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 스톡홀름 11] 스톡홀름 왕궁 앞 사자 언덕, 이 도시는 사자로 왕을 표시했다
왕을 표시했다.
같은 짐승이 계속 나왔다.
스웨덴에 주어진 시간이 하루뿐이라고 생각하고 첫날을 몰아 썼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니 하루가 더 있었다. 비행기가 그날 밤에 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틀째는 첫날 지나친 구시가로 갔다.
이틀째는 쇼핑센터에서 시작했다

첫날은 새벽 여섯 시에 배에서 내려 걸었다. 이틀째는 여유가 있어서 열한 시에 나갔다.
숙소를 나와 시내 중심으로 들어가니 갈레리안(Gallerian)이 있었다. 유리 천장을 얹은 실내 상가다.
스포츠용품점과 생활용품점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들어가서 산 것은 없다. 이날 지갑에서 나간 돈은 점심 한 그릇과 초코바 하나였다.
분수 앞 좌대에 사자가 앉아 있었다

상가를 지나 공원 쪽으로 나오니 긴 수반에 물줄기가 여러 개 솟고 있었다. 아침 햇빛에 물이 하얗게 부서졌다.
비둘기 한 마리가 수반 앞을 걸어 다녔다.
그 옆에 청동 동상이 서 있었다. 좌대 위에 사람이 서 있고 그 발밑에 사자가 앉아 있었다.

누구의 동상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름을 못 읽었는데도 사진은 찍었다.
여행 내내 그랬다. 동상이 보이면 일단 찍고 나중에 찾아보자고 미뤘다.
사자는 그때 그냥 장식으로 봤다. 몇 시간 뒤에 그 짐승이 이 도시에서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왕궁으로 올라가는 길 이름이 사자 언덕이었다

*강 건너에서 본 스톡홀름 왕궁*
물길을 건너 구시가 쪽으로 넘어가니 왕궁이 나왔다. 스톡홀름 왕궁은 감라스탄 섬의 북쪽 끝에 붙어 있다.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첫날 바사 박물관에 입장료를 냈으니 이날은 바깥만 돌기로 정한 뒤였다.
광장 한쪽에 안내판이 서 있었다.

이 자리 이름이 뮌트토리에트(Mynttorget)라고 적혀 있었다.
옛 사진 두 장이 붙어 있고 그 아래로 주변 건물 설명이 이어졌다.
거기서 한 단어를 봤다. 레욘바켄(Lejonbacken).
왕궁 북쪽으로 올라가는 경사로 이름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사자 언덕이다.
이름의 유래는 난간에 놓인 청동 사자 한 쌍이다. 1780년대에 경사로를 만들면서 그 사자를 올려놨다.
사자를 만든 사람은 프랑스 조각가 베르나르 푸케다. 그는 이 왕궁 조각 일로 두 차례 스톡홀름에 머물렀다.
사자는 이탈리아 메디치가의 사자를 본떴고, 왕의 권력을 나타내는 표시로 그 자리에 놓였다.
그 문장을 읽고 앞의 조각들이 다시 보였다.
감라스탄 골목은 좁고 노랬다

왕궁을 지나 섬 안쪽으로 들어갔다. 감라스탄은 십삼 세기부터 사람이 산 구역이다.
길이 갑자기 좁아졌다. 양쪽 건물이 노랑과 주황으로 칠해져 있고 위층 창문이 길 쪽으로 바짝 나와 있었다.
차가 못 들어오는 폭이라 걷는 사람만 있었다. 관광객이 많은 시간대였는데도 한 골목만 들어가면 소리가 줄었다.

첫날 본 스웨덴 건물들은 지붕이 유난히 꼼꼼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도시에는 몸에 줄을 묶고 지붕 위를 걷는 관광 상품까지 있다.
광장 가운데 기마상이 그 왕이었다

구시가를 빠져나와 다리를 건너니 넓은 광장이 나왔다. 가운데에 기마상이 서 있었다.
말 탄 사람이 한 손을 들고 있고 좌대 아래쪽에도 인물상이 붙어 있었다. 뒤로 노란 대형 건물이 보였다.
이 광장 이름이 구스타프 아돌프 광장이다. 기마상의 주인은 구스타프 2세 아돌프다.
1611년에 왕이 되어 1632년까지 자리에 있었다.
스웨덴이 유럽 북쪽에서 제일 강했던 시기를 만든 왕이고, 그래서 별칭이 붙었다.
북방의 사자왕.
이 이름을 나는 이미 두 번 들었다.
첫날 걷다가 이 왕의 이름이 붙은 교회를 지났고, 그날 오전에는 이 왕이 주문해서 만든 배를 봤다.
바사호다. 힘을 보여주려고 재촉해서 만든 배였고, 첫 항해에 몇 걸음 못 가고 넘어갔다.
그 배의 선미에는 왕관을 씌우는 그리폰이 새겨져 있었다.
왕궁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사자가 앉아 있었다.
광장 가운데에는 사자왕이 말을 타고 있었다.
같은 표시가 배와 길과 광장에 각각 한 번씩 놓여 있었다. 이 도시는 짐승으로 왕을 가리켰다.
기마상은 1796년에 세워졌다.
스웨덴에서 말이 들어간 청동상으로는 이게 처음인데 왕이 죽고 백육십 년쯤 지나서야 만들어졌다.
이 코스를 걸으려면
이날 걸은 길은 시내 중심에서 감라스탄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코스다. 천천히 걸어도 두 시간 안쪽이다.
돈을 내야 하는 곳과 안 내도 되는 곳이 나뉘어 있다.
- 유료 — 왕궁 내부(대표실·보물실·박물관), 왕립 화폐 전시, 노벨 박물관
- 무료 — 왕궁 바깥 광장과 레욘바켄, 감라스탄 골목 전체, 구스타프 아돌프 광장, 물가 산책로
근위병 교대는 왕궁 안쪽 마당에서 한다.
시간이 정해져 있고 계절마다 달라지니 왕실 공식 안내에 그날 일정이 올라온다.
감라스탄은 좁은 골목이 얽혀 있어서 지도를 보고 걷기보다 아무 길로 들어가는 편이 재미있다.
어차피 섬이 작아서 십 분만 걸으면 물가가 나온다.
하루는 섬, 하루는 구시가
이 도시에서는 하루는 섬을 걷고 하루는 구시가를 걸었다.
그런데 한참 지나 사진을 다시 보니 같은 것이 세 군데에 찍혀 있었다.
배의 선미, 경사로의 난간, 광장의 좌대.
그때는 셋을 따로 봤다. 이제 보니 한 사람을 가리키는 표시였다.
그다음은 이 도시에서 먹은 유일한 제대로 된 한 끼였다.
시장 지하에서 생선 수프를 먹었고, 그 집은 지금도 같은 자리에 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