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 바르셀로나 6] 내가 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아직 공사장이었다
보러 갔다.
내가 본 건 크레인이 박혀 있는 공사장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의 둘째 날이자 마지막 날이었다. 저녁에는 마드리드로 넘어가야 했다.

호스텔 조식은 대개 이런 식이다. 주방 조리대에 재료를 늘어놓고 알아서 먹으라고 한다.


장기 여행자에게 조식 포함은 생각보다 큰 항목이다. 한 끼가 해결되면 그날 예산이 통째로 헐거워진다.
다음 도시부터 정했다
밥을 먹고 제일 먼저 한 건 오늘 볼 것을 정하는 게 아니라 오늘 밤 잘 곳을 정하는 일이었다.

이게 이 여행의 리듬이었다. 도시를 떠나는 날 아침에 다음 도시의 잠자리를 잡는다. 미리 잡아두면 일정을 못 바꾸고, 안 잡으면 밤에 배낭을 메고 헤맨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매번 타협했다.

역 옆에 큰 공원이 있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배낭을 멘 채 걸었다. 저녁 카풀을 탈 산츠역 쪽으로 미리 가면서 시간을 쓰기로 했다.

기차역 바로 옆에 이런 게 있을 줄 몰랐다. 물을 가운데 두고 계단이 층층이 깔려 있어서 사람들이 아무 데나 앉아 있었다.

이 물건이 뭔가 했는데 용이다. 길이가 32미터에 무게가 150톤이고, 안쪽에 미끄럼틀이 들어 있어서 아이들이 타고 내려온다. 조각 안에서 애들이 튀어나오는 걸 보고서야 놀이기구인 걸 알았다.

지하철표 한 장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다.

바르셀로나 지하철 자판기는 선택지가 많다. 날짜로 파는 관광권이 이틀부터 닷새까지 있고, 그 옆에 횟수권과 1회권이 따로 있다.

나는 한 번만 타는 표를 샀다. 오늘 지하철을 탈 일이 한 번뿐이었기 때문이다. 관광권은 하루에 서너 번 이상 탈 사람에게 유리하고, 이날의 나는 거기에 해당하지 않았다.

지상으로 올라오니 크레인이 먼저 보였다
역에서 나와 고개를 들었다.

사진으로 볼 때는 몰랐던 게 하나 있다. 이 건물은 그때도 공사 중이었다. 크레인이 서 있고 안쪽에서 소리가 났다.


내가 선 쪽은 탄생 파사드였다. 가우디가 생전에 직접 감독한 유일한 면이고, 그래서 조각이 제일 빽빽하다. 사람, 동물, 나뭇잎이 벽을 타고 올라간다.


크레인이 건물의 일부처럼 보였다
한 바퀴 돌면서 계속 사진을 찍었는데, 어느 각도에서도 크레인이 안 걸리는 자리가 없었다.


이 건물에 대해 그때 알고 있던 건 "백 년 넘게 짓고 있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문장 하나였다. 실제로 와서 보니 그 문장이 과장이 아니었다. 절반은 성당이고 절반은 건설 현장이다.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들어간 기억이 없다. 표를 끊고 줄을 선 장면도, 내부 사진도 남아 있지 않으니 밖에서만 보고 온 게 맞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아깝다. 그런데 그때는 성당 하나에 이십 유로면 이틀치 숙박이었다. 그런 계산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다.

그리고 마드리드로 갔다
오후에 배낭을 메고 카풀 차에 올랐다.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까지는 600킬로미터가 넘는다.


스페인 내륙은 비어 있다. 바르셀로나를 벗어나고 한 시간쯤 지나자 창밖에 아무것도 없었다. 산도 낮고 나무도 드물고 마을도 안 보인다.

빈 땅에는 풍력발전기가 있었다. 한참을 달려도 계속 나왔다.
휴게소에서 산 것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다.


이걸 사서 씹었다가 정말 맛이 없었다. 유럽 어디를 가나 파는 검은 젤리인데, 감초 뿌리에서 뽑은 향을 넣은 것이다. 스페인에서는 레갈리스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 맛이 한국 사람 입에 잘 안 붙는다는 것이다. 단맛과 한약 냄새가 섞여 있어서, 사탕을 기대하고 넣으면 그대로 뱉게 된다. 나중에 북유럽에서 같은 걸 또 만났는데 거기 것은 더 심했다. 소금기까지 들어간 종류가 있다.
포장에 regaliz, licorice, lakrits, salmiakki 중 하나가 적혀 있으면 각오하고 사야 한다. 유럽 자판기 앞에서 가장 흔하게 실패하는 선택이다.

여름 스페인은 밤 아홉 시까지 밝다. 계속 달렸다.
완공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고 알았다.
2026년 2월, 사그라다 파밀리아 한가운데 서 있던 예수 그리스도의 탑에 십자가가 올라갔다. 높이 172.5미터. 독일 울름 대성당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가 됐다. 6월 10일에 봉헌식이 있었고, 그날은 가우디가 죽은 지 정확히 백 년이 되는 날이었다.
내가 본 건 그 백 년 중 어느 하루의 모습이다. 크레인이 다섯 대쯤 박혀 있고, 절반은 돌이고 절반은 비계였던 상태.
건물이 완성되는 데 백사십 년이 걸린다면, 그걸 보러 간 사람은 대부분 미완성을 본다. 완성본을 본 사람이 오히려 드물다. 나는 그 다수 쪽이었고, 그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는 법
입장 — 사전 예약이 사실상 필수다. 현장 판매분은 성수기에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기본 입장이 26유로 선, 파사드 탑에 올라가는 표가 36유로 선이다.
중앙 탑은 아직 못 올라간다 — 2026년에 완성된 172.5미터 탑은 일반 개방 전이다. 164미터 지점 전망대가 2027년에 열린다고 한다. 한 번에 열한 명까지만 올라간다.
가는 법 — 지하철 L2·L5 Sagrada Família 역에서 나오면 바로 앞이다.
바르셀로나 교통권 (2026년 기준)
- 1회권: 2.90유로 — 환승이 안 된다
- T-Casual(10회권): 13.00유로 — 1회당 1.3유로, 75분 안에 환승 무료
- Hola BCN 48시간: 18.10유로 / 72시간: 26.50유로 — 공항 지하철 포함
하루에 세 번 이상 탈 계획이면 10회권이 거의 항상 이긴다. 관광권은 공항을 오갈 때 값을 한다.
시간 — 밖에서 사진만 찍을 거면 삼십 분이면 된다. 안까지 보면 두 시간은 잡아야 한다.
마드리드에는 밤 열 시에 도착했다. 짐을 두고 솔 광장으로 바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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