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 스완지 9] 영국 웨일스 아이스크림 가게,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판다
그냥 아이스크림이라고
적혀 있었다.
세 번 먹었다.

저수지에서 돌아와 소파에 앉은 게 오후 네 시 반쯤이었다.
그날은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집에서 한 시간쯤 쉬었다

두 어른은 돌아가고 나는 집에 남았다. 며칠째 신세를 지고 있는 집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 똑같이 생긴 집들의 뒷면이었다.

영국 주택가는 이렇게 생겼다. 벽을 맞대고 붙어 있는 이층집이 한 줄로 늘어서고, 뒤쪽에 좁고 긴 마당이 하나씩 딸린다.
마당마다 빨래줄이 있고 창고가 있고 화분이 있다. 담이 낮아서 옆집 마당까지 다 보인다.
저녁 여섯 시가 다 돼서 다시 차를 탔다. 이번에는 나를 재워준 부부와 함께였다.
한 군데 더 가야 한다고 했다.
간판에 다른 건 그냥 아이스크림이라고 적혀 있었다

차가 선 곳은 아이스크림 가게 앞이었다.
간판이 하늘색이고 가게 이름이 크게 붙어 있었다. 그 옆에 `ICE CREAM PARLOUR`라고만 적혀 있다.
유리창에 동그란 로고가 붙어 있었는데 그 아래 한 줄이 더 있었다.
다른 건 전부 그냥 아이스크림이다.
자기네 것 말고는 다 그냥 아이스크림이라는 얘기다. 처음 보고 웃었다.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벽시계가 걸려 있고 진열대가 길게 놓여 있었다. 손님이 계속 들어왔다.

직원들이 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뜨는 사람과 계산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메뉴가 사실상 하나였다

가격표를 봤다.
콘 하나에 1.35파운드다. 견과와 초콜릿을 얹으면 1.40파운드, 초콜릿 바를 꽂으면 1.55파운드, 두 개 얹으면 2.10파운드.
집에 사 갈 통은 한 스쿱 1.35파운드부터 1리터 9.90파운드까지 있었다.
그런데 목록을 아무리 봐도 맛이 안 적혀 있다. 콘이든 통이든 크기와 토핑만 다르다.
이 집은 한 가지 맛만 만든다. 사진 속 아이스크림이 전부 흰색인 게 그래서다.
그날 두 번째로 만난 1922년이었다. 오후에 두 어른과 간 가게 메뉴판에도 1922년부터 웨일즈에서 만든다고 적혀 있었다.

이 도시에 1922년에 시작한 이탈리아계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고, 그 집이 백 년 가까이 같은 걸 만들고 있다.
다 먹기 전에 차가 출발했다. 차 안에서 녹는 속도와 경주하듯 먹었다.

해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갔다

가게에서 나와 다시 차를 탔다.
길 한쪽이 계속 바다였다. 스완지 만을 따라 남서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가는 길에 넓은 잔디밭을 지났다. 가장자리에 노란 들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그 끝에 부두가 하나 나왔다. 바다 위로 길게 뻗어 있고 끝에 붉은 지붕 건물이 서 있었다.

멈블스라는 동네다. 스완지 사람들이 주말에 오는 곳이라고 했다.
입구 아치에 두 언어가 붙어 있었다

부두 입구에 흰 아치문이 서 있었다.
가운데 시계가 박혀 있고 양쪽에 환영 문구가 적혀 있었다. 왼쪽이 영어, 오른쪽이 웨일즈어다.
웨일즈어 쪽 철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모음이 거의 안 보인다.
카디프에서도 저수지에서도 같았다. 이 나라 공공 표지는 두 언어를 나란히 쓴다.
부두는 나무 데크다. 발판 사이가 벌어져 있어서 걸으면 아래로 바다가 보인다.

부두 위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부두 위에 흰 목조 건물이 하나 있었다. 카페다.
야외 테이블이 파란 철제 의자와 함께 놓여 있고 위로 깃발이 여러 개 걸려 있었다.
주문을 받은 직원들과 사진을 찍었다. 웃으면서 같이 서줬고 한 명은 포즈까지 잡았다.

