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 스톡홀름 4] 바사호 인양은 하루, 배를 마르지 않게 하는 데 26년이 걸렸다

스톡홀름 여행기 · 4편
배를 꺼내는 데는
하루가 걸렸다.
마르지 않게 하는 데는
이십육 년이 걸렸다.

앞 편에서 배가 왜 넘어갔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는지를 적었다.

이 편은 그 뒤 이야기다. 물속에 삼백삼십삼 년 있던 배를 꺼낸 다음에 무슨 일이 남아 있었는가.

전시를 돌다가 내가 더 오래 붙잡힌 쪽이기도 하다.

삼백삼십삼 년 만에 물 위로 올라왔다

인양선 두 척이 물 위에 떠 있고 그 아래 침몰선이 쇠줄에 매달린 모형
배 두 척이 양쪽에서 줄을 감아올렸다.

배는 1956년에 앤더스 프랑센이라는 사람에게 발견됐다. 인양은 1961년이었다.

침몰한 해부터 세면 삼백삼십삼 년이다.

인양 방법은 단순했다. 배 아래로 굴을 파서 쇠줄을 넣고, 수면의 배 두 척이 양쪽에서 그 줄을 감아올렸다.

들어 올린 다음에는 배 안에 든 물을 빼서 스스로 뜨게 만들었다.

이 장면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됐다. 스웨덴 사람들이 다들 조용히 그걸 지켜봤다고 한다.

잠수부가 먼저 내려갔다

구리 헬멧이 달린 옛 잠수복 전시물
굴을 파고 줄을 건 사람들이 입은 옷이다.

굴을 파고 줄을 건 것은 사람이다.

전시장에 그때 쓴 잠수복이 서 있었다. 구리 헬멧이 묵직하고 호스가 등 뒤로 늘어져 있었다.

옆 구역은 물속을 재현해 놓았다. 조명이 초록빛이고 천장에 잠수종이 매달려 있었다.

초록빛 조명 아래 잠수종을 매달아 물속을 재현한 전시 구역
천장에 매달린 것이 잠수종이다.

잠수종은 종처럼 생긴 통을 뒤집어 물속에 내리는 장비다. 안에 공기가 갇혀 있어서 잠수부가 그 안에서 숨을 쉰다.

나무는 물에서 나오면 부서진다

배를 올린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삼백 년 동안 물을 먹은 나무는 세포 안이 물로 차 있다. 그 물이 마르면서 나가면 세포벽이 안으로 무너진다.

그대로 두면 갈라진다. 배를 물에서 꺼낸 그 순간부터 마르는 것을 막는 일이 시작됐다.

십칠 년 동안 약품을 뿌렸다

선택한 물질은 폴리에틸렌글리콜이라는 합성 고분자다. 줄여서 페그(PEG)라고 부른다.

나무 속의 물을 이 물질로 천천히 바꿔치기하는 방식인데 물이 빠져나간 자리를 이것이 채우고 굳으면서 세포벽을 안에서 받쳐준다.

1962년 4월에 시작해 1979년 1월에 끝났다. 십칠 년이다.

처음 삼 년은 사람이 손으로 필요한 데만 발랐다.

1965년부터 자동 분무 장치를 돌려 배 전체에 안개처럼 뿌렸다.

가이드는 이걸 "특수한 물"이라고 설명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시기마다 다른 종류를 썼고 마지막에는 표면에 한 겹을 더 올려 열풍기로 녹여 붙였다.

그다음 구 년은 천천히 말렸다

분무를 멈춘 뒤에도 끝이 아니었다. 아홉 해에 걸쳐 공기 중에서 아주 천천히 말렸다.

인양부터 세면 이십육 년이다. 배를 물에서 꺼내는 데 걸린 시간과 비교하면 계산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쇠볼트 수천 개가 배를 붙잡고 있다

배 내부를 층층이 잘라 보여주는 단면 모형, 통과 자재가 층마다 놓여 있다
층마다 이렇게 짐과 사람이 들어찼다.

흩어진 조각을 맞추는 일도 같이 진행됐다. 가이드는 이 작업을 거대한 퍼즐 맞추기라고 불렀다.

지금 서 있는 배는 제 힘으로 모양을 버티지 못한다. 안쪽에 박힌 쇠볼트 수천 개가 대신 붙잡고 있다.

이 볼트도 세월이 지나면 녹슬어서 나무를 상하게 한다. 그래서 한 번씩 갈아 끼운다.

배는 다 만들어놓고 세워둔 물건이 아니었다. 계속 손이 가고 있었다.

왜 삼백 년을 버텼나

물속에 있던 세월이 그렇게 긴데 원형이 꽤 남아 있었다. 이유가 몇 가지 겹쳤다.

배가 가라앉은 데는 물이 얕았다. 발트해는 염분이 낮은데 배가 진흙에까지 묻혀 있었다.

여기에 가이드가 하나를 더 붙였다. 시민들이 강가에 쓰레기를 하도 버려서 물이 더러웠다고 했다.

나무를 갉아 먹는 좀조개가 살 수 없을 만큼 오염돼 있어서, 그 덕에 배가 남았다.

찾아보니 발트해의 낮은 염도와 당시 수질이 같이 언급된다. 도시가 물을 더럽힌 것이 결과적으로 배를 지킨 셈이다.

배에서 나온 금붙이는 하나였다

유리 상자 안 붉은 쿠션 위에 놓인 금반지 하나와 스웨덴어·영어 안내판
안내판에 부제독의 것일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인양하면서 배 안의 물건도 같이 올라왔다. 나무 그릇, 통, 신발, 옷 조각 같은 것들이 수천 점이었다.

그중에 금으로 된 것은 하나였다. 유리 상자를 들여다보니 붉은 쿠션 위에 반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안내판에는 이 반지가 부제독 에릭 옌손의 것이었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이 배에서 죽은 사람이 오십 명쯤인데 대부분은 아래층에서 노를 젓던 사람들이었다.

그 오십 명이 남긴 것 중 금은 하나뿐이었고, 그마저 지휘관 것으로 추정된다.

층마다 배의 다른 높이가 보인다

건져 올린 배를 그 자리에서 옮기지 않고 주변에 건물을 세운 이야기는 앞 편에 적었다.

배를 감싸고 건물을 올렸으니 관람 순서도 그에 맞게 짜였다. 층을 올라갈 때마다 같은 배의 다른 높이를 본다.

지금 박물관 안에 들어가면 층마다 배의 다른 높이가 보인다.

배 그림에 층 번호를 표시한 박물관 층별 안내판
층 번호가 배의 높이에 맞춰 붙어 있다.

아래층에서는 선체 바닥을 보고, 위층으로 올라가면 갑판과 돛대 쪽이 눈높이에 온다.

안내판에도 층 번호가 배 그림 위에 표시돼 있었다.

26년 동안 배를 말렸다

박물관에서 본 것 중에 이 대목이 계속 생각난다.

침몰과 재판 이야기는 그 자체로 완결돼 있어서 듣고 나면 끝이 난다.

그런데 인양 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볼트를 갈아 끼우고 습도를 재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다. 배를 꺼낸 해로부터 육십 년이 넘었다. 아직 손이 간다.

무언가를 건져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과, 건져 올린 것을 유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이렇게 다르다는 걸 그 전시에서 봤다.

전함인데 조각이 수백 개 붙어 있었고, 원래는 색까지 칠해져 있었다.

스톡홀름 · 12편 중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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