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 마드리드 4] 가려던 집이 망해 있어서 베트남 음식을 먹었다

마드리드 여행기 · 4편
스페인에서 먹은 마지막 밥은
베트남 음식이었다.
가려던 집이 문을 닫아 있었고,
그 골목에서 다른 문을 열었다.

오후에 그란비아로 올라갔다.

그란비아
도로가 넓고 양쪽 건물이 높다. 20세기 초에 뚫은 길이다.
거리
모퉁이마다 곡선으로 깎은 건물이 서 있다.

마드리드의 번화가다. 극장과 상점이 늘어서 있고 사람이 가장 많다.

지하철 입구
지하철 입구 뒤로 24시간 문 여는 가게 간판이 보인다.

가려던 집이 없어져 있었다

그란비아 뒤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골목
한 블록만 들어가도 거리가 조용해진다.

가려고 적어둔 집이 있었다. 발베르데 거리에 있는 곳이었는데, 도착해 보니 문을 닫은 지 오래된 상태였다.

여행에서 이런 일은 꽤 자주 생긴다. 출발 전에 찾아둔 정보가 이미 낡아 있는 것이다. 특히 식당은 그렇다. 블로그 글 하나가 검색 상위에 오래 걸려 있으면, 그 집이 사라진 뒤에도 사람들이 계속 찾아간다.

그래서 같은 골목을 그냥 걸었다. 그러다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가게 앞
민트색 벽에 전구를 늘어놓고 문을 활짝 열어놨다.

베트남 음식점이었다.

스페인까지 와서 베트남 음식을 먹었다

메뉴판
왼쪽이 단품, 오른쪽이 점심 세트다. 값이 손글씨체로 적혀 있다.

메뉴판을 보고 들어가기로 정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점심 세트가 5유로였다.

전날부터 계산이 안 맞았다. 시장의 접시 하나가 3유로였고 배를 채우려면 열 개가 필요했다. 그런데 여기는 5유로에 롤과 밥과 따뜻한 요리 하나가 나오고 음료까지 붙는다.

안쪽
나무 테이블과 낡은 의자를 섞어놨다.
루타바가
Rutabaga
지금도 영업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같은 주소로 남아 있다는 기록은 있으나 최신 여부를 확인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
영업
점심 세트는 평일 낮에만 운영했다
가격
점심 세트 5유로 · 반미 4유로 · 쌀국수 6.50유로 · 소고기 오향찜 7유로 (방문 당시 기준)
주소
Calle de Valverde, 40, 28004 Madrid
말라사냐 골목의 프랑스식 베트남 요리 가게. 주문과 계산을 바에서 먼저 하고 자리에 앉는 방식이었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었다.

주문 안내
주문은 바에서 하고 그 자리에서 계산하라고 적혀 있다.
칠판
손님들이 분필로 낙서를 해뒀다.

벽이 게시판처럼 쓰이고 있었다.

벽면
엽서와 인쇄물을 벽 한 면에 붙여놨다.

점심 세트가 싸서 이 동네에서 두 번 갔다.

음료
레몬 탄산수 한 병이 세트에 포함돼 있었다.
젓가락
나무 테이블 위에 젓가락이 놓였다. 이 여행에서 오랜만이었다.

나온 것들

월남쌈
라이스페이퍼로 만 것 하나와 국물 한 종지.

소스를 따로 찍어 먹는 방식이었다.

단면
안에 새우와 채소가 들어 있다.

스페인에서 먹은 밥 중에 제일 밥다웠다.

소고기와 밥
밥 위에 오향으로 조린 소고기를 올려준다.
가까이
국물이 밥에 배어들어서 끝까지 퍼먹게 된다.

밥과 국물과 젓가락. 이 세 개가 한 상에 놓인 게 두 달 만이었다.

