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 마드리드 4] 가려던 집이 망해 있어서 베트남 음식을 먹었다
베트남 음식이었다.
그 골목에서 다른 문을 열었다.
오후에 그란비아로 올라갔다.


마드리드의 번화가다. 극장과 상점이 늘어서 있고 사람이 가장 많다.

가려던 집이 없어져 있었다
그란비아 뒤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가려고 적어둔 집이 있었다. 발베르데 거리에 있는 곳이었는데, 도착해 보니 문을 닫은 지 오래된 상태였다.
여행에서 이런 일은 꽤 자주 생긴다. 출발 전에 찾아둔 정보가 이미 낡아 있는 것이다. 특히 식당은 그렇다. 블로그 글 하나가 검색 상위에 오래 걸려 있으면, 그 집이 사라진 뒤에도 사람들이 계속 찾아간다.
그래서 같은 골목을 그냥 걸었다. 그러다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베트남 음식점이었다.
스페인까지 와서 베트남 음식을 먹었다

메뉴판을 보고 들어가기로 정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점심 세트가 5유로였다.
전날부터 계산이 안 맞았다. 시장의 접시 하나가 3유로였고 배를 채우려면 열 개가 필요했다. 그런데 여기는 5유로에 롤과 밥과 따뜻한 요리 하나가 나오고 음료까지 붙는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었다.


벽이 게시판처럼 쓰이고 있었다.

점심 세트가 싸서 이 동네에서 두 번 갔다.


나온 것들

소스를 따로 찍어 먹는 방식이었다.

스페인에서 먹은 밥 중에 제일 밥다웠다.


밥과 국물과 젓가락. 이 세 개가 한 상에 놓인 게 두 달 만이었다.
한국 음식은 아니었지만 먹는 방식이 비슷했다. 밥에 반찬을 얹고, 국물을 떠먹고, 젓가락으로 집는다. 유럽에서 두 달을 빵과 감자와 포크로 먹다가 이 구성을 만나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생각보다 달지 않아서 끝까지 먹었다.


말라사냐를 걸었다
밥을 먹고 그 동네를 더 돌았다.


말라사냐는 마드리드의 젊은 동네다. 중고 음반가게, 빈티지 옷집, 작은 바가 몰려 있고 벽에 그림이 많다.

관광지 골목인데 위층은 사람이 사는 집이었다.


관광지 목록에 없는 동네를 한 시간쯤 걷는 건 여행에서 값이 싸고 남는 게 많은 시간이다. 여기서는 사람들이 그냥 산다.
짐을 싸서 나왔다
저녁에 다시 짐을 챙겨 나왔다.

다음 이동도 카풀이었다. 이번 목적지는 국경 너머, 포르투갈이다.


기다리면서 다음 숙소를 잡았다


이 여행의 방식이 사진 한 장에 다 들어 있다. 도착 전에 예약하지 않고, 이동 직전에 휴대폰으로 잡는다. 후기를 대충 훑고, 값을 보고, 위치를 본다. 그리고 결정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계획이 없다는 것이고, 단점도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도시에서 며칠 더 있을 수 있는 대신, 성수기에는 밤에 방을 못 구해 헤맬 각오를 해야 한다.
스페인은 사흘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이틀, 마드리드에서 하루 반. 짧았고 대부분 걸어 다녔다.
유럽에서 싸게 한 끼 먹는 법
이날 배운 것을 정리해둔다.
점심 세트를 노려라 — 스페인의 메뉴 델 디아, 프랑스의 포뮐, 이탈리아의 프란초. 대부분 평일 낮에만 나오고 저녁 값의 절반 이하다. 이날 먹은 세트는 5유로였고 같은 구성을 저녁에 시키면 두 배가 넘었다.
아시아 식당이 대체로 싸다 — 유럽 도시의 베트남·중국·태국 식당은 현지 식당보다 싸고 양이 많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장기 여행 중이라면 밥과 국물이 주는 회복 효과가 값보다 크다.
관광지 시장은 맛보기용이다 — 산 미겔 시장 같은 곳은 한 접시씩 사서 먹는 구조라 끼니로 계산하면 비싸진다. 두세 접시만 먹고 나오는 게 맞다.
찾아둔 집은 출발 전에 다시 확인한다 — 검색 상위 글이 몇 년 전 것일 수 있다. 지도 앱에서 최근 리뷰 날짜를 보면 대략 살아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날은 그걸 안 하고 갔다가 헛걸음했다.
동네 슈퍼는 언제나 답이다 — 빵, 하몽, 과일. 1~2유로면 한 끼가 된다.
다음 편부터 포르투갈이다. 국경을 넘어 포르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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