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 리스본 2] 전망은 공짜였고, 제일 밋밋한 건물이 제일 화려했다
값이 안 붙어 있었다.
안은 제일 화려했다.
아침을 먹고 나와서 언덕 위로 올라갔다. 리스본은 언덕이 일곱 개라고 하는데, 그 말은 어디로 가든 오르막이라는 뜻이다.
성을 공짜로 봤다

난간 앞에 서니 도시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아래로 바이샤의 지붕들이 깔려 있고, 그 너머 언덕 꼭대기에 성벽이 있었다. 상 조르제 성이다.
리스본에서 제일 유명한 유료 명소를 여기서는 돈을 안 내고 봤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테주강까지 보였다. 난간에 기대는 데 드는 값은 없었다.
전망대가 정원이었다

여기는 전망대라기보다 정원이었다. 흔히 생각하는 전망대는 난간 하나 세워둔 자리인데, 상 페드루 드 알칸타라는 위아래 두 층으로 된 정원이다.
화단이 층층이 내려가고 그 끝에서 도시가 시작된다. 가운데 길이 나 있고 벤치가 놓여 있다. 화단에는 꽃이 심겨 있고 물이 있는 자리도 있었다.

정원 안에 기념비가 하나 서 있었다. 흰 돌로 만든 기단 옆에 검은 청동 인물상이 붙어 있었다. 관광객은 아무도 그 앞에 안 섰고 다들 난간 쪽에만 몰려 있었다.

지붕이 여기서도 주황색이었다

포르투에서 언덕에 올라갔을 때도 아래가 통째로 주황색이었다. 리스본도 같았다. 지붕 기와 색이 도시 전체에서 하나로 맞춰져 있다.
다른 점은 스케일이었다. 포르투는 강이 가깝고 도시가 촘촘한데, 리스본은 지붕이 지평선까지 이어졌다. 같은 색인데 넓이가 달랐다.
사람들이 난간을 따라 죽 서 있었다. 다들 같은 방향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벤치가 있고 그늘이 있었다. 그늘 아래 앉아 있는 사람이 사진 찍는 사람보다 많았다. 배낭여행자한테 그늘과 벤치와 무료라는 조건이 다 갖춰진 자리는 흔치 않다.

낮보다 해질녘이 좋다는 사람이 많은데 그만큼 붐빈다. 그늘 있는 벤치는 오전에 비어 있다. 성을 사진에 넣고 싶으면 오전이 역광을 피하기에 낫다.
바로 옆이 글로리아 푸니쿨라 상부역이라 올라오는 길이 두 가지다.
내려가는 건 유료였다

전망대 바로 옆에 급경사 골목이 있고 거기에 선로가 두 줄 깔려 있었다. 글로리아 푸니쿨라다. 노란 차량이 케이블에 매달려 언덕을 오르내린다.
저 아래에 차량이 한 대 서 있는 게 보였다. 길이가 짧다. 걸어서 몇 분이면 내려가는 거리를 케이블로 올려주는 것인데, 그 몇 분에 값이 붙어 있었다.
전망은 공짜였고 내려가는 건 유료였다. 그래서 선로 옆을 걸어서 내려갔다.
왼쪽 옹벽이 통째로 그래피티였다. 색이 여러 겹으로 덧칠돼 있어서 무슨 그림인지 알아보기 어려웠다. 리스본에서는 이런 벽을 자주 봤다.

걸어서 몇 분이면 오르내리는 거리다. 배낭이 무거우면 올라갈 때만 타고 내려올 때는 걷는 게 낫다. 값을 따로 낼 거라면 하루 교통권 안에 포함되는지부터 보는 게 좋다.
밖에서 보면 성당 같지도 않았다

전망대에서 조금 걸어 내려오니 흰 건물이 하나 있었다. 벽이 그냥 흰 석회고, 창이 셋, 위에 동그란 창이 하나, 문 위에 삼각 박공이 하나. 그게 전부였다.
십자가가 안 보였으면 성당인 줄 몰랐을 것이다. 전시 안내 현수막 두 장이 벽에 걸려 있어서 무슨 전시장인가 했다.
포르투에서 본 성당들은 정반대였다. 카르무 성당은 옆벽 한 면을 통째로 파란 타일 그림으로 덮었고, 콘그레가도스도 정면에 타일 액자를 여러 장 박아놨다. 그 도시의 성당은 밖에 돈을 썼다.
리스본의 이 성당은 밖에 아무것도 안 썼다.
천장이 평평한데 둥글게 보였다

문을 밀고 들어가니 안이 완전히 달랐다.
먼저 천장부터 이상했다. 성당 천장은 대개 아치로 둥글게 올라가는데, 여기는 평평했다. 나무를 깐 납작한 천장이다. 그런데 그 위에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그림이 원근법으로 그려져서 올려다보면 둥근 궁륭처럼 보였다.
평평한 판에 깊이를 그려넣은 것이다. 한참 올려다보고 나서야 그게 그림이라는 걸 알았다.
양옆으로는 예배당이 줄지어 있었다. 회색 돌기둥으로 구획을 나눠놨고, 그 안쪽마다 금박이 채워져 있었다. 겉은 돌, 속은 금이다.

옆 예배당은 통째로 금이었다
예배당 하나하나가 따로 만들어진 방 같았다. 어떤 곳은 금박 조각이 벽을 다 덮었고, 어떤 곳은 색색의 돌을 짜맞춰놨다. 유리로 막아놓은 곳도 있어서 사진에 반사가 그대로 찍혔다.
여기도 사람들이 목을 젖히고 있었다. 포르투 상 벤투역에서 벽을 올려다보던 자세, 드라강 박물관에서 천장 트로피를 올려다보던 자세와 똑같았다. 이 나라는 볼 것을 자꾸 위에 둔다.

본당은 입장료를 안 받았다. 옆에 붙은 박물관만 따로 받는다. 밖에서 보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건물이라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리스본에서 문을 열어봐야 하는 건물이 있다면 여기다.
전망대에서 걸어서 몇 분이다. 밖에서 보고 지나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러면 손해다. 안에 있는 예배당 중에는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 배로 실어온 것도 있다고 한다.
값이 붙는 자리와 안 붙는 자리
이 도시에서는 값이 붙는 자리와 안 붙는 자리가 예상과 어긋났다.
제일 좋은 전망에는 값이 없었고, 걸어서 오 분이면 되는 언덕길에는 값이 있었다. 밖에서 봐서 제일 볼 것 없는 건물이 안으로 들어가면 제일 화려했다.
포르투에서는 성당이 밖에 돈을 썼는데 리스본은 반대였다. 같은 나라 안에서 도시 하나 차이로 그게 뒤집힌다는 게 재미있었다.
그다음은 트램 28번 줄을 보고 걷기로 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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