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 스톡홀름 12] 스톡홀름 시장 지하 생선 수프, 남이 추천한 것만 먹고 떠났다

스톡홀름 여행기 · 12편
이 도시에서 내가
고른 것은 없었다.
본 것도 먹은 것도
남이 알려준 것이었다.

그날 밤 비행기로 이 도시를 떠났다. 반나절이 남아 있었다.

남은 시간에 뭘 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전날 저녁에 들은 말이 하나 있었다.

시장 지하에 수프를 파는 집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도시를 알려준 사람은 한 명이었다

스톡홀름에서 내가 스스로 고른 곳은 없다. 지금 세어 보면 그렇다.

전날 유일하게 입장료를 낸 곳은 바사호 박물관이었다.

그건 폴란드 친구 토멕이 추천한 곳이었다.

그를 만난 건 독일에서였다.

그리고 그 앞의 스페인과 포르투갈 구간도 같은 사람이 짜준 코스였다.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로, 거기서 포르투와 리스본으로 내려간 그 순서다.

이제 마지막 한 끼까지 그가 알려준 데로 가는 셈이었다.

시장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붉은 글자로 회토리스할렌이라 적힌 간판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간판 아래 계단으로 내려간다.

광장 한쪽 건물로 들어가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벽에 붉은 글자로 회토리스할렌(Hötorgshallen)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상에는 야외 장이 서고 지하에는 실내 식품관이 들어앉아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니 생선 가게와 정육점이 줄지어 있었다.

라틴아메리카 식재료를 파는 칸도 있었다.

스웨덴 시장인데 향신료 냄새가 났다.

실내 식품관 통로에 늘어선 식품 진열대
통로 양쪽이 다 가게다.

식당은 그 가게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시장 통로 옆에 의자와 상을 놓아두고 거기서 먹인다.

생선 수프가 한 그릇 나왔다

KAJSAS FISK라고 인쇄된 트레이 매트 위의 수프 그릇과 물 한 잔
트레이 매트에 가게 이름이 있다.
카이사스 피스크
Kajsas Fisk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수프를 판다
영업
월~목 11:00-18:00 · 금 11:00-19:00 · 토 11:00-16:00 · 일요일 휴무
가격
생선 수프 145 SEK · 그 외 요리 110~140 SEK · 수프에 와인 한 잔을 붙이면 238 SEK
주소
Hötorgshallen 3-6, 111 57 Stockholm, Sweden
회토리스할렌 지하 실내 식품관 안에 있다. 1984년에 문을 열었다. 빵과 샐러드는 셀프서비스로 값에 포함돼 있어 얼마든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주문하고 앉으니 트레이가 나왔다.

그 트레이 매트에 가게 이름이 인쇄돼 있었다.

카이사스 피스크(Kajsas Fisk).

수프는 붉었다. 토마토 국물에 흰살 생선과 새우가 들어 있고 위에 흰 것이 한 덩이 올라가 있었다.

붉은 국물에 흰살 생선과 새우가 든 수프
위에 올라간 흰 덩이가 소스다.

한 입 먹고 생각한 것은 라면이었다. 국물이 조금 달고 해물 맛이 진해서 해물 라면 국물에 가까웠다.

전날 저녁에 이걸 고기 수프로 들었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생선이었다. 그때 말을 잘못 들었던 것 같다.

빵과 샐러드는 값에 들어 있었다

수프를 받으면서 빵을 가져다 먹으라고 했다. 옆에 빵과 샐러드가 놓인 대가 있었다.

국물에 빵을 찍어 먹었다. 그게 그날 제일 잘한 일이었다.

두 달 넘게 걸으면서 배는 늘 덜 차 있었다.

값이 정해진 한 그릇에 빵이 얼마든 딸려 나온다는 게 그때 나에게는 꽤 컸다.

광장에는 장이 서 있었다

광장에 천막을 친 야외 시장의 꽃과 과일 노점
지상은 꽃과 과일 노점이다.

밥을 먹고 지상으로 올라오니 광장에 천막이 줄지어 있었다. 꽃과 과일을 파는 노점이었다.

과일 상자가 통로까지 나와 있고 사람들이 그 사이를 지나갔다. 관광객보다 장 보는 사람이 많아 보였다.

광장 옆에는 청동 군상이 서 있었다. 여러 사람이 위를 향해 손을 뻗은 모양이었다.

여러 인물이 위를 향해 손을 뻗은 청동 군상
누구를 기린 것인지 읽지 못했다.

누구를 기린 것인지는 읽지 못했다. 앞머리에 적었듯 이 도시에서 내가 알아본 것은 별로 없다.

시청은 물가에 서 있었다

역광 속 스톡홀름 시청의 벽돌 건물과 사각 탑
해를 정면으로 두고 찍었다.
스톡홀름 시청
Stockholms stadshus (Stockholm City Hall)
지금도 시 의회 청사로 쓰이면서 투어를 받는다
영업
08:30-16:00 (마지막 입장 16:00) · 내부는 가이드 투어로만 관람, 매시간 출발
가격
성인 150 SEK · 학생·경로 130 SEK · 7~18세 60 SEK · 6세 이하 무료. 탑은 별도 약 80 SEK이고 5~8월만 오른다
주소
Ragnar Östbergs plan 1, 111 52 Stockholm, Sweden
노벨상 만찬이 열리는 파란 홀(Blå hallen)과 금빛 모자이크로 덮인 황금의 방이 투어 코스에 들어 있다. 행사가 있으면 일부 방이 닫힌다

광장에서 물가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벽돌로 지은 큰 건물이 나왔고 한쪽에 사각 탑이 붙어 있었다.

