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 바르셀로나 6] 내가 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아직 공사장이었다

바르셀로나 여행기 · 6편
완성되지 않은 건물을
보러 갔다.
완공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본 건 크레인이 박혀 있는 공사장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의 둘째 날이자 마지막 날이었다. 저녁에는 마드리드로 넘어가야 했다.

호스텔 주방
주스와 시리얼, 커피포트가 조리대에 나와 있다.

호스텔 조식은 대개 이런 식이다. 주방 조리대에 재료를 늘어놓고 알아서 먹으라고 한다.

토스트와 잼
토스트를 굽고 잼과 머핀을 하나씩 집어 왔다.
시리얼과 커피
시리얼에 우유를 부으면 아침이 끝난다.

장기 여행자에게 조식 포함은 생각보다 큰 항목이다. 한 끼가 해결되면 그날 예산이 통째로 헐거워진다.

다음 도시부터 정했다

밥을 먹고 제일 먼저 한 건 오늘 볼 것을 정하는 게 아니라 오늘 밤 잘 곳을 정하는 일이었다.

마드리드 숙소 지도
마드리드 우에르타스 거리에 있는 호스텔을 찍어뒀다.

이게 이 여행의 리듬이었다. 도시를 떠나는 날 아침에 다음 도시의 잠자리를 잡는다. 미리 잡아두면 일정을 못 바꾸고, 안 잡으면 밤에 배낭을 메고 헤맨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매번 타협했다.

아침 거리
가게들이 아직 셔터를 안 올린 시간이었다.

역 옆에 큰 공원이 있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배낭을 멘 채 걸었다. 저녁 카풀을 탈 산츠역 쪽으로 미리 가면서 시간을 쓰기로 했다.

공원 연못
계단식 관람석이 물가를 둘러싸고 있고 가운데에서 분수가 솟는다.

기차역 바로 옆에 이런 게 있을 줄 몰랐다. 물을 가운데 두고 계단이 층층이 깔려 있어서 사람들이 아무 데나 앉아 있었다.

강철 조형물
강판을 겹쳐 세운 덩어리가 광장 한쪽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
에스파냐 인두스트리알 공원
Parc de l'Espanya Industrial
지금도 그대로 있다. 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라 기차 시간이 뜰 때 쓰기 좋다
영업
상시 개방
가격
무료
주소
Carrer de Muntadas, 1, 08014 Barcelona
산츠역 서쪽에 붙어 있는 공원. 1985년에 옛 방직공장 부지를 갈아 만들었고, 연못 둘레에 등대 모양 탑 아홉 개가 서 있다

이 물건이 뭔가 했는데 용이다. 길이가 32미터에 무게가 150톤이고, 안쪽에 미끄럼틀이 들어 있어서 아이들이 타고 내려온다. 조각 안에서 애들이 튀어나오는 걸 보고서야 놀이기구인 걸 알았다.

산츠역 앞
역 위에 호텔이 얹혀 있고 그 앞으로 버스가 드나든다.

지하철표 한 장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다.

자동판매기 화면
1회권, 10회권, 며칠짜리 관광권이 화면에 한꺼번에 뜬다.

바르셀로나 지하철 자판기는 선택지가 많다. 날짜로 파는 관광권이 이틀부터 닷새까지 있고, 그 옆에 횟수권과 1회권이 따로 있다.

동전
주머니에 있던 동전을 세어 보고 있다.

나는 한 번만 타는 표를 샀다. 오늘 지하철을 탈 일이 한 번뿐이었기 때문이다. 관광권은 하루에 서너 번 이상 탈 사람에게 유리하고, 이날의 나는 거기에 해당하지 않았다.

지하철 표
표에 SENZILL이라고 찍혀 있다. 카탈루냐어로 1회권을 그렇게 부른다

지상으로 올라오니 크레인이 먼저 보였다

역에서 나와 고개를 들었다.

첫 시야
첨탑 사이로 노란 크레인 팔이 걸쳐져 있다.

사진으로 볼 때는 몰랐던 게 하나 있다. 이 건물은 그때도 공사 중이었다. 크레인이 서 있고 안쪽에서 소리가 났다.

탑
완성된 탑 네 개가 나란히 서 있고 그 뒤로 비계가 감겨 있다.
가까이서 본 벽면
벽 전체가 조각이라 매끈한 면이 한 군데도 없다.

내가 선 쪽은 탄생 파사드였다. 가우디가 생전에 직접 감독한 유일한 면이고, 그래서 조각이 제일 빽빽하다. 사람, 동물, 나뭇잎이 벽을 타고 올라간다.

탄생 파사드
가운데 문 위에 예수 탄생 장면이 통째로 새겨져 있다.
파사드 전체
아래에서 위까지 한 화면에 안 들어와서 뒤로 물러나며 몇 번을 다시 찍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Basílica de la Sagrada Família
2026년 2월에 중앙 탑이 172.5미터로 완성되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가 됐다. 6월 10일에 봉헌식이 있었다. 사전 예약 없이 가면 못 들어간다
영업
09:00 - 20:00 (계절에 따라 마감이 바뀐다)
가격
기본 입장 26유로 선 · 탑 포함 36유로 선 (2026년, 판매처에 따라 차이가 있다)
주소
Carrer de Mallorca, 401, 08013 Barcelona
1882년에 착공했고 가우디가 1883년부터 맡았다. 탄생 파사드가 가우디 생전에 완성된 유일한 면이다

크레인이 건물의 일부처럼 보였다

한 바퀴 돌면서 계속 사진을 찍었는데, 어느 각도에서도 크레인이 안 걸리는 자리가 없었다.