한국 음식은 아니었지만 먹는 방식이 비슷했다. 밥에 반찬을 얹고, 국물을 떠먹고, 젓가락으로 집는다. 유럽에서 두 달을 빵과 감자와 포크로 먹다가 이 구성을 만나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당근 케이크
후식으로 계피가루를 뿌린 케이크가 나왔다.

생각보다 달지 않아서 끝까지 먹었다.

다 먹고
접시를 긁어 먹었다.
태블릿
가게에서 틀어놓은 음악이 화면에 떠 있었다.

말라사냐를 걸었다

밥을 먹고 그 동네를 더 돌았다.

말라사냐 거리
낮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동네는 밤에 돌아간다.
골목에서
그늘을 따라 걸었다.

말라사냐는 마드리드의 젊은 동네다. 중고 음반가게, 빈티지 옷집, 작은 바가 몰려 있고 벽에 그림이 많다.

굿즈 가게
만화 캐릭터와 밴드 로고를 외벽에 통째로 그려놨다.

관광지 골목인데 위층은 사람이 사는 집이었다.

바
1층에 바가 있고 위는 그냥 주택이다.
광장
동네 한가운데 광장에 놀이터가 있다.

관광지 목록에 없는 동네를 한 시간쯤 걷는 건 여행에서 값이 싸고 남는 게 많은 시간이다. 여기서는 사람들이 그냥 산다.

짐을 싸서 나왔다

저녁에 다시 짐을 챙겨 나왔다.

벤치 위의 짐
배낭과 가방을 벤치에 올려두고 기다렸다.

다음 이동도 카풀이었다. 이번 목적지는 국경 너머, 포르투갈이다.

분수 광장
약속 장소 근처 로터리에도 분수가 있었다.
넓은 길
해가 아직 높다. 여름 스페인은 저녁 여덟 시가 한낮 같다.

기다리면서 다음 숙소를 잡았다

숙소 검색
포르투의 호스텔 하나를 띄워놓고 봤다.
후기 확인
평점과 후기를 읽고 정했다.

이 여행의 방식이 사진 한 장에 다 들어 있다. 도착 전에 예약하지 않고, 이동 직전에 휴대폰으로 잡는다. 후기를 대충 훑고, 값을 보고, 위치를 본다. 그리고 결정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계획이 없다는 것이고, 단점도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도시에서 며칠 더 있을 수 있는 대신, 성수기에는 밤에 방을 못 구해 헤맬 각오를 해야 한다.

스페인은 사흘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이틀, 마드리드에서 하루 반. 짧았고 대부분 걸어 다녔다.

유럽에서 싸게 한 끼 먹는 법

이날 배운 것을 정리해둔다.

점심 세트를 노려라 — 스페인의 메뉴 델 디아, 프랑스의 포뮐, 이탈리아의 프란초. 대부분 평일 낮에만 나오고 저녁 값의 절반 이하다. 이날 먹은 세트는 5유로였고 같은 구성을 저녁에 시키면 두 배가 넘었다.

아시아 식당이 대체로 싸다 — 유럽 도시의 베트남·중국·태국 식당은 현지 식당보다 싸고 양이 많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장기 여행 중이라면 밥과 국물이 주는 회복 효과가 값보다 크다.

관광지 시장은 맛보기용이다 — 산 미겔 시장 같은 곳은 한 접시씩 사서 먹는 구조라 끼니로 계산하면 비싸진다. 두세 접시만 먹고 나오는 게 맞다.

찾아둔 집은 출발 전에 다시 확인한다 — 검색 상위 글이 몇 년 전 것일 수 있다. 지도 앱에서 최근 리뷰 날짜를 보면 대략 살아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날은 그걸 안 하고 갔다가 헛걸음했다.

동네 슈퍼는 언제나 답이다 — 빵, 하몽, 과일. 1~2유로면 한 끼가 된다.

다음 편부터 포르투갈이다. 국경을 넘어 포르투로 간다.

마드리드 · 4편 중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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