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 포르투 4] 그 아름다운 기차역은 아직 기차역이었다
붙어 있던 안내문.
주지 마세요.
밤새 걷고 오후 세 시에 짐을 푼 다음 날, 낮의 포르투를 걸었다. 밤에 어둡게만 보이던 골목이 낮에는 완전히 다른 얼굴이었다.
솔직히 이 도시에 대해 알고 온 게 없었다. 리스본은 어릴 때부터 이름을 알던 데였는데 포르투는 그렇지가 않았다. 이 나라에 오기로 정하고 나서야 찾아봤고, 도착해서도 걸으면서 계속 찾아봤다. 알고 가는 여행이 아니라 가면서 배우는 여행이었다.
그게 나쁘지 않았다. 기대가 없으니 눈에 들어오는 게 전부 새것이었다.

성당은 요새처럼 생겼다

포르투 대성당은 언덕 꼭대기에 있다. 정면에 큰 장미창이 하나 있고 나머지는 거의 벽이다. 성당이라기보다 요새처럼 생겼는데, 실제로 방어 목적으로 지어진 부분이 있다고 한다.
옆으로 돌아가면 아치가 줄지어 선 회랑이 나온다. 여기서 보는 그늘과 빛의 대비가 정면보다 좋았다.

광장에 기둥 하나가 서 있었다

성당 앞 광장에 나선형으로 꼬인 돌기둥이 서 있다. 페로리뉴라고 부르는 것인데, 옛날에 죄인을 묶어 세워두던 자리다. 지금은 아무도 그 앞에서 멈추지 않고 다들 사진만 찍고 지나간다.
지붕이 전부 주황색이었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아래가 통째로 주황색이었다. 지붕 기와 색이 전부 같아서 도시가 하나의 덩어리로 보였다. 그 사이로 클레리구스 탑이 삐죽 솟아 있었다.
성벽 위에서는 강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전날 밤에 걸었던 길이 저 아래 있었다. 밤에 걸을 때는 몰랐는데 낮에 보니 상당히 먼 거리였다.

언덕 꼭대기라 어느 쪽에서 올라가도 오르막이다. 성당 자체보다 앞 광장에서 보는 전망이 더 좋다는 사람이 많고, 나도 그쪽이었다.
이 나라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성당 근처 언덕에 창을 든 기마상이 서 있다. 비마라 페레스. 이 지역을 되찾고 백작령을 세운 사람이고, 그 땅 이름이 포르투칼레였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이름이 거기서 나왔다.
그러니까 이 도시는 나라 이름의 출처다. 수도가 리스본으로 간 지 오래인데도 포르투 사람들이 자기 도시를 대하는 태도가 남다른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았다.
기차역 벽이 통째로 그림이었다
상 벤투역에 들어갔다. 기차를 탈 일은 없었다. 여기는 역인데 사람들이 기차를 안 타고도 들어온다.
대합실 벽이 파란 타일로 덮여 있다. 아줄레주라고 부르는 그 타일인데, 여기 것은 이만 장이 넘는다고 한다.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그림이 포르투갈 역사의 장면들이다. 전투가 있고 행렬이 있고 배가 있다.
사람들이 벽을 올려다보며 서 있었다. 목을 젖히고 한참을 그러고 있는다. 미술관에서 하는 자세 그대로였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나도 벽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조금 부끄러웠다. 배낭을 멘 채로 남의 나라 기차역 대합실에서 벽을 찍고 있는 사람이 나 말고도 스무 명쯤 있었다.
그래도 신기한 건 신기한 거였다. 타일로 그림을 그린다는 발상 자체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우리는 벽에 그림을 걸지 벽을 그림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건물 바깥벽도 타일이고 성당 벽도 타일이고 기차역 대합실도 타일이다. 도시 전체가 같은 재료를 쓰고 있었다.
포르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왔는데, 첫날에 이걸 보고 나니 이 나라가 뭘 좋아하는지가 대충 잡혔다.
그런데 안내판은 비둘기 얘기였다

벽 옆 바닥에 안내판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무슨 관람 규칙일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이랬다.
`Por favor, não alimente os pombos` —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이만 장짜리 타일 벽화 아래에 붙어 있는 안내문이 비둘기 먹이 얘기라는 게 이상하게 좋았다. 관광객이 아니라 매일 여기로 기차를 타러 오는 사람들한테 하는 말이었다.
승강장으로 나가면 노란 통근 열차가 서 있다. 벽화를 보러 온 사람들은 대합실에서 돌아가고, 실제로 기차를 타는 사람들은 그 옆을 그냥 지나간다. 여기는 미술관이 된 게 아니라 여전히 역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역 앞에서 아코디언 소리가 났다

역을 나오니 광장에서 누가 아코디언을 켜고 있었다. 옆에 작은 개가 한 마리 앉아 있었고, 개도 나름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포르투는 거리 음악이 많은 도시였다. 밤새 걸을 때는 사람이 없어서 몰랐는데, 낮에는 골목마다 소리가 났다.
입장료가 없고 문 닫는 시간도 없다시피 하다. 아침 일찍 가면 사람이 거의 없어 벽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대합실만 보고 나오는 사람이 많은데, 승강장까지 나가보면 역의 실제 얼굴이 보인다.
전망 좋은 자리
대성당 앞 광장, 성벽 위, 그리고 강 건너 세라 두 필라르 수도원 전망대. 이 셋이 포르투에서 가장 많이 찍히는 자리다. 셋 다 무료고 셋 다 언덕이다.
포르투에서 전망을 보려면 계단을 오르는 수밖에 없다. 도시가 그렇게 생겼다.
상 벤투역은 지금도 기차역이다
상 벤투역은 관광지가 되고도 기차역으로 남았다. 벽화를 보러 온 사람과 기차를 타러 온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었고, 안내판은 후자를 향해 있었다.
그게 이 역을 더 좋게 만들었다. 박제된 게 아니라 아직 쓰이고 있었다.
그다음은 줄만 서고 들어가지 않은 서점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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