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물가 총정리 — 랑고스·온천·교통비를 영수증으로 짚어봤다

부다페스트에서 나흘 밤을 묵으며 쓴 돈을 당시 페이스북에 그대로 적어뒀다. 랑고스 한 조각 값, 베이컨 한 봉지 값까지 숫자로 남아 있었다. 약 오래 지나 같은 항목을 지금 다시 확인해보니 품목마다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었다. 지금 물가부터 궁금하면 아래에서 바로 골라 보면 된다 — 랑고스 물가 → · 교통·온천 요금 → · 4박 예산 잡기 →. 당시 기록부터 먼저 짚어본다.

랑고스가 제일 많이 올랐다

토핑을 잔뜩 올린 랑고스
오이·토마토·페타·살라미까지 다 얹은 랑고스 — 진열대엔 갓 튀긴 반죽이 대기 중이다

부다페스트에서 제일 많이 먹은 건 랑고스(Lángos)다. 반죽을 튀긴 빵에 사워크림과 치즈를 올리는 헝가리 길거리 음식이다.

이틀 연속 먹었고 이틀 다 흘렸다.

<여기 포크와 나이프를 주시오.> 라고하자 마지못해 내어주시며 <그건 손으로 먹는 것이라네>라고 점원이 알려줬다. 테이블 쉐어를 해준 헝가리 아저씨 두 분도 랑고스를 드셨는데 나보고 유럽음식 처음먹냐면서 꺌꺌 비웃더니, 안흘리고 엄청 잘드셨다. 오기가 생겨 나도 손으로 반 접어서 입으로 와자작 뜯는데 테이블 위로 누텔라가 첨벙첨벙 홍수가 일어났다.

당시엔 토핑 얹은 랑고스가 약 5,200원이었다.

센트럴 마켓 랑고스 매대와 누텔라 통
센트럴 마켓 랑고스 매대 — 누텔라 통 뒤로 피치·크랜베리·월넛 토핑이 줄지어 있다

지금 센트럴 마켓 홀 2층 정가는 1,500~2,500 HUF, 원화로 약 7,400~12,400원이다. 그런데 위 사진처럼 채소와 치즈, 살라미까지 다 얹으면 4,200 HUF, 약 20,800원까지 뛴다. 메뉴판에 적힌 토핑을 하나씩 짚어 주문하는 편이 값을 지키는 방법이다.

당시보다 최소 1.5배, 다 얹으면 4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 글에서 격차가 가장 큰 항목이다. 참고로 센트럴 마켓 2층은 지금도 관광 가격대라, 랑고스 자체가 목적이면 시내 로컬 노점이 눈에 띄게 싸다.

반대로 거의 안 오른 것도 있다

마트에서 사 온 베이컨과 빵
마트에서 사 온 베이컨과 빵 — 이걸 냄비에 볶아 저녁을 해결했다

마지막 날 아침에 삼겹살을 구워보려다 실패하고 베이컨을 샀다.

400g에 1,200원이던 헝가리 베이컨 가격표
Tesco 가격표 — 394g에 374 Ft, 당시 환율로 약 1,200원이었다
부위 명칭은 Pork belly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곳에 영어 팻말은 없어서 구입엔 실패. 대신에 삼겹살과 같은 부위라는 베이컨이 엄청 싸길래 기분좋게 구입했다. 400g구입했는데 가격이 1200원이다. 삼시 세끼 베이컨이 가능한 나라!

숙소에 프라이팬이 없어서 냄비에 볶았고, 한국에서 받은 고추장을 넣었다.

마트 식재료는 지금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외식 물가가 크게 뛴 것과 대비된다.

숙소에서 해 먹으면 지금도 배낭여행 단가가 확 내려간다는 뜻이다. 당시에도 그게 정답이었다.

부다페스트 물가 대조표

센트럴 마켓 홀 내부 — 2층이 관광 가격대다
센트럴 마켓 홀 2층에서 내려다본 매장가 — 오가는 사람 대부분이 관광객이다
항목당시지금
환율100 HUF ≈ 400원100 HUF ≈ 495~500원
랑고스 (토핑)약 5,200원약 7,400~20,800원
피자 1조각199 Ft (약 800원)약 1,700~4,700원
지하철 1회권530 Ft (약 2,100원)450 Ft (약 2,200원)
세체니 온천 1일권약 59,000~67,000원
24시간 교통권2,750 HUF (약 13,600원)
공항버스 100E 편도2,500 HUF (약 12,400원)
호스텔 도미토리 1박약 14,000원약 15,000~38,000원
전통식당 1인 정찬와인 포함 약 20,000원약 20,000~40,000원
빈행 버스 편도22유로약 15~30유로

포린트가 원화 대비 그동안 20%대 중반 절상됐고, 그 위에 현지 물가 상승분이 얹혔다.

