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 스완지 3] 스완지 시티 경기장에 기성용은 없었고, 나온 선수 아홉 명과 다 찍었다

스완지 여행기 · 3편
누군지 모르고
아홉 번 찍었다.
이름은 한참 뒤에
사진 속 등번호로 맞췄다.

경기는 끝나 있었다. 표를 미리 사놓고 왔는데 경기장 앞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들이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앞 편에서 나를 경기장까지 태워다 준 두 사람이 옆에 있었다. 이 편은 거기 내린 뒤에 벌어진 일이다.

사람들이 한쪽에 몰려 있었다

경기장 옆 출입구 앞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서 있다
바리케이드 뒤로 사람이 빽빽했다. 형광 조끼를 입은 스태프가 줄을 봤다.

주차장에서 차가 빠지는데 유독 한쪽에만 사람이 남아 있었다.

경기장 본관 옆 출입구 쪽이었다. 어린이들이 유니폼을 들고 서 있고 어른들이 그 뒤에 겹겹이 서 있었다.

그 문 위에 두 언어로 표시가 붙어 있었다.

건물 벽에 두 언어로 리셉션이라고 적힌 표시가 붙어 있다
Derbynfa. 웨일스어 리셉션 표시가 영어와 나란히 붙어 있다.

`Derbynfa` 그리고 `Reception`. 웨일즈어가 위, 영어가 아래다. 이 나라에서는 건물 안내판도 이렇게 두 줄이다.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고 그 안쪽으로 통로가 나 있었다. 선수들이 그 통로로 나와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구조였다.

철제 바리케이드를 따라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바리케이드 안쪽에서 선수가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경기를 못 본 사람이 서 있기에 딱 좋은 자리였다.

7번부터 시작했다

파란 트레이닝 상의에 등번호 7이 보이는 선수와 나란히 찍은 셀카
7. LEON BRITTON. 팬들에게 잘하기로 소문난 분인 걸로.

처음 나온 선수는 파란 트레이닝 상의를 입고 있었다. 등번호가 7번이었다.

키가 크지 않았다. 나보다 조금 큰 정도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팀에서 제일 오래 뛴 선수였다.

그다음에 나온 사람은 흰 폴로 셔츠였다. 혼자 사복이라 등번호가 안 보였다.

흰 폴로 셔츠를 입은 선수가 엄지를 들어 보이며 함께 찍은 셀카
번호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 제퍼슨 몬테로 선수인가.

엄지를 들어 보이면서 사진에 응해줬다.

선수인 건 확실하다. 셔츠 가슴에 구단 백조 문장이 박혀 있고 어깨에 용품사 삼선이 들어가 있다. 팀 스폰서 로고도 그대로다. 경기 끝나고 삼십 분쯤 지난 시각에 경기장 주차장에서 차 옆에 서 있었다.

그런데 등번호가 없으니 누구인지를 못 박는다. 오래 지나 사진을 확대해봐도 이 한 명만 확정이 안 됐다.

등번호만 찍어두고 이름은 나중에 맞췄다

등번호 27이 붙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수염 기른 선수와 함께 찍은 셀카
27. KYLE BARTLEY.

그 뒤로는 계속 나왔다. 나오는 족족 찍었다.

27번. 수염을 기른 큰 수비수였다.

23번은 그 시즌 이 팀에서 가장 많이 불린 이름이었다. 아이슬란드 출신 미드필더고, 프리킥과 중거리로 골을 만들던 선수다.

등번호 23이 보이는 선수와 어깨를 붙이고 찍은 셀카
23. GYLFI SIGURDSSON. 기성용 다음으로 자주 언급되는 분인 듯.

12번과 15번은 양쪽 측면을 맡던 둘이다. 12번은 작고 빨랐다. 그날 사진에서도 웃는 얼굴이 제일 컸다.

등번호 12가 붙은 선수가 활짝 웃으며 함께 찍은 셀카
12. NATHAN DYER.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15번도 같은 자리에서 오래 뛴 선수다. 이 팀에 십 년 가까이 있었다.

등번호 15가 보이는 선수와 나란히 찍은 셀카
15. WAYNE ROUTLEDGE.

24번은 중원에서 궂은일을 하던 선수다. 얼굴만 봐서는 축구 선수 같지 않게 생겼다는 생각을 그때 했다.

등번호 24가 붙은 선수와 사람들 사이에서 찍은 셀카
24. JACK CORK.

3번은 왼쪽 수비수다. 웨일즈 대표팀에서도 같은 자리를 맡았다.

등번호 3이 보이는 선수와 함께 찍은 셀카
3. NEIL TAYLOR.

마지막은 골키퍼였다

배낭을 멘 선수와 인파 속에서 찍은 셀카
1. LUKASZ FABIANSKI. 키퍼님이십니다.

마지막에 나온 사람은 배낭을 메고 있었다. 1번이었다.

폴란드 국가대표 골키퍼고, 이 팀에 오기 전에는 런던의 큰 구단에 있었다.

배낭을 멘 채로 걸어 나와서 처음엔 스태프인 줄 알았다. 등번호를 보고서야 알았다.

옆에 두 사람이 계속 있었다

이 줄에 나 혼자 서 있던 게 아니다.

경기장까지 나를 태워다 준 두 사람이 옆에 있었다. 버스를 물어보다가 만난 사람과 그 남자친구다. 그 이야기가 앞 편이다.

