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 마드리드 3] 시장에서 한 접시를 두고 오래 망설였다

마드리드 여행기 · 3편
한 접시 앞에서
계산이 길어졌다.
같은 날 오후에 들어간 대성당은
돈을 받지 않았다.

알칼라 문에서 돌아와 이번에는 서쪽으로 걸었다. 골목이 좁아지면서 길이 옛 시가지로 들어간다.

좁은 거리
양쪽 건물이 높아서 한낮에도 길에 그늘이 진다.
호스탈 간판
모퉁이 건물 1층에 호스탈 간판이 붙어 있다.

광장 하나가 통째로 사각형이다

마요르 광장
네 면이 건물로 막힌 광장 가운데 기마상이 서 있다.

마요르 광장은 사방이 같은 높이의 건물로 완전히 닫혀 있다. 아치 통로 아홉 개로만 드나든다. 광장이라기보다 지붕 없는 방에 가깝다.

가운데 기마상은 펠리페 3세다. 이 광장을 지금 형태로 만든 왕이다.

아치 통로
계단이 아래로 내려가는 아치. 광장 밖 지대가 더 낮아서 이렇게 된다.

관광객용 가게인데 진열은 진지했다.

기념품 가게
플라멩코 드레스와 투우 소품이 진열창을 채우고 있다.
돌 십자가
작은 광장 한가운데 십자가가 하나 서 있다.

시장에 들어갔다

광장 옆에 유리로 된 시장 건물이 있다.

산 미겔 시장 외관
철골 기둥에 유리를 끼운 20세기 초 건물이다.
시장 안
지붕이 통째로 유리라 안이 밝다.

여기는 장을 보는 시장이 아니다. 재래시장이었던 건물을 개조해서 지금은 먹는 시장이 됐다. 좌판마다 한 입 크기로 만든 것을 접시에 담아 판다.

견과류
고깔 종이에 담아놓은 견과와 말린 과일.

한 꼬치에 세 가지가 꽂혀 나왔다.

올리브 꼬치
올리브에 고추와 안초비를 꽂은 것. 이 지역에서 반찬처럼 먹는다.
올리브 매대
칸마다 다른 절임이 담겨 있고 앞에 가격이 붙어 있다.

한 입 크기로 잘라 유리 진열장에 줄줄이 놓여 있었다.

카나페
빵 위에 하몽과 치즈를 올린 것들.
크로켓
튀김류도 한 접시 단위로 판다.

생선 쪽은 얼음을 깔고 그 위에 늘어놨다.

생선
얼음 위에 정어리와 새우가 놓여 있다.
산 미겔 시장
Mercado de San Miguel
지금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 관광객이 많아 저녁에는 서서 먹을 자리도 나지 않는다
영업
일~목 10:00-24:00 · 금·토 10:00-01:00
가격
핀초 1접시 1~3유로 · 하몽·굴 등은 접시당 5~15유로
주소
Plaza de San Miguel, s/n, 28005 Madrid
1916년에 지은 철골 시장 건물을 개조해 타파스 시장으로 운영한다. 마요르 광장 서쪽에 붙어 있다

여기서 한참 서 있었다.

접시 하나가 그렇게 비싼 건 아니다. 그런데 한 접시로는 배가 안 찬다. 서너 개를 집으면 십몇 유로가 되고, 그건 아까 슈퍼에서 본 하몽 한 팩의 열 배쯤이다.

장기 여행자의 계산은 늘 이런 식이다. 이 돈이면 며칠을 더 갈 수 있는가. 그 계산이 끝나기 전에는 지갑이 안 열린다.

옛 시청 광장

시장에서 나와 더 서쪽으로 갔다.

빌라 광장
3면이 오래된 건물로 둘러싸인 작은 광장.
광장의 동상
화단 가운데 한 사람이 서 있다.

여기가 옛 마드리드 시청이 있던 자리다. 지금은 시청이 시벨레스 궁전으로 옮겨갔고 이 광장은 조용하다. 관광객 동선에서 살짝 비껴 있어서 앉아 쉬기 좋다.

성당 건물
벽돌 종탑이 있는 성당이 골목 끝에 서 있다.

대성당은 돈을 받지 않았다

언덕을 조금 더 내려가면 대성당이 나온다.

대성당 내부
흰 기둥이 높게 뻗어 있고 아치가 그 위에서 만난다.

들어가는 데 돈이 들지 않았다. 입구에 기부함이 있고 1유로쯤 넣으라고 적혀 있을 뿐이었다.

전날 바르셀로나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밖에서만 보고 온 게 생각났다. 값이 다르면 선택도 달라진다. 그날은 못 들어갔고 이날은 들어왔다.