스톡홀름 시청이다. 해를 정면으로 두고 있어서 사진이 죄다 역광으로 나왔다.

시청의 벽돌 탑을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
탑은 오월부터 팔월까지만 오른다.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이곳은 정해진 시간에 가이드를 따라가는 방식으로만 볼 수 있는데, 그날은 표를 살 여유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건물 안에 파란 홀이 있고, 매년 12월 10일에 노벨상 만찬이 거기서 열린다.

저녁은 초코바 하나였다

손에 든 파란 포장의 BOOST 초코바
이게 그날 저녁이었다.

시청을 보고 나오니 네 시가 넘었다. 공항으로 갈 시간이었다.

가는 길에 초코바 하나를 샀다. 부스트(BOOST)라고 적힌 파란 포장이었다. 그게 그날 저녁이었다.

배낭에는 초콜릿이 하나 더 있었다. 파란 봉지에 칼 파제르(Karl Fazer)라고 적힌 핀란드 것이었다.

파란 봉지의 칼 파제르 블루베리 요구르트 초콜릿
포리에서 받아왔다.

포리에서 마르자 할머니가 사주셨다. 자일리톨과 사탕을 한 봉지 쥐여주면서 이 초콜릿도 같이 넣어주셨다.

블루베리 요구르트가 들어간 종류였다. 며칠 전 그 집 앞 숲에서 딴 것과 같은 열매다.

공항버스는 폰으로 탔다

버스 안에서 든 폰 화면에 공항버스 QR 승차권이 떠 있다
종이 표를 뽑지 않았다.

시내에서 알란다 공항까지는 플뤽부스(Flygbussarna)라는 공항버스를 탔다. 표는 폰으로 미리 사뒀다.

버스에 올라 폰을 꺼내니 화면에 QR 코드가 떠 있었다. 종이 표를 뽑을 필요가 없었다.

이 폰은 리스본에서 급하게 산 99유로짜리다.

그 전에 쓰던 것이 죽어버려서 그날 바로 새로 샀다.

그 폰이 마지막까지 표를 띄워주고 있었다.

십만 원짜리 표를 그날 샀다

공항에 도착해서 이스탄불행 비행기를 기다렸다. 이 표를 산 것은 바로 전날이다.

호스텔에서 항공권을 뒤지다가 십만 원대 이스탄불 편을 봤다. 원래 생각했던 노르웨이도 폴란드도 아니었다.

값을 보고 그 자리에서 결제했다. 다음 나라가 그렇게 정해졌다.

밤이 깊도록 공항에 앉아 있었다. 노트북을 꺼내 밀린 여행기를 정리했다. 그날까지 며칠 분이 밀려 있었다.

비행기는 자정을 넘겨서 떴다. 창밖으로 날개에 불이 켜져 있었다.

밤 활주로에서 불이 켜진 비행기 날개
자정을 넘겨 떴다.

이 시장에 가려면

회토리스할렌은 시내 중심 광장 아래라 찾기 쉽다. 지하철 회토리에트(Hötorget)역에서 바로 이어진다.

지상 야외 장과 지하 실내 식품관이 다르다. 지상은 꽃과 채소, 지하는 생선과 고기와 식당이다.

  • 수프 한 그릇 — 145 SEK. 빵과 샐러드가 값에 들어 있다
  • 일요일 — 지하 식품관 자체가 문을 닫는다. 이 요일만 피하면 된다
  • 점심때 — 자리가 통로 옆이라 붐빈다. 열한 시 반이나 두 시 넘어가 앉으면 여유가 있다

시청까지는 걸어서 십오 분쯤이다. 물가로 내려가는 길이라 방향만 잡으면 헤매지 않는다.

이 도시에서 먹은 유일한 한 끼

이 도시에서 산 것 중에 남은 걸 꼽아봤다.

그런데 진짜 기념품이라고 적어놓은 목록은 따로였다. 거기 한 줄이 이렇게 들어가 있다.

스웨덴 친구가 준 예쁜 돌멩이.

전날 저녁 그 부부가 직접 그린 포장지에 꽃을 묶어 내민 것이 그 돌이었다. 열어보니 크리스탈이 들어 있었다.

이 도시에서 내가 고른 것은 없었다. 갈 곳도 먹을 것도 남이 알려줬고, 다음 나라마저 항공권 값이 정해줬다.

그런데 남은 것을 세어 보니 그중에 제일 값진 게 사람이 준 돌 하나였다.

그다음은 스웨덴을 떠나 도착한 이스탄불였다.

발코니에서 마르마라해가 보이는 십일 유로짜리 호스텔에서 터키 일정이 시작된다.

스톡홀름 · 12편 중 1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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