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음식을 두 번 먹었다, 부다페스트 랑고스의 짠맛과 단맛

부다페스트에서 랑고스를 두 번 먹었다. 이틀 간격으로 같은 시장, 같은 음식이었다.
첫 번째는 사워크림에 올리브와 오이를 얹은 짠 것이었고, 두 번째는 이 사진처럼 누텔라에 딸기와 바나나를 얹은 단 것이었다. 같은 튀긴 빵이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됐다.
강 건너 부다 쪽으로 갔다

부다페스트는 강을 기준으로 이름이 갈린다. 평지에 도시가 깔린 페스트, 언덕에 성이 앉은 부다. 첫 이틀은 페스트에서 보냈고 이날은 부다 쪽으로 넘어갔다.
부다 성 지구는 언덕 위에 성과 성당과 광장이 모여 있는 구역이다. 걸어 올라가도 되고 케이블카를 타도 된다. 다만 이날 내 기록에서 이 구역은 오래 머문 자리가 아니다. 사진이 몇 장뿐이다.
이틀 만에 같은 시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시장으로 갔다. 이틀 전에 갔던 그 중앙시장이다.
여행 일정을 짤 때 같은 곳을 두 번 넣는 사람은 잘 없다.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날 시장에 다시 갔고, 지금 그 선택이 이 구간에서 제일 맘에 든다.
두 번째로 가면 보이는 게 다르다. 첫 방문에서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파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두 번째에는 그게 이미 끝나 있으니 물건을 본다. 파프리카가 종류별로 몇 줄씩 걸려 있고, 절임 병이 천장까지 쌓여 있고, 살라미가 굵기별로 놓여 있다는 걸 두 번째에 알았다.
기억에 없는 전시 하나

이 사진의 장소가 기억나지 않는다.
유리 진열장에 오래된 와인병이 번호를 달고 놓여 있고, 영어 설명판이 붙어 있다. 사진을 확대해서 읽으니 이렇게 적혀 있다.
토카이(Tokaji)는 헝가리 북동부의 귀부와인 산지다. 곰팡이가 낀 포도로 만드는 달콤한 화이트와인이고, 루이 14세가 "왕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늘 따라붙는다. 헝가리에서 술 이야기를 하면 반드시 나오는 이름이다.
그런데 나는 그날 이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못한다. 기록에는 "장보기 구간에서 토카이 와인 진열을 확인했다" 정도로만 남아 있다.
이런 사진이 아카이브에 꽤 있다. 오래 지나면 사진은 남고 감정은 사라진다. 그래서 여행기를 쓸 때 사진만 보고 감정을 채워 넣는 건 위조에 가깝다. 기억이 없으면 없다고 적고, 대신 사진 안에서 읽을 수 있는 것만 적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위 설명판 내용은 전부 그 사진 안에 있는 문장이다.
이번엔 누텔라였다

노점 진열대에는 토핑 이름이 노란 라벨로 붙어 있다. 누텔라, 시나몬, 그 밖에 여러 개.
첫 번째 랑고스에서 짠 쪽을 먹었으니 이번엔 원래 유명하다고 알고 있던 조합을 골랐다. 누텔라를 바탕에 바르고 딸기와 바나나를 얹고 슈거파우더를 뿌린 것. 떠나기 전에 블로그에서 본 그림이 정확히 이거였다.
먹어보니 이건 디저트다. 첫 번째가 끼니였다면 두 번째는 간식이다. 튀긴 빵이라는 바탕은 같은데 위에 뭘 올리느냐로 식사인지 후식인지가 갈린다. 같은 걸 두 번 먹지 않았으면 이 폭을 몰랐을 것이다.
두 번째가 남는다

시장에서 나와 걷다가 클래식카를 봤다. 관광객용 올드타이머로 보였고, 이것도 그날 무슨 생각으로 찍었는지는 모른다.
이 편에서 남는 건 결국 하나다. 여행에서 같은 걸 두 번 하는 게 생각보다 남는다.
첫 방문은 대체로 파악에 쓰인다. 어디로 들어가고 어디서 계산하고 뭐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간다. 그래서 첫 방문의 기억은 정보에 가깝다. 두 번째에는 그게 끝나 있으니 고를 수 있고, 고르면 취향이 생긴다. 짠 랑고스와 단 랑고스 중에 뭐가 나았느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건 두 번 먹었기 때문이다.
일정에 여유가 있으면 새 곳을 하나 더 넣기보다 좋았던 곳을 한 번 더 가보길 권한다. 본 곳 수는 줄어드는데, 그게 손해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음 편은 이날 저녁이다. 언덕에 올라가 도시를 내려다봤는데, 사진만 찍고 내려오지 않았다.
시리즈 이어 읽기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