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 스완지 2] 영국 웨일스에서 버스 이용권을 받자마자 잃어버렸다
잃어버렸다.
잘 데가 생겼다.

앞 편에서 나는 경기를 놓쳤고 잘 데도 없었다. 이 편은 그 상태에서 시작한다.
버스를 물어보다가 만났다

스완지 시내는 벽화가 많았다. 관광용으로 그린 게 아니라 그냥 건물 벽에 크게 그려져 있었다.


경기장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상가와 주차장이 넓게 깔린 지역을 지나 강 건너편이다.

경기장 가는 버스를 몰라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그렇게 알게 된 사람이 모네이다. 스완지에 사는 사람이었다.
노선을 설명해줄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자기가 갖고 있던 하루짜리 버스 이용권을 통째로 손에 쥐여줬다.
이 지역 버스는 하루권이 따로 있다. 한 번 끊으면 그날 하루 동안 노선을 가리지 않고 탈 수 있는 종이표다. 한 번 타는 값과 큰 차이가 안 나서 두 번 이상 탈 것 같으면 이걸 산다.
처음 보는 외국인한테 자기 표를 준 것이다. 고맙다고 하고 받았다.
이 도시가 그런 곳인지 그때는 몰랐다. 스완지는 인구 이십만이 조금 넘는 도시이고,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 아니다. 길에서 배낭 멘 동양인이 지도를 들고 서 있으면 눈에 띈다.
십 분 만에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걸 잃어버렸다.
어디서 흘렸는지도 모른다. 주머니에 넣었는지 손에 들고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난다. 배낭을 메고 정신없이 움직이던 참이었다.
그날 아침에 파로 공항 대합실에서 눈을 떴고, 비행기와 버스와 기차를 갈아탄 뒤였다. 경기 시작 시각은 이미 지나 있었고 정류장까지 잘못 봐서 삼십 분을 헤맨 뒤였다. 손에 뭘 쥐고 있는지 신경 쓸 상태가 아니었다.
준 사람 앞에서 그 표를 잃어버렸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여행하면서 난처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위쪽에 든다.
받은 지 십 분이 안 됐다. 고맙다는 말을 한 게 방금이었다.
미안해한 쪽은 그 사람이었다
그런데 모네이가 미안해했다. 표를 준 사람이, 그 표를 잃어버린 사람한테.
자기가 더 잘 챙겨줬어야 했다는 식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더니 전화를 걸었다. 남자친구 스튜어트였다.

전화 한 통에 차가 왔다. 스튜어트가 차를 몰고 나타나서 나를 경기장까지 태워다 줬다.
표 한 장을 흘린 대가로 웨일즈 사람 둘을 한꺼번에 알게 됐다. 계산이 안 맞는 거래다.
그 차를 타고 경기장으로 갔다

경기장은 생각보다 작았다. 프리미어리그 구단 홈구장인데 동네 체육관을 크게 키운 정도로 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라 주차장이 비어가고 있었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남아서 서성이고 있었다.

차 안에서 나는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만난 지 십 분 된 사람 둘이 앞에 앉아 있고, 그중 한 명은 내가 잃어버린 표를 준 사람이었다.
경기장까지는 금방이었다. 버스로 헤매던 길을 차로 가니 별것도 아니었다.
내려서 보니 이미 사람들이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경기는 끝나 있었다.
표를 미리 사놓고 온 경기였다. 그 표는 결국 못 썼다.
그런데 두 사람은 나를 내려주고 가지 않았다. 같이 남아서, 선수 출입구 앞에 나와 나란히 섰다.

경기장 밖에서 선수들이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끼었다.
유니폼을 입은 선수 하나가 나오자 줄이 생겼고, 나도 그 줄에 섰다.

버스 하루권을 쓰려면
이 지역 버스는 운영 회사가 나뉘어 있어서 표가 회사별로 다르다. 하루권도 회사별로 따로 판다.
기사에게 현금으로 사는 게 가장 확실하다. 잔돈을 준비해 가는 게 좋고, 큰 지폐는 거절당할 수 있다.
경기가 있는 날은 경기장 방면 버스가 늘어난다. 반대로 평소에는 배차가 뜸해서 시간표를 미리 보는 편이 낫다.
정류장 이름이 비슷한 게 여러 개 있다. 나처럼 반대쪽에 서 있으면 오지 않는 버스를 계속 기다리게 된다.
표 한 장 흘리고 친구 둘을 얻었다
표 한 장을 흘린 대가로 웨일즈 사람 둘을 한꺼번에 알게 됐다. 계산이 안 맞는 거래다.
경로를 되짚어보면 시작이 그 표다. 표를 안 잃었으면 버스를 탔을 테고, 버스를 탔으면 모네이와 정류장에서 헤어졌을 테고, 스튜어트를 만날 일도 없었다.
여행에서 실수가 이렇게 풀리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그냥 손해로 끝난다. 그날은 아니었을 뿐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잃어버린 걸 미안해한 쪽이 준 사람이었다는 것. 그게 이 도시에 대한 내 첫인상이 됐다.
경기는 못 봤는데 선수 아홉 명과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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