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 포르투 6] 금박은 안에, 아줄레주는 밖에
바깥벽에 돈을 썼다.
한참 뒤에 붙인 것이었다.
그날 오후에 성당을 셋 봤다. 셋 다 무료였고, 셋 다 줄이 없었다. 그리고 셋 다 안보다 밖이 더 눈에 들어왔다.
성당 정면에 그림이 붙어 있었다

첫 번째는 상 벤투역을 나오자마자 있었다. 회색 화강암 벽에 파란 타일 그림이 액자처럼 여러 장 박혀 있었다. 창틀은 노랗게 칠해져 있었다. 회색과 파란색과 노란색이 한 벽에 다 있는데도 촌스럽지 않았다.
성당은 역 바로 옆 모퉁이에 있었다. 문은 열려 있었고 아무도 지키지 않았다. 앞에는 파란 트럭이 짐을 부리고 있었고, 사람 몇이 문간에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역 앞 광장은 지하철 입구와 상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관광객과 출근하는 사람이 같은 횡단보도를 건넜다. 성당은 그 모퉁이의 건물 하나였다.
상 벤투역을 보고 나오면 바로 눈에 들어온다. 따로 찾아갈 필요가 없는 위치라 역을 보러 갔다가 덤으로 보게 된다.
우체통 옆에 사람이 서 있었다

광장 한쪽에 청동상이 하나 서 있었다. 모자를 쓰고 코트를 입고 한 손에 서류가방을 들고, 다른 손으로 커다란 판을 펼쳐 들고 있었다. 그 옆에 빨간 원통 우체통이 나란히 서 있었다.
동상과 우체통 사이 간격이 딱 사람 하나 설 만큼이었다. 사람들이 그 자리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나왔다. 나는 안 찍었는데, 지금 보니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했다.
밤에 물안개로 봤던 광장

조금 걸으니 리베르다드 광장이 나왔다. 도착한 날 새벽에 물안개 속에서 봤던 그 광장이다.
낮에 보니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그때는 기마상 하나만 겨우 보였는데, 지금은 광장 전체가 다 보였다. 이층 관광버스가 두 대 서 있었고, 사람들이 기마상 아래에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새벽 쪽이 더 좋았다. 아무도 없고 안개만 있던 그 광장이 이 도시의 첫인상이었는데, 낮에는 그냥 흔한 유럽 광장이었다.
광장에서 위로 뻗은 대로는 버스로 꽉 차 있었다. 버스전용차선에 시내버스가 네댓 대 줄지어 서 있었고, 멀리 시청 종탑이 보였다.

성당 두 채가 붙어 있었다

언덕을 올라 서점 쪽으로 가니 성당 두 채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처음엔 큰 성당 하나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왼쪽과 오른쪽이 완전히 달랐다. 왼쪽은 벽이 밋밋하고 창이 단순하고 종탑에 타일이 덮여 있다. 오른쪽은 기둥과 조각과 장식이 파사드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고 꼭대기에 성인상이 줄지어 서 있다. 같은 시대에 지은 것으로는 안 보였고, 실제로도 아니었다.
성당 앞으로 트램이 지나갔다. 크림색과 노란색으로 칠한 옛날 트램이었다. 관광용이지만 선로는 진짜였다.

왼쪽 성당은 한때 군대가 썼다

왼쪽 성당 벽에도 그 노 모양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카르멜리타스 성당. 17세기 전반에 지었고 고전 양식의 절제에 바로크의 영향이 섞여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 이렇게 있었다. 19세기에 수도회가 해산된 뒤 수도원 건물 일부가 병영으로 쓰였다고.
성당 옆에 붙은 수도원 건물이 군대 막사가 됐다는 얘기다. 그 문장 하나 때문에 이 건물이 다르게 보였다. 저 밋밋한 벽에도 이력이 있었다.
두 성당은 붙어 있지만 별개의 건물이다. 밖에서 보면 하나로 보이니 안내판을 찾아 읽으면 구분이 된다. 안내판은 두 성당 각각의 벽에 하나씩 붙어 있다.
문을 열면 안이 전부 금색이었다