역광
해가 첨탑 뒤로 들어가면서 크레인 실루엣만 남았다.
공사 중인 면
가림막이 쳐진 쪽은 아직 돌이 안 올라간 상태다.

이 건물에 대해 그때 알고 있던 건 "백 년 넘게 짓고 있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문장 하나였다. 실제로 와서 보니 그 문장이 과장이 아니었다. 절반은 성당이고 절반은 건설 현장이다.

셀카
뒤에 크레인이 같이 나오게 찍었다.
한 장 더
이 앞에서 사진을 찍는 데 십 분쯤 썼다.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들어간 기억이 없다. 표를 끊고 줄을 선 장면도, 내부 사진도 남아 있지 않으니 밖에서만 보고 온 게 맞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아깝다. 그런데 그때는 성당 하나에 이십 유로면 이틀치 숙박이었다. 그런 계산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다.

지하철 승강장
역 이름이 그대로 Sagrada Família다.

그리고 마드리드로 갔다

오후에 배낭을 메고 카풀 차에 올랐다.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까지는 600킬로미터가 넘는다.

차 안
출발 직전에 한 장 찍었다.
고속도로
도로 양쪽이 마른 흙과 낮은 덤불로만 채워져 있다.

스페인 내륙은 비어 있다. 바르셀로나를 벗어나고 한 시간쯤 지나자 창밖에 아무것도 없었다. 산도 낮고 나무도 드물고 마을도 안 보인다.

풍력발전기
지평선까지 흰 기둥이 줄지어 서 있다.

빈 땅에는 풍력발전기가 있었다. 한참을 달려도 계속 나왔다.

휴게소에서 산 것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다.

자판기
음료 자판기 옆에 과자 칸이 붙어 있다.
검은 막대
까맣고 길쭉한 젤리를 한 줌 샀다.

이걸 사서 씹었다가 정말 맛이 없었다. 유럽 어디를 가나 파는 검은 젤리인데, 감초 뿌리에서 뽑은 향을 넣은 것이다. 스페인에서는 레갈리스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 맛이 한국 사람 입에 잘 안 붙는다는 것이다. 단맛과 한약 냄새가 섞여 있어서, 사탕을 기대하고 넣으면 그대로 뱉게 된다. 나중에 북유럽에서 같은 걸 또 만났는데 거기 것은 더 심했다. 소금기까지 들어간 종류가 있다.

포장에 regaliz, licorice, lakrits, salmiakki 중 하나가 적혀 있으면 각오하고 사야 한다. 유럽 자판기 앞에서 가장 흔하게 실패하는 선택이다.

해질 무렵
여덟 시가 넘어서야 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름 스페인은 밤 아홉 시까지 밝다. 계속 달렸다.

완공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고 알았다.

2026년 2월, 사그라다 파밀리아 한가운데 서 있던 예수 그리스도의 탑에 십자가가 올라갔다. 높이 172.5미터. 독일 울름 대성당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가 됐다. 6월 10일에 봉헌식이 있었고, 그날은 가우디가 죽은 지 정확히 백 년이 되는 날이었다.

내가 본 건 그 백 년 중 어느 하루의 모습이다. 크레인이 다섯 대쯤 박혀 있고, 절반은 돌이고 절반은 비계였던 상태.

건물이 완성되는 데 백사십 년이 걸린다면, 그걸 보러 간 사람은 대부분 미완성을 본다. 완성본을 본 사람이 오히려 드물다. 나는 그 다수 쪽이었고, 그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는 법

입장 — 사전 예약이 사실상 필수다. 현장 판매분은 성수기에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기본 입장이 26유로 선, 파사드 탑에 올라가는 표가 36유로 선이다.

중앙 탑은 아직 못 올라간다 — 2026년에 완성된 172.5미터 탑은 일반 개방 전이다. 164미터 지점 전망대가 2027년에 열린다고 한다. 한 번에 열한 명까지만 올라간다.

가는 법 — 지하철 L2·L5 Sagrada Família 역에서 나오면 바로 앞이다.

바르셀로나 교통권 (2026년 기준)

  • 1회권: 2.90유로 — 환승이 안 된다
  • T-Casual(10회권): 13.00유로 — 1회당 1.3유로, 75분 안에 환승 무료
  • Hola BCN 48시간: 18.10유로 / 72시간: 26.50유로 — 공항 지하철 포함

하루에 세 번 이상 탈 계획이면 10회권이 거의 항상 이긴다. 관광권은 공항을 오갈 때 값을 한다.

시간 — 밖에서 사진만 찍을 거면 삼십 분이면 된다. 안까지 보면 두 시간은 잡아야 한다.

마드리드에는 밤 열 시에 도착했다. 짐을 두고 솔 광장으로 바로 나갔다.

바르셀로나 · 6편 중 6편
#사그라다파밀리아 #가우디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여행 #바르셀로나자유여행 #바르셀로나배낭여행 #바르셀로나가볼만한곳 #스페인 #스페인여행 #스페인자유여행 #스페인배낭여행 #마드리드 #유럽여행 #유럽배낭여행 #서유럽여행 #남유럽여행 #세계일주 #장기여행 #카풀 #블라블라카 #바르셀로나지하철 #지하철요금 #산츠역 #에스파냐인두스트리알공원 #탄생파사드 #성당건축 #여행정보 #여행준비 #배낭여행 #리코리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90일간의 세계여행 - 배낭 메고 23개국

[중국 · 홍콩 3] 피크트램 줄 얼마나 길까, 한 시간 서보고 내린 결론

[말레이시아 · 쿠알라룸푸르 3] "팬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갈래?" 말레이시아에서 낯선 사람 차 타고 따라간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