중앙 신랑
의자가 제단 쪽으로 줄지어 놓여 있다.

이 성당은 밖에서 보면 오래된 건물처럼 보이는데 안은 완전히 다르다.

천장
천장이 기하학 무늬로 칠해져 있다.
빛이 들어오는 천장
조명과 창이 섞여서 색이 계속 바뀐다.

천장과 창이 전부 현대적이다. 공사가 1883년에 시작해서 1993년에야 끝났기 때문이다. 백 년 넘게 짓는 동안 양식이 바뀌었고, 그게 건물 안에 층으로 남아 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의 그림이 옛 성당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청동문
문 전체가 부조로 덮여 있다.
알무데나 대성당
Catedral de Santa María la Real de la Almudena
지금도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박물관과 돔 전망은 유료다
영업
대체로 10:00-20:00 (미사 시간에는 관람 제한)
가격
본당 무료 (1유로 기부 권장) · 부속 박물관과 돔은 별도 7유로 선
주소
Calle de Bailén, 10, 28013 Madrid
1883년 착공, 1993년 완공.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봉헌했다. 마드리드 왕궁 바로 맞은편이다
올리브 나무
성당 옆 화단에 올리브 나무가 심겨 있다.

왕궁은 밖에서 봤다

성당에서 길 하나 건너면 왕궁이다.

마드리드 왕궁
앞마당이 넓고 건물이 길게 뻗어 있다.
마드리드 왕궁
Palacio Real de Madrid
지금도 개방한다. 공식 행사가 있는 날은 일부 또는 전체가 닫힌다
영업
4~9월 월~토 10:00-19:00 · 일 10:00-16:00 / 10~3월 매일 10:00-18:00
가격
일반 14유로 선 · 65세 이상과 5~16세 10유로 선 · 정원은 무료
주소
Calle de Bailén, s/n, 28071 Madrid
유럽에서 면적이 가장 큰 왕궁. EU 시민은 평일 늦은 시간대에 무료 입장 시간이 따로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왕궁이다. 방이 3,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지금 왕실이 사는 곳은 아니고 공식 행사에만 쓴다.

왕궁 앞에서
앞마당에 그늘이 없어서 오래 서 있기 힘들었다.

여기도 안에는 안 들어갔다. 입장료가 있었고, 그 시점에 나는 시장에서 접시 하나를 두고 망설이던 사람이었다.

정원의 조각들
정원 입구에 왕들의 석상이 늘어서 있다.
정원에서 본 왕궁
나무 사이로 건물이 보인다. 여기는 그늘이 있다.

왕궁 북쪽 정원은 무료다. 안에 못 들어가도 이쪽에서 건물을 보고 앉아 쉴 수 있다.

왕립극장
극장 외벽에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다.

왕궁 동쪽 광장 건너에 왕립극장이 있다. 오페라 극장이고, 그 앞 광장 이름도 그래서 오페라다.

다시 광장으로

한 바퀴 돌아 출발한 곳으로 돌아왔다.

솔 광장에서
뒤에 보이는 기마상이 이 광장의 기준점이다.

이 자리에는 스페인 도로의 기점 표지가 박혀 있다. 국도 번호가 여기서 시작한다는 뜻이고, 그래서 마드리드 사람들은 이 광장을 나라의 중심이라고 부른다.

마드리드에서 돈 안 쓰고 보는 것들

이날 다닌 곳 중 값을 낸 곳이 하나도 없다.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무료 — 마요르 광장, 빌라 광장, 알무데나 대성당 본당(1유로 기부 권장), 사바티니 정원, 오리엔테 광장, 솔 광장. 도심의 큰 것들은 대부분 밖에서 보거나 그냥 들어갈 수 있다.

유료 — 마드리드 왕궁 내부(14유로 선), 알무데나 박물관·돔(7유로 선), 프라도·레이나 소피아 같은 미술관. 왕궁은 EU 시민에게 평일 무료 시간대가 있다. 한국 여권으로는 해당되지 않는다.

산 미겔 시장 — 값은 관광지 기준이다. 핀초 한 접시는 1~3유로지만 배를 채우려면 열 개는 집어야 한다. 맛보기로 두세 접시만 먹고, 끼니는 근처 골목의 메뉴 델 디아(정식)로 해결하는 게 낫다. 정식은 12유로 선에 세 접시가 나온다.

시간 — 마요르 광장에서 왕궁까지는 걸어서 15분이다. 시장과 성당을 포함해 반나절이면 넉넉하다.

그날 저녁은 좀 이상했다. 스페인까지 와서 베트남 음식을 먹었다.

마드리드 · 4편 중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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