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 바르셀로나 5] 바르셀로나에서 한국말로 저녁을 먹었다
한국말로 저녁을 먹었다.
다들 비슷한 이유로 여기 와 있었다.
미술관을 나와 언덕을 내려가 항구 쪽으로 걸었다.


그날 저녁, 이 도시에서 한국말로 두 시간을 떠들었다.
항구까지 걸었다
람블라스 거리 끝에 기둥이 하나 서 있다.

이 탑은 손가락이 향하는 방향으로 유명하다. 신대륙 쪽을 가리킨다고들 하는데 실제로는 남동쪽, 그러니까 지중해 방향이다.


람블라스와 보케리아
람블라스는 항구에서 카탈루냐 광장까지 이어지는 보행자 거리다. 관광객이 가장 많은 축이고, 소매치기 얘기가 제일 많이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중간에 시장 입구가 있다.

시장 안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래 못 있었다. 입구에서 안쪽으로 열 걸음 들어가면 밀려다니게 된다.
레이알 광장
람블라스에서 골목 하나로 들어가면 사각형 광장이 나온다.

야자수가 서 있고 건물이 사방을 막고 있어서, 람블라스의 소음이 여기서 뚝 끊긴다.

인터넷 카페에서 모인 사람들
이날 저녁 약속이 있었다.
한국에 유럽 여행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가 있다. 거기 게시판에 도시별로 "며칠에 여기 있는데 같이 밥 먹을 사람"이라는 글이 계속 올라온다. 나도 그런 글을 보고 나갔다.


처음 한 모금이 제일 진하고 갈수록 묽어졌다.


그리고 파에야를 시켰다.


노란 파에야만 알고 있었는데 검은 게 나왔다. 오징어 먹물로 밥을 짓는 방식이고, 스페인에서는 이쪽이 더 흔하다고 했다.


다들 비슷한 이유로 와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 대화가 안 끊겼다.
한참 얘기하다 보니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다들 한국에서 사는 게 힘들었고, 바깥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각자 이유는 달랐다. 회사가 힘들었던 사람, 취업이 안 됐던 사람, 그냥 이대로 계속 살면 안 될 것 같았다는 사람. 그런데 결론이 비슷했다. 일단 나와 보자.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대화가 잘 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여기까지 온 사람들은 대체로 뭔가를 두고 왔다.


밤의 람블라스
헤어지고 나서 혼자 람블라스를 따라 걸어 올라갔다.

이 도시는 저녁 아홉 시가 넘어야 거리가 찼다.


같은 노점이 거리 내내 반복됐다.

거리 끝에 큰 광장이 나온다.

분수 색이 몇 초마다 바뀌어서 한참 서서 봤다.

분수를 중심으로 화단이 원을 그리고 있었다.


밤에 조명이 들어오면 건물이 훨씬 커 보였다.


여행지에서 사람 만나는 법
여행 커뮤니티 — 한국인 여행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도시별 동행 모집 글이 올라온다. 날짜와 도시를 맞춰 댓글을 달면 된다. 밥 한 끼나 하루 일정 정도가 보통이고, 부담 없이 만나고 헤어진다.
혼자 여행에서 특히 값이 있다 — 며칠 혼자 다니다 보면 대화 자체가 고파진다. 밥값도 나눠 낼 수 있고, 여러 명이면 파에야처럼 혼자 못 시키는 메뉴를 시킬 수 있다.
안전 —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니 첫 만남은 사람 많은 식당이나 광장에서 잡는다. 숙소 위치나 일정 전체를 먼저 공개할 이유는 없다.
정보가 오간다 — 다음 도시 숙소, 교통편, 어디가 별로였는지 같은 게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인터넷 검색보다 최신이다.
레이알 광장 — 저녁 약속 장소로 좋다. 람블라스에서 골목 하나만 들어가면 되는데 소음이 확 줄고, 회랑 아래 식당이 여럿이라 자리를 고르기 쉽다. 다만 밤늦게는 소매치기 얘기가 나오는 구역이니 가방은 앞으로 멘다.
다음 날 아침에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갔다. 그때는 공사 중이었고, 지금은 완공됐다. 다음 편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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