한 장으로 안 끝나고 한참을 떠들었다. 스튜어트가 먼저 말을 붙이니까 자리가 그렇게 풀렸다.
그중에 수염을 완벽하게 기른 남자 직원이 있었다. 보자마자 사진 찍어달라는 말이 나왔다. 진짜 수염이냐고 물어보고 만져보기까지 했다.
그 얼굴이 어딘가 익숙했다. 한참 생각하다가 알았다 — 대학교 때 친구를 닮았다. 지구 반대편 부두 카페에서 아는 얼굴을 만난 기분이었다.
여행하면서 가게 직원과 사진 찍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그날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같이 간 두 사람이 동네 사람이라 분위기가 달랐던 것 같다.
음료가 나왔다. 유리잔에 커피가 담기고 그 위에 휘핑크림이 높게 올라간 것이었다.

깃발 아래에서 잔을 부딪쳤다

테이블 위로 깃발이 펄럭였다. 웨일즈 국기와 유니언잭이 같이 걸려 있다.
붉은 용이 그려진 쪽이 웨일즈기다. 영국 국기에는 웨일즈를 상징하는 게 하나도 안 들어가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두 개를 나란히 건다.
셋이 돌아가면서 부딪쳤다. 맥주잔과 커피잔과 유리잔이 섞여 있어서 소리가 제각각이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서 테이블에 긴 그림자가 생겼다.
난간 너머에 등대섬이 있었다

부두 난간이 흰 주철이었다. 꽃무늬가 뚫려 있는 빅토리아 시대 양식이다.
그 너머 바다에 작은 바위섬이 두 개 붙어 있었다. 바깥쪽 섬 꼭대기에 흰 등대가 서 있다.
썰물 때는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날은 물이 차 있었다.
여기서 사진을 아주 많이 찍었다. 두 사람이 난간 앞에서 포즈를 바꿔 서면 내가 찍고, 다시 바꿔 찍었다.
부두 끝에 구조선을 넣어둔 곳이 있었다

부두 끝에 곡선 지붕을 얹은 건물이 있었다.
청록색 셔터가 내려와 있고 벽에 파란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안에 구조선을 넣어둔다.
유리 너머로 배가 보였다. 파란 선체에 번호가 적혀 있고 뱃머리가 위로 들려 있다.

영국 해안 구조는 기부로 굴러가는 민간 단체가 맡는다. 이런 창고가 해안을 따라 수백 곳 있고 대원 대부분이 자원봉사자다.
배를 바로 물에 내릴 수 있게 격납고가 부두 끝에 있고 아래로 경사로가 나 있다.
바로 옆에 붉은 지붕의 낡은 건물이 하나 더 서 있었다. 새 창고가 생기기 전에 쓰던 곳이다.
벤치에 앉아서 해가 내려가는 걸 봤다

돌아 나오는 길에 나무 벽 앞 벤치에 앉았다.
둘은 등을 완전히 기대고 늘어져 있었다. 하루가 길었다.
셋이 붙어 앉아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선글라스를 다 끼고 손으로 브이를 만들었다.

해가 물에 닿기 시작했다. 부두 건물이 검게 변하고 물 위에 빛이 길게 깔렸다.

그때가 여덟 시 십오 분쯤이었다. 8월의 영국은 해가 늦게까지 안 진다.

조스 아이스크림
스완지 시내와 멈블스 쪽에 지점이 있다. 어느 지점이든 파는 건 같다.
여름 주말 저녁에는 줄이 밖까지 나온다. 회전은 빠른 편이다.
멈블스 피어
스완지 시내에서 버스로 삼십 분쯤 걸린다. 해안 도로를 따라가서 창밖이 계속 바다다.
부두 위 카페는 야외 테이블이 좋다. 다만 바람이 세서 나는 여름인데도 겉옷을 꺼내 입었다.
썰물 시각을 확인하고 가면 등대섬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아이스크림을 세 번 먹었다
그날 아이스크림을 세 번 먹었다.
오전에 차 안에서 유기농이라며 받은 컵 하나, 오후에 강가 가게에서 라지 사이즈 콘 하나, 저녁에 아이스크림만 파는 가게에서 또 하나.
세 번 다 내가 사자고 한 게 아니었다. 데려간 사람이 세워서 사줬다.
그리고 그날 마지막으로 간 곳은 백 년 넘은 동네 부두였다. 관광 명소라기보다 스완지 사람들이 주말에 앉아 있는 자리에 가까웠다.
여행 중에 그 도시의 명소를 찾아다니면 목록이 남는다. 그 도시 사람 차에 실려 다니면 대신 하루가 남는다.
이날은 후자였다. 무엇을 봤는지보다 몇 번 얻어먹었는지가 더 잘 기억난다.
마트에서 일회용 그릴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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