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 바르셀로나 4] 성당 벽화를 통째로 떼어 와 미술관에 붙여놨다

바르셀로나 여행기 · 4편
벽화를 벽에서
벗겨내 옮겨왔다.
산골 성당의 구백 년 된 그림이
지금 미술관 벽에 붙어 있다.

미술관 위층을 다 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기 있던 벽화들은 원래 이 건물 것이 아니었다. 피레네 산속 성당 벽에서 뜯어 온 것이다.

위층을 마저 봤다

내려가기 전에 현대미술 층에 남은 걸 봤다.

회화 앞에서
그림 크기가 벽 하나만 하다.

그림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가구와 공예가 같은 비중이었다.

어두운 목재 의자
가구도 작품으로 전시돼 있다.
붉은 패널이 달린 의자
등받이에 그림을 넣었다.

지금 걸어온 광장이 백 년 전 그림에 그대로 있었다.

광장을 그린 액자
백 년 전 이 도시 광장이다.
백조가 새겨진 나무 패널
나무를 파서 만든 것인데 회화처럼 보인다.

층을 옮길 때마다 시대가 통째로 바뀌었다.

초상화 앞에서
이 층은 초상화가 많았다.
입체파 초상
얼굴을 여러 각도에서 동시에 그렸다.

그러다 포스터 한 장 앞에서 멈췄다.

내전 시기 선전 포스터
"너는? 승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스페인 내전 때 카탈루냐 인민전선이 만든 선전물이다. 미술관에 걸린 다른 작품들과 같은 시대인데 용도가 완전히 다르다.

바르셀로나는 그 전쟁에서 마지막까지 버틴 도시였고, 그다음 사십 년 동안 카탈루냐어를 공식적으로 못 쓰게 됐다. 지금 이 도시 간판에 카탈루냐어가 먼저 오는 데는 그런 배경이 있다.

피카소가 그린 여인
모자 쓴 여인. 초록과 빨강을 그대로 붙여놨다.
카탈루냐 국립미술관
Museu Nacional d'Art de Catalunya (MNAC)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연다
영업
화~일 개관, 월요일 휴관
가격
유료. 특정 시간대에 무료 개방이 있다
주소
Palau Nacional, Parc de Montjuïc, s/n, 08038 Barcelona, Spain
에스파냐 광장에서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간다. 로마네스크 전시실은 성당 벽화를 통째로 떼어 와 반원 천장까지 재현해뒀다. 미술관 앞 계단은 시내 전망대 노릇을 한다
그림 앞에서
액자가 작은데 앞에 서면 눈을 못 뗀다.

피카소는 열 살 무렵 바르셀로나로 와서 십 대와 이십 대 초를 여기서 보냈다. 이 도시에 그의 미술관이 따로 있다.

원형 창이 난 홀
층과 층 사이에 이런 창이 뚫려 있다.
원형 창 앞에서
이 창으로 아래층 홀이 내려다보인다.

아래층은 완전히 다른 시대였다

계단을 내려가니 조명이 어두워지고 벽이 흙색으로 바뀌었다.

전투 장면이 그려진 벽화
줄무늬 천막과 창을 든 사람들. 성벽을 공격하는 장면이다.

벽화가 벽에 걸려 있는데, 액자가 없다. 벽 자체가 작품이다.

이게 이 미술관의 정체다.

1919년에 벌어진 일

20세기 초, 피레네 산속 작은 성당들에 남아 있던 로마네스크 벽화가 심각하게 상해가고 있었다. 사람이 거의 안 사는 산골이라 관리하는 이도 없었다.

그러던 1919년, 한 미술상이 카탈루냐 수도원 벽화를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 팔아넘겼다.

이 일이 카탈루냐를 움직였다. 자치정부가 나서서 이탈리아 복원 전문가들을 불러들였고, 성당 벽에서 그림층만 벗겨내 천에 옮기는 방식으로 벽화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1919년부터 1923년까지 이어진 작업이었다.

그렇게 떼어 온 것들이 지금 이 아래층에 있다.

금박 고딕 판넬
제단 앞을 막던 판이다. 성인들이 일렬로 서 있다.

천에 있던 문양이 벽화로 넘어간 셈이다.

붉은 바탕의 동물 문양
직물 문양을 그대로 벽에 옮긴 것.
반원 천장에 그려진 프레스코
성당 제단 뒤 반원 천장을 통째로 옮겨왔다.

이 반원형 벽화가 이 미술관에서 제일 유명한 것이다. 성당 안쪽 제단 위 반구형 천장에 그려져 있던 그림인데, 그 곡면을 그대로 살려 미술관 안에 다시 세워놨다.

원본이 그려진 게 1123년이다. 구백 년 전 그림인데 색이 아직 남아 있다.

돌로 깎은 인물군
성당 기둥머리 조각. 얼굴이 크고 몸이 작다.
채색된 나무 십자가상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옷을 입고 눈을 뜨고 있다.

이 시기 십자가상은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 옷을 갖춰 입고 정면을 응시한다. 죽음보다 승리를 그렸다. 표현이 바뀌는 건 몇 세기 뒤다.

에나멜 성물함
작은 집 모양 상자. 파랑과 금으로 칠했다.

옥상에 올라갔다

전시를 다 보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카페
파라솔 아래 자리가 다 차 있었다.

미술관을 나오니 해가 기울고 있었다.

옥상에서 본 도시
멀리 언덕과 바다 사이에 도시가 깔려 있다.
옥상 전망 앞에서
여기가 이 언덕에서 제일 높은 전망대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온 길과 다른 쪽으로 잡았다.

정원 계단
미술관 옆으로 정원 계단이 이어진다.
미술관 뒤편 광장
뒤쪽에 장이 서 있었다.

이 미술관 보는 법

아래층부터 볼지, 위층부터 볼지 — 시대순으로 보려면 로마네스크(아래층) → 고딕 → 르네상스 → 현대미술(위층) 순서다. 나는 반대로 봤는데, 그러면 화려한 걸 먼저 보고 소박한 걸 나중에 보게 돼서 인상이 약해진다. 아래층부터 권한다.

로마네스크 층이 이 미술관의 이유다 — 세계 어디에도 이만한 로마네스크 벽화 컬렉션이 없다. 시간이 한 시간뿐이라면 여기만 봐도 된다.

반원형 벽화를 놓치지 말 것 — 성당 천장 곡면을 그대로 재현한 전시실이 여럿 있다. 안으로 들어가 올려다보는 구조라 사진으로 보는 것과 다르다.

옥상 전망대 — 별도 요금이지만 몬주익에서 가장 높은 전망 지점이다. 미술관 표에 포함되는 시기도 있으니 매표소에서 물어보는 게 좋다.

소요 시간 — 다 보려면 반나절이다. 현대미술 층만 한 시간, 로마네스크 층만 한 시간을 잡으면 된다.

벽화가 옮겨 온 곳

미술관을 나와 항구 쪽으로 내려갔다. 그날 저녁에 이 도시에서 한국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다음 편에 적는다.

바르셀로나 · 6편 중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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