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 스톡홀름 5] 바사호 조각 500개, 전함인데 광고판이기도 했다
조각으로 덮여 있었다.
보여주는 배였다.
앞의 두 편에서 이 배가 왜 넘어갔고, 꺼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적었다.
이 편은 배의 겉면이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제일 오래 올려다본 부분이다.
선미가 통째로 조각이었다

배 뒤쪽으로 돌아가면 벽면이 나온다. 그 벽이 위에서 아래까지 조각으로 덮여 있다.
사람 얼굴, 짐승, 방패, 화환 같은 것이 층층이 붙어 있었다. 빈 자리가 거의 없었다.
지금은 전체가 나무색이라 처음에는 그냥 목조 장식으로 봤다. 가까이 가서야 하나하나 사람이 새긴 것임이 보였다.
배 전체에 붙은 조각은 오백 개쯤이다. 세는 방식에 따라 칠백 개가 넘는다고도 한다.
그리폰 두 마리가 소년에게 왕관을 씌우고 있었다

선미 조각 가운데에 한 장면이 있다. 가운데에 소년이 있고 양옆에서 짐승 두 마리가 그 머리에 왕관을 씌우는 모양이다.
짐승은 그리폰이다. 독수리 머리에 사자 몸을 붙인 상상의 동물이다.
소년은 구스타프 2세 아돌프다. 이 배를 주문한 그 왕의 어린 시절이다.
그리폰은 그 아버지 칼 9세가 쓰던 문장에서 왔다. 아버지의 표시가 아들에게 왕관을 얹어주는 그림인 셈이다.
이 배가 왕의 배라는 것을 뒤에서 보는 사람 누구나 알 수 있게 해뒀다.
이걸 보고 나는 메모에 이렇게 적어뒀다. 왕관 씌우는 그리폰 두 마리가 있는데 어린 왕을 나타낸다고 들었고, 그 어린 왕이 2세인지는 헷갈린다고.
이번에 찾아보고 그 물음표가 풀렸다.
원래는 붉은 바탕에 금색이었다

전시장 한쪽에 채색을 복원한 모형이 서 있었다. 그 모형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배는 갈색 나무 한 색이다. 그런데 처음 물에 띄웠을 때는 강한 붉은 바탕에 색이 올라가 있었다.
금색, 빨강, 파랑, 초록이 쓰였고 일부 조각에는 금박까지 붙였다.
바로 옆 진열장에 색을 되살린 조각 여럿이 나란히 서 있었다. 사람 얼굴에 살색이 칠해져 있고 옷은 붉고 머리는 금색이었다.

배 전체가 저 색이었다면 항구에서 보이는 모습이 지금 상상하는 것과 아주 달랐다.
그래서 이 배는 광고판이었다
박물관 설명을 다시 읽어보니 한 문장이 있었다. 바사호는 전함이었고 동시에 스웨덴을 알리는 물건이었다.
당시 스웨덴은 유럽 북쪽에서 세력을 넓히던 중이었다. 배는 항구에 들어가고 나오면서 그 나라의 힘을 대신 보여주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겉면에 돈과 시간을 그만큼 썼다. 조각가를 여럿 붙이고 색을 칠하고 금을 발랐다.
싸우는 기능만 생각하면 이 장식은 필요가 없다. 필요가 없는데도 오백 개를 붙인 이유가 거기 있었다.
원본 조각은 유리 안에 따로 있다

전시장 한 구역에 유리 진열장이 있고 안내판에 원본 조각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자 얼굴 조각 두 점이 들어 있었다. 배에서 떼어내 실내에 따로 보관하는 것들이다.
배에 남은 조각은 그 자리에서 삼백 년 넘게 물속에 있었다. 상태가 나쁜 것은 떼어 실내에서 관리한다.
앞 편에 적은 볼트 이야기와 같다. 세워두고 구경하는 물건이라기보다 매년 손이 들어가는 물건이다.
갑옷 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전시장 입구 쪽에 실물 크기 인물상이 서 있었다. 붉은 갑옷에 금색 장식을 두르고 칼을 짚고 있었다.
옆 벽에는 그 시절 유럽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스웨덴이 지금보다 훨씬 넓게 칠해져 있었다.
발밑에는 대포 한 문이 놓여 있었다.
이 배가 어떤 시대에 만들어졌는지를 세 가지로 요약해 둔 자리였다.
이 조각이 다 무게였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서 계산이 하나 붙었다.
앞 편에서 이 배가 폭이 좁고 위로 높았다고 적었다. 그리고 대포가 무거웠다고 적었다.
그런데 겉면의 조각도 무게다. 오백 개가 대부분 배의 위쪽에 붙어 있었다.
위가 무거운 배는 옆으로 기울면 돌아오지 못한다. 그 배가 첫 항해에서 그렇게 넘어갔다.
힘을 보여주려고 붙인 것이 배를 가라앉히는 데 얼마쯤 보탰다.
이 박물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의 크기
이 박물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의 크기가 아니었다. 겉면에 붙은 조각의 수였다.
전함 한 척을 이 정도로 꾸몄다면 그 배는 무기 말고도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배를 무겁게 만들었다.
목적이 하나가 아닌 물건이 어떻게 되는지를 한 척에서 다 봤다.
박물관을 나오니 아직 정오도 되지 않았다. 남은 시간은 걷는 데 쓰기로 했다.
입장료를 한 푼도 더 내지 않고 반나절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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