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 부다페스트 5] 같은 음식을 두 번 먹었다, 랑고스의 짠맛과 단맛

부다페스트 여행기 · 5편
같은 시장에서 같은 음식을
이틀 간격으로 두 번 먹었다.
한 번은 사워크림,
한 번은 누텔라였다.
누텔라와 딸기 바나나를 얹은 단맛 랑고스
두 번째 랑고스 — 누텔라에 딸기와 바나나

부다페스트에서 랑고스를 두 번 먹었다. 이틀 간격으로 같은 시장, 같은 음식이었다.

첫 번째는 사워크림에 올리브와 오이를 얹은 짠 것이었고,

두 번째는 이 사진처럼 누텔라에 딸기와 바나나를 얹은 단 것이었다.

같은 튀긴 빵이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됐다.

다리를 건너 부다 쪽으로

부다 성 지구의 성당 외관
부다 쪽 성당 — 쌍둥이 첨탑이 올라간 고딕 건물이다
부다페스트 중앙시장
Nagy Vásárcsarnok / Great Market Hall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연다. 일요일은 문을 닫으니 일정 짤 때 주의
영업
월 06:00 - 17:00 / 화~금 06:00 - 18:00 / 토 06:00 - 15:00 / 일 휴무
가격
1층 식재료는 현지 물가, 2층 먹거리는 관광지 값이 붙는다
주소
Vámház körút 1-3, 1093 Budapest, Hungary
지하철 M4 푀밤테르역이나 트램 47·49번으로 바로 닿는다. 자유의 다리 앞이다. 1층은 파프리카·살라미·절임 같은 식재료, 2층은 랑고스와 기념품이다

부다페스트는 강을 기준으로 이름이 갈린다.

평지에 도시가 깔린 페스트, 언덕에 성이 앉은 부다. 첫 이틀은 페스트에서 보냈고 이날은 부다 쪽으로 넘어갔다.

부다 성 지구는 언덕 위에 성과 성당과 광장이 모여 있는 구역이다.

걸어 올라가도 되고 케이블카를 타도 된다.

다만 이 구역에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이틀 만에 같은 시장으로 돌아왔다

랑고스 노점 진열대, 누텔라 통과 토핑별 이름표가 붙어 있다
토핑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다
시장 상점에 쌓인 절임 병과 파프리카
시장 상점 — 파프리카와 절임 병이 천장까지 쌓여 있다

그리고 시장으로 갔다. 이틀 전에 갔던 그 중앙시장이다.

여행 일정을 짤 때 같은 곳을 두 번 넣는 사람은 잘 없다.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날 시장에 다시 갔고, 지금 그 선택이 이 구간에서 제일 맘에 든다.

두 번째로 가면 보이는 게 다르다.

첫 방문에서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파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두 번째에는 그게 이미 끝나 있으니 물건을 본다.

파프리카가 종류별로 몇 줄씩 걸려 있고, 절임 병이 천장까지 쌓여 있고,

살라미가 굵기별로 놓여 있다는 걸 두 번째에 알았다.

기억에 없는 전시 하나

토카이 와인병 전시와 영문 설명판
토카이 와인병 전시 — 사진에는 있는데 기억에는 없다

이 사진의 장소가 기억나지 않는다.

유리 진열장에 오래된 와인병이 번호를 달고 놓여 있고, 영어 설명판이 붙어 있다.

사진을 확대해서 읽으니 이렇게 적혀 있다.

`TOKAJI BOTTLE` — 와인 병입은 19세기 중반부터 퍼졌다. 그전까지 병에는 젬플렌이나 뷔크 산지의 유리공방 도장이 찍혔고, 종이 라벨 대신 도장·문양이 산지를 보증했다. 용량은 0.5~0.7리터. (전시품 1~10번: `TOKAJER` 도장 병, `TOKAJI` 도장 병, 탈리아 라이나 가문 와인저장고의 도자기 물병 등)

토카이(Tokaji)는 헝가리 북동부의 귀부와인 산지다.

