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2] 프라하성 통합권을 끊었는데, 나는 원래 표 사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프라하 여행기 · 2편
제일 비싼 표를
끊고 들어갔다.
나오면서 든 생각은
「이걸 왜 샀지」였다.

언덕을 올라 성문을 지나면 마당이 나오고, 그 안쪽에 성 비투스 대성당이 서 있다. 성 전체보다 이 건물 하나가 먼저 시야를 다 차지한다. 검은 고딕 정면에 장미창이 박혀 있고 첨탑이 위로 계속 뻗는다.

성 비투스 대성당의 정면 장미창과 고딕 첨탑
성 전체보다 이 건물 하나가 먼저 시야를 다 차지한다

프라하성은 성이라기보다 동네에 가깝다. 담장 안에 대성당, 옛 왕궁, 수도원, 골목, 정원이 다 들어 있다. 그래서 표가 여러 종류다.

입구에 안내판이 서 있었다

프라하성 입구의 관람 안내판, 관람 가능 구역과 규정이 적혀 있다
표가 며칠 유효한지, 사진은 찍어도 되는지까지 여기 다 적혀 있다

어디를 볼 수 있고 어디는 못 보는지, 표가 며칠 유효한지, 사진은 찍어도 되는지가 적혀 있었다. 부지 자체는 무료라 안뜰과 바깥 풍경만 볼 거면 표가 필요 없다. 실내에 들어가려면 표를 사야 하고, 그 표는 이틀 동안 쓸 수 있다.

나는 가장 넓은 걸 끊었다. 어차피 한 번 왔으니 다 보자는 생각이었다.

대성당은 표값을 했다

들어가자마자 천장이 아득하게 높았다. 기둥이 위로 뻗다가 부챗살처럼 갈라지고, 그 사이로 색유리창이 있었다.

성 비투스 대성당 내부의 색유리창과 볼트 천장
기둥이 부챗살처럼 갈라지고 그 사이에 유리창이 박혀 있다

빛이 유리를 통과하면서 색이 바닥에 깔렸다. 사진으로는 안 담긴다. 이날 대성당 안에서만 서른 장 넘게 찍었는데 지금 보면 대부분 어둡고 흔들렸다. 눈으로 본 것과 카메라에 남은 것의 차이가 이렇게 큰 공간도 드물다.

성 비투스 대성당 내부, 제단 방향의 어두운 회중석
눈으로 본 것의 절반도 안 담겼다

천장에 문장이 가득 그려진 방도 있었다. 색색의 방패 모양이 볼트를 따라 줄지어 있고 그 아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어느 집안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걸 천장에 그려 넣는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었다.

볼트 천장 가득 그려진 귀족 가문의 문장들
방패 모양 문장이 볼트를 따라 줄지어 있다

유리 상자 안에 금세공품이 놓인 방도 지났다.

유리 진열장 안에 놓인 금세공 유물
이런 방을 몇 개 지났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왕궁은 텅 비어 있었다

구왕궁 내부의 텅 빈 석조 방과 나무문
돌바닥, 석벽, 나무문. 며칠 전 쇤브룬을 보고 온 눈에는 심심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구왕궁에 들어갔는데 방이 비어 있었다. 돌바닥, 석벽, 나무문. 가구도 장식도 거의 없다. 역사적으로는 중요한 공간이겠지만, 며칠 전에 빈에서 쇤브룬을 보고 온 눈에는 심심했다. 그쪽은 방마다 가구와 그림과 샹들리에가 꽉 차 있었다.

그때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오스트리아 왕궁을 생각하면 더욱 안습의 프라하.*

지금 다시 보면 이건 프라하 잘못이 아니다. 두 나라가 지나온 시간이 다르고, 여기는 300년 동안 남의 지배를 받은 쪽이다. 그런데 그때는 그런 걸 몰랐고 그냥 비교했다.

성 이르지 바실리카도 봤다. 대성당보다 훨씬 오래된 건물인데 겉에서 보면 수수하다.

성 이르지 바실리카의 석조 정면과 부조
대성당보다 훨씬 오래된 건물인데 겉은 수수하다

골목 하나가 통째로 표 안에 있었다

황금소로의 좁은 골목과 색색의 작은 집들
문이 하나같이 낮다. 성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살던 골목이다

황금소로는 성벽에 붙어 있는 좁은 골목이다. 파랑, 노랑, 초록으로 칠한 작은 집들이 한쪽에 늘어서 있고 문이 하나같이 낮다. 원래 성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살던 곳이라고 한다.

집 안은 대부분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체스 세트 앞에서 한참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기물이 전부 금속으로 되어 있고 갑옷 입은 병사 모양이었는데, 가격을 보고 그냥 사진만 찍었다.

기념품 가게에 놓인 금속 체스 세트
가격을 보고 사진만 찍었다

달걀에 그림을 그려 파는 가게도 있었다. 껍데기에 꽃과 무늬를 손으로 그려 넣고 리본을 달아놨다.

손으로 그린 부활절 달걀 장식이 걸린 가게 창문
껍데기에 꽃과 무늬를 손으로 그려 넣고 리본을 달아놨다

표를 안 샀으면 어땠을까

돌아보면 나는 원래 이런 표를 사는 사람이 아니다.

패키지로 묶여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것도 웬만하면 피한다. 밖에서 보고 주변을 걷는 쪽이 편하다. 이 여행 내내 그랬다 — 비싸면 안 들어갔고, 대신 오래 걸었다.

그런데 프라하성에서는 가장 넓은 표를 끊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다시 안 올 테니까. 그 논리는 언제나 그럴듯하게 들리는데 결과는 반반이다. 대성당은 값을 했고 나머지는 아니었다.

그날 노트에 적어둔 문장이 그 결론이다. *가난한 배낭여행자는 모든 것을 한 번만 시도해야 한다. 혹은 비싸면 시도하지 말거나.*

프라하성 표, 지금은 어떻게 나뉘나

부지는 지금도 무료다. 안뜰과 전망만 볼 거면 표가 필요 없다.

실내는 서킷으로 나뉜다. 대성당·구왕궁·성 이르지 바실리카·황금소로를 도는 서킷 B가 성인 250코루나로 가장 무난하고, 여기에 전시를 더한 서킷 A가 350코루나다. 표는 이틀간 유효해서 하루에 다 못 봐도 다음 날 이어서 볼 수 있다. 대성당 안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촬영권을 따로 사야 한다.

성수기 오전에는 정문 보안검색 줄이 길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가 한산하고, 최신 요금과 운영시간은 프라하성 공식 티켓 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처음 가는 사람에게 굳이 권한다면 서킷 B다. 대성당만으로도 본전은 나온다.

다녀와서

이날 배운 건 프라하성에 대한 게 아니라 나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표를 사고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까지 왔으니까"라는 말 한마디에 그 원칙이 쉽게 무너진다.

다음 편에는 동행이 생긴다. 성으로 가는 버스에서 만난 두 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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