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 리옹 12] 관광지가 아닌 쪽을 걸었다
관광지가 떨어진다.
그게 이 도시에서 제일 기억에 남았다.
한 도시에 여드레를 머물면 이런 일이 생긴다. 사흘째쯤 볼 만한 것을 다 보고, 나머지 닷새는 갈 데가 없다.
그때부터 걷는 곳이 달라진다.
유리 연필이 서 있는 동네

리옹 동쪽에 파르디외라는 지구가 있다. 구시가와 완전히 다른 얼굴이다.

1970년대에 통째로 계획해서 만든 업무·상업 지구다. 고층 건물과 쇼핑몰, 기차역, 도서관이 한 블록 안에 붙어 있다.


관광 안내서에는 거의 안 나온다. 볼 게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옹 사람들이 제일 자주 가는 곳이 여기다.
리옹 구시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그래서 여행자는 대개 강 서쪽에서 며칠을 보내고 돌아간다. 그 도시가 유산 관리만 하며 사는 게 아닌데도 그렇다.
파르디외는 그 반대편 답이다. 1970년대에 도심 기능을 통째로 옮겨 오려고 만든 지구다. 기차역을 새로 놓고, 그 위에 쇼핑몰과 업무 빌딩을 얹고, 도서관까지 같은 블록에 넣었다. 유산을 건드리지 않고 도시를 키우는 방법이었다.
쇼핑몰과 기차역

역과 몰이 붙어 있어서 안에서 다 이어졌다.


기차를 안 타도 이 안을 통과하는 사람이 많았다.

파르디외 역은 리옹에서 제일 큰 기차역이다. 파리로 가는 고속열차가 여기서 출발한다. 역과 쇼핑몰이 그냥 붙어 있어서 어디까지가 역이고 어디부터가 몰인지 모르겠다.


두 강이 만나는 쪽
리옹은 론강과 손강이 합쳐지는 자리에 있다. 그 합류점 일대를 콩플뤼앙스라고 부른다.


이쪽은 2000년대에 새로 개발한 지구다. 옛 항만과 도축장이 있던 자리를 갈아엎고 주거·상업 지구로 만들었다. 건물마다 색과 모양이 다른 게 의도된 설계다.
파르디외와 삼십 년 차이가 나는데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파르디외가 높이로 밀어 올린 지구라면 콩플뤼앙스는 물가로 펼친 지구다. 건물이 낮고, 사이가 넓고, 강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계속 나온다.
한 도시 안에 도시계획의 두 시대가 나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구시가까지 넣으면 세 시대다.

강가는 계단을 넓게 깔아서 앉을 자리가 많았다.


쇼핑몰에서 반나절을 보냈다

콩플뤼앙스 쇼핑몰은 형태가 특이하다. 지붕이 통유리라 실내가 실외 같고, 통로가 곡선이라 끝이 안 보인다.


이게 유럽 쇼핑몰에서 놀라는 지점이다. 상점만 있는 게 아니라 암벽장과 아이스링크, 실내 놀이터가 같이 들어와 있다. 가족이 하루를 보내라고 만든 곳이다.

살 것도 없는데 진열대를 한참 봤다.


DVD 매대가 아직 남아 있는 게 오히려 눈에 띄었다.

관광지에서는 못 보는 것들이다. 그 나라 사람들이 실제로 뭘 사고 얼마에 사는지는 이런 데서만 알 수 있다.

밤이 되면


퇴근 시간이 되니 마트 쪽으로 사람이 몰렸다.


바람이 없으면 물이 거울처럼 됐다.

강가에 배를 대놓고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행에서 제일 많이 남는 장면이 이런 것일 때가 있다. 특별할 게 없는 저녁에 강을 따라 걸어 돌아오는 길.
명소는 사진으로 이미 본 걸 확인하러 가는 셈이다. 실제로 가면 대개 사진보다 작고 사람이 많다.
반면 이런 저녁은 준비 없이 온다. 기대가 없으니 실망도 없고, 그래서 기억에 그대로 남는다. 여드레를 한 도시에 머무는 값이 여기 있다. 사흘짜리 일정으로는 이런 저녁이 나올 자리가 없다.
오래 머무는 도시에서 뭘 하나
사흘이 지나면 관광이 끝난다 — 대부분의 유럽 도시는 주요 명소가 사흘이면 동난다. 그다음부터는 다른 방식으로 도시를 봐야 한다.
신도시·업무지구에 가본다 — 리옹의 파르디외, 파리의 라데팡스처럼 대부분의 도시에 계획 지구가 있다. 관광객이 없어서 값이 싸고, 그 나라 사람들의 평일이 보인다.
대형 쇼핑몰은 물가 자료다 — 옷·식료품·생활용품 값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다음 도시의 예산을 짤 때 이 숫자가 기준이 된다.
강이나 공원을 따라 걷는다 — 돈이 안 들고 사람 사는 모습이 제일 잘 보인다. 저녁 시간대가 특히 그렇다.
교통권을 하루권 대신 회수권으로 — 이런 식으로 다니면 하루에 두세 번만 타게 된다. 10회권 쪽이 거의 항상 싸다.
다음 편이 리옹의 마지막이다. 대회 폐막식이 있었고, 트랙 안쪽에 백 개 가까운 나라의 국기가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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