곰팡이가 낀 포도로 만드는 달콤한 화이트와인이고,

루이 14세가 "왕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늘 따라붙는다.

헝가리에서 술 이야기를 하면 반드시 나오는 이름이다.

그런데 나는 그날 이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못한다.

기록에는 "장보기 구간에서 토카이 와인 진열을 확인했다" 정도로만 남아 있다.

이런 사진이 아카이브에 꽤 있다.

오래 지나면 사진은 남고 감정은 사라진다. 그래서 사진만 보고 감정을 채워 넣으면 그건 위조다.

기억이 없으면 없다고 적고, 대신 사진 안에서 읽을 수 있는 것만 적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위 설명판 내용은 전부 그 사진 안에 있는 문장이다.

두 번째 랑고스는 누텔라였다

누텔라를 바르고 딸기와 바나나를 얹은 랑고스
두 번째는 이렇게 나왔다
랑고스 노점의 토핑 진열대
랑고스 노점 — 토핑 이름이 노란 라벨로 쭉 붙어 있다

노점 진열대에는 토핑 이름이 노란 라벨로 붙어 있다. 누텔라, 시나몬, 그 밖에 여러 개.

첫 번째 랑고스에서 짠 쪽을 먹었으니 이번엔 원래 유명하다고 알고 있던 조합을 골랐다.

누텔라를 바탕에 바르고 딸기와 바나나를 얹고 슈거파우더를 뿌린 것.

떠나기 전에 블로그에서 본 그림이 정확히 이거였다.

먹어보니 이건 디저트다.

첫 번째가 끼니였다면 두 번째는 간식이다.

튀긴 빵이라는 바탕은 같은데 위에 뭘 올리느냐로 식사인지 후식인지가 갈린다.

같은 걸 두 번 먹지 않았으면 이 폭을 몰랐다.

두 번째가 남는다

거리에 세워진 브라운 클래식카
길에 세워져 있던 브라운 클래식카

시장에서 나와 걷다가 클래식카를 봤다.

관광객용 올드타이머로 보였고, 이것도 그날 무슨 생각으로 찍었는지는 모른다.

이 편에서 남는 건 결국 하나다. 여행에서 같은 걸 두 번 하는 게 생각보다 남는다.

첫 방문은 대체로 파악에 쓰인다.

어디로 들어가고 어디서 계산하고 뭐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간다.

첫 방문의 기억은 대부분 정보로 남았다.

두 번째에는 그게 끝나 있으니 고를 수 있고, 고르면 취향이 생긴다.

짠 랑고스와 단 랑고스 중에 뭐가 나았느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건 두 번 먹었기 때문이다.

일정에 여유가 있으면 새 곳을 하나 더 넣기보다 좋았던 곳을 한 번 더 가보길 권한다.

본 곳 수는 줄어드는데, 그게 손해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랑고스를 두 번째로 먹은 곳

그날 저녁에는 언덕에 올라가 도시를 내려다봤다. 사진만 찍고 내려오지는 않았다.

부다페스트 · 8편 중 5편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여행 #부다페스트자유여행 #랑고스 #마차시성당 #토카이와인 #헝가리음식 #유럽배낭여행 #세계일주 #부다페스트여행코스 #부다페스트가볼만한곳 #헝가리 #헝가리여행 #헝가리자유여행 #헝가리배낭여행 #부다페스트맛집 #부다페스트음식 #부다페스트먹거리 #부다페스트산책 #부다페스트풍경 #부다페스트여행후기 #부다페스트여행기 #부다페스트혼자여행 #부다페스트배낭여행 #부다페스트3박4일 #배낭여행 #90일세계일주 #퇴사여행 #혼자여행 #세계일주루트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90일간의 세계여행 - 배낭 메고 23개국

[중국 · 홍콩 3] 피크트램 줄 얼마나 길까, 한 시간 서보고 내린 결론

[말레이시아 · 쿠알라룸푸르 3] "팬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갈래?" 말레이시아에서 낯선 사람 차 타고 따라간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