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 스톡홀름 7] 틸스카 갤러리, 은행가가 살던 집이 그대로 미술관이 됐다
두 채 남아 있다.
은행가가 살던 집이다.
앞 편에서 유르고르덴 섬을 걸으며 왕자가 살던 집과 그 집 정원을 봤다.
섬 남쪽으로 더 걸어가니 담장이 하나 나왔다. 그 담장 안에도 집이 있었다.
이번에는 왕족의 집이 아니었다.
길가에 배너가 서 있었다

숲길을 걷다가 초록색 안내 배너를 봤다. 틸스카 갤러리(Thielska Galleriet)라고 적혀 있었다.
배너에 그림 두 장이 인쇄돼 있었다. 하나는 흰 저택이고 하나는 배가 떠 있는 호수 풍경이었다.
아래쪽에는 정장을 입은 남자의 초상화가 붙어 있었다. 그 집 주인이었다.
담장 안에 저택이 서 있었다

배너를 따라 들어가니 흰 담장이 길게 이어지고 그 안쪽에 저택이 보였다.
건물은 흰 벽에 초록색 띠를 두르고 있었다. 지붕은 낮고 창은 격자였다.
담장 밖에서 보면 집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무와 담이 반쯤 가려서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고 지나갈 만한 자리였다.
문 앞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었다

아치형 문 위에 번호가 붙어 있었다. 옆 벽에는 개관 시간과 요금이 적힌 판이 걸려 있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앞서 두 사람이 자갈길을 밟고 들어가는 중이었다. 여름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었다.
관광 안내서에서 이름을 본 기억이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문 앞에 사람이 있었다.
정원에 조각이 서 있었다

들어가면 자갈 마당이 나오고 건물 벽을 따라 화단이 있다. 그 화단 앞에 청동 조각이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껴안고 웅크린 모양이었다.
구스타프 비겔란의 작품이다. 오슬로의 조각공원을 만든 노르웨이 조각가다.
이 정원에는 비겔란 말고도 로댕과 세르겔의 조각이 놓여 있다고 한다. 정원 자체가 전시장인 셈이다.
집주인은 은행가였다

건물 안에 들어가니 받침대 위에 흉상이 하나 있었다. 수염을 기른 남자의 얼굴이었다.
이 집을 지은 사람은 에르네스트 틸이라는 은행가다. 그림을 모으는 데 돈을 쓴 사람이었다.
건축가 페르디난드 보베르그에게 집을 맡겨 1907년에 완성했다. 설계 단계부터 모은 그림을 걸어둘 자리를 계산해 넣었다.
집이 곧 전시장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방과 방이 이어지고 벽마다 그림이 걸려 있다.
미술관처럼 넓은 전시실을 만든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살던 방 크기 그대로다. 그래서 그림과의 거리가 가깝다.
유리 케이스 안에 작은 물건이 들어 있고 그 옆에 금박 액자 그림이 걸려 있었다. 진열 방식이 미술관이라기보다 남의 집 거실에 가까웠다.
이 집에는 주인이 주고받은 편지의 원본도 남아 있다. 그림을 산 이야기, 화가와 나눈 말이 종이로 그대로 있다.
지금은 카를 라르손, 브루노 릴리에포르스, 안데르스 소른 같은 스웨덴 화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다. 노르웨이 밖에서 손꼽히는 뭉크 소장처로도 알려져 있다.
왕자의 집과 은행가의 집
같은 섬에서 두 집을 반나절 안에 봤다.
한 채는 왕자가 살던 집이고 정원 끝에 풍차가 서 있다. 다른 한 채는 은행가가 살던 집이고 정원에 조각이 서 있다.
둘 다 지금은 미술관이다. 사람이 살던 방에 그림이 걸려 있고 마당은 개방돼 있다.
이 섬은 그런 집을 남겨두는 방식으로 쓰이고 있었다. 새 건물을 지어 작품을 옮기지 않고, 집을 그대로 두고 사람만 바뀌었다.
이 집에 가려면
섬 남동쪽 끝이라 시내에서 바로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한다. 유르고르덴 안쪽에서 걸어가면 물가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다.
나는 섬을 도는 중에 걸어서 닿았다. 스칸센 쪽에서 남쪽 해안을 따라가면 한 시간쯤 걸린다.
- 월요일 휴관 — 이 요일만 피하면 된다
- 목요일 — 5월부터 10월까지는 저녁 여덟 시까지 연다
- 정원 — 조각은 마당에 있어서 건물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본다
같은 섬의 발데마르수데와 묶어서 도는 사람이 많다. 둘 다 저택 미술관이고 걷는 거리에 있다.
이 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갔다. 길가
이 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갔다. 길가 배너에 적힌 이름 하나가 전부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스웨덴에서 좋은 미술관으로 꼽히는 곳이었다. 그날 내 동선에 이 집이 들어온 이유는 딱 하나였다.
걸어가는 길에 있었기 때문이다.
미리 찾아본 곳만 가는 여행이었다면 이 집은 지나쳤다. 계획 없이 섬을 한 바퀴 돈 것이 이날은 이렇게 남았다.
굳이 찾아갈 필요는 없는데 보이면 또 들어가 보는 버릇이 그날 몇 번 더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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