장보기였다
장보기였다.
여행이 생활 쪽으로 넘어간다.
한 도시에 여드레를 머물면 여행이 조금씩 생활 쪽으로 넘어간다.
리옹에서 제일 많이 한 일이 장보기였다. 그리고 그게 제일 재미있었다.
시장은 아침에 선다
강변 도로를 따라 아침마다 시장이 섰다.

씻어서 파는 게 아니라 흙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닭을 통째로 돌려 굽는 트럭이 있었다. 프랑스 시장에는 어디나 하나씩 있다.

그리고 치즈 좌판.

콩테는 숙성 햇수에 따라 값이 갈리고, 염소 치즈는 크기별로 놓여 있었다. 이름을 하나도 몰라서 그냥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마트는 또 다른 세계다
시장에 없는 건 마트에서 샀다.

한국 마트의 치즈 코너는 냉장고 한 칸인데, 여기는 통로 하나가 전부 치즈다.

이름을 못 읽으니 그림과 가격만 보고 골랐다.

낱개로 집어서 봉지에 담는 방식이었다.


장 보는 시간대가 우리와 달랐다.


숙소에서 마트까지 자전거로 다녔다. 중간에 지하차도가 하나 있었다.
*자전거 앞바구니가 화면 아래에 걸린다.*

숙소 부엌에서 해 먹었다
숙소에 부엌이 있었다. 그래서 거의 매 끼니를 해 먹었다.


가장 자주 만든 건 파스타다. 재료가 싸고 실패할 일이 없다.

한 번은 계란 노른자를 얹어봤다.

크림도 치즈도 제대로 안 넣었으니 흉내라고 해야 맞다.


접시에 초록색이 하나 올라가면 그럴듯해 보인다는 걸 이때 배웠다.


토마토를 잔뜩 썰어 얹은 날도 있었다.

파스타가 물릴 때는 다진 고기를 구웠다.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이 하나 남아 있었다.

여행이 길어지면 이런 조합이 자연스러워진다.
파르디외에서 반나절
비가 오거나 다리가 아픈 날에는 쇼핑몰에 갔다.


살 것도 없는데 몇 시간을 돌았다. 물가를 구경하는 것만으로 시간이 간다.

프랑스는 만화와 그림책이 어른의 물건으로 팔린다. 진열장에 유리를 덮고 가격표를 붙여놨다.

살 것도 없으면서 한참을 돌았다.


식품 코너는 위험하다. 안 살 생각으로 들어가서 뭔가 들고 나온다.


마지막은 바게트였다
리옹에서 마지막으로 산 게 염소 치즈였다.

바게트를 갈라 잠봉을 깔고, 염소 치즈를 부숴 얹고, 상추와 토마토와 올리브를 넣었다.

겉이 딱딱해서 자르는 것부터 일이었다.


이 조합을 리옹에서 배웠다. 그리고 이후 유럽을 도는 내내 같은 걸 만들어 먹었다.
염소 치즈는 처음엔 냄새가 세다고 느꼈는데, 며칠 먹으니 그 냄새가 있어야 맛이 났다. 블루치즈도 마찬가지였다. 리옹에서 입맛이 한 단계 넘어갔다.
*여드레를 지낸 집. 방과 복도를 한 바퀴 돌았다.*

*카운터 앞에 서서 주문했다*
프랑스에서 장 보는 법
채소는 직접 달아서 바코드를 붙인다 — 매장 안 저울에 올리고 화면에서 품목을 골라 스티커를 뽑아 봉지에 붙인다. 이걸 모르고 계산대에 가면 되돌아가야 한다. 요즘은 계산대에서 처리해 주는 매장도 늘었지만 저울이 보이면 그냥 하는 게 빠르다.
치즈는 이름을 몰라도 산다 — 좌판에서는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한 조각"이라고 하면 된다. 처음이라면 콩테나 톰 계열이 무난하다. 염소 치즈는 냄새가 세지만 며칠 먹으면 적응된다.
햄은 정육 코너가 싸다 — 포장된 것보다 잘라 파는 쪽이 싸고 두께도 고를 수 있다. 몇 장이면 충분하다.
일요일에 문 닫는다 — 대형 마트도 일요일에는 문을 닫거나 오전만 연다. 토요일에 미리 사둔다. 빵집도 오후 늦게 문을 닫는 곳이 많다.
숙소에 부엌이 있으면 그게 제일 큰 절약이다 — 며칠 이상 머무는 도시라면 부엌 있는 숙소가 외식비를 통째로 줄인다. 파스타·햄·치즈·바게트 조합이면 한 끼에 몇 유로가 안 든다.
그래서 그 재료로 뭘 해먹었는지는 따로 적는다. 여드레 동안 부엌에서 만든 것들이 사진으로 남아 있다. 다음 편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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