위 표의 "당시" 값 중 굵게 표시한 건 기억이 아니라 사진에서 읽은 숫자다. 여행기 물가는 대개 "저렴했다"는 감각만 남고 숫자는 흐려지는데, 그날 가격표와 간판을 찍어둔 게 11년 뒤에 이렇게 쓰인다.

  • 조각피자 `Pizzaszelet 199 Ft` — 숙소 근처 `KING GYROS BÜFÉ` 간판. 같은 간판에 `Lángos 300~500`, `Hamburger 500`, `Melegszendvics 400`도 붙어 있다. 배낭여행자에게 가장 싼 끼니가 이 조각피자였고, 그래서 이 도시에서 정말 많이 먹었다.
  • 중앙시장 진열대 — `Sausage in Lángos 1,690 Ft` · `Stuffed Cabbage 1,900 Ft` · `Vegetarian Eggplant 1,390 Ft` · `Jacket Potato 1,390 Ft`. 시장 2층 노점 가격이라 길거리 노점보다 비싼 편이다.
  • 첫 지하철 티켓 530 Ft —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온 날 산 것.
  • 빈행 버스 `NUR 22 EURO` — 버스 측면에 적혀 있던 그대로다.
  • 마트 영수증 3,051 Ft — 떠나는 날 산 장바구니 합계다. 페프시·삼겹살·빵·칩이 한 줄씩 찍혀 있다.

⚠️ 하나 어긋나는 게 있다. 당시 가계부에는 "소시지 피자빵 1,200원"으로 적혀 있는데, 사진의 `Sausage in Lángos`는 1,690 Ft(당시 환율로 약 6,800원)다. 같은 품목이 아니거나 다른 가게였을 가능성이 크다. 기록과 사진이 안 맞을 때는 억지로 맞추지 않고 둘 다 적어두는 게 낫다고 생각해 그대로 남긴다.

지금 교통·온천 요금

교통은 BudapestGO 앱에서 단일권·24시간권·72시간권을 바로 산다(BKK 공식 요금표). 24시간권은 2,750 HUF, 공항버스 100E 편도는 2,500 HUF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40분 안팎이고 100E는 24시간 다닌다.

세체니 온천은 평일 락커 포함 11,900 HUF, 주말은 13,500 HUF다(세체니 온천 공식 요금표). 개인 탈의실을 쓰면 요금이 더 붙고, 오전 9시 전에 들어가는 '굿모닝' 할인권을 쓰면 그보다 싸게 들어간다.

헝가리는 아직 유로를 쓰지 않는다. 포린트를 미리 준비하는 편이 낫다.

4박을 이렇게 썼다

숙소는 도미토리였고, 4박 내내 같은 곳에 묵으며 하루에 한 지역씩만 돌았다.

일차동선
1일차도착 → 세체니 온천 → 도나우강 야경
2일차쇼핑몰 → 센트럴 마켓 → 자유의 다리 → 머르기트 섬
3일차에스테르곰 당일치기
4일차센트럴 마켓 → 겔레르트 언덕
5일차마트 장보기 → 빈행 버스 (22유로)

핵심은 3일차를 통째로 근교에 쓴 것이다. 시내는 2일이면 충분히 돌고, 남는 하루를 근교로 빼는 편이 만족도가 높았다.

4일차처럼 아무 일정 없이 책만 읽은 날도 후회가 없었다.

지금 같은 4박을 짠다면

숙소가 가장 큰 변수다. 호스텔 도미토리가 1박 15,000~38,000원 선이라 4박이면 6만~15만 원이다.

여기에 고정비가 붙는다. 온천 1회 약 59,000~67,000원, 72시간 교통권은 24시간권의 세 배 안팎이라 3만 원대다.

식비를 하루 3만 원으로 잡으면 항공권을 뺀 4박 총액이 대략 35만~50만 원 구간이다.

랑고스를 시장 2층에서 매일 다 얹어 먹으면 이 예산이 흔들린다. 마트를 한 번 다녀오는 쪽이 훨씬 낫다.

부다페스트 기본 정보

헝가리는 솅겐 조약국이라 한국 여권으로 무비자 90일 체류가 된다. 화폐는 포린트(HUF)만 쓰고, 유로 현금은 관광지 일부에서만 받아준다.

공항에서 시내는 100E 버스나 지하철 M3 환승으로 들어간다. 성수기인 6~8월은 온천도 시장도 붐비니, 이른 아침 시간을 노리는 편이 낫다.

위 가격은 지금 기준이라 내가 갔을 때와도, 앞으로와도 다르다.

다녀와서

부다페스트 물가를 다시 들여다보니 품목별로 온도차가 뚜렷했다. 관광지 한복판 먹거리는 크게 뛰었고, 마트 식재료는 여전히 저렴했다. 다음에 가면 랑고스는 시내 로컬 노점에서 사 먹고, 나머지는 숙소 자취로 아끼는 동선을 짜보고 싶다.

다음 편은 빈으로 넘어가 라트하우스플라츠 필름 페스티벌에서 무료로 본 야외공연, 디페쉬 모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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