선수 사진 사이사이에 이 두 사람이 찍혀 있다. 나만 신나서 줄을 선 게 아니라 셋이 같이 서 있었던 것이다.

아홉 명의 이름

그날은 아무도 몰랐다. 축구를 챙겨 보는 편이 아니라 얼굴을 봐도 이름이 안 나왔다.

사진에 남은 등번호를 하나씩 맞춰보니 아홉 명이었다. 그 시즌 주전이 거의 다 들어 있었다.

등번호선수포지션
1우카시 파비안스키 (Łukasz Fabiański)골키퍼
3닐 테일러 (Neil Taylor)왼쪽 수비
7레온 브리턴 (Leon Britton)중앙 미드필더
12네이선 다이어 (Nathan Dyer)측면 공격
15웨인 루틀리지 (Wayne Routledge)측면 공격
20제퍼슨 몬테로 (Jefferson Montero)측면 공격 · 흰 폴로, 미확정
23길피 시구르드손 (Gylfi Sigurðsson)공격형 미드필더
24잭 코크 (Jack Cork)수비형 미드필더
27카일 바틀리 (Kyle Bartley)중앙 수비

7번 레온 브리턴은 이 구단에서 십오 년 가까이 뛰었다. 4부 리그 시절에 들어와 1부 리그까지 같이 올라갔으니 팬들에게는 구단 그 자체다.

23번 시구르드손은 이 시즌 팀 최다 득점을 했고, 이듬해 여름에 큰 이적료로 팀을 떠났다.

1번 파비안스키는 이 시즌 리그 최다 선방 기록을 세웠다.

정작 보러 간 선수는 부상이었다

경기장 외벽에 구단 문장과 지역 문장이 나란히 붙어 있다
백조 옆에 스완지 시 문장이 붙어 있다. 아래 문은 Derbynfa.

내가 이 경기장에 온 이유는 한 사람이었다. 그 시즌 이 팀에 있던 한국인 미드필더다.

경기장 앞에서 그 얘기를 하니까, 옆에 있던 친구가 알려줬다.

그 선수는 그날 안 나왔다고.

경기를 놓친 것도 아쉬웠는데 그 말을 듣고는 힘이 빠지는 대신 웃음이 났다. 늦지 않았어도 못 볼 뻔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시에 도착해 표를 내고 자리에 앉았어도 그 선수는 그라운드에 없었다.

왜 안 나왔는지는 한참 뒤에 알았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그날 경기 기록을 찾아봤더니 이유가 적혀 있었다.

개막전 원정에서 다쳤다. 첼시와 2-2로 비긴 그 경기에서 햄스트링을 다쳤고, 그 여파로 이 홈경기를 걸렀다.

대신 아홉 명과 코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표를 쓴 사람들은 관중석에서 봤고, 표를 못 쓴 나는 주차장에서 봤다.

그날 경기

리버티 스타디움
Liberty Stadium (현 Swansea.com Stadium)
지금은 명명권이 바뀌어 이름이 다르다. 구장은 그대로다
가격
경기 티켓은 좌석 등급별. 비경기일에는 스타디움 투어가 따로 있다
주소
Landore, Swansea SA1 2FA
스완지시티 AFC와 오스프리스 럭비팀이 함께 쓴다. 2015년 8월 15일 여기서 스완지시티가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2-0으로 이겼다

그날 경기는 그 시즌 리그 두 번째 라운드였다. 스완지가 2-0으로 이겼다.

전반 9분에 바페팀비 고미스가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52분에 앙드레 아유가 헤딩으로 한 골을 더했다. 둘 다 개막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득점이었다.

뉴캐슬은 후반에 오른쪽 수비수 다릴 얀마트가 경고 두 장으로 퇴장당해 열 명으로 싸웠다.

관중은 2만 명이 조금 넘었다. 이 구장 수용 인원이 거의 찬 숫자다.

선수 출입구에서 사진 찍는 법

경기가 끝나고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사이가 그 자리다. 선수들이 씻고 나오는 시간이다.

본관 리셉션 쪽에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그 안쪽 통로로 나온다. 어느 문인지는 사람들이 알려준다 — 그 자리에 먼저 서 있는 사람을 따라가면 된다.

모두가 서주는 건 아니다. 그날도 그냥 지나가는 선수가 있었다. 부탁하고 안 되면 물러서는 게 서로 편하다.

큰 구단일수록 어렵고, 이런 규모의 구단은 훨씬 후하다. 그날 아홉 명이 전부 서준 게 그 증거다.

표를 사놓고 못 쓴 날

표를 사놓고 못 쓴 날이다.

그런데 그날 남은 사진은 선수 아홉 명의 얼굴이다. 표를 제대로 썼으면 관중석에서 그라운드나 찍고 말았을 것이다.

한참 뒤에 사진을 정리하면서 등번호를 하나씩 검색했다. 그때마다 이름이 나오고, 그 이름으로 그 시즌 기록이 나왔다. 그날 몰랐던 아홉 명이 뒤늦게 이름을 얻었다.

여행 중에 찍어놓은 사진은 대부분 그때보다 나중에 값이 붙는다. 그날은 그냥 아무나 붙잡고 찍은 것이었다.

잘 데가 없다고 했더니 그 사람이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스완지 · 10편 중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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