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 포르투 7] 관광지가 하나도 없는 하루
안내서에 한 줄도 없었다.
제일 많이 본 날이었다.
포르투에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저녁에 리스본으로 가는 카풀이 잡혀 있었고, 그때까지 시간이 남았다. 볼 만한 데는 전날 다 봤다. 그래서 그냥 동쪽으로 걸었다.
공원에 맥주 천막이 서 있었다

동네 공원에 들어갔더니 나무 밑에 빨간 천막이 하나 서 있었다. `SUPER BOCK`이라고 적혀 있었다. 포르투갈 맥주 브랜드고, 포르투에서 만든다.
천막 아래에 긴 나무 벤치와 탁자를 죽 늘어놓았고, 사람이 오십 명쯤 있었다. 거의 다 중년 아니면 노년의 남자들이었다. 셔츠와 카디건과 챙모자. 어떤 무리는 벤치에 앉아 카드를 하고 있었고, 어떤 무리는 서서 이야기만 했다.
관광객은 나 하나였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고, 나도 사진 한 장 찍고 그냥 지나갔다. 축제라기엔 조용했고 그냥 모이는 날 같았다.
공원은 크지 않았다. 가운데 둥근 연못이 있고 그 둘레를 꽃밭이 감싸고 있었다. 물이 초록색이었고 안에 뭔가 떠 있었다.

연못 건너편에 기념비가 하나 서 있었다. 돌 기단 위에 여자 형상이 앉아 있고 기단에 부조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누구를 기린 것인지는 안 읽었다. 도심에 있었으면 안내판이 붙었을 텐데 여기엔 없었다.

정비소 벽도 타일이었다

골목으로 들어가니 이층 건물 두 채가 붙어 있었다. 한 채는 노란 타일, 한 채는 초록 타일로 벽 전체를 덮었다. 노란 쪽 이층 창 아래에 자동차 부품 간판이 붙어 있었다. 자동차 정비소였다.
전날 성당 벽에서 본 것과 같은 타일이다. 성당은 성경 장면을 그렸고 여기는 무늬만 반복했지만, 벽 전체를 타일로 덮는다는 발상 자체는 같았다.
현관 옆에도 타일 띠가 하나 붙어 있었다. 폭이 한 뼘쯤 되는 세로 띠에 포도넝쿨 무늬가 들어가 있었다. 문 하나 옆에 그것만 붙여놓은 게 이상하게 좋았다.

담벼락에 도시가 그려져 있었다

조금 더 가니 담벼락 하나가 통째로 짙은 파란 타일이었다. 그 가운데에 흰 타일로 그림이 하나 박혀 있었다.
그림 내용이 도우루강이었다. 다리가 있고, 포도주를 싣던 라벨루 배가 있고, 강가에 파라솔과 사람들이 있고, 언덕 위에 대성당이 있었다. 내가 전날 밤과 그 전날 낮에 본 것들이 전부 한 장에 들어 있었다.
그림 아래에 손글씨체로 포르투갈어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다 읽지는 못했는데 앞부분은 이랬다. `Não há nenhuma cidade assim` — 이런 도시는 어디에도 없다.
관광객이 안 오는 동네였다. 그 동네 담벼락에 자기 도시를 그려놓고 그 밑에 그렇게 적어놓은 것이다.
강은 위쪽으로도 이어져 있었다

언덕을 넘으니 아파트 사이로 강이 보였다. 도우루강인데 위치가 위쪽이라 풍경이 완전히 달랐다.
여기서 보이는 다리는 야경으로 유명한 그 다리가 아니었다. 장식이 없고 상판이 곧게 뻗은 다리였고, 그 위로 차가 지나갔다. 강가에 관광객이 앉을 자리도 없었다. 강 건너에는 아파트와 창고가 있었다.

