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 리옹 8] 서른다섯부터 나가는 세계대회가 있다는 걸 여기서 알았다
세계대회가 있다.
이 도시에 왔다.
지하철 문이 열렸는데 안이 육상복으로 차 있었다.
가방에 나라 이름이 붙어 있고 목에 참가증을 걸었다. 무릎에 테이핑을 한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대부분 나보다 스무 살, 서른 살은 많아 보였다.

서른다섯 살부터 나이대별로 나뉘어 뛰는 세계 육상 대회가 있다. 나는 이날 그런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같은 집에 살던 사람이 선수였다
며칠 전 편에 적었듯 이 집에는 나 말고 미국인 한 명이 있었다. 이름은 켄이고, 쉰이 넘었고, 이 도시에서 열리는 대회에 나가러 왔다고 했다.
전날 밤 늦게 들어오면서 터키에서 온 과자를 하나 건네줬다. 터키시 딜라이트라는 젤리 같은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경기장에 같이 가겠느냐고 물었다.


가는 길에 다른 나라 선수들을 계속 마주쳤다. 승강장에서 미국 셔츠와 러시아 셔츠가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접수처가 컨벤션센터 같았다
경기장에 딸린 실내 체육관이 통째로 접수처였다.

파란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노트북을 놓고 앉아 있고, 그 앞에 나라별로 줄이 서 있었다.

접수를 마치면 봉투 하나를 받는다. 그 안에 든 걸 켄이 꺼내 보여줬다.

종이 한 장에 카테고리가 M55라고 적혀 있고, 그 아래 출전 종목이 넷이었다. 100미터 허들, 400미터 허들, 10종 경기, 장대높이뛰기.
쉰다섯 살에서 쉰아홉 살 사이 남자부라는 뜻이다. 나이대는 다섯 살 단위로 끊는다.

봉투 안에는 일주일짜리 대중교통 정기권도 들어 있었다.

경기장이 여러 군데로 흩어져 있어서 셔틀버스 시간표가 따로 있었다.


다음은 퍼스, 그리고 대구
접수처 옆이 부스 구역이었다.
제일 큰 부스가 다음 대회 홍보 부스였다. 이듬해 호주 퍼스에서 열린다고 적혀 있었다.

여기서 알게 된 건데, 이 대회는 실외와 실내를 번갈아 가며 세계 곳곳에서 열린다. 그리고 2년 뒤에는 한국에서도 열렸다. 대구에서 실내 대회가 있었고, 74개 나라에서 4천 명 넘게 왔다.

기념품 가격이 생각보다 쌌다.

대회장 한쪽이 통째로 장터였다.

한 바퀴 돌고 나니 가방이 팸플릿과 샘플로 찼다.

트랙
밖으로 나오니 야외 경기장에서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관중석에 앉아 한참 봤다. 입장료도 없고 자리를 정해주지도 않는다.
*관중석에서 트랙을 한 바퀴 훑었다.*


기록판에 12초대가 찍혀 있었다. 100미터다.

100미터를 12초대에 뛴다는 건 일반인 기준으로 상당히 빠른 것이다. 그걸 쉰 넘은 사람들이 하고 있었다.


봉사자들은 대부분 젊었다. 접수처에서 종일 서 있던 두 사람과 잠깐 얘기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도시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다시 시내로 나왔다. 광장에서 물을 뿜고 있었다.

광장 한쪽에 커다란 파란 글자가 서 있었다. 이듬해 프랑스에서 열릴 축구 대회 홍보물이었다.


같은 도시가 한 해에 마스터즈 육상 세계대회를 치르고, 이듬해 유럽 축구 대회를 치른다.
저녁은 스테이크를 먹었다. 리옹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한 끼를 사 먹었다.


십일 년 뒤, 그 대회가 대구에 온다
이 글을 쓰면서 찾아봤다.
2026년 세계 마스터즈 실외 육상선수권이 대구에서 열린다. 8월 22일부터 9월 3일까지, 대구스타디움에서다. 내가 리옹에서 본 그 대회의 열한 번 뒤 판이다.
그때 접수처 부스에서 "다음은 퍼스"라고 적힌 홍보물을 봤다. 그 뒤로 대회는 페루, 스페인, 스웨덴을 돌았고 이번에 한국으로 온다.
리옹에서 켄이 받은 봉투에는 M55라고 적혀 있었다. 그가 쉰다섯이었으니 지금은 예순여섯이다. 여전히 뛰고 있다면 M65 그룹이다. 이 대회는 그렇게 짜여 있다. 나이를 먹으면 그룹을 옮겨서 계속 나간다. 은퇴라는 게 없다.
십일 년 전에는 이게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지금은 다르게 읽힌다. 서른다섯에 시작해서 아흔까지 갈 수 있는 판이 있다는 건, 운동을 그만두는 시점을 자기가 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때 트랙에 있던 사람들은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
마스터즈 육상이 뭔가
나이대별로 나뉜다 — 만 35세부터 참가할 수 있고, 5세 단위로 그룹을 나눈다. 남자는 M35·M40·M45처럼, 여자는 W35·W40처럼 표기한다. 아흔이 넘는 그룹도 있다.
세계선수권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 실외와 실내를 번갈아 가며 세계 여러 도시에서 열린다. 내가 본 리옹 대회는 98개 나라에서 8천 명 넘게 왔다.
한국에서도 열렸고, 또 열린다 — 2017년 대구에서 실내 세계선수권이 열렸다. 74개 나라에서 4천 명 넘게 참가했다. 그리고 2026년 8월 22일부터 9월 3일까지 대구스타디움에서 실외 세계선수권이 열린다. 참가 등록은 2026년 6월에 마감됐지만, 보러 가는 건 별개다.
비용은 본인 부담이다 — 국가대표로 뽑혀 가는 게 아니라 개인이 신청해서 간다. 항공과 숙박을 다 합치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 든다. 그걸 감수하고 오는 사람들이 팔천 명이었다.
보는 건 대체로 무료다 — 리옹에서는 입장 절차가 아예 없었다. 관중석에 그냥 들어가서 앉으면 됐다. 대구 대회의 관중 입장 방식은 공식 안내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프로 스포츠처럼 표를 파는 대회는 아닐 것이다.
종목이 동시에 돌아간다 — 트랙에서 달리기가 진행되는 동안 안쪽에서 도약과 투척이 같이 열린다. 어느 한 종목을 따라가기보다 한 시간쯤 앉아서 전체를 훑는 쪽이 재미있다.
다음 날에는 트랙에서 경기를 보다가 핀란드에서 온 할머니를 만났다. 그 만남이 몇 주 뒤 내 여행 경로를 바꿔놨다. 다음 편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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