밖에서는 밋밋했는데 문을 밀고 들어가니 안이 전부 금색이었다. 천장만 흰 궁륭이고 나머지는 벽이든 기둥이든 제단이든 금박 조각이 빈틈없이 덮고 있었다.
가운데 제단은 층층이 쌓아올린 구조였다. 촛대와 조각과 장식이 위로 갈수록 좁아지면서 탑처럼 올라갔다. 어두운 성당에 그것만 조명을 받고 있어서 안에 들어서면 눈이 저절로 거기로 갔다.
가까이서 보면 금색만 있는 게 아니었다. 금박 사이사이에 채색한 성인상이 놓여 있었다. 붉은 망토, 파란 옷, 살구색 얼굴. 금색 배경에 원색을 얹은 셈인데,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이 훨씬 요란했다.

입장료는 없었다. 문 앞에 사람이 없었고 안에도 관광객이 열 명 남짓이었다. 백 미터 떨어진 서점에는 그 시각에도 줄이 서 있었다.
옆벽은 나중에 붙인 것이었다

오른쪽 성당의 안내판에는 카르무 성당이라고 적혀 있었다. 여기에도 스프레이 낙서가 분홍색으로 얹혀 있었다.
읽어보니 성당은 18세기 후반에 로코코 양식으로 지었다. 그런데 그다음 문장이 뜻밖이었다. 옆벽을 덮은 아줄레주는 1912년에 붙인 것이었다. 성당이 다 지어지고 백몇십 년이 지난 뒤다.
도안을 한 사람 이름도 적혀 있었다. 실베스트르 실베스트리. 그림 내용은 카르멜 산에서 스카풀라를 받는 장면이라고 했다.
그리고 안내판은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다. 안에서는 금박 조각으로 만든 주 제단을 눈여겨보라고.
벽 하나가 그림 한 장이었다

옆으로 돌아가니 벽 한 면이 통째로 파란 그림이었다.
가까이 붙어서 보면 타일 한 장 한 장의 이음매가 다 보인다. 그런데 몇 걸음 물러서면 이음매가 사라지고 그림 한 장이 된다. 사람이 여럿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 방패 문양과 라틴어 글귀가 있었다. 무슨 뜻인지는 안 읽었다.
여기서 이 도시의 규칙을 알 것 같았다. 금박은 안에 있고 아줄레주는 밖에 있다. 상 벤투역도 그랬는데 그건 역이라서 그런 줄 알았다. 성당도 같았다. 아니, 성당은 한술 더 떠서 다 지어놓고 나중에 벽에 그림을 덧입혔다.
렐루 서점에서 걸어서 1분이다. 서점 줄이 길면 여기 먼저 보고 와도 된다. 아줄레주 벽은 옆 골목 쪽에 있어서 건물을 한 바퀴 돌아야 한다.
나와보니 줄이 그대로였다

성당 셋을 다 보고 광장으로 나오니 서점 줄이 그대로였다. 아니, 아까보다 길어져 있었다.
광장 건너편에서 보니 줄이 서점 앞에서 시작해 광장을 가로질러 반대편 나무 아래까지 이어졌다. 그 줄 옆으로 사람들이 그냥 지나다녔다.
같은 광장에 서 있는데 한쪽은 유료고 한쪽은 무료였고, 한쪽은 줄이 백 명이고 한쪽은 열 명이 앉아 있었다. 그게 서점이 별로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광장에서 나는 이미 볼 걸 다 봤다.
밖을 보고 안이 궁금해졌다
보통은 안이 궁금해서 들어가는데, 여기서는 밖을 보고 나서 안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안내판을 읽고 나면 그 밖이 원래부터 그랬던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카르무 성당의 파란 벽은 성당보다 백몇십 년 어리다. 어느 시점에 이 도시가 자기 건물에 그림을 입히기로 한 것이다.
무료로 들어간 성당 세 곳에서 본 게, 유료로 줄을 서는 서점 하나보다 적지 않았다. 그날은 그렇게 정리됐다.
마지막 날 아침에 동쪽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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