같은 강인데 한쪽은 사진을 찍으러 오고 한쪽은 그냥 건너다닌다. 도시가 강을 두 가지 방식으로 쓰고 있었다.
묘지에 들어가 봤다

걷다가 묘지가 나왔다. 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가 봤다.
왼쪽은 벽이었다. 벽 전체가 서랍처럼 칸으로 나뉘어 있고 칸마다 사진과 이름과 꽃이 놓여 있었다. 조화도 있고 생화도 있었다. 오른쪽에는 작은 집처럼 생긴 가족 묘실이 줄지어 있었다. 지붕에 기와를 얹고 문에 십자가를 단 것도 있었다.
가운데 길에 돌이 촘촘히 깔려 있었고, 그 길이 안쪽으로 꽤 깊게 이어졌다. 사람은 없었다. 관리인도 안 보였다.
낯선 나라의 묘지를 걷는 게 무례한 건지 잠깐 생각했다. 그런데 문이 열려 있었고 길이 나 있었고 누구도 나를 막지 않았다. 여기 사람들에게 이 자리가 특별히 격리된 곳이 아니라는 뜻 같았다.
박물관 앞에서 돌아섰다

동쪽으로 더 가니 흰 건물이 나왔다. 담장에 `MUSEU MILITAR DO PORTO`라고 붙어 있었다. 포르투 군사박물관이다. 마당에 대포가 놓여 있는 게 담장 너머로 보였다.
들어가지는 않았다. 이날은 뭔가를 보러 다니는 날이 아니었다.
관광 동선에서 벗어난 위치라 사람이 거의 없다. 캄파냐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뜨면 여기까지 걸어올 만하다.
동네에도 성당이 있었다

큰길가 언덕 위에 성당이 하나 있었다. 계단을 여러 단 올라가야 하고, 종탑이 두 개고 각각에 시계가 붙어 있었다. 앞마당에 야자수가 심겨 있었다.
전날 본 도심 성당들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작지도 않았다. 앞에 아무도 없었고 관광버스도 없었다. 안내판도 못 봤다.
그 아래에 학교가 있었다. 학교 벽 높은 곳에 사람 형상들을 새긴 부조가 붙어 있고, 그 아래에 학교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방학이라 마당이 비어 있었고 쓰레기통 두 개만 나와 있었다.

그날 먹은 건 봉지에 든 것들이었다

밥은 앉아서 먹지 않았다. 하나는 종이봉투에 든 빵이었다. 바게트 한 덩이와 비닐에 싼 소시지 페이스트리가 같이 들어 있었다.
다른 하나는 피자 한 조각이었다. 스낵바 이름이 인쇄된 흰 봉투에 그냥 담아줬다. 치즈와 페퍼로니에 오레가노를 뿌린 흔한 피자였는데, 걸으면서 봉투째 들고 먹었다.

여행지에서 먹은 것 중에 사진으로 남긴 게 대개 이런 것들이다. 유명한 식당보다 봉지에 든 게 더 많다. 그게 그때의 실제 형편이었다.
동네를 걷는 법
포르투 도심은 반나절이면 다 걷는다. 이틀 이상 머무는데 볼 게 떨어졌다면 지하철을 타고 한두 정거장 동쪽으로 나가면 된다. 캄파냐역 방향이 가깝다.
거기서부터는 지도를 안 보고 걸어도 된다. 언덕이 많아서 어느 쪽으로 가든 시야가 트이는 지점이 나오고, 강은 어차피 남쪽에 있다.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대체로 이렇다. 벽을 타일로 덮은 오래된 상가, 문이 열려 있는 동네 성당, 사람이 없는 묘지, 그리고 노인들이 모여 있는 공원. 입장료는 다 없다.
유명한 곳 밖으로 나가봤다
유명한 곳을 다 봤다고 그 도시를 본 건 아니었다.
그날은 유명한 걸 하나도 안 봤다. 대신 이 도시 사람들이 어디에 모이는지, 벽을 무엇으로 덮는지, 죽은 사람을 어디에 두는지, 점심으로 뭘 파는지를 봤다. 그게 전날 본 성당 셋과 서점 하나보다 덜한 정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동네 담벼락에 있던 그 문장이 계속 남았다. 이런 도시는 어디에도 없다. 관광객한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다음은 포르투에서의 마지막 몇 시간, 경기가 없는 날의 축구장과 9유로짜리 카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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