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 마드리드 3] 시장에서 한 접시를 두고 오래 망설였다
계산이 길어졌다.
돈을 받지 않았다.
알칼라 문에서 돌아와 이번에는 서쪽으로 걸었다. 골목이 좁아지면서 길이 옛 시가지로 들어간다.


광장 하나가 통째로 사각형이다

마요르 광장은 사방이 같은 높이의 건물로 완전히 닫혀 있다. 아치 통로 아홉 개로만 드나든다. 광장이라기보다 지붕 없는 방에 가깝다.
가운데 기마상은 펠리페 3세다. 이 광장을 지금 형태로 만든 왕이다.

관광객용 가게인데 진열은 진지했다.


시장에 들어갔다
광장 옆에 유리로 된 시장 건물이 있다.


여기는 장을 보는 시장이 아니다. 재래시장이었던 건물을 개조해서 지금은 먹는 시장이 됐다. 좌판마다 한 입 크기로 만든 것을 접시에 담아 판다.

한 꼬치에 세 가지가 꽂혀 나왔다.


한 입 크기로 잘라 유리 진열장에 줄줄이 놓여 있었다.


생선 쪽은 얼음을 깔고 그 위에 늘어놨다.

여기서 한참 서 있었다.
접시 하나가 그렇게 비싼 건 아니다. 그런데 한 접시로는 배가 안 찬다. 서너 개를 집으면 십몇 유로가 되고, 그건 아까 슈퍼에서 본 하몽 한 팩의 열 배쯤이다.
장기 여행자의 계산은 늘 이런 식이다. 이 돈이면 며칠을 더 갈 수 있는가. 그 계산이 끝나기 전에는 지갑이 안 열린다.
옛 시청 광장
시장에서 나와 더 서쪽으로 갔다.


여기가 옛 마드리드 시청이 있던 자리다. 지금은 시청이 시벨레스 궁전으로 옮겨갔고 이 광장은 조용하다. 관광객 동선에서 살짝 비껴 있어서 앉아 쉬기 좋다.

대성당은 돈을 받지 않았다
언덕을 조금 더 내려가면 대성당이 나온다.

들어가는 데 돈이 들지 않았다. 입구에 기부함이 있고 1유로쯤 넣으라고 적혀 있을 뿐이었다.
전날 바르셀로나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밖에서만 보고 온 게 생각났다. 값이 다르면 선택도 달라진다. 그날은 못 들어갔고 이날은 들어왔다.

이 성당은 밖에서 보면 오래된 건물처럼 보이는데 안은 완전히 다르다.


천장과 창이 전부 현대적이다. 공사가 1883년에 시작해서 1993년에야 끝났기 때문이다. 백 년 넘게 짓는 동안 양식이 바뀌었고, 그게 건물 안에 층으로 남아 있다.



왕궁은 밖에서 봤다
성당에서 길 하나 건너면 왕궁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왕궁이다. 방이 3,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지금 왕실이 사는 곳은 아니고 공식 행사에만 쓴다.

여기도 안에는 안 들어갔다. 입장료가 있었고, 그 시점에 나는 시장에서 접시 하나를 두고 망설이던 사람이었다.


왕궁 북쪽 정원은 무료다. 안에 못 들어가도 이쪽에서 건물을 보고 앉아 쉴 수 있다.

왕궁 동쪽 광장 건너에 왕립극장이 있다. 오페라 극장이고, 그 앞 광장 이름도 그래서 오페라다.
다시 광장으로
한 바퀴 돌아 출발한 곳으로 돌아왔다.

이 자리에는 스페인 도로의 기점 표지가 박혀 있다. 국도 번호가 여기서 시작한다는 뜻이고, 그래서 마드리드 사람들은 이 광장을 나라의 중심이라고 부른다.
마드리드에서 돈 안 쓰고 보는 것들
이날 다닌 곳 중 값을 낸 곳이 하나도 없다.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무료 — 마요르 광장, 빌라 광장, 알무데나 대성당 본당(1유로 기부 권장), 사바티니 정원, 오리엔테 광장, 솔 광장. 도심의 큰 것들은 대부분 밖에서 보거나 그냥 들어갈 수 있다.
유료 — 마드리드 왕궁 내부(14유로 선), 알무데나 박물관·돔(7유로 선), 프라도·레이나 소피아 같은 미술관. 왕궁은 EU 시민에게 평일 무료 시간대가 있다. 한국 여권으로는 해당되지 않는다.
산 미겔 시장 — 값은 관광지 기준이다. 핀초 한 접시는 1~3유로지만 배를 채우려면 열 개는 집어야 한다. 맛보기로 두세 접시만 먹고, 끼니는 근처 골목의 메뉴 델 디아(정식)로 해결하는 게 낫다. 정식은 12유로 선에 세 접시가 나온다.
시간 — 마요르 광장에서 왕궁까지는 걸어서 15분이다. 시장과 성당을 포함해 반나절이면 넉넉하다.
그날 저녁은 좀 이상했다. 스페인까지 와서 베트남 음식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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